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문학의 향기를 담아, 지금 <포르모사 문학관>의 문을 엽니다.
《1938 타이완 여행기》의 중국 출판❓︎
타이완 작가 양솽즈(楊双子)가 집필, 진링(金翎)이 번역한 소설 《1938 타이완 여행기》가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하면서 국제사회에서 타이완 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현재까지 이미 24개국에 판권이 판매되었고, 만화와 뮤지컬, 드라마 제작도 확정되었습니다.
양솽즈는 지난 20일 AFP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출판에 대한 기대도 언급했는데요. 그는 이 작품이 어떤 형태로든 중국 시장에 들어가 중국 독자들에게 읽힌다면 양안 교류를 촉진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타이완인이 원하는 미래가 중국인이 상상하는 모습과는 다르다는 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중국 측의 반응은 다소 온도 차를 보였습니다. 중국 국무원 타이완사무판공실 대변인은 지난 27일, 양안 작가들은 민족적 입장을 견지하고 역사적 사실을 존중해야 한다며, 일본이 중국과 세계에 남긴 상처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양안 국민의 마음을 잇는 책임 있는 작품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작품에 담은 강한 타이완 주체 의식과 양솽즈 본인의 타이완독립 성향 등을 고려하면, 중국 내 출판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2026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한 타이완 소설 《1938 타이완 여행기》- 사진: CNA
《대강대해 1949》간체자 버전 출간❗︎
한편, 중국 정부가 금서로 규정하는 한 타이완 작품이 최근 간체자 버전으로 출간되어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바로 작가 룽잉타이(龍應台)의 《대강대해 1949(一九四九大江大海)》인데요. 이 작품은 중화민국 정부의 타이완 이전 60주년이던 2009년 출판되었으며, 국공내전에서 떠돌던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문학적 기법으로 기록한 논픽션입니다. 전쟁이 가져온 상처와 개인의 고통에 초점을 맞춘 시각이 중국 정부가 강조해 온 ‘혁명 승리’ 중심의 서사와 충돌하면서 중국에서는 오랫동안 금서로 취급되어 왔습니다.
이번 간체자판 출간은 일본에서 출판사를 운영하는 중국 출신 출판인 장스즈(張適之)가 추진한 건데요. 그는 중앙사와의 인터뷰에서 “패전자의 시선으로 국공내전을 바라보고 전쟁을 반성하는 관점은 중국 독자들에게 매우 새로운 시각”이라며, “비록 해외 출판이지만 해외 중국인 독자들에게는 충분히 닿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4월 일본에서 출판된 《대강대해 1949》 간체자 버전 - 사진: CNA
사실 작가 룽잉타이도 이 책의 중국 출판 바람을 여러 차례 밝혀 왔는데요. 1949년 타이완으로 이주한 외성인(外省人) 2세인 그는 부모의 이야기는 물론, 국민당 군인과 타이완 일본병 등 다양한 인물들을 인터뷰하며, 《대강대해 1949》를 집필했습니다. 특히 거대한 역사를 일반인의 삶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다만 2010년대에 들어서는 룽잉타이를 둘러싼 평가도 크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그는 양안 평화와 상호 이해를 강조해 왔지만, 일각에서는 타이완과 중국 사이의 극도로 비대칭적인 권력 관계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중국의 위협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바라본다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중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여전히 자유와 인권, 개인의 존엄을 강조하는 자유주의 성향 지식인으로 여겨지는 거죠.
오늘은 바로 중화권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늘 논쟁의 중심에 서 있는 작가 룽잉타이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더 이상 신화를 믿지 않게 된 젊은이 💥
룽잉타이라는 이름에는 그의 가족사와 타이완 역사가 담겨 있는데요. 아버지의 성인 ‘룽(龍)’과 어머니의 성인 ‘잉(應)’, 그리고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타이완을 합쳐 만든 겁니다. 그는 부모가 중국 대륙에서 타이완으로 건너온 지 3년 뒤인 1952년 가오슝에서 태어났습니다.
보수적인 남부 지역에서 외성인 신분으로 인해 그는 어릴 때부터 어딘가 어울리지 못한다는 느낌을 갖고 있었다고 합니다. 학창시절에는 중국고전과 철학, 문학에 깊이 빠져들었고,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성공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 진학해, 더 넓은 세계를 만나기로 결심했습니다.
당시 성공대는 이공계 중심이었기 때문에 인문학 자원이 풍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선교사 출신 외국인 교수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며 영어 실력을 키웠고, 타이완 북부 지역 출신 동창들과 어울리면서 지역 격차를 강하게 의식하게 되었습니다. 더 큰 세상을 경험하기 위해 타이베이로 올라가며 미국 유학 기회까지 얻었습니다.
그는 훗날 미국 유학 시절을 떠올리며 이런 말을 남겼는데요. “국민당이 만든 신화 속에서 자란 나는 1975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다른 언어와 다른 시선으로 그 신화가 해석되는 모습을 봤고, 그 순간 신화는 무너졌고 나는 더 이상 신화를 믿지 않게 되었다.”
