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문학의 향기를 담아, 지금 <포르모사 문학관>의 문을 엽니다.
2026 상반기 타이완 베스트셀러 🏆
2026년의 절반이 지나면서 각 서점과 출판사들은 잇따라 상반기 베스트셀러 리스트를 발표했습니다. 타이완 최대 온라인 서점 보커라이(博客來)는 2026 상반기 타이완 독서 시장을 설명하는 세 가지 키워드로 ‘스레드’, ‘본토’, ‘AI’를 꼽았는데요. 최대 서점 체인 청핀(誠品) 역시 “스레드가 독서 시장의 흐름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메타가 운영하는 SNS 스레드는 옛 트위터(X)를 겨낭한 플랫폼으로, 텍스트 중심의 콘텐츠가 특징입니다. 2023년 7월 타이완에서 출시된 후, 인스타그램과 연동되는 시스템으로 빠르게 이용자를 확보했는데요. 팔로워 수와 상관없이 모든 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퍼질 수 있는 알고리즘, 그리고 이미지 없이도 글을 올릴 수 있는 간편한 형식이 타이완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특히 2024년 1월 총통 대선을 앞두고, 스레드는 정치적 의견을 나누는 새로운 공간으로 떠올랐습니다. 선거 이후 여소야대 정국 속에서 국회개혁법안을 둘러싼 논쟁이 뜨거워지자, 많은 네트즌들은 스레드를 통해 의견을 공유하고 대규모 집회를 벌였습니다. 이를 계기로 스레드는 페이스북과 인스타를 제치고 타이완에서 가장 주목받은 SNS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2026년 상반기 보커라이와 청핀서점 베스트셀러 - 사진: 보커라이 & 청핀 홈페이지 캡처
보커라이와 청핀은 보고서에서 이번 베스트셀러 중 많은 작품들이 스레드에서 큰 관심을 받았고, 작가와 출판사 역시 이 플랫폼을 통해 독자와 직접 소통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현재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 홍니(洪倪, 본명 洪婕倪 홍제니)의 데뷔작도 스레드에서 화제가 된 작품 중 하나인데요.
에세이집 《수박 파는 사람(賣瓜的人)》은 홍니가 지난 30년의 삶을 다루며, 마치 수박을 가르듯 자신의 내면을 솔직하게 드러낸 작품입니다. 꾸밈없는 필치는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받았고, 입소문을 타며 베스트셀로 상위권에 올랐습니다.
오늘은 홍니가 건네는 수박을 맛보며,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함께 음미해 보겠습니다!
100만 유튜버의 새로운 신분! ✍️
홍니가 활동하는 유튜브 채널 ‘하하타이(哈哈台, HahaTai)’는 110만 명의 구둑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유머러스한 길거리 인터뷰 시리즈로 유명합니다. 홍니는 2021년 ‘제니(傑尼)’라는 이름으로 하하타이에 합류해 진행과 기획을 맡아왔는데요. 재치 있는 반응과 솔직한 매력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작가로서의 홍니는 어떨까요? 2023년 린룽산(林榮三)문학상 소품문 부문의 수상작 〈수박은 달까?(西瓜甜不甜)〉는 많은 독자들에게 홍니라는 이름을 알린 첫 작품입니다. 타이완에서 사진을 찍을 때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미소를 짓도록 “수박은 달까?”라고 묻곤 하는데요. 그러면 사람들은 “달다(甜)”라고 대답합니다. 중국어에서 ‘달다’의 발음은 한국어의 ‘치즈’처럼 입꼬리를 올리게 하는 표정을 유도하기 때문이죠. 수박을 좋아하는 홍니는 이 말이 어쩌면 수박이 크고 함께 나눠 먹는 과일이라는 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합니다.
속이 보석처럼 맑고 붉은색을 띠는 수박 - 사진: AI 생선
또 과일가게에 가면 혼자 먹기엔 부담스러운 큰 수박을 사 오게 되는 자신의 경험도 털어놓았습니다. ‘과일 천국’이라 불리는 타이완에서는 다양한 과일이 있지만, 홍니에게 수박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 과일인데요. 그는 수박의 붉은 속살을 자신의 마음에 비유하며, 좋으면 좋다고 싫으면 싫다고 하는 삶의 철학을 보여줬습니다. 이 작품은 《수박 파는 사람》에 수록되며 책 제목과도 직결되어 있죠.
당시 수상자 소개에는 홍니가 유튜브 콘텐츠에서 분장한 모습의 사진이 게재되었는데요. 한눈에 알아본 독자가 SNS에서 공유하면서 “유튜버 제니가 바로 작가 제니다”는 사실도 널리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홍니의 글쓰기는 훨씬 오래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자신에게 돌리는 마이크 🎤
타이완 중부 장화(彰化)의 작은 어촌 팡위안(芳苑)에서 태어난 그는 오남매 중 셋째입니다. 넉넉하지 않은 환경에서 자랐지만, 집 근처에 도서관이 있어 책과 영화를 가까이 접할 수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고, 언젠가 자신의 책을 출판해 ‘국제표준도서번호(ISBN)’를 받는 것을 인생의 목표 중 하나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4월 출판된 《수박 파는 사람》을 통해 그 꿈을 이루게 되었죠.
