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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의 17번째 공식 원주민족 ‘시라야족’ 🌟
최근 타이완 원주민 사회에 정말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바로 핑푸족(平埔族) 시라야족(西拉雅族, Siraya)이 타이완의 17번째 원주민족으로 공식 인정받았다는 겁니다! 사실 시라야족은 1990년대부터 원주민족 지위 회복을 위한 운동을 이어왔는데, 무려 30여 년의 노력 끝에 마침내 결실을 맺었습니다. 내일(13일)부터 신분 등록이 시작되면서 약 5만 명의 시라야족이 등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다면 이 과정에 왜 이렇게 긴 시간이 걸렸을까요? 그 이유는 시대마다 달랐던 정부의 핑푸족 인식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핑푸족은 17세기 한족 이주민들이 타이완에 정착하기 전부터 평야 지역에 살던 원주민인데요. ‘핑푸’라는 명칭은 일본 식민지 시대에 원주민을 산간 지역의 ‘가오사족(高砂族)’과 평야 지역의 ‘핑푸족’으로 구분한 데서 유래했습니다. 그런데 핑푸족은 오랫동안 한족 사회와 교류하며 언어와 생활 방식이 크게 변했고, 제2차 세계대전 후 중화민국 정부가 마련한 제도에서는 공식 원주민으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이후 핑푸족의 민족 정체성 인식이 높아지고, 학계에서도 재검토하기 시작하면서 이른바 ‘핑푸족 명칭회복운동(正名運動)’이 전개되었습니다. 여기서 ‘명칭’이란 법적인 민족 지위와 원주민 신분, 그리고 그에 따른 권리를 회복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2002년 원주민족으로 인정받은 거마란족(噶瑪蘭族, Kavalan)은 명칭회복에 최초로 성공한 핑푸족입니다.
2015년 타이난에서 열린 핑푸족 명칭회복운동 서밋 현장 - 사진: 위키백과 Bellenion
핑푸족 원주민족 신분법 👨⚖
그리고 결정적인 전환점은 2022년 헌법재판소의 판결이었습니다. 당시 일부 시라야족은 원주민 신분 등록을 신청했다가 거부되자 소송을 제기했는데, 헌법재판소는 기존 ‘원주민신분법’이 핑푸족을 배제한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2025년 10월, ‘핑푸족 원주민족 신분법’이 제정되면서 시라야족은 이 법에 근거해 원주민 신분을 신청하고 이번에 공식 승인을 받게 된 겁니다.
현재 시라야족은 주로 타이완 남부와 동부에 거주하며, 핑푸족 가운데 인구가 가장 많은 민족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가장 큰 공동체는 타이난에 자리하고 있는데, 옛 타이난현정부도 2005년 시라야족을 지방 차원에서 원주민족으로 인정한 바 있습니다. 다만 오랜 세월 한족사회와 함께 살아오면서 언어와 전통문화가 많이 사라졌기 때문에, 민족 정체성을 회복하는 과정 역시 쉽지 않았죠.
오늘은 30여 년에 걸친 노력 끝에 마침내 자신의 이름을 되찾은 시라야족의 마을로 함께 떠나보겠습니다!
타이완의 시작은 시라야족에 있다❗️
타이난에는 타이완 최초의 인문경관형 풍경구 ‘시라야국가풍경구’가 있습니다. 이름 그대로 이곳에 살던 시라야족의 이름을 따서 붙여진 곳인데요. 시라야(Siraya)란 ‘사람’, 또는 ‘안에 있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풍경구 소개 글에는 이런 문구도 적혀 있습니다. “타이완의 시작이 타이난에 있다면, 타이난의 시작은 시라야족에 있다.” 원주민 문화가 점차 사라져 가는 오늘날, 시라야족은 타이완인의 뿌리와 정체성을 이해하는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죠.
타이완에 있는 타이완 최초의 인문경관형 풍경구 ‘시라야국가풍경구’ - 사진: 시라야국가풍경구관리처
시라야족 전설에 따르면, 조상들은 보다 풍요로운 땅을 찾아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넜다고 합니다. 하지만 항해 도중 폭풍을 만나 바닷물을 따라 흘러와 지금의 타이완 남부에 정착하게 되었는데요. 이후 사냥과 어업, 그리고 간단한 농업으로 생계를 이어갔으며, 천재지변과 산간지역 원주민과의 충돌에 대비해 이동하는 생활을 했다고 전해집니다.
이렇게 타이난 지역에는 시라야족을 대표하는 4개의 ‘사(社)’, 즉 주요 부락이 형성되었는데요. 17세기 네덜란드인의 기록에 따르면, 2천 명이 살던 ‘샤오룽사(蕭壠社)’, 1,300명이 살던 ‘마더우사(麻豆社)’, 그리고 각각 900명 규모의 ‘무자류완사(目加溜灣社)’와 ‘신강사(新港社)’가 당시 시라야족의 중심 공동체였습니다.
