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푸른 녹음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에서 마냥 시원하지만은 않은, 어딘가 아련한 공기가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네, 지금 타이완은 바야흐로 '졸업 시즌'을 맞이했는데요.
매년 이맘때가 되면 타이완의 학교 교정은 이 나무 덕분에 온통 붉은빛으로 물들곤 합니다. 바로 '봉황목(鳳凰木)'인데요. 초록색 잎사귀 사이로 불타오르듯 피어나는 주홍빛 봉황화는, 타이완 사람들에게 '이별',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청춘의 신호탄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 봉황목은 1897년 타이완에 처음 도입된 외래종이었습니다. 하지만 개화 시기가 5~6월 졸업 시즌과 절묘하게 맞물리면서 이제는 타이완에서 '졸업'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상징이 되었습니다.
오늘 <멜로디 가든>에서는 졸업 시즌을 맞아, 타이완인들의 청춘을 함께한 대표적인 '졸업 송'들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세대를 아우르는 명곡부터 고등학생들의 순수한 창작곡, 그리고 최신 힐링 송까지 알차게 준비했으니까요, 끝까지 함께해 주세요.
오늘의 첫 곡, 이 계절에 가장 잘 어울리는 국민 졸업 송으로 시작합니다. 테리 린(林志炫, 임지현, 린즈쉬안)이 부릅니다, 〈봉황화가 피는 갈림길(鳳凰花開的路口)〉.
1. 테리 린(林志炫) - 〈봉황화가 피는 갈림길(鳳凰花開的路口)〉
첫 곡으로 들으신 〈봉황화가 피는 갈림길〉, 참 마음이 몽글몽글해지지 않나요? 이 곡은 2005년에 발표된 테리 린의 《성숙한 발라드(熟情歌)》 앨범에 수록된 곡입니다. 원래는 작사·곡가들이 학생 시절과 오랜 친구들을 그리워하며 성숙한 남자의 감성을 담아 만든 노래였는데, 섬세한 이별의 감성이 졸업생들의 마음을 울리면서 중화권 지역을 대표하는 '국민 졸업 송'이 되었습니다.
얼마나 사랑을 받았냐면요, 타이완 초등학교 교과서에 악보와 함께 당당히 수록될 정도였습니다. 대중가요를 아이들이 교실에서 가창 수행평가로 부르는 진풍경이 벌어진 거죠.
그런데 타이완뿐만 아니라 중국 샤먼 대학의 교화(校花)가 마침 '봉황화'였던 겁니다. 그래서 이 노래가 자연스럽게 그들의 교가처럼 불리기 시작했고, 캠퍼스 터널 벽면에 학생들이 이 곡의 가사를 빼곡히 새겨놓는 아날로그 감성의 성지가 되기도 했습니다.
"시공의 강은 바다로 흘러가고, 결국 우리는 각자의 길을 가네. 그 어떤 항구도 영원히 머무를 수는 없는 법이니까. 하지만 내 뇌리 속에는 봉황화가 활짝 핀 갈림길이 있어. 그곳엔 내가 가장 아끼는 친구가 서 있지."
이 후렴구 가사처럼, 이별의 씁쓸함을 따뜻하게 위로해 주는 명곡입니다. 학창 시절의 순수했던 나날을 추억하며, 다음 곡으로 이어가 보겠습니다.
2. 타이완 전국 교교생 - 〈출발(啟程)〉
타이완 졸업식의 독특하고도 멋진 문화 중 하나는 바로 '졸업생들이 직접 졸업 노래를 만든다'는 점입니다. 학생들이 직접 작사, 작곡, 가창에 뮤직비디오 촬영까지 도맡아 하는 전통이 있죠.
이 멋진 문화는 지난 2012년, 15개 고등학교 학생들이 뭉쳐 연합 졸업가 〈연(風箏)〉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는데요. 이게 엄청난 대박을 터뜨리면서, 매년 전국의 고등학교 졸업생들이 참여하는 '고교 오리지널 졸업가 합집' 프로젝트가 타이완 청춘의 상징적인 무대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오늘 그 역사 중에서도 역대급 '떼창 신(神)곡'으로 꼽히는 노래를 소개해 드립니다. 바로 2016년에 발매된 고교 연합 졸업가 앨범의 동명 타이틀곡, 〈출발(啟程)〉입니다.
