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실제 당일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꼭 먹어야 할 타이완 전통 음식부터 각 지역 특산물과 현대 감각을 더한 퓨전 음식까지 타이완을 대표하는 음식을 직접 맛보고 생생하게 전해드리는 Rti한국어방송의 수요일 프로그램 랜선미식회입니다. 안녕하세요 랜선미식회 진행자 손전홍(sch@rti.org.tw)입니다.
아시아의 미식을 이야기할 때,
타이완을 빼놓기는 어렵죠.
지난 3월 25일(수) 저녁 8시,
홍콩에서 열린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미식 행사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2026 (Asia’s 50 Best Restaurants 2026)’에서 공개된 명단은
미식의 나라, 타이완의 입지를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올해 명단에 이름을 올린 타이완 레스토랑은 총 2곳입니다.
총 2곳의 레스토랑이 50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주요 미식 도시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한 것도 의미 있지만
더 주목할 점은 타이완 미식의 스펙트럼이 한층 넓어졌다는 점입니다.
이제 타이완 미식은 하나의 스타일로 규정하기 어려울 만큼 입체적입니다.
전통 타이완식의 뿌리부터 현대적인 파인다이닝까지,
서로 다른 결의 레스토랑들이 동시에 주목 받고 있죠.
때문에 이번 리스트는 그 다양성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결과입니다.
오늘 랜선미식회에선
미식계의 오스카라 불리는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2026에서
50위 내에 든 영광의 타이완 레스토랑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아시아의 레스토랑 50곳을 선정해 순위를 매겨 발표하는,
시상식이자 외식업계의 축제라고 할 수 있는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미쉐린 가이드(Michelin Guide)와 함께
세계 2대 미식 행사로 불리는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시상식의 이름이기도 한
‘베스트(Best)’, 최고라는 기준은 어떻게 정해질까요?
주관사인 영국의 미디어 기업 윌리엄 리드(William Reed)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리스트에 들어가는 레스토랑이 충족해야 하는 기준은 없다.
레스토랑의 종류나 형태에 제한도 없으며,
특정 메뉴를 판매해야 할 필요도 없다.
상을 많이 받았을 필요도,
일정 이상의 기간 동안 영업했어야 할 필요도 없다.
아주 외딴 지역에 있어도 괜찮다.
뛰어난 역량을 가지고 좋은 다이닝 경험을 제공하는 곳이라면
어느 곳이라도 선정할 수 있다.”
어쨌든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행사는
영국 외식전문지 ‘레스토랑’을 발행하는 윌리엄 리드가 주관하는데…
상대적으로 유럽과 미국에 비해 덜 알려진
아시아의 숨은 보석 같은 레스토랑과 셰프를 발굴해서
전 세계에 아시아의 미식을 알리자는 취지로
지난 2013년 싱가포르에서 그 첫 발을 뗐습니다.
초기 3년은 싱가포르에서 굳건히 자리를 잡았고요.
2016년에는 태국 방콕,
2018년과 2019년에는 마카오로 개최지를 옮기며
아시아 전역의 미식 지도를 넓혀왔습니다.
물론 위기도 있었습니다.
2020년과 2021년,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팬데믹 땐
시상식을 온라인으로 전환할 수 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이때 참 따뜻했던 게,
순위를 매기기보다는 어려운 시기를 함께 견디는
아시아권 레스토랑들을 응원하기 위해
'에센스 오브 아시아(Essence of Asia)'라는 이름으로
특별한 리스트를 발표하며
미식 공동체의 끈끈함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엔데믹 시대가 열리며
2023년엔 다시 싱가포르로 돌아와 오프라인 시상식을 재개했고요.
올해 2026년엔 미식의 천국, 홍콩에서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지난 3월 25일(수),
시상식이 열린 홍콩 케리 호텔(Kerry Hotel)은 축제의 장이었습니다.
아트 타이베이나 타이완 최고의 영화 시상식인
금마장(金馬奬, Golden Horse Awards) 축하 파티의 흥을 연상시킬 정도로
현장에서는 시상식 말고 다른 이벤트도 풍성했는데…
아시아권 최고의 셰프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철학을 공유하는 ‘50 베스트 톡스(#50BestTalks)’ 포럼도 열렸고요.
평소엔 만나기 힘든 유명 셰프들이 함께 완성한
콜라보 음식을 즐기는 ‘시그니처 세션(Signature Sessions)’,
그리고 셰프들이 한데 모여 즐기는
셰프들만의 파티인 ‘셰프스 피스트(Chefs' Feast)’까지!
분위기가 뜨거웠던 2026년 아시아 50베스트 레스토랑 시상식은
단순한 순위 발표를 넘어
아시아 미식의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거대한 플랫폼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2026년 아시아 50베스트 레스토랑,
올해는 총 17개 도시의 레스토랑이 선정됐습니다.
8개의 신규 레스토랑과 4개의 재진입 레스토랑이 포함돼
아시아 미식 시장의 역동성을 보여줬죠.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2026 순위. [사진=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 인스타그램 캡처]
올해 순위에서 최대 주인공은
홍콩의 정통 광둥 요리 레스토랑 ‘더 체어맨, 다반러우(大班樓,The Chairman)’였습니다.
다반러우, 더 체어맨은 홍콩 현지의 식재료와
전통 광둥 요리 조리법을 기반으로 한
홍콩의 중식 파인다이닝의 선구자로,
2021년에 이어 다시 1위에 오르며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타이틀을 탈환했습니다.
지난해 2위에서 한 계단 상승하며
다시 정상에 오른 홍콩의 더 체어맨.
아시아 50베스트 레스토랑은
"더 체어맨은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화려한 플레이팅보다
음식 본연에 집중한다"고 평했어요.
타이완 레스토랑의 약진도 눈에 띄었습니다.
타이완에선 총 2곳의 레스토랑이 50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아시아 미식 시장에서 타이완의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이중 타이베이 로지(Logy)가 22위에 오르며
타이완 국내 레스토랑 중 최고 순위를 기록했습니다.

