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실제 당일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꼭 먹어야 할 타이완 전통 음식부터 각 지역 특산물과 현대 감각을 더한 퓨전 음식까지 타이완을 대표하는 음식을 직접 맛보고 생생하게 전해드리는 Rti한국어방송의 수요일 프로그램 랜선미식회입니다. 안녕하세요 랜선미식회 진행자 손전홍(sch@rti.org.tw)입니다.
특정 국가에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며,
그 문화를 대표하는 대중적인 음료는
‘국민음료’라 불립니다.
전주나이차(珍珠奶茶), 버블티는
중화민국, 타이완의 국민음료로 꼽힙니다.
2026년 타이완의 음료 트렌드는
더 정교해지고 다양해졌습니다.
단순히 달콤한 맛을 넘어,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담은 음료가 인기를 끌고 있죠.
일부 음료는 쉽게 사라진 반면
오~래 소비된 국민음료답게 전주나이차, 버블티는
꾸준히 사랑 받는 아이템입니다.
한 매장에서 맛볼 수 있는 특이한 메뉴가 아니라
대중적인 프렌차이즈로 성장해
온 가족이 함께 즐기죠.
타이완인이 가장 사랑하는 음료 ‘전주나이차’.
타이완인이라면 암묵적인 공식이 있습니다.
점심 식사 후 입가심으로 전주나이차 한잔,
오후 나른한 시간에 또 한잔.
심지어 저녁을 먹으면서 또 한 잔.
굵은 빨대를 꽂은 전주나이차 한 잔 들고 걷는 모습은 일상입니다.
타이완인의 생활 속에서 떼놓기 어려운 일부가 된 버블티, 전주나이차는
세계적으로도 많이 팔리는 대중적인 음료이기도 합니다.
여러분, 지난주 목요일이었던
4월 30일이 무슨 날이었는지 아시나요?
바로 세계 버블티 데이(National Bubble Tea Day,國際珍奶日)로,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전주나이차, 버블티를 즐기는 날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전주나이차, 버블티 드셨나요?
이제 전주나이차, 버블티는 단순히 타이완 국민음료를 넘어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하나의 문화 현상이 되었는데…
버블티, 전주나이차는 어떻게 역사적으로 짧은 시간에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았을까요?
오늘 랜선미식회에선 타이완의 영혼이 담긴 국민음료,
이 전주나이차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외국인들은 타이완 여행 오면
갈증을 풀어주기 위해 전주나이차,
버블티를 하루에 두 잔 정도씩 마셔줍니다.
싸고 맛있고 시원하기 때문이죠.
버블티는 우유와 차를 섞은 밀크티 밑에
동글동글한 타피오카 알갱이가 가라앉아 있습니다.
이 쫄깃쫄깃한 타피오카의 맛을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죠.
음료수 전문점에선 타피오카를 잘 먹을 수 있게
빨대를 상당히 굵은 걸 줍니다.
꼭 새카만 머루 포도 알처럼 보이기도 하고
개구리 알처럼 보이기도 하는 게
이 타피오카인데 어렸을 때 개구리 알이라고 장난치는 사촌오빠 때문에
놀래서 먹다 말고 뱉어낸 적도 있었습니다.
전주나이차(珍珠奶茶) 뜻풀이는 이렇습니다.
전주(珍珠)는 진주요.
나이차(奶茶)는 밀크티라는 뜻입니다.
밀크티, 나이차 밑에 가라앉아 있는
동글동글 새카만 타피오카 알갱이 모양이
흑진주를 닮았다고 해서
흑진주 밀크티, 전주나이차라 불립니다.
전주나이차는 타이완하면 떠오르는 대표 음료죠.
그런데 여기서 궁금한 점이 생깁니다.
이 맛있는 전주나이차, 대체 누가 처음 만들었을까요?
한국에서도 원조 족발집, 원조 국밥집 논쟁이 치열하듯
타이완에서도 이 국민음료를 두고
두 찻집이 내가 원조라고 주장하며
논란이 뜨거웠습니다.
원조를 둘러싼 이 신경전은
급기야는 소송으로까지 이어지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타이중의 차(茶) 강자 '춘수당(春水堂)'과
타이난의 터줏대감 찻집 '한림다관(翰林茶館)'이 그 주인공인데요.