홍니의 고향 장화 팡위안의 왕궁어항(王功漁港) - 사진: 교통부 관광서
항상 마이크를 다른 사람에게 돌리던 홍니는 이번에 자신에게 직접 질문을 던졌습니다. 말 그대로 수박을 파는 사람이 된 거죠. 그는 책 후기에서 “수박은 썰어보기 전까지 그 안에 과즙이 얼마나 많은지 누구도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번 칼을 대는 순간, 자신을 지켜 주던 마지막 보호막도 사라진다.”고 썼습니다. 카메라 앞에서 남의 이야기를 끌어내며 자신의 모습을 감춰왔던 홍니는 이제 솔직하게 스스로의 인생을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이어서 황제(黃玠)의 ‘수박은 달까?(西瓜甜不甜)’를 함께 들어보시죠. 삶과 땅에 대한 사랑을 담은 노래입니다.
“친구들은 비싼 크루아상, 나는 아무도 찾지 않는 마트 식빵” 🍞
광고홍보학과를 졸업한 홍니는 광고회사 인턴십을 마친 후 뜻밖의 선택을 했습니다. 바로 타이베이를 떠나 고향으로 돌아간 건데요. 집 근처 마트에서 제빵사 일을 시작하며 몸으로 부딪치는 삶을 선택했습니다. 당시 반죽이 발효되는 과정에 매료된 그는 “아직 자신의 몸값이 가장 낮을 때, 가장 해보고 싶은 일에 도전하고 싶었다”고 말하며, 또 “어머니의 시간을 함께 살아보고 싶었다”고도 했습니다. 이 경험은〈호빵맨(麵包超人)〉이라는 작품으로 발표되었고, 《수박 파는 사람》에도 수록되었습니다.
그는 직장에서 인도네시아 출신 동료 아룽(阿榮)을 만났는데요. 남편을 잘못 만나 홀로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아룽은 혼자 다섯 남매를 키워낸 홍니의 어머니를 닮아 있습니다.
첫 직장에서 어머니를 닮은 동료를 만난 홍니 - 사진: AI 생선
그런데 적은 월급을 받으며 어머니와 함께 고향에서 살아가는 일은 결국 홍니를 숨 막히게 했습니다. 친구들의 SNS를 보면 모두가 인기 많은 크루아상처럼 빛나 보인 반면, 자신은 아무도 찾지 않는 마트 식빵 같다고 느꼈습니다. 반년이 지나도 자신이 왜 고향으로 돌아왔는지, 그 진짜 이유조차 어머니에게 털어놓지 못했고, 퇴사를 결심한 후에도 아룽에게 끝내 속마음을 전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어머니와의 적당한 거리를 찾는 과제는 지금도 그의 삶에 남아 있습니다.
내 몸에 봉인된 구미호 🦊
책에는 투렛 증후군을 안고 살아온 청춘의 기록도 담겨 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우연히 신문에서 이 증후군에 관한 기사를 읽은 홍니는 자신도 같은 증상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는데요. 그는 자신을 일본 만화 《나루토》의 주인공으로, 투렛을 몸속에 봉인된 ‘구미’로 생각하며 살아갔습니다. 다행히 사춘기가 지나면서 증상도 함께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성인이 된 후 해외여행에서 낯선 식물을 먹은 것을 계기로 ‘구미’가 다시 나타났다고 합니다. 그 순간, 그는 구미는 결코 완전히 사라지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죠. 몸의 균형을 잃고도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자신을 원망하기도 했지만, 다음 날 아침 모든 증상은 거짓말처럼 사라졌고 다시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그는 비로소 자신과 화해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홍니가 우리에게 파는 수박 🍉
구미를 몸속 깊이 감춰둔 것처럼 홍니 역시 늘 자신을 감춰 왔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세상에 내놓는 일을 과연 감당할 수 있는지 오랫동안 고민했는데요. 하지만 막상 책이 출판되고 나니 생각만큼 두렵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이제 책이 세상에 나온 이상, 어떻게 읽고 해석할지는 독자들의 몫이기 때문이죠. 이 것은 바로 홍니가 우리에게 파는 수박입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洪倪,《賣瓜的人》。
2. 林淑惠,「博客來公布上半年閱讀暢銷榜《臺灣漫遊錄》空降總榜冠軍」,工商時報。
3. 博客來2026上半年圖書暢銷榜。
4. 誠品書店2026上半年圖書暢銷榜。
5. 「2026上半年誠品書店暢銷榜公布!Threads影響力帶動書市話題風向」,迷誠品。
6. 鄭聿,「一不小心就會訪到自己 ——專訪《賣瓜的人》洪倪」,OPENBOOK閱讀誌。
7. 宋文郁,「龍生龍,鳳生鳳,素玉的女兒會寫作──專訪洪倪 aka 哈哈台傑尼」,BIOS Monthly。
8. 徐韞涵,「哪尼!傑尼就是洪倪——洪婕倪的影分身之術:街訪與書寫的抵達」,b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