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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사회학’으로 바라본 타이완 문학 🔍

사회학적 관점으로 문학을 분석하는 프랑스 사회학자 지젤 사피로(Gisèle Sapiro) - 사진: 국립타이완시범대 타이완학연구센터
사회학적 관점으로 문학을 분석하는 프랑스 사회학자 지젤 사피로(Gisèle Sapiro) - 사진: 국립타이완시범대 타이완학연구센터

타이완 문학의 향기를 담아, 지금 <포르모사 문학관>의 문을 엽니다.


‘운명의 만남’은 정말 존재할까요?

카페에서 처음 본 사람에게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 운명의 만남처럼 들리지만, 사회 구조의 관점에서 보면 그렇게 낭만적인 장면만은 아닐 수도 있는데요. 

타이완의 사회학자 추더량(邱德亮) 교수는 2023년,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의 대표작 《구별짓기(La Distinction)》 번역 작업을 완성했고, 이로써 20세기 사회학을 대표하는 이 고전은 50여 년의 시간을 거쳐 드디어 타이완 독자들에게 소개되었습니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의 대표작 《구별짓기(La Distinction)》 - 사진: museumderdinge

추 교수는 《구별짓기》에서 제기된 이론을 바탕으로, ‘카페에서의 만남’은 단순한 우연이라기보다는 이미 여러 겹의 ‘구별’을 통과한 결과라고 설명합니다. 카페에 들어서는 사람들의 선택부터 특정한 조건에 의해 걸려져 있다는 분석인데요. 첫눈에 끌리기 위해서는 외모나 옷차림은 물론이고, 어떤 음료를 주문하는지, 어떤 책을 읽는지, 심지어 사용하는 노트북의 브랜드까지도 하나의 신호가 됩니다. 겉으로는 “나도 그 책 좋아해요”라는 취향의 공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회학적 배경과 계급이 반영된 선택이라는 거죠.


계급을 결정하는 ‘자본’ 💰

부르디외에 따르면, 이러한 차이를 만들어내는 핵심은 ‘자본(capital)’입니다. 자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는데요. 먼저 ‘경제적 자본’, 즉 돈과 자산, 부동산처럼 직접적인 재산입니다. 두 번째는 ‘문화적 자본’, 교육 수준, 지식, 말투, 취향, 예술 감각처럼 성장 과정에서 축적되는 요소입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자본’은 인간관계와 네트워크를 의미하며, 이를 통해 개인의 기회와 위치가 강화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추 교수는 이러한 만남은 비슷한 자본 구조를 공유한 사람들이 만날 가능성이 높은 사회적 결과라고 분석합니다. 그렇다면 사랑은 정말 ‘운명’일까요, 아니면 우리가 속한 구조가 만들어낸 아주 정교한 선택일까요. 


문학은 작가 재능의 결정체뿐 아니라 사회 구조의 산물 👀

문학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르디외 교수가 별세한 지 20여 년이 지난 지금, 그의 제자 지젤 사피로(Gisèle Sapiro) 교수는 스승의 이론을 이어받아 문학을 사회학적으로 접근하고 있는데요. 일반적인 시선에서 문학은 작가 재능의 결정체처럼 보이지만, 사회학의 관점에서는 복잡한 사회적 구조와 권력 관계 속에서 형성된 산물이라는 거죠. 앞서 이야기한 ‘우연한 만남’에 대한 관점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를 담은 사피로 교수의 《문학 사회학(La sociologie de la littérature)》은 올해 초 타이완판으로 출판되었습니다. 지난 2월 열린 타이베이국제도서전에서는 번역자와 관련 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 책을 소개했고, 이어 3월에는 사피로 교수가 직접 타이완을 방문해 여러 학술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그는 타이완 문학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향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5월 <포르모사 문학관> 첫 번째 시간에는 이 흐름을 이어받아, 사회적 관점에서 타이완 문학을 바라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문학 사회학’의 발전 📖

전통적인 문학 연구가 작가와 텍스트의 미학적 가치를 강조한다면, 사회학은 계급, 권력, 제도 같은 구조에 초점을 맞춥니다. 사회학적 관점에서 분석하면, 작가와 작품뿐만 아니라 출판업 환경, 문학상 제도, 번역 과정, 독자의 위치, 시대적 변화까지 함께 살펴보게 됩니다. 다시 말해, 한 작품의 위치와 평가는 작가의 재능만으로 결정되지 않고, 어떤 사회적 조건 속에서 생산되고 유통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겁니다.

