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문학의 향기를 담아, 지금 <포르모사 문학관>의 문을 엽니다.
아버지의 모습 👨
지난 주말 타이완에서 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내렸지만, 레스토랑은 여전히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8월 8일이 타이완의 아버지날이기 때문인데요.
아이에게 아버지는 어떤 존재일까요? 가정을 든든하게 지탱해 주는 기둥일 수도 있고, 사랑을 표현하는 데 서툰 남자일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가정을 떠나 아이의 성장 과정에 함께하지 못한 경우도 있겠죠.
과거 타이완의 가부장적 사회에서 아버지는 가족을 책임지는 가장이자, 쉽게 도전할 수 없는 권위의 상징이었습니다. 특히 전쟁과 백색테러를 겪은 시대적 배경 속에서 역사의 무게를 짊어진 채, 말없이 살아가는 존재로 그려지곤 하죠. 아이들은 그런 아버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성장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아버지 역시 평범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낯선 사람보다 더 멀게 느껴지는 부모와 자녀 사이 🧑🧑🧒
타이완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하나로 꼽히는 우밍이(吳明益)는 이러한 아버지의 복잡한 모습을 작품에 많이 담아냈습니다. 그의 대표작 《도둑맞은 자전거(單車失竊記)》는 주인공이 아버지와 함께 사라진 자전거를 찾는 데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요. 이 여정에서 1940~50년대 타이완사람들이 다양한 신분으로 전쟁에 휘말렸던 역사가 드러나며, 수많은 삶이 얽힌 시대의 비극도 섬세하게 그려집니다.
최근 이 소설의 한 문장이 SNS에 공유되면서 큰 화제가 되었는데요.
「爸跟媽生下了我們,想盡辦法努力工作供應我們念書,終於把我們改變成一種他完全不能理解的生物,然後我們就永遠離開他們了。」
“부모님은 우리를 낳아 어떻게든 열심히 일하며 우리를 공부시켰다. 그렇게 끝내 우리를 자신들이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 되게 했고, 우리는 결국 영영 부모님 곁을 떠났다.”
아이와 부모는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관계여야 하지만, 낯선 사람보다 더 멀게 느껴질 때도 있죠. 우밍이는 담담하고 냉정한 필치로 이러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한편, 거대한 역사적 서사와 섬세한 감정 묘사의 대비로 독자들의 마음 깊숙이 파고들었습니다. 이 작품은 2018년 인터내셔널 부커상 롱리스트에 오르며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는 올해 양솽즈(楊双子)의 《1938 타이완 여행기》가 수상하기 전까지, 타이완 문학이 국제 무대에서 거둔 가장 큰 성과 중 하나였죠.
그럼 오늘은 우밍이의 《도둑맞은 자전거》를 함께 읽어보겠습니다!
아버지의 흔적에서 시작된 역사 글쓰기 ✍️
《도둑맞은 자전거》라는 제목을 들으면, 1948년 개봉한 이탈리아 영화 <자전거 도둑(Ladri di biciclette)>이 생각날 수도 있죠. 이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로마를 배경으로 하고, 자전거를 도둑맞은 주인공이 다른 사람의 자전거를 훔치려다 현장에서 붙잡히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전후 사회의 현실을 담아낸 뛰어난 연출과 깊은 울림으로, 영화사에서 가장 위대한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우밍이는 바로 이 영화에서 영감을 받아, ‘자전거’라는 매개체를 통해 타이완이 겪은 전쟁의 상처를 풀어냈습니다.
그런데 이 소설의 바탕에는 우밍이 자신의 삶과 가족 이야기도 자리하고 있습니다. 특히 아버지와의 관계가 중요한데요. 1971년 타이베이의 주상복합건물 ‘중화상장(中華商場)’에서 태어난 그는 구두가게의 막내아들입니다. 엄격했던 아버지의 교육 방식 아래, 일곱 남매는 대부분 강한 반항심을 품었죠. 우밍이 역시 중학교 때 앵무새를 키우고 몰래 친구들에게 팔리거나 자신의 진로 문제를 두고 아버지와 싸우는 등 크고 작은 충돌이 이어졌습니다. 결국 두 사람은 서로에게 낯선 사람처럼 지내게 되었고, 이후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관련 프로그램:
'글을 다루는 마술사' 우밍이(吳明益)
하지만 우밍이는 아버지의 유물을 정리하던 중, 아버지가 식민지 시대에 일본으로 건너가 전투기 제작에 참여했던 사진을 보고, 역사 글쓰기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우밍이는 청핀서점(誠品書店)과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작업을 이어가는 데 가장 중요한 힘으로 ‘지적 호기심’을 꼽았는데요. 그는 “내 인생은 이미 다 써 버렸고, 앞으로도 다른 대단한 일이 없을 것 같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유한한 삶의 경험과 탐구 정신을 바탕으로, 이 세계의 모습을 하나씩 세워 나가는 것이다. 소설가는 역사학자와 달리 인간의 심리와 감정, 그리고 개인의 선택을 탐구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역사학자가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해석하는 직업이라면, 소설가는 그 사건 속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탐구하는 사람이라는 뜻이죠.
