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문학의 향기를 담아, 지금 <포르모사 문학관>의 문을 엽니다.
위광중 💞 모난일 삼제
지난 일요일은 5월 두 번째 일요일, 국제 어머니날이었습니다. 이 날을 맞아 타이완 곳곳에는 카네이션 향기가 퍼지며, 초여름의 공기를 더욱 화사하게 물들였습니다.
타이완에서 어머니날을 이야기할 때, ‘모난일(母難日)’이라는 키워드가 자주 언급되는데요. 아이가 무사히 태어날 때까지는, 어머니의 열 달 임신과 힘겨운 출산의 시간이 필요하죠. 그래서 시인 위광중(余光中)은 대표작 〈모난일 삼제(母難日三題)〉에서 자신의 생일을 ‘어머니가 고난을 겪은 날’, 즉 모난일로 표현했습니다.
시인 위광중 - 사진: 신경보
첫 번째 작품 〈이 생에서(今生今世)〉는 인생에서 가장 깊이 울었던 두 순간을 이야기하는데요. 하나는 자신이 태어났을 때, 또 하나는 어머니가 별세했을 때입니다. 두 번의 울음 사이에는 끝없이 이어진 웃음이 있었고, 그 시간은 어머니와 함께한 가장 소중한 기억이라고 말합니다.
이어지는 〈모순된 세계(矛盾世界)〉에서는 어머니와의 만남과 이별을 대비시킵니다. 처음 만난 날도, 마지막으로 헤어진 날도 아이는 늘 울고, 어머니는 미소나 침묵으로 답하는 그 모순된 장면을 그려냅니다. 아이의 세계는 어머니의 웃음으로 시작되고, 또 어머니가 눈을 감는 순간에 끝난다는 거죠.
마지막 작품 〈천국과 저승(天國地府)〉에서는 생일날마다 어머니가 그리워 전화를 걸고 싶지만, 어떤 번호를 눌러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담겨 있습니다. 만약 정말로 전화가 연결된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고 합니다. “이 세상은 당신이 떠난 뒤로 알아볼 수 없게 변해버렸다. 변하지 않은 것은 단 하나, 당신을 향한 영원한 감사뿐이다.”
모난일에 대한 재해석 👧
위광중은 제2차 세계대전 후 타이완 문단을 이끈 시인 중 한 명으로, 현대시, 에세이, 평론, 번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큰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그는 스스로 “오이디푸스 컴플렉스가 있다”고 했는데, 중일전쟁 당시 어머니와 함께 피난했던 경험 때문에 부자 관계보다 모자 관계가 더욱 깊었다고 했습니다. 때문에 어머니가 별세한 지 30여 년이 지난 1995년, 이 강렬한 그리움을 시로 표현한 거죠.
한편, ‘모난일’이라는 개념이 국어 교육을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아이의 주체성을 약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반성의 목소리도 제기되었습니다. 축복이어야 할 생일이 오히려 효도를 강요하는 날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지적이죠. 그래서 최근에는 어머니의 희생에 감사하는 동시에, 아이 역시 하나의 주체로 존중해야 한다는 인식이 점점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타이완 문단에는 어머니를 주제로 한 작품들이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시대가 변할수록 해석도 달라지기 때문에, 다시 읽는 의미와 재미가 있죠. 그럼 〈모난일 삼제〉에 이어, 오늘은 어머니에 관한 타이완 문학 작품들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관련 프로그램:
29살은 파티하면 안 된다!? 타이완의 생일 문화
젠전 💞 여아홍
위광중이 아들의 시선에서 어머니를 바라봤다면, 에세이 작가 젠전(簡媜)은 여성으로서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어머니라는 존재를 말합니다. 젠전은 에세이와 소설을 넘나드는 독특한 형식, 그리고 섬세하면서도 단아한 문체로 알려져 있는데요. 무엇보다 전통적인 여성 에세이의 틀에서 벗어나 여성의 주체성을 확장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작가입니다.
타이완 동부 이란(宜蘭)의 평범한 농가에서 태어난 그는 13살 때 아버지의 별세로 하룻밤 사이에 어른이 되어야 했는데요. 장녀로서 어머니와 할머니와 함께 가족의 생계를 짊어지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여성의 강인함을 일찍부터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평생 결혼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그는 혼자 살아갈 미래를 그리며, 글쓰기를 통해 구세대와 신세대 사이에 놓인 여성들의 목소리를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에세이 작가 젠전 - 사진: 국가문화기억뱅크
그런데 삶에는 ‘절대’란 없죠. 그 생각을 한 지 1년 만에 결혼했고 이듬해에는 아이를 낳게 되었습니다. 임신 기간 동안, 결혼 전 써 두었던 글들을 정리해 여성의 내면을 담은 에세이집 《여아홍(女兒紅)》을 출간했습니다. 이 작품은 젠전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1999년 《연합보》가 선정한 ‘타이완 문학 경전’에 선정되었는데요. 당시 마흔도 되지 않았던 그는 선정된 30명의 작가 중 가장 젊은 작가였습니다.
