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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그치지 않았던 그날, 다시 피어난 샤오린촌(小林村) ☔️

2009년 태풍 ‘모라꼿’에 따른 호우로 매몰된 가오슝의 샤오린촌 - 사진: 위키백과 bellenion
2009년 태풍 ‘모라꼿’에 따른 호우로 매몰된 가오슝의 샤오린촌 - 사진: 위키백과 bellen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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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날에 발생한 타이완 가장 심각한 수해 💧

지지난 주말은 타이완의 아버지날 ‘88절’이었죠. 아버지에게 감사를 전하는 즐거운 날이지만, 8월 8일은 또 다른 의미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2019년 8월 8일, 태풍 ‘모라꼿’이 타이완을 강타하면서 중남부와 동남부 지역에서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특히 가오슝 자셴(甲仙)의 작은 마을 ‘샤오린촌(小林村)’에서는 500명 가까이가 토사에 매몰되는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당시 태풍에 따른 호우로 산사태가 발생해 엄청난 양의 토사가 강을 가로막으면서 폐색호가 만들어졌습니다. 8월 9일 아침, 폐색호의 붕괴와 함께 거대한 토석류가 샤오린촌을 덮쳤고, 100여 가구가 순식간에 매몰되었습니다. 결국 전체 주민의 약 20%만이 살아남았습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샤오린촌 출신의 운전기사 방룽궤이(邦榮貴)가 30여 명의 주민들과 함께 버스에서 목숨을 잃었다는 건데요. 원래 방 기사는 이미 샤오린촌을 빠져나온 상태였지만, 주민들을 구하기 위해 다시 돌아간 겁니다.

재해의 주요 원인으로는 단시간에 쏟아진 호우가 꼽혔습니다. 많은 곳에서는 불과 이틀 동안 1년 치에 해당하는 비가 내릴 정도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부의 대응을 둘러싼 논란도 거셌는데요. 특히 일부 정부 관계자들이 재해 구조가 한창이던 시기에 아버지날 모임에 참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들의 불신과 비판이 크게 확산되었습니다. 결국 한 달 후, 당시 행정수반이었던 류자오쉬안(劉兆玄)이 이끄는 행정원이 총사퇴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같은 아픔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모라꼿’이라는 태풍 명칭도 세계기상기구의 태풍 이름 목록에서 삭제되었습니다.

훗날 ‘8·8수해’라 불리게 된 이 재해로 타이완에서는 총 681명이 숨지고, 18명이 실종되었습니다. 1959년 ‘8·7수해’에 이어 타이완 역사상 가장 심각한 수해로 기록되었는데요. 게다가 아버지날과 겹쳤기 때문에 타이완인에게 더욱 잊을 수 없는 아픔으로 남아 있죠. 그럼 오늘은 ‘8·8수해’ 속에서 큰 피해를 입었던 샤오린촌으로 가보겠습니다.


핑푸족 다우룽족의 최대 마을 ✨

샤오린촌은 가오슝 북동부 자셴(甲仙)의 산간지역에 위치해 있으며, 서쪽으로는 아리산(阿里山)산맥, 동쪽으로는 위산(玉山)산맥이 이어집니다. ‘샤오린’이란 작은 숲을 의미합니다. 한족이 오기 전에는 원주민 핑푸족(平埔族) 다우룽족(大武壠族, Taivoan)의 최대 마을로, 지금까지도 관련 문화가 잘 보존되어 있는 곳입니다.

대표적인 문화가 바로 신앙입니다. 지난주 소개해 드렸던 시라야족(西拉雅族)의 최고 신 ‘아리주(阿立祖)’와 마찬가지로, 다우룽족에게는 ‘타이주(太祖)’ 신앙이 있는데요. 샤오린촌에서 타이주를 모시는 공간 ‘궁셰(公廨)’는 물론, 매년 음력 9월 15일에 성대한 제사 ‘예지(夜祭)’도 열립니다. 그런데 아리주가 항아리에 있다고 믿는 시라야족과 달리, 다우룽족은 타이주가 대나무로 만든 기둥 ‘향신좌(向神座, kegitangta' agisen)에 머문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타이완 최초의 핑푸족 박물관(小林平埔族群文物館)도 이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샤오린촌 다우룽족이 매년 음력 9월 15일에 열리는 제사 ‘예지(夜祭)’ - 사진: 위키백과 Bellenion

핑푸족 문화뿐만 아니라, 일본 식민지 시대에 장뇌(樟腦) 채취를 위해 많은 한족도 샤오린촌에 이주했는데요. 때문에 마주여신(媽祖) 순례행사 같은 한족 민간신앙도 지역의 중요한 문화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악몽 같은 모라꼿 태풍 🌪️

이렇게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진 마을이었지만, 2009년 태풍 모라꼿은 샤오린촌의 모습을 하루아침에 바꿔 놓았습니다. 타이완 정부의 조사에 따르면, 산사태가 시작된 순간부터 토사가 마을을 덮기까지 불과 110초였습니다. 토사는 시속 180km로 마을을 휩쓸었고, 결국 샤오린촌은 5층 건물 높이의 토사에 파묻히고 말았습니다.


