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실제 당일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한 주 타이완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이슈를 과학 기자의 시각으로 들여다보고 정리해 알려드리는 Rti 한국어방송의 금요일 프로그램 포르모사링크입니다. 안녕하세요 포르모사링크 진행자 손전홍(sch@rti.org.tw)입니다.
'가장 따뜻한 우주 이야기'라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는 SF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Project Hail Mary)'.
러닝타임 156분 대부분은
홀로 우주에 던져진 주인공이 고군분투하는 내용에 할애됩니다.
그런데도 지루하지 않습니다.
위기에 처한 지구를 구하는 임무도,
귀여운 외계 생명체와의 우정도,
어디선가 많이 본 설정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를 꽉 채운 광활한 우주는 신비롭고
영화를 특별하게 만들기에 충분합니다.
환상적인 우주 전경이 펼쳐는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NASA)의 적극적인 자문과 협업도 눈길을 끕니다.
영화 속 나사 로고 사용도 정식 승인을 거쳤을 뿐 아니라,
나사는 영화를 위해
우주 생물학부터 심우주 비행까지
우주 분야의 자문을 제공하며,
과학적 사실을 검증하면서
이른바 ‘우주 덕후’들의 눈높이도 맞췄습니다.
그런데,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와 나사의 협업 과정에서
또 하나 눈에 들어오는 포인트가 있습니다.
바로 중화민국, 타이완의 자랑!
타이완이 낳은 천재 중에 천재,
나사 우주비행사인 켈 린드그렌(Kjell N. Lindgren),
린치얼(林琪兒)박사도 영화에 자문으로 참여했다는 거에요.
이미 두 번이나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다녀온 베테랑 우주비행사로
린치얼 박사님은 나사 내에서
크고 작은 사고 한번 없이 차근차근 요직을 거쳐
지금은 ▲엔지니어 ▲비행 관제사 ▲ 비행 교관
▲조종사 ▲비행 감독관 그리고 우주비행사들로 구성된
나사 존슨 우주센터 비행운영국(NASA Johnson Space Center Flight Operations Directorate)의 부국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린치얼 박사님은 현실감 높은 영화 제작을 위해 영화 세트장을 직접 방문하며
실제 국제우주정거장에서 겪는 노하우를 라이언 고슬링에게 전달했습니다.
“진짜 우주에서 찍은 거 아니야..?”
의심케 하는 라이언 고슬링의 무중력 연기의 비결은
린치얼 박사님의 조언을 듣고 공을 들인 덕분이었습니다.
나사는 2월 26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주연 배우 라이언 고슬링과 산드라 휠러,
각본가 드류 고다드, 감독 필 로드와 크리스토퍼 밀러,
그리고 원작 소설의 작가이자 프로듀서인 앤디 위어가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를 방문했다는 소식을 공개했습니다.
NASA는 그러면서 분야별 전문가들을 지원하며 영화 제작팀을 도왔고,
특히 켈 린드그렌(Kjell N. Lindgren), 린치얼(林琪兒)박사님이
촬영 기간 중 라이언 고슬링을 직접 만나
우주 비행과 우주비행사의 삶에 대한 지식을 공유했다고 강조했죠.

