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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향(香)에 취한 타이완…식을 줄 모르는 ‘고수’ 열풍

▲ 지난 12일(일) 신베이지역 도심 전통시장에서 한 상인이 고수를 팔고 있다. [사진= Rti 손전홍]
▲ 지난 12일(일) 신베이지역 도심 전통시장에서 한 상인이 고수를 팔고 있다. [사진= Rti 손전홍]

[*아래 글은 실제 당일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꼭 먹어야 할 타이완 전통 음식부터 각 지역 특산물과 현대 감각을 더한 퓨전 음식까지 타이완을 대표하는 음식을 직접 맛보고 생생하게 전해드리는 Rti한국어방송의 수요일 프로그램 랜선미식회입니다.  안녕하세요 랜선미식회 진행자 손전홍(sch@rti.org.tw)입니다.

타이완인에게는 친숙한 국민 채소지만

외국인들에겐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채소가 있습니다.

바로 고수가 그 주인공인데요.

고수는 특유의 진한 향과 아삭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입니다.

고수의 강렬한 향은

함께 먹은 다른 음식의 맛을 집어 삼키기도 하고,

입에 넣는 순간 특유의 강력하고 이국적인 맛이

혀를 깜짝 놀라게도 만듭니다.

이런 개성 강한 향 때문일까요?

고수는 공심채(空心菜)와 함께

타이완인의 국민 채소로 꼽히지만,

맛과 향이 무난한 공심채와 달리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대표적인 향신채죠.

깻잎이 특유의 강한 향과 까끌까끌한 식감 때문에

타이완과 미국 등등에서 처음에는 대접을 못 받다가

지금은 마니아가 생긴 것처럼,

고수 역시 찬찬히 들여다보면 푹 빠질 수 밖에 없는

타이완의 자랑스러운 향신채 중 하나입니다.

음식에 맵거나 향기로운 맛을 더하는 향신채는

외국인이 도전하기 쉽지 않지만

그 나라 고유의 향과 풍미를 느낄 수 있어

각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오늘 랜선미식회에선 타이완의 대표적인 향신채,

고수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한국의 깻잎처럼 타이완인들이 즐겨 먹는 국민 채소가

바로 타이완에선 샹차이(香菜)라고 부르는 고수입니다.

향기가 강하다는 점에서 깻잎과 비교하지만

타이완에서 샹차이, 고수는 깻잎 그 이상입니다.

한국 음식에 들어가는 매콤한 고추처럼

곱창국수(大腸麵線), 취두부(臭豆腐)를 비롯해 갖가지 음식에

샹차이 고수가 골고루 들어갑니다.

그만큼 타이완에서 폭넓게 사랑 받죠.

고수는 타이완에서 보통 향기로운 풀이라는 뜻의 샹차이(香菜)라고 불리지만,

위안쇠이(ㄩㄢˊ ㄙㄨㄟ), 후쇠이(),

위안치엔(芫茜), 옌쉬(鹽須) 등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립니다.

그런데 고수는 사실 타이완 토종 채소는 아니에요.

고수는 저 멀~리 지중해에서 건너온 녀석이죠.

원산지는 지중해, 그 중에서도 고대 그리스 문명이 발달했던

연안 지역으로 추정되는데,

이건 고수의 영어 이름인 코리앤더(coriander)에서도 확인할 수 있어요.

어원이 고대 그리스어 코리스에서 비롯됐는데요.

그리스어로 코리스는 흔히 빈대(bed bug)를 가리켜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지만

실은 냄새나는 벌레라는 뜻으로

샹차이, 즉 고수 특유의 향기가 이 벌레 냄새와 비슷했던 모양이에요.

독특한 향기 때문에 기원전 2,000년 전부터

서양에서는 고수를 음식의 맛과 향을 북돋고,

식용을 증진시키는 향신료나

술을 만드는 데 널리 썼다고 하는데

실제로 고대 이집트의 람세스 2세의 무덤에서

고수의 종자가 발견될 정도로 오래 전부터 사용되었어요.

고대 그리스와 이집트에서도 약용으로 쓰였고,

로마시대에는 고기의 방부제로,

중세에는 미약이나 최음제로 사용되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고대 서양에서 약초로, 향신료로 널리 쓰인 고수는

실크로드를 따라 중국 전역에 퍼졌고,

중국 남부 지방을 거쳐 타이완 섬으로 들어오게 됐는데,

타이완 사람들은 특이하게 씨앗보다는

신선한 고수 잎을 즐겨 먹었어요.

