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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최초의 인공 운하 🚣
단오가 지나고 여름이 무르익은 7월입니다. 2주 전 타이완 곳곳에서 열린 드래곤보트 페스티벌의 열기가 아직도 식지 않고 있는데요. 강과 하천은 여전히 뜨거운 함성으로 가득했던 그날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 중 특히 남부 타이난(台南)의 축제는 특별한 의미를 지녔는데요. 올해가 개최지인 ‘타이난 운하’ 개통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기념해 대회 규모는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또 쨍쨍한 햇살 아래 펼쳐진 대회는 장마철의 끝을 알리기도 했습니다.
2026 타이난 드래곤보트 축제 현장 - 사진: 페이스북@臺南市國際龍舟錦標賽
타이난 운하는 타이완 최초의 인공 운하로, 지난 100년간 수운의 역사와 도시의 성장을 묵묵히 지켜봐 왔습니다. 이 뜻깊은 순간을 맞아 타이난시정부는 지난해부터 운하 시설을 정비하고 다채로운 이벤트를 마련했는데요. 이미 막을 내린 행사만 해도 등불축제와 뮤직 페스티벌, 마주여신(媽祖) 기원 행사, 특색 마켓, 역사 전시, 드래곤보트 축제 등이 있고요. 올 하반기에도 운하 풍경을 감상하며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미식 유람선’, 신혼부부 100쌍이 함께하는 합동 결혼식, 그리고 운하 부두 개장식 등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타이난 운하 100주년 등불축제 - 사진: 타이난시정부
그럼 오늘은 100년 역사를 품은 ‘타이난 운하’로 함께 떠나볼까요?
청나라 시대 세워진 ‘옛 운하’ 💧
타이난은 타이완에서 가장 먼저 개발된 도시로, 17세기부터 상업활동이 활발했던 곳입니다. 원래는 전원강(曾文溪)을 이용해 바다와 도심을 오갔으나, 18세기 초 전원강의 물길이 바뀌면서 토사가 쌓였고, 수운 기능도 약해졌습니다. 이에 현지 상업조직인 ‘부성삼교(府城三郊)’가 운하 개척에 나섰죠.
이렇게 탄생한 운하는 현재 ‘안핑 옛거리(安平老街)’를 향한 지역에 있고, 약 100년간 타이난의 주요 수로 역할을 했습니다. 훗날 새로운 운하가 건설되면서 이 운하는 ‘옛 운하(古運河)’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타이난 운하 위치 - 사진: 구글맵 / 제작: 안우산
1920~40년대 타이난 상업 발전의 기반을 마련한 운하 🚢
지금 드래곤보트 경기가 열리는 운하는 1926년 개통되었습니다. 당시 옛 운하가 토사 퇴적으로 인해 기능을 잃자, 타이완총독부는 길이 약 3.8km의 새 운하 건설을 추진했는데요. 바다와 도심을 연결하는 수로를 만들고, 안핑과 시내 양쪽에는 선박이 정박할 수 있는 도크도 조성했습니다. 그 결과 운하 주변에는 생선 가게와 조선소, 얼음 공장 등이 들어섰고, 드래곤보트 경기 역시 1920년대부터 이곳에서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운하 개통 당시에는 대규모 축하 행사도 열렸습니다. 타이난의 대표적인 마주여신 사찰인 ‘다톈후궁(大天后宮)’은 요경(遶境) 행사 일정을 앞당겨 성대한 퍼레이드를 선보였는데요.《타이난 신보(台南新報)》에 따르면, 상공회와 정부기관, 민간단체 등이 대거 참여해 행진 인원이 1만 명을 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번 100주년 기념행사에도 다톈후궁 마주여신이 함께했습니다. 특히 육지와 운하 위에서 동시에 행진이 진행되어 타이완 종교문화사에서 보기 드문 장면으로 기록되었습니다.
비록 마주의 가호를 받았지만, 운하에는 의외의 역사도 남아 있습니다. 1920~30년대에는 실연이나 가정 문제로 운하에 몸을 던지는 사건이 잇따르면서, 한때 ‘자살의 명소’라는 불명예스러운 별칭이 붙기도 했는데요. 당시 경찰은 운하 주변에 파출소를 신설해 순찰을 강화했고, 심지어 지장보살상을 모셨다고 합니다. 여기서 숨진 연인들의 이야기들은 훗날 타이완 전통극인 ‘거자시(歌仔戲)’의 소재로 각색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새 운하는 1920~40년대 타이난 상업 발전의 기반을 마련하며 막대한 경제적 수익을 가져왔습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안핑항의 토사 퇴적과 육상 교통의 발달로 인해, 운하는 점차 본래의 기능을 잃게 되었는데요. 여기에 운하 주변 상점과 주민들이 생활하수를 그대로 흘려보내면서 수질도 많이 약화되었습니다. 악취가 심해지자 사람들은 운하를 ‘하수구’라고 부르며 비웃기도 했죠.