▲ NASA 우주비행사이자 존슨 우주센터 비행운영국 부국장인 린치얼 박사(맨 앞쪽)가 지난 2월 25일(현지시간),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에서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 출연진 및 관계자 그리고 관객들과 함께 셀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NASA 제공]
미국 공군을 대표하는 패러슈트 팀 윙스 오브 블루(WINGS OF BLUE) 요원
→콜로라도 의대 출신 비행 외과 의사(Flight Doctor)
→미국 항공우주국(NASA) 소속 우주비행사
→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 제작 기간 내내
라이언 고슬링이 무중력 연기를 위해
직접 자문을 구한 우주비행사.
평생에 하나만 이뤄도 대단하다고 여겨지는 성과들을
한번에 이룬 남자가 있습니다.
바로 린치얼 나사 존슨 우주센터 비행운영국 부국장입니다.
‘범접할 수 없는 스펙의 소유자’인 린치얼 박사가,
오랜만에 타이완을 찾았습니다.
4월 21일(화) 지난주 화요일부터 5일간의 일정으로
타이완을 방문한 린치얼 박사는
미국으로 가기 전 맛보았던…
타이완 음식을 즐겼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태어난 병원 부지를 찾았습니다.
린치얼 박사님이 태어난 병원은
타이베이 베이터우구 스파이로 2단 201호(臺北市北投區石牌路二段201號)에 있던
지금은 사라진 미국 해군병원(美國海軍醫院,US Naval Hospital)입니다.
현재는 타이베이 재향군인병원 룽민종합병원(臺北榮民總醫院)이 되었습니다.
50여 년 만에 다시 찾은 타이완에서 린치얼 박사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연히 버블티(珍珠奶茶)와 타이완 음식들을 먹었다.
타이완을 탐험하는 것은 제게 매우 행복한 일이다."
타이완에 대한 깊은 애정을 아낌없이 드러냈는데…
린치얼 박사님의 말, 직접 들어보시죠.
린치얼 박사님은 역대급 스펙을 보유한 걸로 익히 알려져 있는데…
평생을 꽃 길만 걸어온 것 같은 린치얼 박사님의 성공 스토리.
하지만 나사 우주비행사가 되기까지의 길은 반전 그 자체였습니다.
린치얼 박사님에게 어떤 사연이 있었던 걸까요?
‘인간승리’라 불릴 정도로 눈부신 일들을 해낸
린치얼 박사님에 관한 여섯 가지 TMI를 모아봤어요.
때는 1972년 타이중 공군 칭취엔강 기지(空軍清泉崗基地) 안의 한 은행.
이곳에서 운명적인 만남이 시작됩니다.
은행원이었던 타이완 여성 장추윈(張楚筠) 씨와
업무를 보러 온 스웨덴계 미국인 공군 장교 린드그렌 씨였죠.
그로부터 약 1년 뒤인 1973년 1월 23일,
두 사람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납니다.
이름은 '린치얼(林琪兒)'.
1949년 국민당 정부와 함께 중국 우한(武漢)에서 타이완으로 온 외성인 출신 어머니,
스웨덴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아버지.
타이완이라는 교차점에서 만나 한 아이가 탄생했고,
훗날 이 아이가 입게 될 우주복 안에는 이 모든 역사가 담기게 되죠.
소년 린치얼의 꿈은 오직 하나, ‘비행사’였습니다.
때는 1993년, 미국 공군사관학교(USAFA) 3학년이 된 린치얼은
꿈에 그리던 우주군 장교가 되기 직전이었습니다.
하지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집니다.
신체검사에서 천식을 진단 받게 된 건데…
훗날 오진인 것이 밝혀지긴 했지만,
그 한 장의 진단서는 예비 우주군 장교의 비행사 꿈을 산산조각 냈습니다.
박사님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비행기나 우주선을 탈 수 없다면,
여기에 타는 조종사의 생명을 지키는 사람이 되겠다는 결심을 합니다.
1995년, 미 공군사관학교에서 생물학 학위로 졸업한 박사님은
1년 뒤인 1996년, 콜로라도 주립대(CSU)에서 심혈관 생리학 석사 학위를 따냈고,
2002년엔 우주 항공, 환경 과학 분야로 유명한
콜로라도대(University of Colorado)에서 의학 박사 학위까지 받죠.
극한 환경에서 조종사의 건강을 관리하고
안전을 책임지는 비행 외과 의사의 길을 걷던
린치얼 박사님은 2007년, 마침내
NASA에 '비행 군의관(Flight Surgeon)'으로 입사합니다.
이듬해(2008년) 비행 의학 레지던트 과정까지 모두 마쳤죠.
한번의 기회가 더 찾아옵니다.
때는 2009년 6월, 나사는
나사 우주인단 20기(NASA Astronaut Group 20) 우주비행사 후보생을 모집합니다.
9명을 뽑는 우주인 선발에 참여한 지원자는 3,565명.
약 3,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서른여섯 살의 플라잉 닥터, 비행 외과 의사인
린치얼 박사가 최종 9인 명단에 포함됐습니다.
조종실에서 밀려났던 청년이
다시 우주비행사로 돌아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정확히 16년.
천식이라는 오진이 박사님의 조종사 꿈을 늦췄지만,
NASA에서 없어서는 안 될 비행 외과 의사라는 타이틀은
박사님을 다시 우주로 향하게 했습니다.

