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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식 순례길 ② 지역사회와 맞닿은 다자(大甲) 마주 순례 🙏

지난 17일부터 26일까지 8박 9일 간 행진한 '다자 마주 순례'- 사진: CNA
지난 17일부터 26일까지 8박 9일 간 행진한 '다자 마주 순례'- 사진: C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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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여신들의 정상회의 👸

먀오리(苗栗) 바이사툰(白沙屯) 마주여신 순례행사에 이어, 타이중(台中) 다자 전란궁(鎮瀾宮) 마주 순례도 지난 26일 막을 내렸습니다. 이로써 올해 타이완의 양대 마주 ‘진향(進香)’ 행사가 모두 마무리되었는데요. 여신의 가호 속에, 앞으로의 날들도 보다 순조롭게 펼쳐지길 기대해 봅니다!

올해는 특히 두 순례 일정이 겹쳐서, 이른바 ‘마주여신들의 정상 회의’에도 큰 관심이 쏠렸죠. 지난 13일 먼저 출발한 바이사툰 마주는 타이중을 지나면서 전란궁에 머물러 상징적인 만남을 이뤘고요. 이어 다자 마주는 17일 저녁 8박 9일의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다음 날인 18일에는 해안선을 따라 장화(彰化)로 향하면서, 환궁 중이던 바이사툰 마주와 다시 만날 가능성도 있었지만, 아쉽게도 노선이 엇갈렸습니다.

지난 13일 다자 전란궁에 머문 바이사툰 마주 - 사진: CNA

마주여신들의 만남은 ‘기쁜 일이 겹친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에, 신도들에게는 더욱 특별한 순간입니다. 특히 정해진 경로 없이 행진하는 바이사툰 순례의 특성상, 이런 만남은 늘 ‘운명’으로 받아들여지죠. 돌이켜보면, 두 마주는 2004년부터 2007년까지 4년 연속으로 행진 중 만난 기록이 있습니다. 거의 20년 만에 기대를 모았던 만큼, 이번 불발은 더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정치인 총출동 🗳️

또 타이완 지방선거를 7개월 앞두고, 정치권의 움직임도 눈에 띄었는데요. 지역 사회와 밀접하게 연결된 순례 행사는 사실상 ‘선거 전초전’으로도 여겨집니다. 지난 12일 바이사툰 순례 발대식에서는 라이칭더(賴清德) 총통이 여당 민진당 후보들과 함께 참석했고, 차기 대선의 유력 후보로 알려진 제1야당 국민당 소속 루슈옌(盧秀燕) 타이중시장도 같은 자리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여기에 제2야당 민중당의 커원저(柯文哲) 전 당대표와 황궈창(黃國昌) 현 당대표, 그리고 차이잉원(蔡英文) 전 총통까지 대표적인 정치인들이 잇따라 행진에 참여했죠.

반면, 국민당 색채가 비교적 강한 다자 순례에서는 정리원(鄭麗文) 국민당 당대표와 한궈위(韓國瑜) 입법원장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는데요. 여당 측 인사는 제한적으로 참여했지만, 라이 총통이 보낸 꽃바구니가 눈에 띄는 자리에 놓이며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이처럼 마주 순례는 단순한 종교 행사를 넘어, 정치와 민심이 교차하는 중요한 장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지난 17일 다자 마주 순례 발대식에 참석한 정치인들 - 사진: CNA

그럼 마주여신 순례 특집의 두 번째 시간, 타이중 다자 순례 현장으로 함께 떠나보시죠!


‘P’여신과 ‘J’여신 💃

다자 순례는 바이사툰 순례와 같이, 한 사찰에서 다른 사찰로 향하는 ‘진향’ 행사입니다. 처음에는 보다 큰 사찰에서 신통력을 받아와 현지 주민을 수호한다는 의미에서 시작되었데요. 하지만 다자 전란궁과 바이사툰 궁톈궁 모두 영향력 있는 중심 사찰로 자리매김하자, 이런 위계적 의미는 점차 사라지고, 이제는 ‘마주 자매를 방문한다’는 의미로 변화했습니다.

올해 무려 46만 명의 참가 인원을 기록한 바이사툰 순례가 예측 불가능성과 SNS 확산으로 주목받는다면, 다자 순례는 국제적으로도 잘 알려진, 체계와 전통을 갖춘 행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금 가볍게 표현하자면요. 정해진 코스 없이 움직이는 바이사툰 마주는 MBTI로 ‘P’, 다자 마주는 계획적인 ‘J’에 가깝다고 볼 수 있겠죠.


순례 목적지 변화 ⏲

다자 순례의 시작은 1770년, 전란궁의 전신인 다자 톈허우궁(天后宮)이 세워진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후 매년 정월 대보름에 순례 날짜를 정하고, 전란궁에서 출발해, 장화와 윈린(雲林)을 거쳐 자이(嘉義) 신강(新港)의 펑톈궁(奉天宮)까지 행진합니다.

📍 중국 푸젠 푸톈 메이저우섬

그런데 펑톈궁으로 가는 것은 1988년 이후부터인데요. 원래 목적지는 바이사툰 순례와 같은 위린 베이강(北港)의 차오톈궁(朝天宮)이었습니다. 18세기 초, 중국대륙 푸젠(福建) 푸톈(莆田) 메이저우섬(湄洲島)에서 건너온 이주민들이 다자에 정착한 후, 고향의 마주 신앙을 들여왔고, 신통력을 이어가기 위해 12년에 한 번씩 다시 메이저우섬을 찾아 향불을 가져오곤 했습니다. 이 전통이 바로 오늘날 순례 문화의 원형이 된 거죠.