먼저 타이중의 차 문화를 이끄는 음료 브랜드 춘수당 측의 주장입니다.
때는 1985년, 린셔우후이(林秀慧) 춘수당 상품부 차총괄감독(春水堂商品部茶總監)은
당시엔 평범한 점원이었다고 해요.
매장 점원이었던 린셔우후이는 시장에서 산 타피오카를 재미 삼아
가게에서 팔던 나이차…
그러니깐 밀크티에 넣어본 것이 시작이라고 말합니다.
처음엔 그냥 직원들끼리 만들어 마시거나
단골들에게만 만들어주던 '비밀 레시피'였대요.
그런데 마셔본 사람들 반응이 너무 좋았던 거죠!
결국 1987년 정식 메뉴로 출시됐고,
나이차, 밀크티 속에 콕콕 박힌 까맣고 영롱한 타피오카 펄의 모습이
마치 흑진주 같다고 해서 '전주나이차'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 춘수당의 열정을 담은 시그니처 음료, ‘전주나이차(珍珠奶茶)’. [사진출처 = 춘수당 홈페이지]
그.런.데! 이에 맞서는 한림다관의 이야기는 조금 다릅니다.
때는 1986년, 투종허(涂宗和) 한림다관 창업자는
타이난 시민들의 삶과 함께 해온 백년시장인 야무랴오시장(鴨母寮市場)을 걷다가
하얀색 타피오카를 보고 영감을 얻어
하얀 전주나이차를 개발했다고 주장하죠.
우리가 지금 흔히 보는 새카만 타피오카 펄은
나중에 흑당을 넣어 개량된 것이라고 하네요.
지금까지도 한림다관에 가면 흑과 백,
두 가지 전주나이차를 모두 맛볼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타이중의 차(茶) 강자 '춘수당(春水堂)',
타이난의 터줏대감 찻집 '한림다관(翰林茶館)'.
특허권을 두고 두 브랜드는 무려 10년 간 법정 다툼을 벌였습니다.
법원은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줬을까요?
판결은 명쾌하고도 단호했습니다.
법원은 “전주나이차는 새로운 종류의 음료일 뿐
특정 개인이나 매장이 독점할 수 있는 특허 상품이 아니다.
따라서 누구나, 어떤 가게에서든
전주나이차를 만들어 팔 수 있으므로
이제 와서 누가 진짜 원조인지를 가리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결론을 지었습니다.
법정 싸움까지 간 만큼
서로 앙금이 남지 않았겠느냐는
걱정이 무색하게
판결 직후 두 브랜드가 내놓은 반응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춘수당과 한림다관 측 모두 이렇게 입을 모았어요.
“전주나이차는 타이완을 넘어 전 세계를 휩쓰는 하나의 문화가 됐다.
전주나이차 덕분에 타이완이라는 나라가 세계인의 주목을 받게 됐고,
수많은 사람들이 이 음료 한 잔으로 행복을 느낀다.
때문에 이젠 전주나이차를 누가 만들었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누가 처음 만들었느냐는 미스테리로 남았지만,
중요한 건 '내가 먼저 개발했다, 내가 원조다'를 따지는 건
어쩌면 너무 작은 일일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타이완 국민음료가 세계인의 사랑을 받게 된 것만으로도,
아마 처음 전주나이차를 발명했던 그 누군가는
분명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을 테니까요.
춘수당이면 어떻고, 한림다관이면 또 어떻습니까?
결국 '원조'라는 이름보다 더 빛나는 건,
타이완의 맛을 세계에 알린 '자부심'과
그걸 함께 나누려는 두 브랜드 창업자의 '넓은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타이완인의 전주나이차 사랑은 어제오늘 일은 아닙니다.
춘수당의 따르면요, 타이완인이 한 해 동안 마시는 전주나이차, 버블티 양은
자그마치 '1억 잔'에 달한다고 합니다.
1억 잔... 감이 잘 안 오시죠?
이 빈 컵들을 하나씩 옆으로 길게 늘어뜨리면요,
지구에서 저 먼 우주까지 250번을 왕복할 수 있는 거리가 나온다고 합니다.
