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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화가 속 오아시스 ‘푸방(富邦)미술관’에서 만나는 화가 상위(常玉) 🎨

타이베이 최고 번화가 신이구에 있는 ‘푸방미술관’ - 사진: 안우산
타이베이 최고 번화가 신이구에 있는 ‘푸방미술관’ - 사진: 안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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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위대한 작품 ✨

지금 듣고 계신 곡은 타이완을 대표하는 가수 저우제룬(周杰倫)이 지난 2022년 발표한 ‘가장 위대한 작품(最偉大的作品)’입니다.

저우제룬이 직접 연출한 뮤직비디오를 보면,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장면처럼 그가 피아노를 치며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나고, 예술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인물들을 만나게 되었는데요. 벨기에의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 스페인의  다재다능한 예술가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í), 프랑스에서 활동했던 중국계 화가 창위(常玉, 본명 창여우수 常幼書), 프랑스의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Oscar-Claude), 시인 쉬즈모(徐志摩)까지 19~20세기를 대표하는 아티스들이 잇따라 등장하죠.


예술시장의 인기 화가 창위 🧑‍🎨

이 가운데, 창위는 1895년 청나라 시기 중국에서 태어난 화가로, 예술시장에서 사랑을 받아온 인물인데요. 특히 그의 대표작 〈다섯 나부(五裸女)〉는 2019년 경매에서 약 11억 6천 만 뉴타이완달러(한화 약 450억 원)에 낙찰되며,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창위의 〈다섯 나부(五裸女)〉 - 사진: 창위 홈페이지

창위의 작품을 직접 만나보고 싶다면, 지금 타이베이 푸방미술관(富邦美術館)에서 그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연한 핑크톤의 초기 작품부터 현실이 스며든 후기 작품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또 타이완의 톱모델 린즈링(林志玲)이 녹음한 오디오 가이드를 통해 창위의 예술 세계를 보다 깊이 있게 경험할 수 있습니다.

타이완 톱모델 린즈링이 녹음한 오디오 가이드 - 사진: 안우산 

그럼 오늘은 푸방미술관 3층 전시실에서 창위의 작품들을 함께 만나보시죠!


도심 속 오아시스 푸방미술관 🌳

화가 창위를 만나기 전, 먼저 작품이 전시된 공간 ‘푸방미술관’부터 살펴보겠습니다. 타이베이의 최고 번화가 신이구(信義區) 한복판. 그 중심에 자리한 이곳은 푸방그립이 운영하는 사립미술관입니다. 푸방생명 본사가 위치한 ‘A25 빌딩(富邦A25)’이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고, 타이베이101과 초호화 주택 ‘도주은원(陶朱隱園)’도 맞은편에 서 있습니다. 말 그대로 도시의 가장 화려한 중심이죠. 2024년 개관 이후, 푸방미술관은 번잡한 도심 가운데에서 오아시스처럼 조용한 숨결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푸방미술관 주변에 있는 푸방 A25 빌딩과 초호화 주택 ‘도주은원(陶朱隱園)’ - 사진: 안우산

기업의 사회참여와 미학 교육을 실천하는 것이 푸방미술관의 가장 중요한 임무입니다. 건물 자체부터 이미 하나의 거대한 예술 작품인데요. 높은 개방감을 중심으로 설계된 공간은 햇빛이 실내 깊숙이 스며들도록 만들고, 흰색의 외벽 위로 붉은 크레인의 구조물이 대비를 이루며 강렬한 시각적 긴장감을 형성합니다. 앞쪽에는 넓은 개방 광장이 펼쳐져 있고, 건축과 빛, 물, 그리고 식물이 하나로 이어져 도시 속 자연의 장면을 연출합니다.

이 미술관과 A25 빌딩이 함께 구성하는 단지는 하나의 복합 예술 공간으로, ‘건축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이탈리아 건축가 렌초 피아노(Renzo Piano)와 타이완 건축가 야오런시(姚仁喜)의 협업으로 완성되었습니다.

▲관련 프로그램:
‘갈대숲 속 현대미술관’ 신베이시립미술관


푸방미술관 창문에 반사된 푸방 단지 모습 - 사진: 안우산


자연광 조정 가능한 실내 공간 ☀️

미술관 안으로 들어서면 분위기는 다시 바뀝니다. 부드러운 흰색과 나무의 질감이 어우러지고,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이 공간 전체를 은은하게 채우는데요. 시선을 끄는 것은 붉은색 엘리베이터입니다. 옥상 위 크레인의 볽은 구조와 시각적으로 연결되며, 완벽한 조화를 이룹니다.


푸방미술관의 붉은색 엘리베이터 - 사진: 안우산

현재 1층 전시실은 전시 교체 중으로 관람이 제한되어 있지만, 기둥 없이 열린 공간 구조 속에서 창밖의 물 경관이 자연스럽게 실내와 이어집니다. 3층 전시실에서는 빛의 양을 조절하는 셔터 시스템을 통해 자연과 예술이 공존하는 장면을 직접 경험할 수 있습니다.

결국 미술관 자체 역시 ‘위대한 작품’이라 할 수 있겠죠. 이어서 저우제룬의 ‘가장 위대한 작품’ 속 화가 창위가 등장하는 부분을 함께 들어보시죠.

