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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국민가수 우바이(伍佰) 시가집 《움직이는 나무들은 모두 내 등 뒤로 돌아섰다》🕰️

타이베이 청핀서점 중산점에 진열된 우바이의 최신 시가집 - 사진: 안우산
타이베이 청핀서점 중산점에 진열된 우바이의 최신 시가집 - 사진: 안우산

타이완 문학의 향기를 담아, 지금 <포르모사 문학관>의 문을 엽니다.


타이완의 국민가수 🎤

타이완의 국민가수를 꼽자면, 록 가수 우바이(伍佰, 본명 吳俊霖 우쥔린)가 많이 언급될 텐데요. 자유분방한 멜러디에 타이완어 원어민 특유의 발음과 시적인 가사가 더해진 이른바 ‘우바이 미학’은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타이완사람들의 마음을 울려 왔습니다. 명곡이 워낙 많다 보니 콘서트 현장의 떼창으로도 유명하죠.

지금 듣고 계신 곡은 우바이의 뮤직비디오 중 조회수가 가장 높은 ‘노르웨이의 숲(挪威的森林)’입니다. 방송일 기준으로는 이미 1억 뷰를 넘어섰습니다.

우방이의 음악은 요즘 유행하는 중독적인 형식과는 달리, 들으면 들을수록 감정이 스며드는 장르입니다. 빠른 곡에서는 폭풍 같은 록 사운드로 에너지를 터뜨리며, 느린 곡에서는 섬세하고 진솔한 감정을 담아냅니다. 무엇보다 로컬적인 타이완 정서가 짙게 배어 있어, 시간이 지나도 빛이 바래지 않죠.

가수로서뿐만 아니라, 작가로서의 활동도 눈에 띄는데요. 타이완 서점에 가면 우바이의 책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평소 사진 작업을 좋아하는 그는 여러 권의 사진집을 출간했고, 최근에는 1990년부터 2026년까지 직접 쓴 노랫말을 모은 시가집 《움직이는 나무들은 모두 내 등 뒤로 돌아섰다(移動的樹都轉到我的背面)》를 출간했습니다.


우바이의 노랫말을 모은 시가집 《움직이는 나무들은 모두 내 등 뒤로 돌아섰다(移動的樹都轉到我的背面)》 - 사진: 보커라이

그런데 여기서 이런 질문이 떠오를 수도 있습니다. 과연 노랫말도 시라고 볼 수 있을까 하는 점인데요. 하지만 10년 전 노벨문학상이 미국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Bob Dylan)에게 수여되었던 일을 떠올려 보면, 그리 낯선 이야기는 아니죠. 사람의 마음과 영혼을 움직인다는 점에서는 문학과 노래가 같은 힘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 오늘은 우바이의 시가집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투명한 글귀들 🎶

타이완 문학지 《연합문학(聯合文學)》은 창간 500호를 맞아, 이름이 ‘오백’인 우바이를 주제로 한 내용을 마련했습니다. 음악, 타이완어 창작, 영화, 뮤지컬, 사진 등 우바이와 연결된 키워드들로 이 레전드 아티스트를 입체적으로 탐구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문화지 《보스(Verse)》 역시 특집을 통해, 우바이 음악의 시적 미학을 집중적으로 조명했습니다.


우바이 특집을 선보인 《연합문학》과 《보스》 - 사진: 안우산 

두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바이는 이번 시가집을 ‘투명함’이라는 단어로 여러 차례 설명했습니다. 이 투명함은 어떤 결론이나 해석이 고정되지 않고 마치 공중에 떠 있는 상태를 뜻하는데, 때문에 독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는 거죠.

우바이의 가사를 보면, 자신도 모르게 흥어거리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가집을 읽을 때 역시 이 충동을 참기 어렵지만 책이라는 매개를 통해 가사는 오히려 더 또렷하게 드러납니다. 이번 시가집의 출발점도 그 지점에 있는데요. 우바이는 출판사의 제안을 받고 ‘콘서트’라는 개념이 떠올랐고, 결국 시가집을 3일 동안 이어지는 콘서트의 구조로 편집했다고 합니다.


우바이 인생을 담은 6개 챕터 🎵

시가집은 총 6개 챕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챕터의 제목도 우바이가 직접 붙였습니다. 첫 챕터 〈천천히 흘러가라, 나의 꿈(慢慢流啊我的夢)〉은 ‘투명함’이라는 핵심 개념에 맞춰, 천천히 흐르는 물처럼 꿈의 형태를 그려냅니다. 여기에 담긴 가사들은 색을 덜어낸 감정의 결정체로 읽힙니다. 이어지는 〈남겨진 영상(殘留的影像)〉은 투명함 위에 미세한 흔적들을 담으며, 보다 짙은 분위기입니다.

