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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정기념당 ‘자유의 꽃’ 대담①] 양솽즈와 주유쉰, ‘그들이 글을 쓰지 않을 때’ 🌺

지난 6월 27일 중정기념당에서 열린 작가 양솽즈와 주유쉰의 대담 현장 - 사진: 안우산
지난 6월 27일 중정기념당에서 열린 작가 양솽즈와 주유쉰의 대담 현장 - 사진: 안우산

타이완 문학의 향기를 담아, 지금 <포르모사 문학관>의 문을 엽니다.


중정기념당에서 펼쳐진 역사 대담 💬 

타이베이를 여행한다면 장제스 총통을 기념하는 ‘중정기념당’은 많은 외국인 여행객들이 꼭 찾는 명소 중 하나죠. 그런데 민주화 이후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면서 장제스 총통에 대한 재평가도 이뤄졌는데요. 특히 계염령이 시행되었던 38년 동안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소중한 청춘을 감옥에서 보내야 했고, 심지어 목숨을 잃었습니다. 때문에 중정기념당의 전환 사업은 현재 타이완 사회에서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타이베이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중정기념당’ - 사진: 안우산

그리고 지난해 연말 개봉한 백색테러 영화 <대몽(大濛, 안개 낀 시절)>과 올해 초 큰 논란을 일으킨 영화 <세기의 참극(世紀血案)>을 계기로, 자융제(賈永婕) 타이베이101 회장이 타이완 역사에 대한 사회적 성찰을 촉구하면서 관련 논의가 다시 주목을 받았는데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중정기념당은 지난 3월부터 ‘자유의 꽃 강연 시리즈(自由花蕊名家綻放講堂)’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초청해 문학, 영화, 음식, 여행 등 주제로 타이완의 이야기를 함께 살펴보는 자리입니다.

▲관련 프로그램:
타이베이101 회장 자융제(賈永婕) 신드롬

빛나는 타이완어 시집, 원뤄차오(温若喬) 《빛이 꽃처럼 반짝일 때(日花閃爍)》

중정기념당은 지난 3월부터 개최하고 있는‘자유의 꽃 강연 시리즈(自由花蕊名家綻放講堂)’ - 사진: 중정기념당

이 가운데, 소설 《1938 타이완 여행기》로 인터네셜너 부커상을 수상한 작가 양솽즈(楊双子)와 번역가 진링(金翎)도 강연자로 참여했습니다. 양솽즈는 작가 주유쉰(朱宥勳)과 함께 사회운동에 참여한 과정을 공유했고요. 진링은 팟케스트 진행자 우이츠(吳怡慈)와 같이 영어권에서 타이완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달되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처럼 과거 권위주의 정권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공간에서, 타이완의 역사와 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사실 자체가 매우 의미 있는 일이죠. 오늘은 먼저 양솽즈와 주유쉰 작가의 대담부터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그들이 글을 쓰지 않을 때 ✏️

지난 6월 27일, 양솽즈와 주유쉰은 ‘그들이 글을 쓰지 않을 때(他們沒在寫作的時候)’라는 주제로 작가의 사회적 실천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이 제목은 백색테러 시대 타이완 작가들의 이야기를 다룬 주유쉰의 저서 《그들이 소설을 쓰지 않을 때(他們沒在寫小說的時候)》에서 따온 건데요. 작가들의 인생 경험이 작품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탐구한다는 취지죠.

우선, 주유쉰은 역사를 돌아보며 문학이 단순히 미학을 추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 체계에 맞서는 역할도 해왔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1920년대에는 문학이 뉴미디어로 등장해 식민주의와 사회현상을 비판하는 수단으로 떠올랐으며, 특히 타이완 최초의 문화단체인 ‘타이완문화협회(臺灣文化協會)’가 결성된 후에는 보다 조직적인 움직임이 시작되었다는 분석입니다.

타이완신문화운동기념관에서 전시된 타이완문화협회 제1차 이사회 기념사진 - 사진: 안우산

이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재체제 아래 작가들은 서구 모더니즘의 미학을 받아들여, 우회적인 표현으로 사회를 비평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시인 린헝타이(林亨泰)의 세 작품을 예로 들어 시대 분위기를 반영하는 문학의 특징을 설명했는데요.

먼저 1947년 2·28사건이 발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발표된 〈녹은 풍경(溶化的風景)〉에서는 눈물로 슬픔을 표현했고요. 또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군중(群眾)〉에서는 성문을 가득 뒤덮은 이끼의 이미지를 통해 대중의 저항의지를 암시했습니다. 그리고 1987년 계염령 해제 후 발표된 〈안전(安全)〉은 훨씬 더 직설적인 언어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털어놓았죠.