푸방미술관 로비 - 사진: 안우산


동양적이면서도 서양적인 마스터피스 🖼️

노래 속 창위는 이렇게 묘사됩니다.

浪蕩是世俗畫作裡最自由不拘的水墨
花都優雅的雙腿是這宇宙筆下的一抹
飄洋過海的鄉愁種在一無所有的溫柔
寂寞的枝頭才能長出 常玉要的花朵

방랑은 세속 회화 속에서 가장 자유롭고 구속 없는 수묵화
파리의 우아한 다리는 이 우주가 그려낸 한 줄기 붓놀림
바다를 건넌 향수는 아무것도 없는 부드러움 속에 뿌려지고
외로운 가지 끝에서야 창위가 원하던 꽃이 피어난다

네 개의 문장만으로 한 예술가의 인생을 압축해낸 표현인데요.

서양인의 시선에서 창위의 작품은 동양적 색채가 짙게 느껴지는 반면, 동양인의 눈에는 오히려 매우 현대적으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레스 이스 모어(Less is more)’, 즉  단순할수록 더 풍요롭다는 미학 속에서 전문 수집가와 일반 관람객 모두를 사로잡는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바로 이처럼 단순하게 정의할 수 없는 특성 때문에 창위의 작품은 오늘날에도 보물로 여겨지죠.

화가 창위 - 사진: 위키백과 


빛나는 프랑스 유학 시절 🇫🇷

상위의 삶 역시 전설에 가깝습니다. 중국 쓰촨(四川)의 부유한 가문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부터 회화와 서예를 익혔고, 1920년대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는데, 이후 그의 삶 대부분은 해외에서 이어졌죠. 낯선 이국의 땅이었지만 빠르게 파리의 예술 분위기에 스며들었고, 중국 유학생들과 교류하며 파리의 수장가들과도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스페인의 화가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와도 친분을 나눴다고 전해집니다.

당시 1차 세계대전 이후의 유럽은 ‘지금 이 순간을 즐기려는’ 분위기가 강했고, 사치와 향유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 있었는데요. 특히 이국적인 동양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창위의 작품 역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기 그의 작품은 흰색, 분홍, 검은색을 중심으로 낭만적이면서도 유쾌한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창위의 〈백련(白蓮, 1929/1932)〉 - 사진: 창위 홈페이지


외롭고 씁쓸한 후반생... 💔

하지만 1930년대에 들어서며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장기적으로 후원하던 큰형이 세상을 떠나면서 창위는 심각한 경제적 위기에 놓이게 되었는데요. 이 시기 이후 그의 작품은 점차 어두워지고, 특히 화면 속 인물과 사물 주변의 넓은 여백은 그의 고독과 불안을 더욱 강하게 드러내죠.

이어 1963년, 같은 쓰촨 출신인 중화민국 교육부 장관 황지루(黃季陸)가 파리를 방문해 상위에게 타이완시범대학 미술학과 교수직을 제안했습니다. 동시에 타이완 국립 역사박물관에서 개인전을 열 계획도 함께 추진되며 그에게는 새로운 전환점이 열리는 듯 보였죠. 그런데 비록 작품들은 타이완으로 보냈으나, 이집트 여행 중 그의 여권이 중국 대사관에 압수되어 결국 타이완에서의 전시는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이후 그는 더 고립된 삶을 살게 되었고, 1966년 가스 중독으로 70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창위의 〈흰 코끼린(白象, 1945/1948)〉 - 사진: 창위 홈페이지


유일무이한 창위의 미학 🌟

비록 생전에는 빛을 충분히 보지 못했지만, 그가 한 번도 밟지 못했던 타이완에서 오히려 크게 조명되었습니다. 원래 전시가 예정되었던 타이완 역사박물관에서는 1978년부터 2024년까지 무려 7차례 전시가 이어졌고, 푸방미술관에서도 두 차례의 특별전이 열렸기 때문이죠. 이로써 창위라는 이름이 비로소 타이완사람들의 시선 속으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저우제룬의 노래처럼 창위의 작품은 중국 수묵화의 정신 위에 서양 야수파적 색채가 더해지며 유일무이한 미학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부르는 거죠. 창위의 작품을 가까이에서 만나보고 싶다면, 오는 6월 5일까지 푸방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특별전을 놓치지 마세요! 전시는 아직 약 10일 정도 남아 있습니다

오늘 <랜드마크 원정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창위의 〈점박이하이에나(斑點獵犬, 1940s)〉 - 사진: 창위 홈페이지

▲참고자료:
1. 常玉官網。
2. 《富邦典藏展-常玉》,富邦美術館。
3. 《喜形於色——常玉特展》,國立歷史博物館。
4. 錢欽青、袁世珮,「作品屢創拍賣天價的背後 衣淑凡:我們現在開始認識常玉」,500輯。
5. 陳惠黛,「華人西畫收藏家的夢寐以求第一人:常玉」,羅芙奧藝術專欄。
6. 鄭治桂,「常玉的寫意中國風 – 觀『他者.他方:常玉與旅法藝術家的巴黎跫音』展」,非池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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