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문학의 향기를 담아, 지금 <포르모사 문학관>의 문을 엽니다.
유랑의 작가이자 작사자 🌠
지금 듣고 계시는 노래는 1979년 발표된 타이완 가수 치위(齊豫)의 ‘올리브나무(橄欖樹)’입니다. 시적인 가사가 인상적이어서 타이완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구절쯤은 읇을 수 있을 만큼 사랑받는 명곡인데요. 작사자는 당시 중화권을 풍미했던 작가 산마오(三毛)입니다.
가사 일부를 함께 들어볼까요?
내가 어디서 왔는지 묻지 말아요
나의 고향은 먼 곳에 있어요
왜 떠도나요
먼 곳을 떠돌며, 또 떠돌아요
하늘을 나는 작은 새를 위해
산속을 흐르는 잔잔한 시냇물을 위해
넓게 펼쳐진 풀밭을 위해
먼 곳을 떠돌며, 또 떠돌아요
내 꿈속의 올리브 나무를 위해
바쁜 일상에 지칠 때, 혹은 삶의 방향을 잃어버릴 때, 먼 곳으로 떠나는 건 마음의 평안을 되찾는 한 가지 방법이죠. 특히 해외여행이 매우 편리한 지금은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일도 그리 어렵지 않은 시대입니다. 하지만 이 노래가 발표되던 당시, 타이완은 아직 계염령 체제 아래 있었고, 해외로 나가기 위해서는 정부의 허가가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유학이나 회사 파견, 이민 같은 특정한 목적만이 가능했기 때문에, 가사처럼 “먼 곳을 떠돌다”라는 것은 일반대중에게 꿈과도 같은 이야기였죠.
그런데 작사자 산마오의 삶은 말 그대로 ‘유랑’ 그 자체였는데요. 신비스러운 사하라 사막을 시작으로, 아프리카 북서쭉 해안에 있는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 라틴 아메리카까지 당시로서는 상상 속 공간과도 같았던 세계를 직접 떠돌며 살아갔습니다. 그리고 그 경험을 에세이로 풀어내며, 독자들에게 ‘꿈의 공간’을 선물했죠. 1991년 극단적 선택으로 47년의 삶을 마쳤지만, 그의 창작은 지금까지도 타이완을 넘어 중국과 동남아 등 중화권 전반에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요즘으로 치면 거의 아이돌 수준이죠.
산마오와 남편 호세 - 사진: 타이완문학관
이른바 ‘산마오 열풍’의 서막을 알린 에세이집 《사하라 이야기(撒哈拉的故事)》는 올해 출판 50주년을 맞아, 지난 3월 기념판으로 다시 출간되기도 했습니다. 1970년대 초 산마오의 사하라 생활을 우화처럼 담아낸 작품인데요. 기념판에는 산마오의 친필 원고뿐만 아니라, 당시 그가 직접 그린 사하라 집과 마을 지도까지 수록되어 있어,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산마오의 대표작 《사하라 이야기》가 출판 50주년을 맞아 기념판으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 사진: 보커라이
그럼 오늘은 타이완 ‘유랑문학’을 개척한 레전드 작가, 산마오의 이야기를 함께 만나보겠습니다!
섬세하면서도 열정적인 작가 ✨
사람은 글을 닮는다고 하죠. 작가 본인을 직접 만나지 않아도, 그의 글을 통해 어떤 사람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결국 창작이라는 것은 이렇게 솔직한 일이니까요. 산마오 작품을 담당하는 황관(皇冠)출판사의 쉬팅팅(許婷婷) 편집장은 산마오를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열정적이고 진지한 마음으로 자신의 섬세함과 예민함을 대중과 나누고, 우리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감정들을 기록하는 작가”
산마오라는 필명부터 흥미로운데요. 본명은 천마오핑(陳懋平)이지만, 가운데 ‘마오’자가 쓰기 어려워서 ‘천핑(陳平)’이라는 이름도 사용했습니다. 이후 신문에 사하라의 삶을 연재하면서 ‘산마오’라는 이름으로 정식 등단했는데요. 여기서 ‘마오(毛)’는 위안(元)화의 10분의 1을 뜻하는 아주 작은 단위입니다. 그래서 ‘산마오’란 자신을 “겨우 세 마오의 가치밖에 없는 존재”라고 여긴 자조적인 이름이죠. 이런 유머는 그의 글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2023년 타이베이시립미술관에 전시된 산마오의 사진들 - 사진: 안우산
문학에 구원받은 소녀 📖
하지만 그 유머 뒤에는, 오랜 시간 동안 기존 체계에서 배제되어 온 아이의 모습이 숨어 있습니다. 버려진 물건을 주워 놀던 산마오는 초등학교 때 ‘나의 장래희망’이라는 글에 ‘넝마주이’를 적었다가 선생님에게 크게 혼났습니다. 또 중학교 시절에는 수학을 잘하지 못해 교과서의 연습 문제를 모두 외운 후 만점을 받았지만, 오히려 커닝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게 되었는데요. 결국 선생님은 다른 문제로 다시 시험을 보게 했고, 산마오는 0점을 받았습니다. 선생님은 벌을 주기 위해 반친구들 앞에서 산마오의 얼굴에 커다란 ‘0’을 그리며 모욕을 줬습니다. 이 사건 이후 산마오는 깊은 우울증에 빠졌고, 학업을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산마오 - 사진: 황관(皇冠)출판사
다행히 그렇게 닫혀버린 마음은 문학을 통해 다시 열리게 되었습니다. 화가 구푸성(顧福生)의 소개로 산마오는 현대문학을 접하게 되고, 또 잡지에 글을 발표할 기회를 얻게 되었는데요. 구푸성이 산마오의 글을 문학지《현대문학》의 편집장이자 소설가 바이셴융(白先勇)에게 전달한 겁니다. 덕분에 산마오는 꾸준히 글을 발표하며 학업도 이어갔습니다.
