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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식 순례길 ① 바이사툰(白沙屯) 마주여신과 함께 걷는 초여름 🧨

바이사툰 마주여신 순례행사 - 사진: 위키백과
바이사툰 마주여신 순례행사 - 사진: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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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여신 순례 시즌! 🧨

날씨가 갑자기 여름처럼 더워진 4월 말입니다. 음력으로는 3월 초, 봄의 마지막 절기인 곡우가 막 지난 시기인데요. 이 무렵이 되면 겨울의 차가운 기운이 거의 사라지고, 대신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죠. 이 따뜻함과 함께, 타이완의 연례 종교 행사 ‘마주여신 순례(媽祖徒步遶境與進香)’ 시즌도 시작됩니다.

타이완에는 “음력 3월이면 마주여신에 열광한다(三月痟媽祖, sann--gue̍h siáu Má-tsóo)”라는 속담이 있는데요. 음력 3월 23일(오는 5월 9일) 마주 생신 전까지, 타이완 전역에서는 크고 작은 행사가 열립니다. 이중에서 특히 마주가 자신의 관할 지역을 돌며 신도들을 살피는 ‘요경(遶境)’, 그리고 다른 마주묘를 찾아가는 ‘진향(進香)’, 두 행사가 가장 중요합니다.

먀오리(苗栗) 퉁샤오(通霄) 바이사툰(白沙屯)의 궁톈궁(拱天宮) - 사진: 위키백과

대표적인 요경 행사로는 윈린(雲林) 베이강(北港)의 차오톈궁(朝天宮)이 있고요. 진향 행사로는 먀오리(苗栗) 퉁샤오(通霄) 바이사툰(白沙屯)의 궁톈궁(拱天宮)과 타이중(台中) 다자(大甲)의 전란궁(鎮瀾宮)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세 행사는 모두 타이완의 무형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으며, ‘3대 마주 순례’로 불립니다.

마주의 계절을 맞아, 오늘부터 2주간 타이완의 3대 순례 현장 속으로 함께 떠나보겠습니다!


참가 신청자만 해도 46만 명❗

마주여신은 흔히 ‘바다의 여신’으로 불립니다. 17세기 중국대륙 한족 이민들과 함께 타이완으로 전해졌는데요. 자연재해와 전염병, 민족 간 충돌이 잦던 그 시절, 마주는 마을의 평안을 지켜주는 중요한 정신적 상징이었죠. 시간이 흐르면서 오늘날에는 타이완 전역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숭배되고 있습니다. 또 어머니 같은 이미지 때문에 마주 신앙은 단순히 신과 인간의 관계를 넘어, 아머니와 자식처럼 매우 친근한 관계로 발전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성대한 순례 역시 일종의 ‘어머니날 행사’로 볼 수 있죠.

가장 먼저, 어제(21일) 7박 8일의 일정을 마무리한 바이사툰 순례부터 살펴봅니다. 올해 참가 신청자는 약 46만 명으로, 지난해보다 13만 명이나 늘어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라이칭더(賴清德) 총통도 12일 바이사툰 궁톈궁을 찾아, 마주를 신단에서 모시고 나와, 가마를 정화하는 의식에 직접 참여했는데요. 이러한 축복 속에서, 순례 행사는 13일 새벽 힘차게 시작되었습니다.

마주 신상을 신단에서 모시고 나오는 라이칭더 총통 - 사진: CNA

불과 10년 전만 해도, 바이사툰 순례의 신청자는 3만 명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초대형 행사로 성장하게 된 걸까요? 사찰과 브랜드의 콜라보 굿즈, 그리고 SNS 확산도 영향을 미쳤지만, 무엇보다 ‘참가 신청의 의미 변화’가 큰데요. 순례는 별도의 신청 없이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신청을 하면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과거에는 한 가정에서 한 명만 대표로 신청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참가 신청 자체를 ‘마주의 보우를 받는 방식’으로 여기면서 신청자 수가 크게 늘어나게 된 겁니다.


정해진 일정도, 코스도 없는 도보 순례 🚶‍♂

수십만 명이 함께하는 행사지만, 단순한 걷기는 아닙니다. 정해진 경로 없이, 오로지 마주의 뜻에 따라 약 300~400km 도보로 이동해야 하는데요. 대략적으로는 먀오리에서 출발해, 타이중과 장화(彰化)를 거쳐 위린 차오톈궁까지 간 후, 다시 돌아오는 여정입니다. 이는 타이완 마주 순례 중에서도 가장 긴 거리로 꼽힙니다. 한국으로 치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이동하는 거리와 비슷한 수준이죠.

일정 역시 매년 달라집니다. 매년 음력 12월 15일, ‘교 던지기(擲筊, 신의 뜻을 묻기 위해 반달 모양 목판 2개를 던지는 의식)’로 출발 시기와 기간이 정해지며, 보통 6일에서 12일 정도 이어집니다. 물론 하루나 이틀만 참여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체력 관리와 건강 준비는 필수합니다.