세 번째 챕터는 타이완어 노래를 위주로 한〈끊어진 다리(斷橋)〉입니다. 초기 제목은 ‘축축한 흙냄새(潮濕的泥土味)’였지만, 결국 고향의 다리에서 영감을 받아 현재의 이름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우바이의 고향 남부 자이(嘉義) 솬터우(蒜頭)는 옛 설탕공장을 중심으로 발전한 지역인데, 마을과 공장을 잇던 다리는 과거 지역 사람들에게 중요한 통로였습니다. 그러나 우바이가 고향을 떠난 후에는 태풍 속에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제목에는 우바이의 상실과 기억이 담겨 있죠.

우바이 고향에 있는 솬터우 설탕공장 - 사진: 타이완설탕공사

그리고 후반부 〈타오르는 돌(燃燒的石頭)〉에서는 분노의 에너지, 〈아름답구나〉에서는 초기의 순수한 감성, 〈이것이 인생(是人生)〉에서는 히트곡들이 수록됩니다. 총 200여 편의 가사들로 독자에게 우바이의 음악 세계를 다시 바라보게 합니다.

시가집과 함께 증정된 카드에는 우바이의 솔글씨가 있다. - 사진: 청핀서점

이어서 마지막 챕터 〈이것이 인생〉에 수룩된 ‘노르웨이의 숲’을 조금 더 들어보시죠. 이 노래는 우바이가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동명 소설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작품으로, 누구에게나 침범할 수 없는 마음의 공간이 존재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시간이 가져간 것들과 남은 것들 ⏱️

그렇다면 시가집 제목 《움직이는 나무들은 모두 내 등 뒤로 돌아섰다》 는 또 어떤 의미일까요? 이 문장은 우바이가 2006년 발표한 ‘무지개(彩虹)’의 가사로, 시간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구절입니다. 나무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사람이 지나가면서 배경이 변하는 거죠. 더 깊이 들여다보면, 결국 시간만이 조용히 흘러가고 있다는 겁니다.

30년이 넘는 창작이 응축되는 만큼, 시간이 가져간 것들과 남은 것들이 모두 이 책에 있습니다. 수많은 것이 변했지만, 우바이는 ‘노는 마음’만은 변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음악이든 창작이든 사진이든, 그것들을 놀이처럼 대할 때 오히려 가장 자유로운 상태에 도달할 수 있다는 태도죠.

그리고 책표지에 적힌 제목 역시 우바이가 직접 작성한 겁니다. 다지인어가 여러 샘플을 보여줬지만, 마음에 드는 글씨체가 없어 스스로 썼다고 합니다. 챕터 제목 역시 그가 가장 아끼는 연필로 쓴 건데요. AI 창작이 보편화되는 지금에는 매우 소중한 마이드죠. 우바이는 창작이 가진 이런 ‘모호함은 AI가 영원히 대체할 수 없는 거라 강조했습니다.


모국어로 창작하고 싶다!! ✍️

또한 이번 시가집에 타이완어 노래 챕터가 있는 것처럼, 모국어 창작도 우바이 음악의 중요한 축입니다. 특히 1998년 발표한 타이완어 앨범   《가지 끝의 외로운 새(樹枝孤鳥)》는 타이완 음악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됩니다. 이전까지 타이완어 노래가 종종 비극적인 정서에 머물렀다면, 이 앨범은 전위적인 록 사운드로 새로운 표현의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이에 우바이는 어릴 때 설탕공장에서 들었던 소리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중국어 중심이 아닌 타이완의 생명력을 되찾고 싶다며, 특히 부모의 모국어가 창작의 언어가 된 것은 매우 흥분되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2022 우바이 ‘Rock Star’ 타이베이 콘서트 현장 - 사진: 안우산


우바이와 함께하는 시간들 ✨

우바이의 음악은 1990년대 경제 성장과 민주화 시기를 거치며, “나는 누구인지”라는 질문을 던졌고, 2000년대 글로벌화와 인터넷 시대에는 젊은 세대의 불안과 허무를 감싸 안았습니다. 또 2010년대 레트로 열풍 속에서는 ‘진짜 타이완 음악’으로 재평가되며 새로운 세대에게 닿았고, AI 시대에 들어서는 오히려 인간의 감정을 대변하는 목소리로 읽히고 있습니다. 이처럼 자유로우면서도 섬세한 음악이야말로 우바이 노래가 지금까지도 사랑 받는 이유죠.

엔딩곡으로 실연으로 타이완의 외교적 현실을 은유하는 ‘가지 끝의 외로운 새’를 띄어드리며 방송을 마치겠습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伍佰,《移動的樹都轉到我的背面》。
2. 蕭詒徽,「【當月精選】時間把我們都移動了—— 專訪伍佰談 《移動的樹都轉到我的背面》」,聯合文學。
3. 張鐵志,「伍佰的詩學——當電吉他與歌聲靜音,文字如何成詩?」,Ver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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