타이완 사람들의 전주나이차 사랑은
지구를 넘어 우주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경제적인 수치로 봐도 입이 떡 벌어집니다.
전주나이차 하나로 창출되는 연간 산업 가치가
무려 뉴타이완달러 500억원.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약 2조 3천억 원에 달합니다.
단순한 음료를 넘어 타이완 경제를 지탱하는
든든한 기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죠.
이 정도면 '국민 음료'라는 수식어가 전혀 아깝지 않죠?
그런데 여러분, 전주나이차, 버블티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아마 진한 밀크티 속에 얌전하게 가라앉아 있는
타피오카 펄들을 상상하실 텐데요.
하지만 기발한 제품 개발과
혁신적인 콜라보레이션을 즐기는 타이완 식품 업계는
기존 음식에 전주나이차, 버블티를 더한
기상천외한 제품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습니다.
그 동안 어떤 독특한 제품들을 선보였는지 들으시면
깜짝 놀라실 거예요.
먼저 가볍게 디저트부터 시작해 볼까요?
에그롤 과자 속에 타피오카 펄이 콕콕 박힌 ‘전주나이차 에그롤(珍奶蛋捲)’이나
‘전주나이차 아이스바’는 애교 수준입니다.
전주나이차 에그타르트나 전주나이차 고로케까지는
“오, 괜찮겠는데?"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데…
‘전주나이차, 버블티 피자’ 상상해 보셨나요?
피자에 버블티라니!
처음엔 "이게 어울릴까?" 싶어 눈을 의심하게 되지만,
의외로 그 묘한 식감에 중독된 마니아들이 생겨날 정도로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 타이완피자헛이 2019년 기간한정으로 출시했던 ‘전주나이차피자’. [사진출처= 타이완피자헛 홈페이지]
오늘 방송 오프닝에서 제가 4월 30일이
'버블티 데이'라고 말씀드렸죠?
아마 많은 분이 당연히 전주나이차의 본고장인
타이완에서 만든 날이겠지라고 생각하셨을 거예요.
그런데 버블티 데이를 처음 만든 건 타이완이 아니라,
놀랍게도 미국입니다.
"어? 미국이 왜?"라고 의아해하실 텐데요.
그만큼 전주나이차의 매력이 인종과 국경을 초월했다는 증거겠죠.
미국에선 춘수당보다 더 유명한 전주나이차, 버블티 브랜드가 있는데,
'쿵푸티(Kung Fu Tea, 功夫茶)'입니다.
쿵푸티는 자사의 창립일인 4월 30일을
버블티 데이로 제안했고,
이게 전 세계 버블티 마니아들에게 받아들여지면서
이제는 모두가 버블티, 전주나이차를 즐기는 기념일이 된 것이죠.
오늘은 타이완의 국민음료 전주나이차의 탄생부터 세계적인 열풍,
그리고 기발한 변신까지 함께 이야기 나눠 봤는데 어떠셨나요?
무심코 마시던 전주나이차, 버블티 한 잔에 담긴 타이완인들의 자부심과
애정이 조금은 다르게 느껴지지 않으신가요?
마지막으로 오늘 여러분께 들려드릴 곡은
전주나이차, 버블티의 기분 좋은 달콤함을 노래한 곡입니다.
바로 가수 품관(品冠)의 노래 전주나이차(珍珠奶茶)입니다.
여러분의 오늘 하루는 어떠셨나요?
혹시 조금 씁쓸했다면,
이 노래와 함께 당도 100%의 행복과 기쁨으로
가득 채우시길 바랍니다.
Rti 한국어방송의 수요일 프로그램 랜선미식회, 오늘 준비한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진행에 손전홍이었습니다. 저는 다음주 수요일 이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청취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 참고자료
5월 6일(수) 랜선미식회 삽입곡[BGM: ① 종흥민(鍾興民) – 스케르초(scherzo) (영화 ‘음식남녀2’ 중에서)
②종흥민(鍾興民) – 무림비급(武林秘笈) (영화 ‘음식남녀2’ 중에서)
③종흥민(鍾興民) –대돈황(大敦煌) (영화 ‘음식남녀2’ 중에서)]
《春水堂人文茶館》<台灣珍珠奶茶發明歷程>, https://www.chunshuitang.com.tw/bubble-milk-t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