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문학의 향기를 담아, 지금 <포르모사 문학관>의 문을 엽니다.
문학x음악 🎶 독서 뮤직 페스티벌
날씨가 점점 더워지면서 음악에 대한 열정도 한층 뜨거워지고 있는 요즘입니다. 타이완 뮤직 페스티벌 시즌을 맞아, 음악을 다양한 요소와 접목한 행사들도 잇따르고 있는데요.
지난 18~19일 타이베이의 예술 마을 ‘바오장옌(寶藏巖)’에서는 독립서점과 인디밴드들이 한 자리에 모인 ‘독서 뮤직 페스티벌(獨書祭)’이 열렸습니다. 주최 측인 ‘히안라우 책방(現流冊店)’을 비롯해, 타이베이 다다오청(大稻埕)의 ‘궈이메이 서점(郭怡美書店)’, 타이완 최초의 독립 만화 서점 ‘망가식(Mangasick)’, 홍콩인이 운영하는 ‘노웨어(飛地nowhere)’까지 총 24곳의 독립서점이 참여해, 대형 도서전과는 또 다른 친근한 매력을 선보였습니다.
▲관련 프로그램:
앉는 순간 시간이 잠드는 곳... 다다오청 ‘궈이메이 서점(郭怡美書店)’
이 가운데, 문학을 음악으로 풀어내는 ‘작가-뮤직션 공연’ 코너가 특히 주목받았습니다. 서로 다른 예술 형식이 어루러지며, 인상적인 시너지를 만들어냈는데요. 타이완의 음악대상 금곡장(金曲獎)에서 최우수 타이완어 여가수상을 수상한 정이눙(鄭宜農)은 신세대 시인 원뤄차오(温若喬)와 함께 무대에 올라 타이완어가 지닌 고유한 아름다움을 전했고요. 또 문학과 음악을 넘나드는 밴드 촌사람(裝咖人)은 전설적인 음악 프로듀서 천밍장(陳明章)과 함께 무대를 꾸미며 현장 분위기를 뜨겁게 달구었습니다. 지금 듣고 계시는 노래는 그날 공연에서 선보인 노래, 천밍장이 작사·작곡한 명곡 ‘쫓고 쫓고 또 쫓고(追追追)’입니다.
멋진 퍼포먼스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한 대담 프로그램도 마련되었습니다. 역사와 예술, 문학과 과학, 야구와 음악, 러닝과 암벽 등반, 폭넓은 주제를 아우르며 관객들과 만났는데요. 이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끈 프로그램은, 바오장옌에서 신뎬강(新店溪)을 따라 달리는 러닝 행사였습니다. 작가 장후이징(張惠菁)과 구위링(顧玉玲)이 시민들과 함께 달리며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으로, “영감이 떠오르지 않을 땐, 일단 뛰어보자”라는 메시지를 전했는데요. 문학 창작을 운동과 결합한 신박한 시도였죠.
이틀간 이어진 이번 행사는 타이완 문학의 매력을 한층 끌어올리며, ‘21세기 르네상스’라는 평가까지 받았습니다. 그 중심에는 독립서점 ‘히안라우 책방’이 있는데요. 올해로 설립 4년째를 맞은 이 서점은 2023년부터 ‘독서 뮤직 페스티벌’을 꾸준히 이어오며, 문학과 음악이 만나는 장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다채로운 시도 덕분에 타이완 문학의 향기도 더욱 짙어지고 있습니다.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시원한 바람이 스치는 오늘은 ‘히안라우 책방’으로 함께 가보겠습니다!
2026 독서 뮤직 페스티벌 메인 비주얼 - 사진: 페이스북@現流冊店 hiān-lâu tsheh-tiàm
운영자 타이완x말레이시아 커플 👩❤️👨
히안라우 책방의 시작에는 문학과 음악을 사랑하는 두 청년이 있습니다. 구가(九歌)출판사에서 마켓팅과 편집을 맡은 홍페이저(洪沛澤), 그리고 언론과 콘텐츠 산업에서 활동한 말레이시아 출신의 린제산(林潔珊)인데요. 두 사람은 직장에서 만나 연인이 되었고, 같이 서점을 열겠다는 꿈을 키웠습니다. 처음에는 정년 이후에야 이룰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우연히 마음에 드는 공간에 임대 안내가 붙은 것을 보고, 계획을 조금 앞당기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3개월간의 준비를 거쳐, 아늑한 히안라우 책방은 2022년 연말 문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런 궁금증도 들죠. 출판업이 전반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이미 관련 업계에서 일하던 두 사람이 왜 굳이 독립서점을 선택했을까. 이에 홍페이저는 오픈북(OPENBOOK閱讀誌)과의 인터뷰에서 “출판사에서 할 수 없는 일은 서점에서 할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린제산 역시 모교인 동화(東華)대학교의 간행물(人社東華)에서 “지난 몇 년간 우리가 만난 흥미로운 사람들과 일들을 담아낼 공간이 있다면, 그 답은 서점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이들에게 서점은 문학과 사람이 만나고, 또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하나의 ‘생각의 공간’인 거죠.
