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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라는 원치 않는 차에 올라탄 이들의 이야기, 타이완 영화 《잘못 탄 차》

위칸핑(虞戡平) 감독의 1983년 명작 《잘못 탄 차(搭錯車, Papa, Can You Hear Me Sing?)》 - 사진: 타이베이 금마장 영화제(台北金馬影展) 사이트 페이지 캡쳐
위칸핑(虞戡平) 감독의 1983년 명작 《잘못 탄 차(搭錯車, Papa, Can You Hear Me Sing?)》 - 사진: 타이베이 금마장 영화제(台北金馬影展) 사이트 페이지 캡쳐

지난주에는 타이완 영화사의 거장 위칸핑(虞平) 감독에 대해 이야기 나눠봤는데, 기억하시나요? 특히 오는 11월에 개최될 제63회 금마장(金馬獎) 시상식 영예로운 '공로상(終身成就獎)' 수상자로 발표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드리면서, 감독님의 작품 세계를 함께 살펴보았죠. 

오늘은 지난 시간에 이어, 위칸핑 감독의 대표작이자 타이완 영화사에 거대한 족적을 남긴 전설적인 명작이죠. 1983년 개봉한 영화 잘못 탄 차(搭錯車, Papa, Can You Hear Me Sing?)》를 깊이 있게 파헤쳐 보는 시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금마장을  싹쓸이한 것은 물론, 타이완 MV(뮤직비디오) 문화의 시작점이자 대중음악의 패러다임을 바꾼 작품인데요. 대체 어떤 매력이 있길래 지금까지도 전설로 불리는지, 오늘 저와 함께 그 속으로 들어가 보시죠! 

영화 《잘못 탄 차》는 타이완 영화사를 말할 때 결코 빠질 수 없는, 그야말로 눈물과 감동의 대표작입니다. 가슴 아픈 부녀간의 사랑, 그리고 지금 들어도 소름 돋는 명곡들로 시대를 풍미했는데요. 하지만 이 위대한 비극 명작에는 놀라운 반전이 하나 있습니다. 원래는 아주 웃긴 '시트콤 로드 무비'로 기획되었었다는 사실이죠. 

당시 홍콩의 전설적인 영화사 '시네마 시티(新藝, Cinema City)'의 타이완 지사를 맡고 있던 위칸핑 감독은, 원래 유명 코미디 배우 순위에(孫越) 내세워 길을 잘못 들어선 사람들의 유쾌한 소동극을 그리려고 했습니다. 영화 제목인 《잘못 탄 차도 원래는 이런 해프닝 소동극에서 나온 이름이었습니다. 

하지만 홍콩 본사의 황바이밍(黃百鳴) 프로듀서가 "아니다, 관객들의 가슴을 흔들 최강의 최루성 비극을 찍어야 한다!"라고 제안했습니다. 결국 황바이밍 프로듀서가 직접 타이완으로 날아와 단 48시간 만에 대본을 전면 수정하면서, 지금의 '말을 못 하는 폐품 수거원 아빠(야슈)와 버려진 아이(아메이)의 눈물겨운 이야기'가 탄생하게 된 겁니다. 

줄거리를 잠시 살펴볼까요? 

퇴역 군인이자 말을 하지 못하는 장애를 가진 '야슈(啞叔)'는 폐병을 주워 팔며 겨우 살아가다, 길가에 버려진 아기 '아메이(阿美)'를 거두어 정성껏 키웁니다. 아메이는 자라면서 뛰어난 노래 실력으로 연예기획사에 발탁되고, 순식간에 스타덤에 오르죠. 하지만 기획사는 상업적 이미지를 위해 아메이에게 가난하고 장애가 있는 아버지를 숨기도록 강요합니다. 성공과 효도 사이에서 갈등하던 아메이. 그리고 딸의 앞길을 위해 스스로 뒤로 물러선 아버지. 하지만 아버지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야 아메이는 달려가게 됩니다. 

이야기만 다시 떠올려도 벌써 가슴이 아려오는데요. 이 감동을 음악으로 먼저 느껴볼까요?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렸던 루이(蘇芮) 명곡입니다. <빈 술병 팝니까(酒矸倘賣無)> 듣고 오겠습니다. 

수루이의 폭발적인 가창력이 돋보이는 <빈 술병 팝니까(酒矸倘賣無)> 듣고 오셨습니다. 

이 노래는 타이완어 가사와 중국어 가사가 섞인 노래인데, 제목 '빈 술병 팝니까'는 예전 고물상들이 거리에서 외치던 정겨운 장사 소리이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 구절은 1948년 장츄둥송(張邱東松)이 만든 <빈 술병 수거(收矸)>는 민중 가요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민중들의 가난하고 힘든 삶을 너무 사실적으로 그려냈다는 이유로 당국에 의해 금지곡이 되는 아픔을 겪기도 습니다.  

