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문학의 향기를 담아, 지금 <포르모사 문학관>의 문을 엽니다.
노벨 문학상의 지표! 영국 인터내셔널 부커상 🏅
뜨거운 여름이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타이완 문단의 열기도 그에 못지않게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데요. 양솽즈(楊双子)가 집필하고 진링(金翎)이 번역한 소설 《1938 타이완 여행기(臺灣漫遊錄, 타이완 만유록)》가 2026년 인터내셔널 부커상(International Booker Prize)을 수상했습니다. 이번 수상은 타이완 최초이자 중국어 문학의 최초로, 상징성이 매우 큽니다.

《1938 타이완 여행기(臺灣漫遊錄)》 타이완판과 미국판 - 사진: 춘산(春山)출판사
그런데 사실 이 작품은 지난 2024년에도 일본번역대상과 미국 ‘내셔널 북 어워드(National Book Award, 전미도서상)’를 수상한 바 있는데, 이번 수상이 특히 주목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답은 인터내셔널 부커상이 지닌 위상과 구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관련 프로그램:
양솽즈 《1938 타이완 여행기》, 타이완 최초로 미국 내셔널 북 어워드 수상
‘쌍둥이 작가’ 양솽즈(楊双子) 《꽃 피는 시절》
인터내셔널 부커상은 2004년 영국에서 설립되었고, 초기에는 격년제로, 전 세계 작가 한 명에게 수여되는 방식이었습니다. 작품 언어에는 제한이 없었지만, 반드시 영어 번역본이 존재해야 했고요. 또 한 편의 작품이 아닌 ‘작가’에게 수여되는 성격이 강해, ‘평생 공로상’에 가까운 형태로 운영되었죠.
이후 2016년부터는 매년 영어로 번역된 단일 소설을 선정해 수상하는 구조로 바뀌었는데, 개편 후 첫 수상작이 바로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입니다. 동시에 번역가의 주체성을 인정한다는 의미에서 상금 5만 영국 파운드(한화 약 1.1억 원)는 작가와 번역가가 나누도록 되어 있습니다.
수상 결과가 밝혀지자 양솽즈와 진링이 서로를 안고 있다. - 사진: CNA
역대 수상자 가운데는 한강 작가를 포함해 훗날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가 총 4명에 이르는데요. 이 때문에 인터내셔널 부커상은 종종 노벨 문학상의 지표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일본번역대상이나 미국 내셔널 북 어워드와 비교해도 국제적 인지도와 영향력 면에서 한 단계 더 높은 위상을 갖고 있는 문학상이죠.
이번 수상 이전에도 타이완 작가 우밍이(吳明益)의 《도둑맞은 자전거(單車失竊記)》가 2018년 인터내셔널 부커상의 롱리스트에 오른 바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작가의 국적 표기가 Taiwan’에서 ‘Taiwan, China’로 변경되는 논란이 있었고, 이후 작가와 중화민국 외교부의 공식 입장 표명을 거쳐 다시 원래 표기로 복원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양솽즈 작가와 진링 번역가가 ‘타이완인으로서’ 거머쥔 수상은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도둑맞은 자전거》로 2018년 인터내셔널 부커상 롱리스트에 오른 우밍이 작가 - 사진: 우밍이
그럼 오늘은 《1938 타이완 여행기》 인터내셔널 부커상 수상에 관한 모든 것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탈식민주의 백합 소설 💌
지난 19일 열린 인터내셔널 부커상 시상식에서 심사위원장인 영국 소설가 나타샤 브라운(Natasha Brown)은 《1938 타이완 여행기》를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성공한 로맨스이자 탈식민주의 소설로, 매혹적이고 절제되면서도 치밀한 구성이 돋보인다.”
문학상 수상작이라고 하면 흔히 어렵고 난해하다는 인상이 따라붙곤 하지만, 《1938 타이완 여행기》는 문학성과 대중성을 함께 갖춘 작품으로 평가되는데요. 타이완의 로컬 음식, 철도 여행, 그리고 일본인 여성과 타이완인 여성 사이의 ‘백합(百合 ゆり 유리 / Girls Love 걸즈 러브)’ 로맨스를 중심으로, 식민지배와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이 녹아 있기 때문입니다. 독자 입장에서는 마치 드라마 정주행처럼 따라가면서도, 역사와 권력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전율을 경험하게 됩니다.
자기중심적인 선의 💔
이야기는 일본인 여성 작가 아오야마 치즈코(青山千鶴子)와 타이완인 여성 통역사 왕첸허(王千鶴)가 함께 타이완 전역을 여행하며 음식과 풍경을 공유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겉으로는 교류와 우정처럼 보이지만, 그 관계의 비대칭성은 점점 드러나는데요. 식민 지배자의 시선에서 ‘친밀함’으로 이해된 관계가 식민지 사람 입장에서는 결코 동등할 수 없다는 거죠. 이 긴장 관계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 세상에는 자기중심적인 선의만큼 거절하기 어려운 뜨거운 감자도 없다.”
