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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3대 마주여신 순례 🌟
지난 4월 막을 내린 바이사툰(白沙屯) 마주 순례와 다자(大甲) 마주 순례, 아직 기억하시죠? 수십만 명의 신도들이 마주여신을 모신 가마를 따라 긴 여정을 함께 걸으며 한 해의 평안과 안녕을 기원했습니다.
▲관련 프로그램:
타이완식 순례길 ① 바이사툰(白沙屯) 마주여신과 함께 걷는 초여름
타이완식 순례길 ② 지역사회와 맞닿은 다자(大甲) 마주 순례
그리고 타이완의 또 다른 대표적인 마주 행사, 윈린(雲林) 베이강(北港) 차오톈궁(朝天宮)의 마주 순례도 지난 9일, 음력으로는 3월 23일 마주여신 탄신일을 맞아 성황리에 끝났습니다. 여신이 관할 지역을 시찰하는 ‘요경(遶境)’ 행사를 시작으로, 화려한 카 퍼레이드 ‘예각(藝閣)’ 행진이 닷새 동안 이어지며 마주여신의 생신을 더욱 뜨겁게 수놓았습니다.
2026 차오톈궁 마주 순례 현장 - 사진: 페이스북@北港朝天宮攝影紀錄
마주 사찰의 ‘향불 계통’ 🙏
1694년 세워진 베이강 차오톈궁은 타이완에서 가장 오래된 마주 사찰 중 하나로, 신앙적 위상이 매우 높고, ‘분령(分靈)’ 사찰이 가장 많은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타이완의 마주 신앙에서는 각 사찰이 저마다의 ‘향불(香火) 계통’, 즉 신앙의 계보를 가지고 있는데요. 규모가 큰 사찰은 자신의 향불을 다른 지역으로 나눠주며 마주 신앙을 널리 퍼뜨립니다. 이 과정은 바로 ‘분령’이죠. 현재 차오톈궁의 향불을 이어받은 분령 사찰은 100곳이 넘으며, 타이완 전역은 물론, 중국과 일본, 말레이시아, 미국, 부탄, 남아프리카, 짐바브웨까지 퍼져 있습니다. 말 그대로 마주여신계의 ‘큰언니’라 할 수 있겠죠.
또 이렇게 향불을 받은 분령 사찰은 마주여신의 신통력을 이어가기 위해 원래의 사찰을 찾아가 새로운 향불을 받아오는 ‘진향(進香)’ 행사를 치릅니다. 바이사툰 순례가 차오톈궁까지 행진해 ‘과훼이(刈火, kuah-hué)’ 의식을 진행하는 것이 바로 이런 전통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비록 바이사툰 궁톈궁(拱天宮)과 차오톈궁이 직접적인 분령 관계는 아니지만, 오랜 인연으로 이 의식은 지금까지 지켜지고 있습니다.
지난 4월 16일 차오톈궁을 도착한 바이사툰 마주 순례 행렬 - 사진: 바이사툰 궁톈궁
그럼 마주여신 순례 특집의 마지막 시간, 우렁찬 폭죽 소리와 함께 펼쳐진 베이강 차오톈궁 순례 현장으로 함께 떠나보겠습니다!
차오톈궁의 시작... 우물 전설 💧
차오톈궁은 타이완 마주 사찰 가운데 높은 위상을 가진 곳 중 하나지만, 그 시작은 역시 마주여신의 고향인 중국 푸젠 메이저우(湄洲)의 ‘마주 조묘(祖廟)’와 이어져 있습니다. 다시 말해, 차오톈궁은 마주 조묘의 향불을 이어받은 ‘분령 사찰’인 셈이죠.
1694년, 수벽(樹璧) 승려는 메이저우에서 마주여신 신상을 모시고 바다를 건너 타이완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윈린 베이강에 상륙하게 되었죠.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수벽 승려는 한 우물가에서 잠시 쉬며 신상을 우물 위에 올려두었는데, 다시 길을 떠나려 하자 신상이 마치 땅에 뿌리내린 듯 움직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결국 사람들은 ‘교 던지기(擲筊, 신의 뜻을 묻기 위해 반달 모양 목판 2개를 던지는 의식)’를 통해 마주여신의 뜻을 확인했고, 그 자리에 차오톈궁을 세웠다고 합니다. 이후 지방 관리들과 주민들의 후원을 통해 사찰 규모가 점차 커지면서 차오톈궁은 자연스럽게 타이완 중부 지역의 신앙 중심지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타이완을 대표하는 마주 사찰 베이강 차오톈궁 - 사진: 교통부 관광서
일본 총독이 증정한 두 편액 🎁
다음으로 일본 식민지 시대에 들어, 많은 타이완 민간신앙이 탄압을 받았지만, 뿌리깊은 마주 신앙은 오히려 예외였습니다. 실제로 두 명의 타이완 총독이 직접 차오톈궁을 찾아 편액을 증정하기도 했는데요.