우밍이 작가 - 사진: 우밍이 제공
전쟁이 우리에게 남긴 상처들... 💔
그리고 전쟁에 초점을 맞춘 이유도 언급했습니다. 그는 “우리는 전쟁이 우리에게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고, 우리 세대는 완전히 새로운 세대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나를 그렇게 가르쳤던 것이 결국 그들이 전쟁을 직접 겪은 경험과 관련되어 있었다. 전쟁의 참화를 가까스로 살아남은 사람들이었기에 삶이 얼마나 불확실한 것이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늘 우리의 미래를 걱정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아버지에게 바치는 노래, 타이완 밴드 소다그룬(蘇打綠)의 ‘어릴 때(小時候)’를 함께 들어보시죠. 어릴 때 아버지와 가까웠지만, 성인이 된 후에는 서로의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하게 된 부자 관계를 담고 있습니다. 보컬 칭펑(青峰)이 아버지가 병상에 누워 있을 때 자신에게 건넸던 “힘내라”라는 한마디를 듣고 만든 노래라고 합니다.
아버지의 흔적을 따라서 👣
자전거는 20세기 초 타이완에 들어온 후, 현대화의 상징이자 사회적 지위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떠올랐습니다. 1950~60년에는 소설에 등장한 ‘행복’ 브랜드 자전거 한 대의 가격이 공무원 월급 4~5개월 치에 달할 정도로 고가의 물건이었는데요. 그래서 자전거를 도둑맞는다는 것은 매우 큰 일이었죠.
이야기 속 주인공은 우밍이처럼 타이베이 중화상장에서 태어난 작가입니다. 재봉사였던 그의 아버지는 중화상장이 철거되었던 1992년, ‘행복’ 브랜드 자전거와 함께 집을 떠나 행방불명되었습니다. 20년 후, 주인공은 가족사진을 보면서 아버지와 자전거가 함께 찍힌 모습을 보고 그 자전건을 찾기로 결심했습니다.
1950년대 ‘행복’ 브랜드 자전거의 광고 사진 - 사진: 국가문화기억뱅크 / 신베이시정부문화국
일본군 자전거 부대 ‘은륜부대’에 가입한 타이완 원주민 🚲
이 과정에서 원주민 사진가 아바스(阿巴斯)를 만나게 되고, 아바스의 아버지 역시 자전거와 깊은 인연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요. 그래서 두 사람은 함께 각자의 아버지가 남긴 흔적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아바스의 아버지는 일본군의 자전거 부대 ‘은륜부대(銀輪部隊)’의 일원이었습니다. 당시 일본군은 영국이 지배하던 말레이 반도를 점령하기 위해, 정글에서 가동력이 뛰어난 자전거 부대를 조직했습니다. 특히 산간지역에 익숙한 타이완 원주민을 모집해 작전에 투입했죠. 결국 일본군은 자전거 부대를 활용해 말레이 반도 전선에서 빠른 진격을 이뤘습니다.
그러나 최전선에 있었던 병세들에게는 전혀 다른 경험이었는데요. 아바스의 아버지는 전쟁 기간에 정글에 갇혀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자연을 파괴하는지를 목격했습니다. 힘들게 고향에 돌아온 후에는 새로운 중화민국 정권 아래에서 과거 일본군 병사였다는 사실이 문제가 될까 두려워 관련 물품들을 모두 태웠습니다. 그리고 몇 년 후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1941~42년 필리핀 전역에서 투입된 일본군의 자전거 부대 ‘은륜부대’ - 사진: 위키백과
행복한 결말이란... ❓
주인공의 아버지 역시 전쟁과 연결된 세대였습니다. 우밍이의 아버지처럼 어린 나이에 일본으로 건너가 전투기 제작에 참여했고, 일본식 교육 아래 침묵과 규율을 중시하는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또 두 아들과 계속 갈등을 겪고, 결국 자신이 키운 아이가 자신이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는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자전거를 타고 집을 떠났죠.
이야기 말미에서 주인공은 아버지의 ‘행복’ 자전거를 찾았지만, 정작 아버지는 찾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과연 행복한 결말일까요? 전쟁을 경험하고, 또 그 상처를 다음 세대까지 이어받은 사람들에게는 결코 그렇지만은 않을 거죠.
지난 시대에 대한 존경 🫡
우밍이는 후기에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이 소설을 쓴 것은 단순히 과거를 그리워하는 감정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내가 직접 경험하지 못한 시대에 대한 존경과,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삶의 경험에 바치는 경의에서 비롯된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곧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일인 9월 2일을 맞습니다. 80여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전쟁이 남긴 상처는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있고, 지금의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부모 세대가 역사의 비극 속에서 제대로 사랑을 표현하지 못했다면, 이제 우리는 진정으로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과거의 상처를 마음에 품은 채, 진정한 행복을 찾아 앞으로 나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吳明益,《單車失竊記》。
2. 郝妮爾,「一個普通人的大時代以及小日常:吳明益」,國藝會線上誌。
3. 翟翱,「【自由副刊】【書與人】記憶都在這裡了 - 吳明益談《單車失竊記》」,自由藝文。
4. 蔡雨辰,「小說家的尋覓之旅,為抵達謎底而寫——專訪作家吳明益」,迷誠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