지난 2023년 향년 100세로 별세한 시인 린헝타이 - 사진: 국립타이완사범대학교


천 한 겹 뒤집어쓰고 있는 유령 👻

40년에 가까운 계염체제 속에서 작가들은 검열을 피하기 위해 우회적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많은 타이완사람들에게 문학은 반드시 어려워야 하는 것으로 여겨져 왔는데요. 하지만 린헝타이의 작품을 통해 문학이 시대 변화와 함께 더욱 직설적인 방향으로 전환해 왔다는 점을 알 수 있죠. 이에 주유쉰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在台灣,文學能開始不晦澀、直白,是一件重要的里程碑,直白的同時仍能保持美學的質地,是我們要去追求的。如果看到直白的文字就覺得不是文學,這代表某種程度上,戒嚴的幽靈還沒有完全散去,仍在默默控制你。」

“타이완에서 문학이 더 이상 난해하지 않고 보다 직설적으로 표현될 수 있는 점은 중요한 이정표라고 생각한다. 직설적으로 표현하면서도 동시에 미학적 완성도를 유지하는 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다. 만약 직설적인 글을 보고 ‘이건 문학이 아니다’라고 느낀다면, 어느 정도는 계엄령의 유령이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고, 여전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를 통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에 양솽즈는 ‘패러다임의 전환(paradigm shift)’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는데요. 패러다임의 전환이란 기존의 사고방식이나 관점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것을 의미합니다. 타이완문학의 경우 내용 면에서는 민주화를 거치며 타이완의 주체의식을 중심으로 전환해 왔으나, 형식 면에서는 여전히 문학이 어려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남아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을 “문학을 뒤덮은 천”에 비유해 설명했는데요.

「我們的文學像幽靈一樣,披上一塊布,布底下有作家們真正想談的事情,可是懂得人才懂,不懂的人只看到那塊布,就會使得我們的文學越來越困難與不可理解,你也不會被觸動。」

“타이완문학은 천을 한 겹 뒤집어쓰고 있는 유령과 같다. 그 천 아래에는 작가들이 진정으로 말하고 싶었던 것들이 있지만, 그것을 알아보는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그저 천만 보게 된다. 그 결과, 타이완문학은 점점 더 어렵고 이해하기 힘든 방향으로 가고, 독자 역시 작품에 마음이 움직이지 않게 된다.”

중정기념당이 전환의 필요성에 직면한 것처럼, 타이완문학에도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게 바로 지금 양솽즈와 주유쉰을 비롯한 젊은 작가들이 노력하고 있는 방향이죠.


‘자중자애’ 하지 않는 작가 ⚡️

이처럼 지금 사회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문학의 정신을 실천하듯, 작가들 역시 구체적 행동으로 자신이 사는 땅을 지키고 있습니다. 양솽즈는 2024년 《1938 타이완 여행기》로 전미도서상(National Book Award)을 수상한 후, 발기인으로서 입법위원을 대상으로 한 파면운동을 추진했는데요. 결국 천 명이 넘는 타이완 작가들이 파면 연서장에 서명했습니다. 이에 주유쉰은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如果今年時間倒回50年前,如果一個作家拿到國際獎項,這時候會出現四個字,叫做愛惜羽毛,但楊双子2024年一得獎,兩個月後就把籌碼砸到桌上說我們來連署,這是台灣文學的第一次」

“만약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으로 시간을 되돌린다면, 한 작가가 국제적인 상을 받았을 때 아마 ‘자중자애’라는 네 글자가 등장했을 것이다. 하지만 양솽쯔는 상을 받은 지 불과 두 달 만에 자신이 가진 모든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던지듯 “우리 함께 연대 서명을 합시다”라고 말했다. 이는 타이완 문학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비록 모든 파면 안건이 부결로 끝났지만, 양솽즈는 꺾이지 않았습니다. 

「我們就是在這一場場不管是成還是敗的投票之中成為台灣人。讀歷史對我們最大的幫助是,看到前人們無數次的失敗,而那些失敗比我們付出的代價還要大很多,而我們現在有很失敗嗎?突然覺得還好了。」

“이겼든 졌든 우리는 수많은 투표를 거치며 타이완인이 되어 왔다.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도움은, 앞선 세대들이 수없이 실패해 왔다는 사실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치러야 했던 대가는 우리보다 훨씬 컸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그렇게 크게 실패하고 있는 걸까? 이 정도면 괜찮은 것 같다.”


강연 후 열린 작가 사인회 - 사진: 안우산 


“문학인은 실패하는 편에 서는 것에 익숙했다” ✨

두 작가는 타이완문학과 타이완 민주주의의 미래에 대해 낙관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주유쉰은 “문학인은 실패하는 편에 서는 것에 익숙했다”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사실 권위를 상징하는 공간에서 이러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 자체가 이미 충분히 의미있는 일이죠. 앞으로 중정기념당과 타이완문학이 어떻게 변화해 나갈지, 우리 모두의 주목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시민으로서 우리가 가진 투표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며 국가의 미래를 함께 지켜봐야겠죠.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작가 양솽즈가 사인한 《1938 타이완 여행기》 한국어판 - 사진: 안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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