▲ NASA 우주비행사이자 비행 외과 의사인 린치얼 존슨 우주센터 비행운영국 부국장. [사진 = NASA 제공]
린치얼 박사님은 이후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두 차례의 장기 체류 임무를 수행하며
나사의 베테랑 우주비행사로 거듭납니다.
특히 박사님은 러시아의 '소유즈(Soyuz)'와
스페이스X 의 ‘크루 드래곤(Crew Dragon)’까지
인류를 대표하는 두 유인 우주선을 모두 경험한 범접할 수 없는 경력을 갖게 됩니다.
때는 2022년 4월 27일,
박사님은 자신의 두 번째 우주 비행을 위해
'프리덤(Freedom)'이라는 이름의
스페이스X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곤’에 탑승했습니다.
이번엔 단순한 대원이 아닌, '크루-4(Crew-4)' 미션 전체를 책임지는 지휘관이었습니다.
박사님은 대원들과 170일 동안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체류하며
100가지 넘는 실험을 진행한 뒤 무사히 지구로 돌아왔습니다.

▲나사 스페이스X 크루-4 미션 참가자들. 린치얼 박사(사진 오른쪽 첫번째)는 크루-4 미션 전체를 책임지는 지휘관이었다. [사진=NASA 제공]
첫 번째 장거리 임무와 합산하면,
린치얼 박사님이 우주에서 보낸 시간은 총 312일 5시간 11분.
타이완에서 태어난 첫 나사 우주비행사가
지구 밖 무중력 공간에서
꼬박 1년에 가까운 시간을 보낸 셈입니다.

▲나사 스페이스X 크루-4 미션 참가자들. 린치얼 박사(사진 오른쪽 두번째)는 크루-4 미션 전체를 책임지는 지휘관이었다. [사진=NASA 제공]
두 번의 우주 유영,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진행한
300가지가 넘는 실험들.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임무 중인 린치얼 박사. [사진=NASA 제공]
박사님이 우주에 심으려고 시도했던 채소는 많고,
그 중에서도 바로 '베지(Veg-01)' 프로젝트,
우주 상추 재배가 대표적입니다.
2015년 8월 10일, 국제우주정거장에서는
LED가 태양광 역할을 대신하는 '베지'라는 수경시설에서
붉은 로메인 상추가 수확되었습니다.
나사는 린치얼 박사와 스콧 켈리 그리고 키미야 유이(油井亀美也) 비행사가
우주에서 직접 키운 싱싱한 레드 로메인 상추를 맛나게 먹는 모습을
유튜브를 통해 전세계 생중계했습니다.
우주 미니 농장에서 재배에 성공한 채소를
처음으로 시식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죠.