타이완 사회에 불을 지른 그 평론집... 《야화집》🔥
이렇게 서구식 자유주의와 개인주의를 접한 후 그는 타이완 사회에 큰 충격을 안기게 되었는데요. 1984년 발표한 평론 〈중국인, 너는 왜 분노하지 않는가?(中國人,你為什麼不生氣)〉를 시작으로, 이듬해 사회문화 평론집 《야화집(野火集)》을 출간하며 중화권 전체에 센세이션을 일으켰습니다.

《야화집》 출판 30주년 버전 - 사진: 보커라이
《야화집》은 1980년대 타이완 사회의 환경 문제와 관료주의, 정치 구조의 모순 등을 날카롭게 비판한 작품인데요. 룽잉타이는 타이완인들이 더 이상 침묵하거나 외면하지 말고, 부조리에 대해 분노해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아직 계엄령이 해제되기 전이었던 당시, 공개적으로 사회를 비판하는 일 자체가 매우 드물고 상당한 리스크도 동반하고 있었죠. 그럼에도 《야화집》은 출간 21일 만에 무려 24쇄를 기록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습니다.
이어서 《야화집》과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노래, 뤄다여우(羅大佑)의 ‘아시아의 고아(亞細亞的孤兒)’를 함께 들어보시죠. 1979년 타이완-미국 단교 후 타이완의 외교적 처지를 표현한 곡입니다.
치유와 위로의 소설《다우산 아래》⛰️
‘룽잉타이 돌풍’을 일으킨 후, 그는 독일인 남편과 함께 스웨스와 독일에서 생활하며, 가정과 창작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1999년 초대 타이베이시 문화국장 제의를 받으며 다시 귀국했고, 2012년에는 문화부 장관에도 취임했습니다. 또 2014년 치매를 앓던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타이완 최남단 핑둥(屏東)으로 이주했고, 첫 장편소설 《다우산 아래(大武山下)》를 발표했습니다.
룽잉타이의 첫 장편소설 《다우산 아래》 - 사진: 보커라이
날카로운 사회평론이나 가족 관계를 다룬 에세이와 달리, 이 작품은 보다 내면적이고 성찰적인 소설입니다. 삶에 지친 한 작가가 스승의 권유로 고향인 핑둥 차오저우로 돌아가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요. 처음에는 세상 모든 것이 못마땅한 그는 시간이 흐르면서 마을과 자연의 생명력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리고 어느 날, 신비로운 14살 소녀의 영혼을 만나게 되는데, 소녀를 따라가던 끝에 결국 50년 전 마을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의 진실도 드러나게 됩니다.
룽잉타이는 소설 후기에서 “차오저우가 이 책을 낳았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차오저우는 인구 5만 명 규모의 마을로, 원주민 파이완족(排灣族), 루카이족(魯凱族), 베이난족(卑南族)의 성산으로 여겨지는 ‘다우산(大武山)’ 아래에 있습니다. 오랜 역사 속에서 민간신앙이 깊게 뿌리내린 지역으로, 외지인들에게는 초자연적으로 보이는 일들도 현지인들에게 단지 일상의 일부죠. 소설 주인공 역시 이곳에서 땅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마음속 응어리를 조금씩 풀어내게 됩니다.
핑둥 다우산 - 사진: 위키백과
룽잉타이 자신의 경험이 짙게 반영된 작품인 만큼, 전반부는 에세이처럼 읽히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마술적 사실주의’ 기법이 더해지며, 독특한 세계관을 구축합니다. 그래서인지 앞길이 막막하고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위로와 힘을 주는 소설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관련 프로그램:
신과 경찰의 만남, 차오저우(潮州) 경찰서에 숨은 사찰을 찾아서
분노의 필치에서 삶의 성찰로... ✍️
30대에 발표한 《야화집》이 분노와 비판의 언어였다면, 50대 발표한 《대강대해 1949》는 역사와 국가의 상처를 응시한 작품이었고, 70대에 가까워서 발표한 《다우산 아래》는 결국 삶과 시간, 그리고 인간 자신을 바라보는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세상을 바꾸고자 했던 젊은 지식인이 세월이 흐르며 점차 자신을 돌아보게 된 건데요. 비록 작가이자 정치인으로서의 룽잉타이에 대한 시선은 지금도 다양하게 갈리고 있지만, 그가 한 시대의 타이완 사회와 문학에 남긴 영향만큼은 쉽게 지나칠 수 없습니다. 특히 그가 타이완의 땅과 사회를 향해 품어온 열정만은 오랫동안 진하게 남아 있는 거죠.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張淑伶,「『臺灣漫遊錄』能否進中國?國台辦:應站穩民族立場」,中央社。
2. 張淑伶,「大江大海17年後出簡體版 迂迴面對『主戰場』」,中央社。
3. 邵冰如,「不管什麼火頭丟到身上,知名作家龍應台以寬廣的時間、空間為座標,用更大的縱深去看待不同的聲音,成為引領前進的力量」,天下文化。
4. 陳嵐,「大武山下的情書──龍應台新書《大武山下》書評」,灼見名家。
5. 龍應台,《野火集》。
6. 龍應台,《大江大海1949》。
7. 龍應台,《大武山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