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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의 고향’ 타이난 위징(玉井), 달콤함 속에 숨은 항일 역사 🥭

‘망고의 고향’ 타이난 위징에 있는 망고 시장 - 사진: 시라야(西拉雅)국가풍경구 관리처
‘망고의 고향’ 타이난 위징에 있는 망고 시장 - 사진: 시라야(西拉雅)국가풍경구 관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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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산 망고 두 알 중 한 알은 타이난산! 🥭

올여름, 달콤한 망고 드셔보셨나요? 최근 타이완 망고가 유럽 시장 진출에 성공하면서 타이완 농업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습니다. 농민들의 오랜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은 물론, 타이완 농산물 브랜드의 국제적 인지도도 한층 높아졌습니다.

타이완 망고는 주로 남부 타이난, 가오슝, 핑둥에서 생산되며, 4월부터 9월까지 여름을 대표하는 과일로 사랑받아왔습니다. 최대 생산지로는 역시 타이난이죠. 타이완산 망고 두 알 중 한 알이 타이난산일 정도인데요. 특히 타이난 동부 지역은 일조량이 풍부하고 배수가 잘되는 토양을 갖춰 고품질 망고로 유명합니다. 매년 6~7월에는 ‘타이난 국제 망고 페스티벌(臺南國際芒果節)이 열려, 망고 무한리필 파티를 즐길 수 있습니다.


여름 한정 디저트 망고 빙수 - 사진: 시라야(西拉雅)국가풍경구 관리처

이 가운데 망고 시장이 따로 있을 만큼 관련 산업이 발달한 위징(玉井)은 ‘망고의 고향’이라 불리고 있습니다. 타이난시정부는 위징산 망고를 보다 신속하게 수출하기 위해 2024년 현지에 가공·저온물류센터를 건설해 원스톱 생산 체계를 구축했는데요. 여기에 기존 증열처리장과 연계해 수확부터 운송, 가공, 검열, 포장까지 모든 과정을 생산지에서 진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국으로 수출되는 위징 망고 역시 이러한 과정을 거쳐 안전하게 처리되는 겁니다.

무더운 날에 망고 향기로 가득한 타이난 위징으로 함께 떠나볼까요?


400년간 이어진 품종 개량의 결실 ✨

위징 망고 시장에 들어가면, 금빛 찬란한 망고가 가득 담긴 바구니들이 눈에 먼저 들어옵니다. 다양한 품종의 설명판만 봐도 눈이 즐거워지는데요. 이러한 풍경은 타이완 농민과 정부가 400년에 걸쳐 만들어낸 결실입니다.

지금은 타이완을 대표하는 과일이지만, 망고는 타이완 토종 과일이 아닙니다. 16~17세기 네덜란드인이 동남아에서 망고를 타이난으로 들여온 후, 일본 식민지 시대에는 다양한 품종이 도입되면서 망고 재배의 기반이 마련되었습니다. 이어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미국의 지원으로 타이완 망고의 주인공인 애플망고가 등장했습니다! 

타이완의 다양한 망고 품종들 - 사진: 농업위원회


애플망고의 아버지 정한츠(鄭罕池) 👨

1954년 타이완 정부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애플망고를 비롯한 여러 품종을 들여왔고, 7년에 걸친 시험 재배 끝에 타이완 환경에 가장 잘 맞는 애플망고를 선정해 적극 보급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위징의 농민 정한츠(鄭罕池)가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요. 당시 위징에는 애플망고 묘목 100그루가 배정되었지만, 높은 리스크 때문에 재배에 나서는 농민은 정한츠밖에 없었고, 심지어 “잘 팔리는 사탕수수를 두고 왜 망고를 심느냐”는 주변의 비웃음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타이완 애플망고 최대 생산지인 위징 - 사진: 사진: 위징구 농회

하지만 시작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애플망고는 위징의 기후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고, 심각한 서리 피해까지 겹치면서 처음 심은 100그루 가운데, 4그루만 살아남았습니다. 다행히 이 나무들은 1965년 첫 수확에 성공했습니다! 당시 정한츠는 낯선 애플망고를 팔기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판로를 찾아다녔는데요. 그의 끈질긴 노력 끝에 애플망고는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고, 이를 계기로 위징 농민들도 하나둘 망고 재배에 뛰어들기 시작했죠.

그리고 정한츠는 자신의 성공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재배 기술을 아낌없이 다른 농민들과 공유하며 병충해를 막는 방법도 지역에 보급했습니다. 덕분에 위징의 애플망고는  1969년 처음 타이베이 시장에 진출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위징산 애플망고 - 사진: 타이완시정부 via CNA


놀라운 애플망고 경제 💰

1973년에는 타이완 정부가 정한츠의 고향인 위징 더우류자이(斗六仔)를 망고 전문 재배단지로 지정해 대규모 투자를 추진했습니다. 이렇게 산업 기반이 마련되면서 가난했던 농촌은 ‘망고의 고향’으로 탈바꿈했죠. 당시 망고 농사로 번 돈으로 지은 새집은 ‘망고 별장’이라 불릴 정도였습니다.