‘여아홍’이란 딸이 태어날 때 빚어 결혼할 때 꺼내는 술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홍’은 기쁜 일을 상징하죠. 하지만 젠전은 여기에 다른 시선을 더했는데요. “그 한 항아리의 술이 다 비워지면 딸은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부모도, 형제도 없이 홀로 서야 하는 존개가 된다. 자신만의 하늘을 얻기 위해서는 스스로 싸워 쟁취해야 한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결혼이라는 미래와 연결되는 삶, 마치 누군가에게 보내지기 위해 태어난 존재처럼 말입니다.
여성과 어머니의 두 정체성 👩❤👩
이후 그는 임신과 출산, 육아를 직접 겪으며 《갓 태어난 아기(紅嬰仔)》라는 작품에서 아이를 돌보는 과정, 그리고 독립적인 여성으로서의 자아와 어머니의 역할 사이에서의 내면 충돌을 그려냈습니다. 전통적으로 여성에게 요구되어 온 ‘현모양처(賢妻良母)’라는 이상을 강하게 거부해왔지만, 막상 어머니가 된 후에는 또 다른 혼란과 마주하게 된 거죠. 결국 아이를 돌보면서 육아 역시 현대 여성의 삶을 구성하는 하나의 선택이자 실천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여성’과 ‘어머니’라는 두 정체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을 탐색하게 되었습니다.
그럼 이어서 모든 어머니에게 바치는 노래 한 곡을 들어보겠습니다. 류뤄잉(劉若英)의 ‘엄마(媽媽)’입니다.
천쉐 💞 다리 위 아이
어머니에 대한 사랑, 혹은 어머니 역할을 찬미하는 글쓰기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머니를 보다 인간적으로 바라보는 작품들도 존재하는데요.
작가 천쉐(陳雪)는 어린 시절 가정 형편이 어려워 아버지는 새벽까지 일했고 어머니는 다른 도시에서 일했습니다. 때문에 그의 기억에서 부모는 늘 부재하는 존재였죠. 그는 “우리 사회는 가족을 언제나 동화처럼 목가적으로 그려내곤 한다. 집 앞에는 시냇물이 흐르고, 뒤에는 산이 있으며, 아버지는 신문을 읽고 어머니는 부엌에서 요리를 하는 그런 모습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대부분의 가족이 끊임없는 변화와 위태로움 속에 놓여 있다.”
이러한 상실 속에서 그의 소설에는 어머니가 집을 떠나 자신의 삶을 살아가거나, 아이가 어머니를 찾아 헤매는 장면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글쓰기를 통해 과거의 상처를 마주하고, 어머니를 이해하려 했습니다. 동시에 사회가 만들어낸 ‘완벽하고 신성한 어머니’의 이미지를 해체하려 했죠.
소설가 천쉐 - 사진: 페이스북@陳雪
그의 자서전적 소설 《다리 위 아이(橋上的孩子)》에서는 한 소녀가 어릴 때 어머니가 아버지를 죽이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장면을 목격한 후 기억을 잃게 된 이야기가 그려지는데요. 성장 과정 내내 영문을 모르는 고통에 시달리고, 인간관계에서도 늘 소외감을 느끼게 되죠. 성인이 된 후 과거의 친구를 다시 만나면서 비로소 트라우마와 마주하고,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길을 걷게 됩니다.
어머니는 10개월의 임신으로 우리를 세상에 내보내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여성은 어머니가 되기 전에 누군가의 딸이고, 하나의 독립된 인간입니다. 위광중의 시를 통해 우리는 어머니를 향한 깊은 그리움을 읽고, 젠전의 에세이를 통해 어머니 내면의 갈등을 마주하며, 또 천쉐의 소설을 통해 어머니의 인간성을 생각하게 됩니다.
어머니에게 드리는 가장 좋은 선물 🎁
어머니날을 맞아, 사랑과 감사의 말을 전하는 것은 물론, 어머니의 이야기에 조금 더 천천히 귀 기울여 보는 것이 가장 좋은 선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余光中,〈母難日三題〉。
2. 簡媜,《女兒紅》。
3. 簡媜,《紅嬰仔》。
4. 黃儀冠,「母者的雙軌書寫 悅讀簡媜《紅嬰仔》」,人間福報。
5. 蘇惠昭,「簡媜銀閃閃的老年書寫」,台灣光華雜誌。
6. 陳雪,《橋上的孩子》。
7. 「看穿失落,陳雪寫作與成家的茁壯:和傷害一起長成被疼愛的人」,BIOS monthly。
8. 吳曉樂,「這的確就是她的童年──讀陳雪《少女的祈禱》」,博客來OKA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