대학 3학년 때, 산마오는 스페인 유학길에 올랐습니다. 거기서 훗날 《사하라 이야기》의 남주인공이 되는 호세(José)를 만나게 된 거죠. 하지만 8살이나 어린, 고등학생이었던 호세의 고백을 산마오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때 호세는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를 다녀오면, 우리 결혼하자”고 의기양양하게 말했지만, 산마오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넘겼고, 이후 유럽을 여행하며 자유로운 20대를 보냈습니다. 귀국 후 교직에 몸담으며 결혼을 앞둔 대상도 있었으나, 상대방이 심장병으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큰 상실을 겪은 산마오는 결국 다시 스페인으로 향하게 되었죠.



여행을 즐기면서 보냈던 산마오의 20대 - 사진: 타이완문학관
그 여정을 떠나기 전, 산마오가 작사한 ‘올리브나무’를 조금 더 들어보시죠.
사하라의 뜨거운 사랑 ❤🔥
6년의 시간이 흐른 후, 호세는 정말 약속대로 학업과 군복무를 마친 멋진 남자로 성장했습니다. 게다가 잠수 자격증까지 따내, 산마오에게 함께 잠수 여행을 가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런데 사하라 사막 여행을 예정하던 산마오는 응하지 않았죠. 두 사람의 인연이 다시 멀어지는 듯했지만, 결국 호세가 먼저 움직였습니다. 산마오를 붙잡기 위해 호세는 스페인령 사하라에 취직했고 산마오에게 편지를 보냈는데요. “너를 내 곁에 두려면, 너랑 결혼할 수밖에 없어. 그게 아니면 이 마음의 아픔은 평생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아” 이 편지는 곧, 그의 프러포즈였죠. 편지를 받은 그날 밤, 산마오는 사막에서 앞으로의 인생을 보내기로 결심했습니다.
2023년 타이베이시립미술관에 전시된 산마오의 유물들 - 사진: 안우산
산마오에게 호세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이 점입니다. “다른 사람 눈에는 미친 것 처럼 보일지라도, 호세에게는 그저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그와 함께 있으면 늘 즐겁다.” 두 사람은 마치 천생연분처럼 새로운 문화에 열광하고 낯선 세계를 탐험하는 데서 기쁨을 찾았습니다. 물질적으로는 부족해도 마음의 여유가 있었기에, 두 사람은 충분히 행복할 수 있었던 거죠.
산마오와 남편 호세 - 사진: 타이완문학관
하지만 현실적인 면도 있었습니다. 호세는 일 때문에 평일에 회사 기숙사에서 지내고 주말에만 집으로 돌아갔는데요. 혼자 남겨진 산마오는 점점 외로움에 빠졌습니다. 다행히 얼마 되지 않아, 타이완 3대 신문 중 하나인 ‘연합보’ 문화면의 초청을 받아, 사하라의 삶을 주제로 연재를 시작하게 된 겁니다. 첫 글 〈사막 속 식당(沙漠中的飯店)〉에서 사막에서 타이완 요리를 만들어 먹는 이야기가 소개되자,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습니다. 국제결혼에 이국적인 사막이 더해진 것은, 해외여행이 쉽지 않던 그 시절에 지금의 넷플릭스처럼 도파민이 넘치는 콘텐츠였죠. 이렇게 연재된 12편의 ‘사막 생존기’는 1976년 《사하라 이야기》로 묶여 출판되었고, 이를 통해 산마오는 단숨에 중화권을 대표하는 인기 작가로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사하라 이야기》 50주년 기념판에 수록된 지도 - 사진: 안우산
‘유랑’이란 새로운 도전과 기쁨 💞
산마오에게 ‘유랑’이란 매일 새로운 도전과 기쁨, 그리고 고난과 마주하는 삶이었습니다. 끊임없는 시도 속에서 인생의 재미가 비로소 만들어졌던 거죠. 하지만 이 말이 무색하게도, 호세는 결혼 5년 만에 잠수 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산마오의 삶에 더욱 짙은 비극의 색을 남기게 되었죠. 나머지 이야기는 다음주에 계속 전해드리겠습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三毛,《撒哈拉的故事》。
2. 〈流浪的橄欖樹──三毛逝世30週年紀念特展〉,台灣文學館。
3. 郭璈、楊德涵,「為何我們仍要繼續讀三毛?——與皇冠文化總編輯許婷婷聊三毛」,Verse。
4. 〈撒哈拉沙漠的傳奇女作家─三毛(1943-1991)〉,臺灣女人。
5. 〈永不結束的流浪——三毛逝世30週年紀念〉,皇冠出版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