지난 15일 바이사툰 마주의 가마가 장화를 지나자, 많은 신도들이 가마 밑에서 복을 받기 위해 바닥에 엎드려 기다리고 있다. - 사진: CNA


마주의 ‘인적 네트워크’ 🧑‍🧑‍🧒

그런데 왜 다른 마주묘를 방문하는 건가요? 이는 바이사툰 순례의 역사에서 유래되었습니다. 18세기, 바닷가 마을 바이사툰에는 이미 마주신앙이 자리 잡고 있었지만, 정식 사찰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신도들은 민가에서 모셔진 마주 신상을 중심으로, 매년 도보로 윈린에 있는 큰 마주묘 차오톈궁까지 이동해, 신상의 신통력을 보충하는 전통을 이어왔습니다. 이후 신도 수가 늘어나면서 궁톈궁은 1863년에 세워졌는데요. 다시 말해, 궁톈궁보다 바이사툰 순례의 역사는 훨씬 더 오래된 겁니다.

현재 궁톈궁에는 세 분의 마주가 모셔져 있습니다. 가장 중심이 되는 ‘큰 마주(大媽)’는 과거 민가에서 모셔졌던 바로 그 신상으로, 순례 행사의 주인공입니다. 큰 마주가 순례를 떠나면, ‘둘째 마주(二媽)’와 ‘셋째 마주(三媽)’가 사찰을 지키고요. 큰 마주가 돌아온 다음 날에는, 둘째 마주가 사찰 주변을 돌며 ‘요경’ 의식을 진행합니다. 또 큰 마주는 순례가 끝난 12일 후에야 다시 모습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바이사툰 궁톈궁의 큰 마주(우) - 사진: CNA 

큰 마주를 모신 가마는 핑크색 방수포로 덮여있고, 이동속도도 빨라 ‘핑크 슈퍼카(粉紅超跑)’라고도 불리는데요. 이 독특한 매력을 느껴보기 위해, 가수 린산(林姍)의 ‘핑크 슈퍼카’를 함께 들어보시죠!

‘핑크 슈퍼카’로 불리는 바이사툰 마주 가마 - 사진: CNA


마주의 신도 ‘향등각(香燈腳)’ 🧎🏻‍♀

마주 신앙에서 마주를 직접 모시는 일은 최고의 영예로 여겨지는데요. 그렇다면, 이 핑크 슈퍼카를 메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바로 순례에 참여하는 신도들, 이른바 ‘향등각(香燈腳)’입니다. ‘향’과 ‘등’은 마주에게 바치는 공물, ‘각’은 구성원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사찰 측에 따르면, 남녀노소 누구나 지원할 수 있지만, 가마를 직접 메기 위해서는 역시 교 던지기를 통해 마주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일반 신도들에게 향등각 지원은 신앙을 실천하는 방법이지만, 현지 남성에게는 성인식의 일부입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징집을 앞둔 남성들이 궁톈궁을 찾아 마주의 보호를 기원하던 전통에서 비롯되었는데요. 무사히 돌아온 후 순례에 참여하며 감사를 표하는 문화로 이어진 것입니다.

궁톈궁 광장에 모인 신도들 - 사진: CNA

수십만의 향등각과 참여 신도들을 위해 행진 길 곳곳에서는 주민들과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보급을 제공합니다. 마치 마라톤 대회처럼 음식과 음료는 물론, 진통용 파스까지 준비되어 있습니다. 마주 가마가 머무는 상점에서도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데, 올해는 세븐일레븐에서 무료 차예단(茶葉蛋)과 커피를 제공했습니다. 또 걷다가 너무 피곤하면, 주민들이 운영하는 ‘무료 차량’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인간미가 넘치는 이벤트죠.

참고로, 바이사툰 향등각은 출발 3일 전부터 채식을 해야 하고, 출발 이후에는 특별한 제한이 없습니다. 반면, 다자 순례의 경우 전 일정 동안 채식을 유지해야 합니다.


곧 등장할 마주여신 순례들 ✨

카니발 같은 마주 순례행사는 타이완만의 특별한 문화죠. 핑크 슈퍼카에 이어, 다자 전란궁 순례는 지난 17일부터 오는 26일까지, 베이강 차오톈궁 순례는 오는 5월 5~6일 진행됩니다. 다음 시간에는 계속해서 두 순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오늘 <랜드마크 원정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白沙屯媽祖徒步進香〉,臺灣宗教百景。
2. 〈媽祖信仰——三月痟媽祖〉,臺灣民俗文化工作室。
3. 〈白沙屯媽祖進香-香燈腳〉,國家文化記憶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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