예부터 고수 잎은 국물 요리에 맛과 향을 더하고,

기름진 음식에 색깔을 내어 식욕을 증진시키고

고기의 잡내를 없애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죠.

흥미로운 건, 고수라도 다 같은 게 아니라는 거에요.

농업부 농량서에 따르면 타이완의 고수는 크게

'대엽(大葉)' ' 소엽(小葉)' 두 종류로 나뉩니다.

잎이 큰 대엽은 이름처럼, 키가 크고

쑥쑥 잘 자라서 수확량이 많고,

반면에 잎이 작은 소엽은 키는 좀 작지만

향이 훨씬 더 강하다고 하네요.

여러분이 타이완 식당에서 만나는 그 강렬한 향기는

아마 향이 훨씬 더 진하고 강렬한 이 '소엽'일 가능성이 높겠네요.

타이완 국민 채소, 샹차이

고수는 타이완 전국에서 일 년에 약 1,967톤 정도가 생산된다고 하니,

정말 어마어마한 양이죠?

그럼 이 많은 고수가 타이완 어디서 오는지 궁금하시죠?

바로 타이완 중부에 위치한 '장화(彰化)'와 윈린(雲林)입니다.

특히 중화민국, 타이완 고수 생산의 핵심 장화는

전국 고수 생산량의 약 65% 이상을 책임지는 최대 주산지입니다.

그리고 ▲베이도우(北斗)▲시저우(溪州)

▲피터우(埤頭)▲얼린 (二林)

장화의 이 지역들이 주 생산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장화의 '베이도우(北斗)'를 주목해야 합니다.

타이완에는 예부터 첫째는 타이난(一府)둘째는 루강(二鹿)

셋째는 멍자(艋舺)넷째는 베이도우(四寶斗)”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네 번째로 번성했던 무역의 중심지가 바로 베이도우인데

청나라 초기부터 고수를 재배하기 시작한 베이도우는

무역의 중심지에서 지금은 '고수의 성지'로 불립니다.

놀라운 수치도 알려드릴게요.

여름철에는 전국 고수 생산량의 약 80% 이상이

장화의 베이도우에서 나옵니다.

추운 겨울에는 무려 90% 이상,

바꿔 말해 100% 가까이가 다

베이도우산 고수라는 거에요.

엄청나죠?

고수는 씨를 뿌리고 물만 잘 주면

3주 정도 후에 떡잎이 나온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키우기 꽤 까다로운 작물이에요.

농민들은 일 년 내내 신선한 고수를 공급하기 위해

매년 땅을 바꿔가며 심고,

뜨거운 여름엔 볏짚을 덮거나 차광막을 설치해 온도를 낮춰줍니다.

우리가 야시장이나 길거리에서

곱창국수 위에 가볍게 얹어 먹는

고수 한 잎에 타이완 농민들의 엄청난 정성이 숨어 있는 셈이죠.

고수는 사계절 내내 볼 수 있지만,

가장 맛있는 시기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타이완의 추석이죠?

중추절 이후부터 이듬해 청명절 전까지가 제철이에요.

특히 음력 설, 춘절 전후에 수확하는

샹차이, 고수가 품질이 가장 좋아요.

민트초코 논쟁 전부터 있었던 고수 논쟁!

고수에서 나는 특유의 향 때문에

못 먹는 사람이 의외로 많은데

사실, 이건 편식이 아니라 ‘유전자’ 때문이었습니다!

좀 더 정확히는 후각수용체 유전자의 차이에 있습니다.

후각수용체는 후각 능력을 결정짓는 요인입니다.

후각수용체의 종류와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후각 민감도가 높아지죠.

대표적으로 개는 인간보다 향을 감지하는

이 후각수용체의 종류와 수가 더 많아 후각 능력이 뛰어납니다.

미국 유전자 분석 전문 기업 ‘23andMe’가 실시한 유전학 테스트에 따르면

후각수용체 유전자 OR6A2에 변이가 있는 사람은

고수에 있는 알데하이드이라는 성분을 민감하게 감지해서

고수에서 불쾌한 맛과 향을 느낀다고 해요.

