이재명 대통령의 새해 첫 정상외교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는 경제·산업 분야에서의 한중 협력 진전의 뚜렷한 성과를 거뒀다.
다만, 관심을 모은 ▲타이완해협 ▲한일 관계 등의 이슈에 대해서는 모호하게 처리되었다는 평가다.
이 대통령과 시 주석은 5일(월) 오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1층 동대청(東大廳)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두 정상이 만난 건 지난해 11월1일 경북 경주에서 첫 정상회의에 이어 2개월 만이다.
회담은 당초 예정됐던 1시간을 훌쩍 넘겨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회담에서 두 정상은 한중 간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이번 한중 정상회담은 2026년을 한중관계 전면 복원의 원년으로 만드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제 시대의 흐름과 변화에 발맞춰 시 주석님과 함께 한중관계 발전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시 주석도 “친구는 사귈수록 가까워지고 이웃은 왕래할수록 가까워진다”며 “불과 2개월 만에 우리는 두 차례 만났고, 상호 방문했으며, 이는 양국이 중·한 관계를 매우 중시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하지만 국제 정세에 대한 중국 측의 인식은 냉정했다. 시 주석은 “현재 세계는 백 년만의 변화가 급격히 일어나고 있으며, 국제 정세는 과거보다 더욱 복잡하게 얽혀있다”며 “한·중 양국은 역내 평화를 수호하고 세계 발전을 촉진하는 데에 있어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으며 폭넓은 이익의 교집합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국은) 역사의 올바른 편에 굳건히 서서 정확한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고 했다.
양안 전문가는 시 주석이 언급한 ‘전략적 올바른 선택’이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을 향해 미국·일본 중심의 안보 협력에서 이탈할 것을 우회적으로 압박하는 한편, 일본의 과거 만행이 재현될 수 있다는 현실을 직시하라는 메시지를 통해 한미일 밀착을 견제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타이완 공영통신사인 중앙사(CNA)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중국대외관계 전문가인 전가림 한국 호서대 교수는 시 주석이 최근의 중일 관계 이슈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선다'는 표현으로 이를 암시했다고 분석했다.
전 교수는 이 대통령 역시 발언 중 일본의 식민 지배 역사를 언급했지만 한중 양국 역사의 공통점을 강조한 반면, 시 주석은 일본의 과거 만행을 부각하며 한국이 '전략적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촉구했다고 말했다. 역사 해석과 현재 취해야 할 정책적 입장에서 일정 부분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전 교수는 이번 한중 회담의 핵심은 양자 문제 해결에 있으며 제3국 문제를 구체적으로 다루지는 않았다고 짚었다. 중일 관계가 직면한 문제에 대해 시 주석이 한국에 직접적으로 어느 한 편에 설 것을 요구하는 노골적 압박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중일 관계의 긴장을 초래하는 타이완해협 문제에 대해서 한국 정부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유지했다. 전 교수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무력에 의한 타이완해협 현상 변경을 명확히 반대해 중국의 반발을 샀던 것과 달리, 이 대통령은 중국 CCTV 인터뷰와 이번 정상회담 과정에서 ‘하나의 중국을 존중한다’는 표현을 사용해 용어가 비교적 모호했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용한다'고 밝히지 않았다고 했다. 이는 ‘무력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를 외쳤던 윤석열 정부에 비해 중국측의 입장을 배려한 것이지만,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용한다’는 표현까지는 나가지 않음으로써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Rti 한국어방송 손전홍 기자 sch@rti.org.t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