정한츠의 공로를 기념하기 위해 위징초등학교 교사 린위쉬안(林雨萱)과 지역 화가 왕딩이(王丁乙)는 그의 삶을 바탕으로 그림책 《여름의 루비(夏季的紅寶石)》를 펴냈고, 당시 타이난시정이었던 라이칭더(賴清德)가 직접 이 책을 정한츠에게 전달했습니다. 또 그가 별세 1주년을 맞은 2019년, 타이난시정부는 그의 옛집에 기념비를 세웠습니다. 만약 당시 정한츠가 위험을 감수하지 않았다면, 오늘날 '망고의 고향'이라는 이름도 어쩌면 위징의 것이 아니었을지 모르죠.

정한츠가 자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그림책 《여름의 루비》를 들고 있다. - 사진: 타이난시정부

이어서 위징 출신 타이완어 가수 차오유(王喬幼)의 ‘망고 꽃(芒果花)’을 함께 들어보시죠. 차오유는 망고 농사를 짓는 집안에서 자라 ‘망고 공주’라는 별명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타이완 최대 규모 항일운동 ‘자오바녠 사건’ 👊

차를 타고 위징으로 들어가다 보면, 마을 입구에서 커다란 망고 조각상을 만나게 됩니다. 조각상 위에는 ‘위징을 사랑한다. 망고의 고향’이라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지도를 보면 이 자리는 ‘자오바녠(噍吧哖) 기념공원’인데요. 바로 1915년 위징에서 발생한 항일운동 ‘자오바녠 사건’을 기리는 공간입니다.

위징의 랜드마크 망고 조각상 - 사진: 위징구 농회

자오바녠 사건은 타이완 최대 규모의 항일투쟁입니다. 일본군의 압도적인 무력으로 항쟁은 실패로 끝났지만, 이후 타이완 사회는 무장 투쟁 대신 평화적인 사회운동을 통해 민주와 자치를 쟁취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또 여기서 말하는 ‘자오바녠’은 원주민 언어인 ‘타파니(Tapani)’에서 유래한 위징의 옛 지명입니다. 이후 1920년 행정구역 개편 과정에서 일본어 발음이 비슷한 ‘다마이(玉井, Tamai)’, 즉 위징으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종교를 통한 항일 🙏

일본이 타이완을 통치한 지 20년이 지난 1915년, 당시 타이완사람들은 불공평한 법과 세금 제도, 엄격한 경찰 통제 속에서 큰 불만을 품고 있었는데요. 특히 사탕수수 재배가 중심이었던 위징에서는 설탕 산업이 일본 정부와 기업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농민들의 불만이 더욱 커졌습니다.

이러한 배경 아래 청년 위칭팡(余清芳)이 등장했습니다. 그는 타이난 시내의 사찰 ‘시라이암(西來庵)’을 중심으로 항쟁을 준비했는데요. 시라이암은 역병을 물리치는 신인 ‘오복대제(五福大帝)’를 모신 사찰로, 역병이 빈번했던 당시에는 신도들이 많이 찾았습니다. 위칭팡은 종교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자금을 모았고, 이 때문에 자오바녠 사건은 ‘시라이암 사건’이라고도 불립니다.

옛 시라이안 - 사진: 위키백과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항쟁 계획은 일본 경찰에 발각되었고, 위칭팡은 작전을 변경해 경찰서들을 공격했습니다. 이후 항일 세력은 현재 위징의 후터우산(虎頭山)에서 일본군 및 경찰과 마지막 전투를 벌였는데요. 농기구로 무장한 시민들은 현대식 무기를 갖춘 군인에 맞서 싸웠지만 결국 진압되고 말았습니다. 결국 위칭팡을 비롯한 약 2천 명이 체포되었고, 1천 명이 넘는 타이완사람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체포된 위칭팡 - 사진: 위키백과

사건 이후 시라이암은 비밀 종교의 근거지로 여겨져 철거되었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야 다른 자리에서 복원되었습니다. 타이완총독부도 이 사건을 계기로 타이완 민간신앙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동화 정책을 적극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오바녠 사건 100주년을 맞은 2015년, 타이난시정부는 옛 위징 설탕공장을 ‘자오바녠 사건 기념단지(噍吧哖事件紀念園區)’로 개조했는데요. 이 공간에서는 위징 땅에 새겨진 역사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옛 설탕공장에 있는 자오바녠 사건 기념관 - 사진: 타이난시정부


망고, 설탕공장, 그리고 자오바녠... 🌳

세 가지 키워드로 위징을 설명한다면 바로 ‘망고’, ‘설탕공장’, 그리고 ‘자오바녠 사건’일 거죠. 달콤한 망고 향기를 따라 오래된 설탕공장에서 역사의 흔적을 돌아본다면 매우 의미 있는 여행이 되지 않을까요? 망고 시즌이 끝나기 전, 망고의 고향 위징으로 문화 여행을 떠나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랜드마크 원정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楊思瑞,「台南芒果節壓軸登場 玉井青果市場湧採買人」,中央社。
2. 「玉井農產加工及冷鏈物流中心OT案完成簽約 黃偉哲攜手民間提升保鮮貯運能力」,台南市政府。
3. 游昇俯、陳大中,「臺灣如何走進大芒果時代」,農傳媒。
4. 「通往富裕之路?台灣芒果」,知果堂。
5.「『愛文芒果之父』鄭罕池故居今掛牌 黃市長:效法無私奉獻精神」,台南市政府。
6. 〈西來庵事件研究〉,台灣歷史文化地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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