8·8수해 이후의 샤오린촌 - 사진: 위키백과 Jay Fang


세 마을로 나뉜 새로운 샤오린촌 🏠

이후 정부와 민간단체의 노력으로 샤오린촌은 2010~11년쯤에 두 곳에 재건되었습니다. 하나는 산사태 피해를 입지 않았던 우리푸(五里埔) 지역이고, 다른 하나는 원래 마을과 20km 떨어진 산린(杉林) 지역입니다. 새롭게 조성된 마을은 세 개의 구역으로 나뉘는데요. 먼저 우리푸에 자리한 ‘샤오린 1촌’에는 초등학교와 주민센터, 핑푸족 박물관 등 주요 시설이 들어섰습니다. 산린에 조성된 2촌과 3촌은 각각 타이완설탕공사와 불교단체 츠지(慈濟)가 제공한 부지에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마을의 원래 자리는 기념공원(小林村紀念公園)이 되었습니다. 공원에는 타이완 고유종인 산벚나무 181그루가 심어져 있는데, 이는 당시 희생된 181가구를 상징합니다. 또 공원에 마련된 사당에는 재해로 목숨을 잃은 주민들의 넋을 모시고 있으며, 추모하는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전망대에 올라가면 거대한 토사에 묻혀버린 옛 샤오린촌의 흔적을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마을 원래 자리에 세워진 샤오린촌 기념공원 - 사진: 가오슝시정부 관광국

이어서 8·8수해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그해, 비가 그치지 않던 나라(那年,雨不停國)’의 OST를 함께 들어보시죠. 타이완을 대표하는 힙합가수 중 한 명인 단바오(蛋堡)의 ‘비가 그치지 않아(雨沒停過)’입니다. 노래에서는 마음에도, 눈에도, 기억 속에도 눈물이 좀처럼 그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재해가 남긴 상처와 슬픔이 얼마나 깊었는지를 생생하게 표현한 곡입니다.


다시 꽃이 피는 샤오린촌 🌸

재해를 겪은 샤오린촌은 세 곳으로 나뉘어 재건되었지만, 세 마을은 저마다의 특색을 만들어가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습니다. 우선은 원래 마을과 가장 가까운 1촌 ‘우리푸 마을’은 다우룽족의 문화 전승을 가장 중요한 임무로 삼고 있습니다. 제사가 진행되는 궁셰 외에도, 매년 열리는 제례 ‘예지’도 여기서 열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도교신 ‘현천상제(玄天上帝)’를 모시는 ‘베이지뎬(北極殿)’ 역시 이곳에 재건되었습니다. 이는 한족과 다우룽족이 공존하는 방증이죠.

2촌 ‘르광 샤오린(日光小林) 마을’은 보다 참신한 방식으로 지역의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현지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다양한 상품으로 개발하고, 이를 활용한 관광 농업도 추진하고 있는데요. 특히 강황(薑黃), 매실, 지자오츠(雞角刺) 등 식물로 만들어진 제품이 인기입니다.

마지막으로 3촌 ‘샤오아이 샤오린(小愛小林) 마을’은 세 마을 중 주민의 평균 연령이 가장 높은 곳입니다. 그래서 지역발전협회를 중심으로 주민들의 교류를 활성화하고 어르신들의 돌봄과 복지를 강화하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협회의 지원 아래 현지의 대표적인 민속 공연인 ‘뉴리전(牛犁陣)’도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는데요. 뉴리전은 타이완 농촌사회에서 발전한 전통 공연으로, 농민들이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수확하는 모습을 노래와 춤으로 표현합니다.

세 개 마을로 재건된 샤오린촌 - 사진: 샤오린핑푸족박물관


비가 그치지 않아... ❓

17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노래 ‘비가 그치지 않아’의 가사처럼 마음에 남은 상처는 쉽게 사라지지 않겠지만, 주민들은 새로운 마을에서 다시 씨앗을 뿌리고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극한적인 자연재해가 더욱 빈번해지고 있는 지금, 자연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것인가는 인류가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입니다. 

오늘 <랜드마크 원정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兩天驟降近一年雨量  『八八風災』惡水無情土石滅村」,國家文化記憶庫計劃。
2. 連珮貝、王又慶,「可怕"莫拉克" 世界氣象組織除名」,公視新聞網。
3. 〈小林村大武壠族文化誌〉,看見小林。
4. 「小林村紀念公園」,高雄旅遊網。
5. 〈小林一分為三〉,小林平埔族群文化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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