그날 잡은 가장 신선한 어획물 🐟
서점 이름 ‘히안라우(hiān-lâu)’는 타이완어로 ‘그날 잡아 올린 신선한 어획물’을 뜻하는데요. 타이완 문학을 생선에 비유해, 가장 신선한 작품을 골라 독자들에게 건네겠다는 의미입니다. 또 문학에만 머무르지 않고, 음악과 역사, 영화, 공공 이슈까지, 다채로운 콘텐츠가 흐르고 만나는 공간이기도 한데요. 서점 곳곳에 놓인 음반과 포스터, 소장물 등도 두 사람의 취향과 감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어획물이 있는데, 바로 음식입니다! 서점 운영을 위해 린제산은 가장 자신 있는 말레이시아식 카레를 메뉴에 올렸습니다. 고향의 기억과 그리움을 담은 덕분일까요, “서점이라기보다 카레집에 더 가깝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맛있기로도 유명합니다. 이 밖에도 말레이시아를 대표하는 음료 ‘공룡 마일로’부터 타이완의 차와 커피, 맥주, 디저트까지 다양한 메뉴가 제공되어 있습니다.
히안라우 책방의 시그니처 음료 ‘공룡 마일로’ - 사진: 히안라우 책방 홈페이지
이어서 서점의 아늑한 분위기와 잘 맞는 노래 한 곡 함께 들어보시죠. 정이눙의 ‘사람은 어떻게 언어를 배우는가(人如何學會語言)’입니다.
자연문학 대가 우밍이 작가와의 인연 🍃
이 노래는 작가 우밍이(吳明益)의 동명 소설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곡으로, 언어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또 누군가에게 이해받고 싶은 마음을 담고 있는데요. 문학과도 닮아 있는 이야기죠.
사실 히안라우 책방은 타이완의 자연문학 대가 우밍이와도 깊은 인연이 있습니다. 서점의 공동 운영자인 린제산이 바로 작가의 학생이기 때문인데요. 린제산은 그동안 서점에서 열린 행사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으로 우밍이 작가의 신간 발표회를 꼽았습니다.
2023년 우밍이가 소설 《해풍 호텔(海風酒店)》을 출간할 때, 출판은 독립출판사에 맡겨졌고, 초판은 오직 독립서점에서만 판매되었습니다. 이는 대형 출판사와 유통망이 시장을 독점하는 구조에 대한 하나의 문제 제기였던 거죠. 당시 우밍이 작가는 린제산에게 이런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대형 유통망은 출판사에 사인본과 특별판을 요구해요. 작가는 독자를 보지 못한 채 수백 권의 책에 사인을 하고, 독자는 편의점에서 그 차가운 사인본을 받아들죠.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없어요. 근데 사인이란 작가가 독자를 직접 마주하고 그의 이름을 듣고 적는 게 아닐까요?”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우밍이 작가는 직접 차를 몰고 타이완 전역의 독립서점을 찾아다니며 독자들과 대면했습니다. 56일간 무여 86회의 강연이 펼쳐졌고, 히안라우 책방 역시 그 여정 중 한 곳이었죠. 그 자리에서 우밍이 작가는 이 서점이 자신의 학생이 운영하는 공간이라는 사실을 알고 미소를 지었다고 합니다. 이런 만남이야말로, 독립서점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겠죠.
독립출판을 선택한 우밍이의 소설 《해풍 호텔》 - 사진: 小小書房 출판사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이 아니다 🎨
린제산과 홍페이저는 그동안 쌓아온 인연을 바탕으로 다양한 행사와 프로젝트를 이어왔습니다. 그리고 2023년 연말, 문화부의 지원을 계기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되었는데요. 독립서점은 단순히 머무는 공간이 아니라 끊임없이 움직이고 확장되는 장소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문학과 음악을 결합한 ‘독서 뮤직 페스티벌’을 시작하게 되었죠.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시도는 바로 두 사람이 처음 서점을 꿈꾸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또 2년간 운영의 운영을 거쳐, 히안라우 서점은 2024년 다다오청 쪽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다다오청은 타이베이에서 손꼽히는 역사와 문화의 공간으로, 독립서점과 특히 잘 어울리는 동네인데요. 골목 안에 자리한 서점 주변에는 차집과 빵집이 나란히 있고, 맞은편에는 공원과 절이 자리해 있어, 환경이 아주 그윽합니다.
공원 맞은 편에 있는 히안라우 책방 - 사진: 히안라우 책방 홈페이지
독립서점이 존재하는 의미 ✨
독립서점의 생존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많은 이들이 열정을 가지고 이 공간을 지켜가고 있습니다. ‘독서 뮤직 페스티벌’이 해마다 규모를 넓혀가는 것처럼, 타이완의 문학과 출판 역시 새로운 형태로 계속 빛나고 있죠. 앞으로 다다오청을 찾게 된다면, 히안라우 책방에 들러 가장 ‘싱싱한’ 책 한 권을 골라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邱祖胤,「2026獨書祭18日登場 到寶藏巖聽音樂、聞書香」,中央社。
2. 林華美、陳琣淇,「現流冊店 台灣文學與獨立音樂的巧妙交集」,生命力新聞。
3. 林潔珊,「我們盤算著如何開一家書店」,人社東華。
4. 「閱讀隨身聽S9EP5》現流冊店洪沛澤、林潔珊/被文學書店耽誤的咖哩店&音樂祭(喂~)ft. 獨書祭」,OPENBOOK閱讀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