「這個世間,再也沒有比自以為是的善意更難拒絕的燙手山芋了。」
작품은 일본 식민지 시대 타이완의 근대화 발전과 함께, 그 과정에서 사라진 문화와 신앙, 타이완인의 정체성도 함께 비춥니다. 과거를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권력 구조와 외부 압력 속에서 타이완이 스스로를 어떻게 인식하고 말해낼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겁니다.
이런 맥락 속에서 작가 양솽즈는 인터내셔널 부커상 시상식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타이완 문학이 지난 백년 동안 던져온 질문은 결국, 타이완인의 자유와 평등을 향한 추구였다. 타이완 작가로 이 자리에 설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자 자랑이다.”
그럼 이어서 1930년대 타이완을 대표하는 타이완어 가요, ‘망춘풍(望春風)’을 함께 들어보시죠! 타이완으로 향하는 에바(長榮)항공 항공편에서 착륙 직전 나오는 곡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투명한 번역' 방침에 맞서는 번역가 💪
정교한 서사뿐만 아니라, 《1938 타이완 여행기》 의 형식 역시 매우 신박합니다. 소설 전체는 허구지만, 설정상 작가 양솽즈는 아오야마 치즈코가 집필한 《1938 타이완 여행기》의 번역가로 존재하는데요. 이처럼 ‘원본-번역본’의 메타픽션 구조를 통해 언어의 전환 자체가 식민주의적 불평등을 드러내는 장치로 작동하고, 동시에 문학이 가진 가능성을 확장합니다. 그래서 작품 속 서문, 주석, 후기까지 모두 서사의 일부로서 독서 경험을 하나의 퍼즐처럼 만들어냅니다.
그런데 이러한 설정은 번역 작업에서 큰 도전이 되기도 했는데요. 영어 번역을 맡은 진링은 작품 속에 나오는 타이완의 다언어·다문화·다민족적 특성을 살리기 위해, 영어권 번역문학에서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투명한 번역’ 방식에서 벗어난 전략을 택했습니다. 그는 시상식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영어권에서는 번역이 보이지 않는 존재여야 한다고 하지만, 이 작품에는 동일한 한자 표기에도 서로 다른 세 가지 발음 체계가 공존한다. 내가 바라는 것은 누구도 타이완 문학을 하나의 단일한 형태로 축소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1938 타이완 여행기》 번역가 진링(우) - 사진: CNA
타이완 문학만 번역하겠다!!! ✍
미국에서 태어나 타이완에서 성장한 후 다시 미국에서 학업을 이어간 진링은 소설가이자 번역가입니다. 컬럼비아 대학원 시절 워크샵에서 양솽즈와 만난 후, 중국어·영어·일본어를 모두 다루는 능력을 바탕으로, 《1938 타이완 여행기》의 영어 번역을 맡게 되었습니다. 원작이 ‘번역된 텍스트’라는 설정을 지닌 만큼, 그는 주석과 해설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 기존 번역 관습에 도전했는데, 읽기에 다소 복잡함이 따르더라도, 결과적으로는 작품의 국제적 성과로 이어졌죠. 동시에 소설 속 작가와 번역가의 대등하지 않는 관계와 대조됩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진링은 타이완 문학 번역에만 집중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는 시상식에서 “언젠가 내 고향의 주권이 영어권에서 더 이상 도발이나 농담으로 소비되지 않을 때까지, 그리고 누구도 나에게 “타이완은 사라지기 전에 꼭 한 번 가봐야겠다”고 말하지 않는 날이 올때까지 이렇게 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시상식 이후 사인회를 가진 양솽즈(좌)와 진링(우) - 사진: CNA
한국판도 나왔다! 🇰🇷
한편, 《1938 타이완 여행기》의 한국판도 지난해 연말 출판되었습니다. 번역가 김이삭은 타이완 언론 ‘스토리 스튜디오(故事StoryStudio)’와의 인터뷰에서, 타이완 작가 샤오샹선(瀟湘神)을 통해 이 작품을 접한 후 한국 출판을 추진했지만, 일본 시대를 다룬다는 이유로 여러 출판사에서 거절을 당했다고 밝혔는데요. 그럼에도 이번 수상은 이러한 번역과 출판의 시도가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1938 타이완 여행기》 한국판 - 사진: 교보문고
《1938 타이완 여행기》는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한 첫 번째 타이완 작품으로, 동시에 마지막 작품이 아닐 겁니다. 타이완 문학은 이 작품이 던진 질문을 품고, 더 먼 곳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臺灣漫遊錄』奪布克國際獎 評審團主席、楊双子及金翎致詞【全文】」,中央社。
2. 「故事與現實都環繞著『翻譯』的《臺灣漫遊錄》:文學譯者如何打破「隱形人」的出版體制,在世界為台灣發聲?」,報導者Podcast The Real Story。
3. 「【Podcast】EP59|讓『臺灣』在更多國際主流媒體被看見。『臺灣漫遊錄』英文版譯者,金翎。從美國帶回臺灣的首座美國國家圖書獎!」,Peggy Fo Show。
4. 「【或許歷史有答案】為什麼臺灣在韓國越來越紅,韓國人真的了解臺灣嗎?ft. 金依莎」,有故事要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