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혹시 평소에 자주 듣고 따라 부르던 노래가 알고 보니 누군가의 '리메이크곡'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놀라신 적이 있으신가요? 대중음악계에서는 가끔 리메이크 버전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거나, 가창자의 명성이 너무 커서 원래 노래를 부른 원곡자가 잊히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오늘 <멜로디 가든>에서는 타이완 대중음악 역사 속에서 대중이 오랫동안 '원곡'으로 오해해 왔지만, 사실은 거장의 손길이나 리메이크를 통해 새롭게 태어난 대표적인 명곡 3곡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그럼 첫 번째 곡부터 이야기 나눠볼까요?
첫 번째로 소개해 드릴 곡은 타이완과 중화권은 물론, 한국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노래, 바로 〈월량대표아적심(月亮代表我的心)〉입니다. “내 마음은 저 달과 같아”라는 감미로운 제목의 이 노래는, 첫 구절만 들어도 영원한 디바, 덩리쥔(등려군, 鄧麗君)의 목소리가 자동으로 떠오르실 텐데요. 하지만 놀랍게도 이 노래의 진짜 원곡자는 덩리쥔이 아닙니다!
이 곡은 원래 1973년 타이완의 유명 가수 천펀란(陳芬蘭)이 먼저 발표했던 노래입니다. 당시 '타이완의 미소라 히바리'라 불릴 정도로 대단한 인기를 누리던 천펀란은 이 노래가 수록된 앨범을 녹음한 직후, 아무런 홍보 활동도 하지 않은 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며 가요계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타이틀곡도 아니었던 이 노래는 그렇게 묻히는 듯했죠.
게다가 이 노래에는 운명적인 수난이 또 있었습니다. 같은 해 다른 가수가 이 노래를 다시 불러 방송에 홍보하려 했으나, 가사 중 "輕輕的一個吻 (살포시 나누는 입맞춤)"이라는 구절이 당국의 심의에서 '풍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금지곡 지정을 받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노래는 어떻게 전 세계적인 명곡이 되었을까요?
몇 년 뒤, 싱가포르 공연 중이던 덩리쥔이 우연히 이 아름다운 멜로디를 듣게 됩니다. 노래가 너무 마음에 들었던 그녀는 1977년 홍콩에서 발표한 앨범에 이 곡을 수록했는데요. 당시 금지곡 규제가 미치지 않던 홍콩에서 음반이 발매된 덕분에 검열을 피할 수 있었고, 덩리쥔 특유의 부드럽고 온화한 음색이 더해져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타이완으로 역수출되었습니다.
그럼 덩리쥔의 목소리로 1977년 화려하게 재탄생한 그 전설의 버전, 함께 감상해 보시죠.
덩리쥔의 아련한 목소리, 잘 들어보셨나요?
이어지는 두 번째 곡은 2000년대 초반, 청춘들의 장거리 연애 감성을 완벽하게 담아내어 큰 사랑을 받았던 곡입니다. 바로 〈외로운 북반구(孤單北半球)〉라는 노래인데요.
2000년대 타이완 드라마나 대중음악을 좋아하셨던 분들이라면 배우 린이천(임의신, 林依晨)이 부른 버전으로 이 노래를 기억하시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2004년 인기 드라마 《애정합약(愛情合約)》의 엔딩곡으로 사용되면서, 주연 배우였던 린이천의 풋풋하고 달콤한 목소리와 함께 대히트를 쳤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 노래의 진짜 원곡자는 가수 오우더양(歐得洋)입니다. 원래 2003년에 발표된 오우더양의 남성 솔로곡이었는데요. 처음에는 한 온라인 게임의 음악으로 쓰였다가 반응이 워낙 좋아 정식 음반으로 발매되었고, 싱가포르 차트에서 9주 연속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원곡 자체도 대단한 인기를 누렸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남성 버전인 원곡과 여성 버전인 리메이크곡의 가사가 서로 대화하듯 대칭을 이룬다는 것입니다.