▲22위에 선정된 타이베이 로지(Logy). 로지는 2025 미쉐린 가이드에서 2스타에 선정된 레스토랑으로 일본 요리를 창조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사진 =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제공]
로지는 타하라 료고(田原諒悟) 셰프가 이끄는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으로
일본과 타이완의 요리 요소를 아주 정교하게 버무려내죠.
일본 장인 특유의 절제미와 정확한 리듬감이 느껴지는,
그야말로 '섬세함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은
“타하라 료고 셰프의 로지에선
아시아 대륙 구석구석의 미학을 담아낸
복합적이고 정교한 요리들을 기대해도 좋다.
겉보기엔 단순해 보이지만 깊은 풍미를 지닌
방어와 무, 버가못 코스나,
조각된 석조 그릇에 담겨 나오는
호박씨를 곁들인 쑥 무스 같은 메뉴들이 그 정수를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타이중의 자존심,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이기도 한
린티엔야오(林恬耀) 셰프의 제이엘 스튜디오(JL Studio)는 50위에 올랐습니다.

▲50위에 선정된 타이중의 자존심, 제이엘 스튜디오(JL Studio). [사진 =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제공]
싱가포르 출신의 린티엔야오 셰프는
고향 싱가포르 길거리 음식의 기억을
고급스러운 파인다이닝으로 업그레이드했는데요.
놀라운 건 식재료의 90%를 타이완 현지 재료로 쓴다는 점이에요.
하이난 치킨라이스(海南雞飯)나 카야 토스트(Kaya吐司) 같은
싱가포르 대표 음식이 타이완 식재료를 만나
완전히 새롭게 재정의되는 마법을 경험할 수 있어요.
모던 싱가포르 파인다이닝을 선보이고 있는
제이엘 스튜디오의 하이난 치킨 라이스는
타이완의 제철 생선을 활용해 재탄생했는데…
향긋한 육수에 살짝 익힌 생선은
본래의 닭고기를 연상시키는 식감을 구현하면서도,
한층 더 깊고 풍부한 풍미를 선사합니다.
린티엔야오 셰프의 시그니처 카야 토스트는 또 어떻고요?
눈이 즐거울 뿐만 아니라 맛도 황홀합니다.
얼린 카야 잼으로 만든 먹을 수 있는 달걀 껍데기 속에
코코넛 아이스크림, 커피 가루를 채워 넣고,
여기에 구운 토스트 특유의 고소한 향까지 더해져,
한 입 먹으면 싱가포르의 아침 가게가 떠오를 만큼
섬세한 감성으로 미식가들을 사로잡죠.
사실 타이완의 저력은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2026' 본 시상식을 앞두고,
지난 3월 12일 발표된 51~100위 순위에서 더욱 빛을 발했습니다.
타이베이를 대표하는 보석 같은
레스토랑 두 곳이 당당히 이름을 올렸거든요.
타이베이 파인다이닝의 '지속가능성'을 이끄는 선구자,
린취엔(林泉)셰프의 무메(MUME)는
61위를 차지했습니다.