위칸핑 감독과 음악진은 이 잊혀진 밑바닥 삶의 목소리를 록(Rock) 음악으로 재해석해 세상에 다시 쏘아 올린 겁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영화 《잘못 탄 차》가 단순한 신파극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영화는 1980년대 타이완이 급격한 경제 성장과 현대화를 겪으며 발생한 사회적 그늘을 날카롭게 포착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곳은 지금 타이완의 화가  신이로(信義路) 일대 위치했던 '자력 권촌(自眷村)'입니다. '돌볼 권(眷)' 자에 '마을 촌(村)' 자가 합쳐진 '권촌'은, 1940년대 국민 정부 함께 타이 섬으 건너 외성인들 거주지였습니다. 

그중에서도 '자력 권촌'은 이름 그대로 정부의 공식 주택 지원 체제 밖에서, 군인과 그 가족들이 직접 땅을 차지하고 집을 지어 이룬 자발적 거주지였는데요. 정부가 공식 관리하던 '열관 권촌(列管眷村)'의 수가 워낙 한정되어 있다 보니, 결국 지원을 받지 못한 수많은 군인과 가족들이 스스로 살길을 찾아 집을 지어야만 했던 겁니다. 사실상 무허가 건축물에 가까웠던 셈이죠. 

하지만 훗날 타이완이 급격히 성장하고 도시 재개발 바람이 불면서, 이 자력 권촌들은 가장 먼저 철거 대상 1순위로 내몰리게 됩니다. 무자비하게 밀려드는 포클레인과 갑작스러운 화재, 그리고 평생의 보금자리에서 쫓겨나는 사람들의 모습은 당시 타이완이 겪어야 했던 현대화의 씁쓸한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는데요. 

영화 제목 《잘못 탄 차》는 어쩌면, 이처럼 시대의 격변기 속에서 자신이 원치 않는 차에 올라탄 채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르고, 끝내 내릴 수도 없었던 당대 하층민과 외성인 퇴역 군인들의 비극적인 운명을 비유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이 가슴 아픈 서사에 깊은 울림을 더하며, 영화의 대성공을 이끌어낸 결정적인 주인공이 있습니다. 바로 음악입니다. 

영화 《잘못 탄 차》의 OST는 타이완 대중음악사를 '이전'과 '이후'로 가르는 커다란 분수령이 되었는데요. 당시 OST 작업에는 뤄다유(羅大佑), 허우더젠(侯德健), 리쇼우취안(李壽全), 우니엔전(吳念真), 량홍즈(梁弘志) 같은 전설적인 거장들이 대거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이 위대한 음악을 완성한 단 한 사람, 바로 가수 수루이(蘇芮)입니다! 

그전까지 타이완 여가수들의 주류는 부드럽고 감성적인 목소리였지만, 수루이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옷을 입고 영혼을 찌르는 듯한 강렬한 록과 소울 창법으로 무대를 압도했습니다. 이른바 '검은 선풍(黑色旋風)'의 시작이었죠! 

게다가 이 영화는 타이완 최초로 영화 장면과 노래를 유기적으로 결합한 뮤직비디오 형식을 시도했습니다. 특히 중정기념당 광장에서 펼쳐지는 대규모 야외 댄스 장면과 화염이 치솟는 무대는 타이완 영화사와 음악사에 영원히 남을 명장면으로 꼽힙니다. 

결국 《잘못 탄 차》는 제20회 금마장 상식에서 남우주연상(순위에), 음악상, 삽입곡상, 녹음상 등 4개 부문을 싹쓸이했고, 개봉 후 5개월 동안 무려 8번이나 재개봉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습니다. 

결국 《잘못 탄 차》는 그해 제20회 금마장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순위에)을 비롯해 음악상, 삽입곡상, 녹음상 등 4개 부문을 싹쓸이했고, 개봉 후 5개월 동안 무려 8번이나 재개봉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습니다. 

특히 당시 금마장 삽입곡상을 안겨준 주인공이자, 영화의 메시지를 가장 강렬하게 응축한 명곡이 하나 있죠. 바로  <같은 달빛(一樣月光)>입니다. 

"빌딩이 사방에 치솟고, 칠색 네온사인이 밤하늘을 속되게 물들이네... 우리가 세계를 바꾼 걸까, 아니면 세계가 너와 나를 바꾼 걸까?" 

이 서늘하고도 깊은 가사가 바로 《같은 달빛》의 노랫말인데요. 40년이 지난 지금 들어도 가슴을 울리는  질문은, 빠르게 변해가는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의 우리에게도 여전히 깊은 물음을 던져주는 것 같습니다. 

오늘 금마장 공로상 수상자인 위칸핑(虞平) 감독의 명작, 《잘못 탄 차》를 통해 1980년대 타이완의 열기와 아픔, 그리고 위대한 음악의 탄생을 함께 되짚어봤습니다. 엔딩곡으로는 《잘못 탄 차》의 수많은 명곡 중에서도 시대를 뛰어넘어 큰 사랑을 받는 노래죠, 수루이(蘇芮)의 <같은 달빛(一樣月光)>을 들려드리면서 인사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연예계 소식> 진행에 진옥순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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