원곡인 오우더양의 남성 버전에서는 "나의 밤인사로 너의 아침 식사를 함께할게(用我的晚安陪你吃早餐)"라고 부른다면, 린이천의 여성 버전에서는 "너의 아침인사로 나의 저녁 식사를 함께할게(用你的早安陪我吃晚餐)"라고 응답하죠. 또 "내 팔베개가 없어서 어색하지 않니?"라는 남성의 질문에 여성 버전은 "너의 팔베개가 없어서 아직은 어색해"라고 확답을 남깁니다.
시차와 거리를 극복하는 연인들의 애틋함을 남녀의 시선에서 완벽하게 담아낸 명곡, 〈외로운 북반구〉. 오늘은 드라마의 인기와 함께 많은 사랑을 받았던 린이천의 목소리로 들어보겠습니다.
청량하고 달콤한 린이천의 목소리에 이어, 이번에 들려드릴 세 번째 곡은 듣기만 해도 절로 어깨가 듬칫거리는 경쾌한 국민 가요입니다. 바로 〈맞은편 아가씨 이쪽을 좀 봐요(對面的女孩看過來)〉입니다.
이 노래는 1998년 타이완의 톱스타 런시엔치(임현제, 任賢齊)가 불러 중화권 전체를 들썩이게 만들었던 대형 히트곡입니다. 쉬운 멜로디와 유쾌한 가사 덕분에 남녀노소 누구나 따라 부르는 시대를 풍미한 명곡인데요.
하지만 이 노래를 직접 작사, 작곡하고 처음으로 세상에 선보인 주인공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말레이시아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아뉴(阿牛)입니다.
아뉴가 데뷔 초기인 1997년에 발표한 원곡은 소박하고 풋풋한 시골 포크송 느낌의 노래였습니다. '여기 멋진 공연이 펼쳐지고 있으니 모른 척하지 말아 달라'며 지나가는 이성들의 관심을 어떻게든 끌어보려는 외로운 솔로 남성의 마음을 정말 귀엽게 담아냈죠. 특히 '이리저리 생각해 봐도 여자 마음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라며 툴툴거리다가, 결국 '에이, 모르겠다! 집에나 가야지' 하고 툭 내뱉는 혼잣말로 끝맺는 가사가 아주 유쾌하고 매력적인 곡이었습니다.
이 노래가 가진 숨은 가능성을 단번에 알아본 사람이 바로 런시엔치였는데요. 1998년, 한층 더 밝고 에너제틱한 편곡을 더해 발표한 리메이크 버전이 전 아시아 지역에서 폭발적인 대히트를 기록하게 됩니다. 타이완 대중음악 역사상 '리메이크 버전이 원곡의 인기를 완전히 뛰어넘은' 가장 대표적이고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죠.
천펀란의 아쉬운 은퇴와 금지곡이라는 시련을 넘어 덩리쥔을 통해 전 세계의 유산이 된 〈원량대표아적심(月亮代表我的心)〉, 남녀의 시차와 장거리 연애 감성을 오우더양과 린이천 각각의 매력으로 풀어낸 〈외로운 북반구(孤單北半球)〉, 그리고 아뉴의 풋풋한 자작곡에서 시작해 런시엔치의 국민 히트곡으로 거듭난 〈맞은편 아가씨 이쪽을 좀 봐요(對面的女孩看過來)〉까지.
원곡자의 손에서 태어난 멜로디가 새로운 가창자를 만나 또 다른 꽃을 피우는 모습은 대중음악이 지닌 참 재미있는 매력인데요. 숨은 이야기를 알고 들으니 이 음악들이 한층 더 반갑게 느껴집니다.
마지막 곡으로 '이쪽을 좀 봐요! 여기 멋진 공연이 펼쳐지고 있어요'라며 외로운 솔로 남성의 귀엽고 유쾌한 마음을 담아낸 노래죠. 런시엔치의 〈맞은편 아가씨 이쪽을 좀 봐요〉 들려드리면서, 오늘 <멜로디 가든>은 여기서 인사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진옥순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