▲61위에 선정된 린취엔(林泉)셰프의 무메(MUME). [사진 =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제공]
수년째 이 리스트를 지키고 있는 무메는
화려한 기교보다는 극치에 달한 식재료 선정으로 승부를 봅니다.
조용하지만 묵직한 요리 철학을 고수하죠.
린취엔 셰프의 무메는
북유럽 요리의 영혼을 타이완 식재료에 이식했습니다.
발효와 숙성, 그리고 정교한 불 조절을 통해
타이완의 산과 바다의 재료를
아주 섬세한 현대적 언어로 풀어내는데,
덕분에 모든 음식이 담백하면서도 깊고
맛은 강렬합니다.
51~100위 리스트에서 주목해야 할 뉴페이스는
바로 64위로 첫 진입에 성공한 '실크 하우스, 징화쉬엔(Silks House, 晶華軒)'입니다!

▲64위에 선정된 실크 하우스, 징화쉬엔(Silks House, 晶華軒). [사진 =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제공]
타이베이 리젠트 호텔에서
중식 파인다이닝의 클래식한 정점을 보여주고 실크 하우스는
현재 타이베이에서 가장 예약하기 어려운 레스토랑 중 하나인데요.
홍콩 출신의 우하이밍(鄔海明) 셰프가 이끄는
실크 하우스는 익숙한 광둥 요리의 맛을
현대적으로 새롭게 재조합하는데,
이게 참 대담하면서도 정교합니다.
"중식 파인다이닝이 어디까지 현대적일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가장 완벽한 답변이라고 할까요?
정통 홍콩 요리의 조리 기법을 기본으로 하되,
타이완의 신선한 로컬 식재료를 입혔다고 할까요?
구이부터 해산물 요리까지,
차원이 다른 미식 경험을 선사합니다.
때문에 미식가들 사이에서 '보물 같은 곳'으로 통하죠.
정통 광둥 요리부터
모던 싱가포르 파인다이닝까지...
타이베이는 단순히 맛집이 많은 도시를 넘어,
전 세계 하이엔드 파인다이닝의 새로운 기준을 정의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여기에 자랑스러운 타이완의 딸,
려우자민(劉家旻,Lesley Liu) 소믈리에가
‘아시아 최고의 소믈리에’로 선정된 점도 눈에 띕니다.

▲‘아시아 최고의 소믈리에’로 선정된 오뎃의 려우자민(劉家旻,Lesley Liu) 소믈리에. [사진 =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제공]
올해 19위에 오른 싱가포르의 전설적인 레스토랑 ‘오뎃(Odette)’의
려우자민 소믈리에의 시작은 참 소박했어요.
위스키를 좋아하던 아버지 곁에서 술에 눈을 떴고,
23살에 타이중의 유명 레스토랑 '르 무(Le Moût)'에서 일하며
와인의 매력에 푹 빠졌죠.
꿈을 위해 홀로 해외로 떠난 그녀는,
타이완 여성 최초로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코트 오브 마스터 소믈리에 협회(Court of Master Sommeliers, CMS)의 어드밴스드 자격증을 따내더니,
지금은 줄리앙 로이어(Julien Royer) 셰프의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오뎃의 요리에 완벽한 숨결을 불어넣는 최고의 파트너가 되었습니다.