▲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재배에 성공한 로메인 상추를 맛보는 키미야 유이, 린치얼, 스콧 켈리 우주비행사(사진 왼쪽부터).[사진=유튜브 채널 ‘나사 케네디 우주센터(NASA's Kennedy Space Center)’ 영상 캡쳐]
우주에서 직접 키운 싱싱한 상추를 맛 본 린치얼 박사와 동료 비행사 2명 모두
무척 신선하고 맛있다면서 흡족해했습니다.
우주선에서의 채소 재배 성공은
우주인에게 부족한 철분을 채소에서 보충할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유인 우주탐사에서 식량 공급이나
인체에 대한 우주방사선의 악영향을 줄이는 등등
다양한 장점이 있는데…
미래 화성 탐사를 위한 소중한 한 걸음이,
린치얼 박사와 동료 우주비행사 2명의 손끝에서 시작된 셈입니다.
아르테미스 계획은
1972년 아폴로 17호를 마지막으로 중단된
미국의 유인 달 탐사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입니다.
장기적으로 화성과 그 너머에 있는 심우주에 대한 유인 탐사의 중간기지로
달을 활용하겠다는 것이 최종 목표죠.
2020년 12월 10일, 당시 부대통령이었던 마이크 펜스는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열린 제8차 국가우주위원회회의에서
아르테미스 계획에 참가할 18명의 우주비행사 후보를 발표했습니다.
남녀 각각 9명으로 여기에 린치얼 박사도 포함됐죠.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참여할 우주비행사 후보 18명을 지난 2020년 12월 10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이중에는 나사 존슨 우주센터 비행운영국 부국장인 린치얼 박사(아랫줄 왼쪽 세 번째)와 최초의 한인 우주비행사 조니김(아랫줄 왼쪽 첫 번째)이 포함됐다.[사진 = NASA 제공]
아르테미스 계획의 두 번째 임무.
아르테미스 2호가
성공적인 임무를 마치고
지난 4월 10일 지구로 무사 귀환했는데요.
린치얼 박사님은 아르테미스 2호에 탑승한 대원들을
직접 훈련시킨 총책임자이자
달로 떠나는 대원들과 대원 가족들의 불안함을 덜어주고
정서적 안정을 도운 ‘정신적 멘토’이기도 했습니다.

▲ NASA 우주비행사이자 비행 외과 의사인 린치얼 존슨 우주센터 비행운영국 부국장. [사진 = NASA 제공]
2026년 4월, 나사 존슨 우주센터 비행운영국 부국장이 된
린치얼 박사가 다시 타이완 땅을 밟았습니다.
세 살의 나이에 부모님의 품에 안겨 떠났던 그 꼬꼬마가,
50여 년 만에 우주 영웅이 되어 돌아온 것입니다.
이번 방문은 미국 건국 250주년을 기념하는
‘프리덤 250(自由250,Freedom 250)’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는데요.
박사님은 타이베이부터 타이중, 타이난까지
전국을 뛰어다니며 우주비행사를 꿈꾸는 중화민국, 타이완 미래세대에게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특히 타이중 강연에선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직접 촬영한 지구 사진 한 장을 꺼내 보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주에서 본 지구는 파란색, 흰색, 갈색이 어우러진 경이로운 모습이었다.
그 중에서도 타이완은 마치 안개 속에 놓인 '초록색 보석'처럼 아름다웠다.
숨이 멎을 것만 같은 그 아름다움을 보며,
내가 태어난 이 섬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꼈다."
린치얼 박사님의 말, 직접 들어보시죠.

▲2015년 11월 린치얼 박사가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찍은 초록빛 보석 같은 타이완의 모습. [사진=린치얼 박사 X 캡처]
만약 16년 전, 그 천식 진단서가 정확했다면 어땠을까요?
아마 박사님은 평범한 공군 비행사로 은퇴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진단서가 틀렸기에,
그리고 멈추지 않고 계속 걸었기에,
박사님은 전투기가 도달할 수 없는 400km 상공의 궤도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혹시 지금 예상치 못한 오답 노트를 받아 들고 낙담하고 계신가요?
린치얼 박사님의 반전 같은 인생이 우리에게 말해줍니다.
그 오답이, 실은 우리를 더 높은 곳으로 이끌 새로운 시작일지도 모른다고요.
Rti 한국어방송의 금요일 프로그램 포르모사링크, 오늘 준비한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진행에 손전홍이었습니다. 저는 다음주 금요일 이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청취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 참고자료
5월 1일(금) 포르모사링크 삽입곡
[BGM : 다니엘 펨버튼(Daniel Pemberton) -Ryland Grace, Cognition Assessment (from "Project Hail Mary")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 중에서)]
《 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dministration》 (2026. 02. 26.) <Inside Project Hail Mary>, https://www.nasa.gov/image-article/inside-project-hail-mary/
《 美國在台協會》 (2026. 04. 15.) <台灣出生的NASA太空人返台歡慶「Freedom 250」>, https://www.ait.org.tw/zhtw/nasa-astronaut-born-in-taiwan-returns-to-celebrate-freedom-250-zht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