그런데 타이완대 교수이자 《문학 사회학》 번역자 수숴빈(蘇碩斌)에 따르면, 문학 사회학은 프랑스에서 정통 연구 분야로 자리 잡았지만, 타이완에서는 관련 저서의 출판이 1990년에 단절되었고 독립적인 학문 분야로 보기에는 아직 기반이 약한 상황인데요. 특히 통계 자료로 문학을 실증적으로 분석한 연구도 매우 드물어, 개척할 여지가 큰 분야로 평가됩니다. 이러한 공백을 채우기 위해 타이완대 출판센터는 사피로 교수의 《문학 사회학》을 번역, 출판했죠.


‘장 이론’으로 바라보는 문학 ✨

사피로 교수는 부르디외가 《구별짓기》에서 제시한 ‘장(field)’ 이론을 중심으로, 문학과 사회구조의 상호작용을 분석하고 그 연결 지점을 구체적인 연구 방법으로 제시합니다. 장 이론에 따르면, 사회는 서로 다른 여러 ‘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장은 고유한 규칙과 질서를 가지고 있습니다. 개인은 그 안에서 다양한 형태의 자본을 획득하며 경쟁하고, 동시에 특정한 계급을 형성하게 됩니다.

사피로 교수는 문학의 장을 생산, 텍스트, 수용의 세 단계로 나누어 분석합니다. 누가 작가가 되는지, 창작을 가능하게 하는 자본은 무엇인지, 출판사가 어떤 기준으로 작품을 선택하는지, 어떤 작품이 번역 기회를 얻는지, 문학상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독자가 작품을 어떻게 받아드는지까지 폭넓게 살펴봅니다. 즉, 한 작품의 가치는 이 복잡한 과정에서 만들어진 겁니다.

사피로 교수의 《문학 사회학(La sociologie de la littérature)》 - 사진: amazon


장과 장의 이동과 유통, 국제문학상 🏆

또한 그는 문학을 단일한 국가 내부의 장에만 한정하지 않고, 장과 장 사이의 이동과 유통 과정에도 주목합니다. 문학은 번역을 통해 국제시장에서 다시 평가를 받게 되고, 때로는 국제 문학상을 계기로 전혀 다른 위상을 받기도 하죠. 대표적으로는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 그리고  최근 국제 부커상을 받은 타이완 작가 양솽즈(楊双子)가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문학이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시아·아프리카·라틴 아메리카 문학은 구조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인데요. 문학상을 통해 국제적 인지도와 판매량을 끌어올릴 수는 있지만, 이미 형성된 권력의 불균형 속에서 기존 질서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특히 타이완처럼 서구 패권과 중국 부상 사이, 이른바 ‘이중 주변’의 위치에 놓인 경우, 그 조건은 더욱 복잡해집니다.

이에 사피로 교수는 지난 3월 타이완에서 열린 행사에서 비교적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는데요. 그는 서구 문학의 영향력이 일방적이고 고정된 구조라기보다는 점차 다원화되고 있으며, 여성 작가들의 부상 또한 중요한 변화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새롭게 등장하는 문학상과 도서전, 문학 페스티벌들이 이러한 변화를 가속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특히 서구 국가들이 내세워온 인권과 현대성의 가치가 다양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지금, 타이완과 같은 ‘소국 문학’은 오히려 기존 질서의 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도 강조했습니다.

▲관련 프로그램:
양솽즈 《타이완 만유록》, 타이완 최초로 美 내셔널 북 어워드 수상


문학 사회학의 필요성❗️

문학 사회학의 관점은 이렇게 작품과 사회의 관계를 다시 바라보게 합니다. 타이완 문학의 역사를 돌아보면, 정치적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고, 사회 구조에서 주체성을 확보하지 못했던 시기도 있었는데요. 우여곡절 끝에 이제는 중국 문학의 일부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문학으로 점차 인식되고 있죠. 어쩌면 이런 역사야말로 문학 사회학의 분석이 가장 유효하게 작동하는 사례일지도 모릅니다. 

사피로 교수의 말처럼 ‘장’과 ‘장’의 유통을 통해 타이완 문학은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엔딩곡으로 타이완 인디밴드 마시멜로(棉花糖)의 ‘100개의 해와 달’을 들으면서 타이완 문학을 함께 응원해보시죠!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謝達文,「原來『文化底蘊』、『一見鍾情』背後都是階級?布赫迪厄《區判》譯後分享側記」,OPENBOOK閱讀誌。
2. 「文學社會學到台灣」,OPENBOOK閱讀誌。
3. 蔡宛芸,「從布赫迪厄到夏苾洛──《文學社會學》新書座談」側記,臺大出版中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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