이 곡은 타이완 전역의 32개 고등학교에서 모인 120여 명의 학생 음악가들이 함께 만든 작품으로, 가사에는 고등학교 3년의 추억이 고스란히 묻어납니다. "스니커즈를 신고 매일 걷던, 이제는 익숙하면서도 낯설어진 긴 복도", 그리고 "빛바랜 책가방에 여전히 풋풋하게 수놓아져 있는 그 시절 우리들의 청춘" 같은 뭉클한 오브제들이 가득하죠. 웅장하고 빠른 비트 덕분에 마냥 슬퍼하기보다는 "우리는 대모험가가 되어 태양을 쫓아 세상 끝까지 달려가자!"라는 당찬 에너지가 느껴지는 곡입니다.
특히, 이 노래는 발매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 유튜브 뮤직비디오 조회수가 무려 1,671만 회를 돌파하며 시대를 초월한 메가 히트곡임을 다시 한번 증명해 냈습니다. 당시 선배들이 남긴 뜨거운 청춘의 멜로디가 지금까지도 수많은 학생들에게 진한 감동과 울림을 주고 있는 건데요.
그럼 유튜브 1,600만 뷰의 신화를 기록한 영원한 졸업 대세곡, 32개 고교 연합의 〈출발(啟程)〉 함께 듣고 오겠습니다.
3.믹서(麋先生) - 〈날아가다(去飛翔)〉
앞서 들으신 〈출발〉의 에너지를 이어받아, 지금 타이완 고등학생들의 가장 뜨거운 축제 소식도 전해드립니다. 바로 올해로 6년째를 맞이한 고등학생들을 위한 연례 청춘 대축제, '2026 어른이 되다 고교 페스티벌(當大人高校祭)' 소식인데요!
올해는 '초능력(超能)'이라는 주제로 지난 4월부터 시작해 다가오는 10월까지 진행됩니다. 특히 하이라이트는 학생들이 직접 만든 학교 대표 졸업가 MV를 홈페이지에 올리고 전국적인 투표를 진행하는 '고교 졸업가 인기 투표'입니다. 여기서 상위 30등 안에 든 학교의 능력자 학생들은 당해 연도 졸업가 제작에 직접 참여하는 엄청난 기회를 얻게 됩니다. 오는 8월 15일에는 신베이시 시민광장에서 대규모 오프라인 콘서트도 열릴 예정이라고 하네요.
그렇다면 작년인 2025년, 이 '어른이 되다 고교 페스티벌'의 홍보대사로 활약하며 전국의 학생들에게 '올해 최고의 졸업 대세곡'으로 꼽힌 노래는 무엇일까요? 바로 실력파 밴드, 믹서(麋先生, MIXER)의 〈날아가다(去飛翔)〉라는 곡입니다.
이 노래는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한 노랫말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으며 온라인상에서 큰 화제를 모았는데요. 특히 졸업을 앞둔 교정에서 뜨거운 찬사를 받으며 졸업 시즌을 대표하는 힐링 송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보통의 졸업 노래들이 거창한 꿈을 이야기한다면, 이 곡은 아주 평범한 일상의 단어들, 즉 '쌀과 소금, 간장, 식초' 같은 우리가 먹고사는 팍팍한 현실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현실에 치여 소원이 지쳐 죽어버리는 순간, 세상의 소음 속에서 혼자 억지로 버티며 강한 척하지 말라는 따뜻한 조언을 건넵니다.
"네 하늘에 한 쌍의 날개를 그리고, 한번 날아봐. 돌아오는 길엔 달빛 한 줄기 켜서, 걸어온 이 길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가만히 바라봐."
보컬의 따뜻하고 묵직한 음색이 졸업을 앞두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 앞에 서 있는 학생들, 그리고 매일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완벽하게 어루만져 줍니다. 청춘의 터닝포인트에서 방황하는 이들에게 어두운 길을 비춰주는 따뜻한 등불 같은 노래입니다.
새로운 세상으로 첫발을 내딛는 타이완의 모든 졸업생들의 앞날을 함께 응원하며, <멜로디 가든> 오늘 준비한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저는 마지막 곡 믹서의 〈날아가다(去飛翔)〉 띄워드리면서 인사드릴게요. 지금까지 <멜로디 가든> 진행에 진옥순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