운하의 새로운 얼굴: 중국성과 친수공원 ⛲️
도시의 얼굴을 되찾기 위해 타이난시정부는 1970년대 후반 대대적인 정비 사업에 나섰습니다. 수질 개선과 준설, 수로 정비는 물론, 선박이 정착되었던 막다른 구간인 ‘맹단(盲段)’도 매립해 새로운 개발 용지로 활용했습니다. 그 자리에 들어선 건물이 바로 1980년대 타이난 최고 번화가로 꼽혔던 ‘중국성(中國城)’입니다.
운하 도크를 매립해 세운 주상복합건물 ‘중국성’ - 사진: 국가문화기억뱅크 / 리위샹(李毓祥) 촬영
중국성은 타이베이101 건축가 리주위안(李祖原)의 작품으로, 중국 궁궐 양식을 본뜬 독특한 외관이 특징인데요. 당시 중국 대륙 수복을 강조하던 시대 분위기도 반영되어 있죠. 냉방 시설을 갖춘 상가를 비롯해 오락실과 영화관, 아이스링크 등이 들어서며 젊은이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주변 개발 공사가 이어지면서 유동 인구가 줄었고, 결국 치안의 사각지대로 전락했는데요. 2016년 철거된 후 4년 공사를 거쳐, 그 자리에 친수공원인 ‘허러광장(河樂廣場)’이 조성되었습니다. 인근의 옛 어시장 건물도 보존되어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중국성 철거 후 세워진 친수공원인 ‘허러광장’ - 사진: 안우산
▲관련 프로그램:
깊이 잠든 용이 있었던 타이난 중국성(中國城)
현재 타이난 운하 양쪽에는 타이난을 대표하는 나무 ‘봉황목(鳳凰木)이 줄지어 심어져 있습니다. 매년 5~6월이면 주황색 꽃이 만개해 꽃터널 같은 풍경을 만들어내는데요. 이어서 안핑에서 자란 가수 셰밍유(謝銘祐)의 ‘봉황꽃이 흩날려요(鳳凰花飛呀飛)’를 함께 들어보시죠.
운하의 관광화 ⛱️
운하 정비가 마무리된 후, 타이난시정부는 운하의 관광화에 주력했습니다. 먼저 안핑항 선박의 진출을 관리하던 옛 세관은 2005년 ‘운하박물관’으로 다시 문을 열었는데요. 옛 사무실과 관련 유물, 어민들의 도구 등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붉은 벽돌 외관은 그대로 보존해, 일본 식민지 시대의 건축 양식을 엿볼 수 있죠. 박물관에서는 운하 풍경을 바라보면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습니다.
이어 2017년에는 운하 유럼선 운행도 시작되었습니다. 배를 타고 13개의 다리를 지나며 아름다운 석양과 다양한 예술 장치들을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고요. 과거 사람들이 운하를 이용해 안핑과 도심을 오가던 모습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습니다.
타이난 운하 유람선 - 사진: 타이난시정부
그리고 이듬해에는 시정부가 ‘운하 옛 사진 공모전’을 열어 31장의 역사 사진을 공개했는데요. 운하 주변 공장과 도크에 정착한 선박들, 운하 정비를 기념하는 낚시대회, 드래곤보트 축제, 그리고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운하의 모습까지, 소중한 장면들이 고스란히 기록되었습니다.
사진을 제공한 수자오룽(蘇昭蓉)에 따르면, 1962년 세워진 ‘합작 빌딩(合作大樓)’은 당시 운하 일대의 대표적인 랜드마크였다고 하는데요. 9층 높이의 건물이 드물었던 시절이라 사람들은 이 건물을 ‘9층 빌딩(九層樓仔)’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또 타이난 드래곤보트 축제 조직위원장을 맡았던 차이스런(蔡世仁)은 1964년 대회에 당시 행정원장이었던 장징궈(蔣經國) 전 총통이 참석해 큰 화제가 되었다고 회고했습니다.
1974년 타이난 드래곤보트 축제 - 사진: 국가문화기억뱅크 / 황다저우(黃大洲) 촬영, 황신화(黃馨嬅) 제공
계속 이어지는 100주년 축제 🎆
이처럼 타이난 운하는 타이난사람들의 삶의 흔적을 담은 공간입니다. 여러 차례 정비 사업과 관광 개발을 거치며 마침내 ‘하수구’라는 오명을 벗고, 타이난을 대표하는 강변 경관이 된 거죠. 올 하반기에도 다양한 행사가 예정되어 있는 만큼, 단오절의 뜨거운 분위기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랜드마크 원정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詹筱苹,「台南運河100週年!打造安平運河夜間最美的一道散步風景」,500輯。
2. 張榮祥,「媽祖登船巡遊台南運河 重現百年前宗教盛事」,中央社。
3. 〈臺南運河龍舟賽〉,國家文化記憶庫。
4. 「運河觀光新體驗 水上觀賞臺南新視角」,台南市政府。
5. 「『臺南運河憶古今』老照片評選結果-運河歷史記憶躍然相紙上重現」,台南市政府。
6. 台南運河博物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