📍 윈린 베이강 차오톈궁

일본 식민지 시대에인 1920년대에 들어, 항운 현대화 정책으로 타이완 민간의 중국대륙 왕래가 금지되면서 순례 목적지는 베이강 차오톈궁으로 변경되었습니다. 당시 일부 신도들은 소 거래를 위해 베이강의 우시장, 이른바 ‘우허(牛墟)’를 찾곤 했는데요. 이 길에 차오톈궁을 함께 참배한 겁니다. 참여 신도가 많아짐에 따라 점차 지금의 순례 형태로 발전되었죠.

그리고 이 지방 행사가 전국적인 축제로 도약한 계기는 1984년 다큐멘터리 <친정에 간 다자 마주(大甲媽祖回娘家)>인데요. 타이완 향토문학의 대표 작가 황춘밍(黃春明)과 사진가 장자오탕(張照堂)이 함께 작업한 작품입니다. 영상의 힘이 만들어낸 변화였습니다.

이어서 노래로 다주 순례의 열기를 함께 느껴보시죠. 장위웨이(張羽偉)의 ‘다자 마주(大甲媽祖)’입니다.


다자 마주 주체성 되찾는 과정 💪

다큐멘터리 속 “친정에 간다”는 표현은 언론을 통해 다자 순례의 대명사가 되었지만, 사람들 사이에서 베이강 차오톈궁이 다자 마주의 ‘친정’으로 여겨지면서 논란도 불거졌는데요. 다자 마주의 향불은 마주여신의 고향인 푸젠 메이저우섬에서 모셔온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전란궁 측은 자신의 뿌리를 규명하고자 움직이기 시작했죠.

📍 자이 신강 펑톈궁

1987년 타이완의 계엄령 해제와 양안 교류 개방, 그리고 마주여신 성도(成道) 1000주년 등 시대적 흐름 속에서, 다자 마주는 약 70년 만에 메이저우섬으로 순례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자이 신강 펑톈궁으로부터 진향 초청을 받으면서, 전란궁은 순례 목적지를 신강 펑톈궁으로 바꿨고, 이를 통해 베이강 차오톈궁과의 ‘친정설’에서 벗어나려 했습니다.

이와 함께 순례의 핵심 의식인 ‘과훼이(刈火, kuah-hué)’도 중단되었습니다. ‘진향’ 행사에서 ‘과훼이’는 상위 사찰의 향불을 받아와 본래 사찰로 옮기는 절차를 의미하는데요. 신통력을 이어받는 동시에, 사찰 간의 계통과 위계를 드러내는 상징이기도 합니다. 현재 바이사툰 순례는 여전히 이 전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다자 순례는 이러한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1988년 ‘과훼이’ 의식을 공식적으로 폐지했습니다. 순례 명칭에도 신명이 자신의 관할지역을 순찰한다는 의미의 ‘요경’을 더해, ‘다자 마주 요경 진향(大甲媽祖遶境進香)’이라는 이름으로 주체성을 강조했습니다. 이후 전란궁은 1993년부터 방송국과 협력해 순례 과정을 생중계하며, 국제적 인지도를 크게 높였습니다. 이렇게 다자 순례는 베이강 차오톈궁 중심의 계열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흐름으로 발전했습니다.


지역 세력과 얽힌 순례 행사 👨‍👨‍👦

그리고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다자 순례가 바이사툰보다 지역 세력과 더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건데요. 정해진 경로를 따라 이동하는 특성상, 각 지역 조직과의 관계가 깊어질 수밖에 없죠. 이 과정에서 크고 작은 충돌이 발생하는데, 특히 마주 가마를 맡는 역할을 두고 갈등이 격화되고, 때로는 물리적 충돌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마주 순례는 단순한 종교 행사가 아니라 정치와 지역 사회의 이해관계가 복합적으로 얽힌 자리라는 점도 다시 보여주고 있죠. 

순례 현장에 배치된 경찰들 - 사진: CNA

시대 변화와 함께 바이사툰과 다자 순례는 각자의 방식으로 발전하며 독특한 모습을 갖춘 종교 문화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그리고 두 순례와 깊은 인연이 있는 베이강 차오톈궁 마주 순례도 오는 5월 5일과 6일 열릴 예정인데, 앞으로 방송에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오늘 <랜드마크 원정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趙麗妍,「白沙屯媽祖急轉文昌國小再停駕鎮瀾宮 香客爭睹四媽會」,中央社。
2. 郝雪卿,「大甲媽遶境進香第2天 雙媽會期待落空」,中央社。
3. 葉素萍,「體驗香燈腳 蔡英文:彼此扶持台灣就能繼續向前」,中央社。
4. 趙麗妍,「大甲媽祖乘新轎起駕 外國人也來瘋媽祖」,中央社。
5. 〈大甲鎮瀾宮媽祖遶境進香〉,臺灣宗教百景。
6. 洪瑩發,「戰後大甲媽祖進香的路線與時間變化」,台灣宗教與民俗平台。
7. 洪瑩發,「個人與公眾的交錯:大甲媽祖進香的儀式變化」,報導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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