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5일 개막을 앞둔 제16회 한국 광주비엔날레(Gwangju Biennale)가 시작 전부터 명칭 표기 논란에 휩싸였다. 올해 처음으로 공식 참가를 신청한 국립타이완미술관(國立台灣美術館)이 '타이완 파빌리온(Taiwan Pavilion)'이라는 공식 명칭을 내걸고 참가를 신청했으나, 주최 측의 공식 홍보물에서 '타이완'이라는 이름이 통째로 삭제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중화민국 정부가 광주비엔날레 측에 엄중히 항의한 데 이어 참여 작가까지 전시 거부를 선언하고 나서면서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중화민국 문화부는 최근 광주비엔날레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된 홍보 포스터에서 '타이완(Taiwan)'이라는 명칭이 삭제되고, 국립타이완미술관의 영어 약칭인 'NTMOFA'로 대체 표기된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문화부는 주한국타이완대표부를 통해 광주비엔날레 재단 측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하고 엄중히 항의했다고 9일(일) 성명을 통해 밝혔다.
문화부에 따르면, 이번 광주비엔날레는 기획 제안서 제출부터 계약서 체결, 그리고 초기 전시 준비 단계에 이르기까지 광주비엔날레 주최 측과 줄곧 '타이완 파빌리온(Taiwan Pavilion)'이라는 명칭으로 소통해왔다. 이후 진행된 모든 서신과 협의 과정에서도 '타이완(Taiwan)'이라는 명칭이 반드시 사용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으며, 문화부는 특히 주한타이완대표부를 통해 이 같은 타이완 정부의 입장을 주최 측에 거듭 강조해왔다.
타이완의 공식 명칭이 일방적으로 바뀐 상황이 드러나자 예술가들도 폭발했다. 이번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할 예정이었던 타이완의 유명 비디오 아티스트 수회이위(蘇匯宇) 작가는 지난 8일(토) 자신 페이스북을 통해 "국립타이완미술관은 이번 사태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명칭이 정당하게 바로잡히지 않는다면 전시에서 빠지겠다"며 광주비엔날레 보이콧 의사를 밝혔다.
아울러 문화부는 성명을 통해, "광주는 1980년 '5·18 민주화운동'을 겪으며 깊은 역사적 무게감을 지니게 된 도시이자, 아시아 민주주의 기억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핵심 좌표"라고 짚었다.
이어 "이번 전시는 국립타이완미술관이 최초로 자발적으로 신청해 참여하는 광주비엔날레"라는 점을 상기시키며, "(타이완과) 마찬가지로 민주와 자유를 향한 깊은 추구의 역사를 지닌 광주의 비엔날레 주최 측은 타이완이 주권 독립 국가임을 마땅히 존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화부는 "그 어떤 국가도 다른 국가를 향해 어떠한 형태의 간섭이나 압박을 가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반드시 직시해야 한다"면서, "특히 예술과 문화는 각 국가 영토와 국민에게서 비롯되는 가장 진실한 힘이며, 이는 주최 측의 그 어떤 인위적인 조치로도 결코 쉽게 지울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제16회 광주비엔날레가 오는 9월 5일부터 11월 15일까지 72일간 열린다.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는 주제로 진행되는 올해 광주비엔날레는 본 전시 외에도 타이완과 프랑스 등 전 세계 30여 개 국가와 기관이 참여하는 파빌리온 프로젝트를 광주 전역의 공공시설과 사적지에서 선보일 계획이다.
하지만 개막을 앞두고 불거진 명칭 표기 논란은 여전히 불씨로 남아있다. 10일(월) 오후 2시 기준 광주비엔날레 공식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등에 게시된 파빌리온 프로젝트 관련 홍보물을 살펴보면, 프랑스, 폴란드, 중국 등 참가국과 기관의 공식 영어 명칭이 나란히 나열돼 있다. 그러나 타이완의 경우 국가명 대신 국립타이완미술관의 영어 약칭인 'NTMOFA'로 표시돼 있는 상태다.
타이완 문화부는 앞으로도 모든 전시 홍보물과 전시장 내 표지판 등에 '타이완 파빌리온' 명칭을 사수하겠다는 입장이다. 광주비엔날레 측이 이번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지 타이완과 한국 예술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Rti 한국어방송 손전홍 기자 sch@rti.org.t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