시라야족의 특별한 신앙과 제사 문화 🏺
이 중 샤오룽사에는 시라야족의 전통 신앙 ‘아리주(阿立祖)’ 문화가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타이완 원주민의 전통 신앙은 대부분 자연의 모든 존재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애니미즘(Animism)’에 속하는데요. 시라야족 역시 자연을 숭배하며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시라야족의 항아리 숭배 신앙 - 사진: 위키백과 蜻蜓
시라야 신앙에서 ‘아리주’는 최고의 신으로, 온화하고 친근한 존재로 묘사되며, 껌처럼 씹을 수 있는 식물 빈랑(檳榔)과 술을 특히 좋아한다고 합니다. 때문에 제사 때 술과 빈랑은 절대 빠지지 않는 제물이죠. 그리고 조용한 환경을 좋아한다고 믿어서 아리주를 모시는 공간 ‘궁셰(公廨, kuwa)’는 대부분 야외에 마련됩니다. 궁셰의 제물상에는 크고 작은 항아리가 놓여 있는데, 그 안의 물은 신과 조상의 영혼이 머무는 곳으로 믿어집니다. 이것이 바로 시라야족만의 ‘항아리 숭배 신앙’입니다.
제사상에 올린 빈랑과 술 - 사진: 시라야국가풍경구관리처
신과 인간을 이어주는 무당 ‘왕이(尪姨, Inps)’도 매우 중요한 역할인데요. 모계사회인 시라야족에서 여성만 맡을 수 있는 왕이는 제사의 주도자이자, 마을 사람들의 병을 돌보는 치유사입니다. 또 매년 열리는 제사 ‘예지(夜祭, Ta-ai)’에서는 전통 노래와 춤으로 이뤄진 ‘쳰취(牽曲)’를 올려 신을 기쁘게 하고, 통돼지를 제물로 바치며 마을의 안녕을 기원합니다. 이처럼 왕이는 공동체를 하나로 묶고 전통문화를 이어가는 핵심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과 인간을 이어주는 시라야 무당 ‘Inps’ - 사진: 시라야국가풍경구관리처
이어서 타이난 다내(大內)에 있는 시라야족 마을 ‘터우사(頭社)’에서 제사 때 실제로 불리는 ‘쳰취’를 함께 들어보시죠.
명칭회복운동의 전개 ✊️
이처럼 시라야족은 깊은 역사와 풍부한 문화를 지닌 민족이지만, 17세 후반부터 중국 한족의 이주가 본격화되면서 점차 동부 지역으로 이주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청나라 정부의 정책에 따라 일부 시라야족은 내륙 지역으로 옮겨 치안을 담당하는 역할을 맡기도 했는데요. 이렇게 삶의 터전을 떠나면서 시라야족은 언어와 전통문화도 조금씩 잃어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20세기 말, 타이난과학단지의 공사 현장에서 의외로 시라야족의 유적이 잇따라 발견되었는데, 문헌으로만 전해지던 시라야 문화의 흔적이 고고학적으로 확인되기 시작한 겁니다. 여기에 민주화 이후 핑푸족 ‘명칭회복운동(正名運動)’의 전개와 함께 시라야족은 자신의 이름을 되찾는 노력을 이어갔죠. 권익 운동을 펼치는 동시에, 네덜란드 선교사들이 남긴 시라야어 기록을 연구하면서 한동안 단절되었던 전통문화와 언어를 다시 이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수환즈(蘇煥智) 전 타이난현장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그는 원주민이 아니지만, 어릴 때 시라야족의 신 ‘아리주’의 계약 자녀, 즉 ‘계자(契子)’가 된 인연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현장이 된 후 시라야 문화 보존에 크게 힘썼죠. 시라야국가풍경구의 설립부터 시라야 전통 제사의 재개, 그리고 타이난과학단지 내 ‘시라야대로(西拉雅大道)’, ‘무자류완대로(目加溜灣大道)’와 같은 도로 명명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타이난과학단지에 있는 ‘시라야 대로’ - 사진: 위키백과
30년 끝에 이름 되찾은 시라야족 💧
이렇게 30여 년의 노력 끝에 시라야족은 마침내 원주민족 신분을 되찾았습니다. 현재도 시라야족 외에 8개의 핑푸족이 새 법에 따라 원주민 신분 인정을 신청했습니다. 이들은 타이완에서 가장 먼저 살아온 사람들이지만, 역사의 흐름 속에서 자신의 이름과 지위를 잃은 거죠. 이번 시라야족의 인정이 다른 핑푸족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고, 타이완 사회가 원주민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엔딩곡으로 시라야족 음악단 ‘Onini(竹音樂團)가 발표한 앨범 ‘Mururawa Siraya(西拉雅在唱歌)’에 수록된 ‘아름다운 산림(美麗山林)’을 띄워드리며 방송을 마치겠습니다.
오늘 <랜드마크 원정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高華謙、賴于榛,「政院核定西拉雅為原住民第17族 平埔族首例、8月中起可登記身分」,中央社。
2. 吳仲安,「西拉雅族獲核定原住民族 爭取過程與族群分布一次看」,公視新聞網。
3. 施正鋒,〈平埔族原住民族身分被剝奪的探討〉。
4. 〈發現西拉雅-從源頭說起〉,西拉雅國家風景區管理處。
5. 〈西拉雅族傳說〉,國家文化記憶庫。
6. 莊喜如,「斷裂與重生-北頭洋部落西拉雅族文化復振」,人社東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