▲19위에 선정된 줄리앙 로이어 셰프의 오뎃(Odette). [사진 =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제공]
자랑스러운 타이완의 딸, 오뎃의 려우자민 소믈리에가
아시아 최고의 소믈리에 상을 거머쥐었는데…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대륙의 심장, 상하이에서도
타이완 청년의 기개가 대단합니다.
올해 9위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둔 '링롱(Ling Long, 凌瓏)'의 창업자이자
헤드 셰프인 려우허선(劉禾森, Jason Liu) 셰프가 그 주인공입니다.

▲9위에 선정된 려우허선 셰프의 링롱(Ling Long, 凌瓏).[사진 =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제공]
‘돌볼 권(眷)’ 자에 ‘마을 촌(村)’ 자가 합쳐진 ‘권촌(眷村)’은
1949년 국민당 정부와 함께 타이완 섬으로 건너온
군인과 그 가족들을 위해 조성된 군인 마을을 의미합니다.
상하이의 미식 트렌드를 이끄는 링롱의 헤드셰프,
려우허선 셰프는 바로 타이베이 군인마을 권촌(眷村) 출신으로,
타이베이개평조리학교(台北開平餐飲學校)를 졸업한 뒤,
▲그랜드 하얏트 ▲더 랜디스 타이베이 호텔 등등
타이베이 5성급 호텔의 레스토랑에서 실력을 닦았어요.
이후 중국의 30여 개 도시를 돌며,
중국 8대 요리를 정교하게 파헤쳤습니다.
타이베이 권촌 출신, 려우허선 셰프의 링롱은
지난해 27위에서 올해 9위로!
한 번에 20계단 가까이 뛰어오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사실상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2026 명단에서
'헤드 셰프'로서 이 정도의 영예를 안은
타이완 셰프는 려우허선 셰프가 유일한데요.
중화요리의 맛을 가장 현대적이고 정교하게 풀어낸
려우허선 셰프의 승리라고 할 수 있겠네요.

▲9위에 선정된 링롱의 헤드 셰프 려우허선(劉禾森, Jason Liu). [사진 =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제공]
정교한 미학으로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2026에서
50위를 거머쥔 린티엔야오 셰프의 제이엘 스튜디오부터
무서운 기세로 상하이에서
타이완 퀴진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는 려우허선 셰프의 링롱까지.
미식계의 오스카라 불리는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2026 명단에 든
타이완 셰프들의 요리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정한 '예술'이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게 아니라,
우리 곁에 이미 숨 쉬고 있던 전통과 가치를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시 꺼내 놓는 작업이 아닐까 하고요.
가장 익숙한 식재료에서 가장 경이로운 순간을 포착해내는
셰프들의 섬세한 손끝처럼,
여러분의 평범한 일상도 알고 보면 누군가에겐 영감을 주는 하나의 작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엔딩곡은 이 메시지와 딱 어울리는 곡으로 준비했습니다.
시공간을 넘어 예술의 본질을 노래하는 곡이죠.
주걸륜(周杰倫) 의 '가장 위대한 예술작품(最偉大的作品)' 띄워드리면서,
저는 여기서 인사 드리겠습니다.
Rti 한국어방송의 수요일 프로그램 랜선미식회, 오늘 준비한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진행에 손전홍이었습니다. 저는 다음주 수요일 이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청취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 참고자료
4월 8일(수) 랜선미식회 삽입곡[BGM :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Herbert von Karajan)& 베를린 필하모닉(Berliner Philharmoniker)- 베버: 무도회의 권유 작품번호 65 (Weber: Aufforderung zum Tanze (Invitation To The Dance), Op.65, J. 260)
《Asia's 50 Best Restaurants》 <Asia's 50 Best Restaurants>, https://www.theworlds50best.com/asia/en/list/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