하나는 제5대 타이완 총독 사쿠마 사마타가 증정한 ‘향어극성(享於克誠)’입니다. 신을 모실 때 지극한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사쿠마 총독이 가족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한 후 증정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또 하나는 제13대 타이완 총독 이시즈카 에이조가 증정한 ‘신은호탕(神恩浩蕩)’입니다. 신의 은혜가 깊다는 뜻으로, 당시 이시즈카 총독이 타이완 개발 사업의 순조로운 진행을 기원하고 감사의 의미로 남긴 겁니다. 그만큼 당시에도 마주 신앙의 영향력이 매우 컸다는 방증이죠.
제5대 타이완 총독 사쿠마 사마타가 증정한 ‘향어극성(享於克誠)’ 편액 - 사진: 국가문화기억뱅크
전쟁이 끝난 후 차오톈궁은 대대적인 복원과 정비 작업에 들어갔고, 더욱 화려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이후 1985년에는 문화재로 지정되며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게 되었는데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1994년 큰 화재가 발생해, 일본 총독들이 증정한 두 편액이 모두 불에 타고 일부 건축물도 손상되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당시 사진 자료가 남아 있었기 때문에 원형에 가깝게 복원할 수 있었고, 현재 사찰에 걸려 있는 편액 역시 그렇게 다시 만들어진 겁니다.
이어서 순례 현장의 열기를 담은 노래, 우쥔홍(吳俊宏)의 ‘마주 순례(媽祖出巡)’를 함께 들어보시죠!
베이강의 두 번째 설날 🧧
차오톈궁의 순례 행사는 1년에 두 차례 열리는데, 하나는 정월대보름에, 다른 하나는 마주여신 탄신일을 앞둔 음력 3월 19일과 20일에 진행됩니다. 특히 후자의 규모가 훨씬 큰데요. 행사 기간이 되면 베이강 집집마다 제물을 준비하고, 주민들도 직접 거리로 나와 행진에 참여합니다. 그래서 현지에서는 이 시기를 두고 ‘베이강의 두 번째 설날’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순례 노선은 베이강강(北港溪)을 경계로 하루는 북쪽 지역, 다음날은 남쪽 지역을 돌며 순시합니다. 지역 주민들을 하나로 연결하고 마주여신의 가호를 마을 곳곳에 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죠.
마주여신을 태운 가마 - 사진: 페이스북@北港朝天宮攝影紀錄
차오톈궁 마주 순례의 하이라이트 🧨
순례의 가장 큰 볼거리는 역시 폭죽과 화려한 카 퍼레이드 ‘예각’입니다. 먼저 폭죽 행사는 마주여신을 모신 가마가 지나가는 길마다 폭죽을 쉴 새 없이 터뜨리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요. 가마를 메는 신도들이 거센 폭죽 속에서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은 여신의 가호를 받을 수 있다는 상징으로 여겨집니다. 참가로, 차오톈궁 순례는 타이난의 ‘옌수이 봉포(鹽水蜂炮)’, 타이둥의 ‘한단야(炸寒單) 축제’는 타이완 3대 폭죽 축제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폭죽 속 가마 - 사진: 페이스북@北港朝天宮攝影紀錄
그리고 또 하나의 하이라이트가 바로 현지 아이들이 해마다 손꼽아 기다리는 ‘예각(藝閣)’입니다. 아이들은 신화 속 인물이나 전통 캐릭터로 분장해 장식 차량 위에 올라 행진하고, 거리의 사람들에게 사탕과 과자를 나눠주는데요. 최근에는 조명과 음향, 장식 기술이 발전하면서 마치 작은 등불축제의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예약 행진에서 신화 인물로 분장한 아이가 사람들에게 사탕을 나눠주고 있다. - 사진: 페이스북@北港朝天宮攝影紀錄
타이완 가장 영향력 있는 여신 ✨
30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지금, 차오톈궁과 관련 순례 행사는 이미 단순한 종교 행사를 넘어 베이강 사람들의 정체성 자체가 되었습니다. 순례 기간이 되면 외지에 나가 있던 사람들도 고향으로 돌아와 함께 행진하고 서로 힘을 보태는데요. 그만큼 마주여신은 지금도 타이완 사람들의 삶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고 할 수 있죠.
바이사툰 순례를 시작으로 다자 순례, 그리고 베이강 순례까지, 올해의 주요 마주 순례 행사들도 모두 무사히 막을 내렸습니다. 마주여신의 가호 아래, 2026년 한 해도 평안하게 이어지길 바라봅니다. 타이완의 가장 로컬적인 신앙과 공동체 문화를 직접 느껴보고 싶다면, 마주여신 순례 현장을 한 번 찾아가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랜드마크 원정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北港朝天宮.迎媽祖〉,臺灣宗教百景。
2. 蔡炆璇,「北港朝天宮迎媽祖5/5-6遶境路線!雲林第2次過年藝閣、炸轎報名方式」,城市學。
3. 張朝欣,「北港朝天宮日據匾額 留存宗教史」,中國時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