누군가는 없어서 못 먹는 걸,

다른 이는 불쾌하다고까지 느끼는 게 유전적 차이 때문이라니,

이렇게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논쟁의 소재,

샹차이, 고수

홍보 마케터들이 놓칠 리 없겠죠?

올해 만우절, 타이완 국내 외식업계는

마치 짠 것처럼 '고수'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습니다.

무려 10개가 넘는 브랜드가 고수를 활용한 신제품을 쏟아냈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 '만우절'이었을까요?

전통적인 명절 마케팅이 '할인'에 집중한다면,

만우절 마케팅은 반전과 재미에 집중합니다.

한마디로 브랜드 입장에선 만우절은

평소라면 감히 시도하지 못했을

파격적인 상품을 테스트해보는 일종의 테스트베드인 셈이죠.

만약 반응이 좋으면 대박이고,

반응이 너무 나빠도 "에이, 만우절 깜짝 이벤트입니다~"라며

가볍게 웃어넘길 수 있는 '면죄부'가 주어지거든요.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주지 않으면서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필 수 있는 절묘한 타이밍인 거죠.

어쨌든 만우절을 겨냥한 고수 제품 라인업은

정말 화려했습니다.
가장 공격적이었던 건 편의점 세븐일레븐이었어요.

고수 시리즈 중 반응이 좋았던 건

고수 김이 들어간 랜덤 삼각김밥과 매콤 소스 고수 치킨 파스타(香菜辣醬雞肉義大利麵),

고수 땅콩 콘 아이스크림(花生香菜筒冰淇淋) 등이었는데,

한 브랜드에서 이렇게 집중적으로 고수 제품을 낸 건 정말 이례적이에요.

그뿐인가요?  

아침 식사 전문 프랜차이즈 마이웨이덩(麥味登) '고수 튀김만두(香菜炸餃)',

KFC와 도리토스가 협업한 '고수 에그타르트',

그리고 미쉐린 빕구르망이 인정한 문문(Moon Moon,雙月) '고수 폭탄 바지락 닭탕(香菜加爆蛤蜊雞湯)까지!

이게 어울려?’ 싶은 파격적인 조합의 고수 제품들이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제대로 건드렸습니다.

▲ 고수 열풍이 식지 않고 확산하는 모양새다. 아침식사 전문 프랜차이즈 마이웨이덩이 만우절을 겨냥해 기간 한정 출시한 ‘고수 튀김만두’. [사진출처= 마이웨이덩 홈페이지]

올해 만우절 '고수 전쟁'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큽니다.

단순한 신제품 출시를 넘어섰다는 거에요.

고수를 좋아하는 사람과 극혐하는 사람이

댓글창에서 뜨겁게 투닥거리는 그 순간,

브랜드는 막대한 광고 효과를 얻은 동시에

", 이 브랜드 진짜 일 잘하네?",

"이걸 진짜 만들었다고?" 같은 반응들이 모여

브랜드에 대한 강렬한 인상을 남기게 되니깐요.

누군가에겐 최고의 향기,

누군가에겐 피하고 싶은 불쾌한 맛과 향...

하지만 이 극명한 차이가 오히려

우리를 하나로 묶는 재미있는 대화의 소재가 된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면서도 즐겁지 않나요?

정답만 있는 세상보다는,

가끔은 이런 엉뚱하면서도 유쾌한 오답 같은 시도들이

우리 일상을 조금 더 말랑말랑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오늘 엔딩곡은 쉬샤오화(徐小花)

'함께 고수 먹어요(一起吃香菜)' 준비했습니다.

이 노래 들으시면서,

오늘 저녁, 용기 내어 고수 한 입 도전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혹시 모르죠, 나도 몰랐던 새로운 취향을 발견하게 될 지도요!

Rti 한국어방송의 수요일 프로그램 랜선미식회, 오늘 준비한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진행에 손전홍이었습니다. 저는 다음주 수요일 이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청취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 참고자료

415() 랜선미식회 삽입곡[BGM :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Herbert von Karajan)& 베를린 필하모닉(Berliner Philharmoniker)- 베버: 무도회의 권유 작품번호 65 (Weber: Aufforderung zum Tanze (Invitation To The Dance), Op.65, J. 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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