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문학의 향기를 담아, 지금 <포르모사 문학관>의 문을 엽니다.
타이완을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영화 ‘또또와 유령친구들’ 👻
타이완의 오리지널 캐릭터와 브랜드를 한 자리에 만날 수 있는 ‘2026 타이완문화박람회(Creative Expo Taiwan, 크리에이티브 엑스포 타이완)’ 상품 전시회가 지난 12일 성황리에 막을 내렸습니다. 7일간 총 거래액은 전년보다 22% 증가한 16억 5천 만 뉴타이완달러(한화 약 730억 원)에 달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번 박람회에서 타이완 문화부가 주도한 전시 구역 ‘IP-STAR POP PARK(黑潮星樂園)’가 특히 눈길을 끌었습니다. 모두 36개 부스가 참여해 타이완 창작자들의 강한 창작 에너지를 보여줬습니다. 이 중 타이완의 대표적인 애니메이션 영화 <또또와 유령친구들(魔法阿媽)>도 참여했는데요. 내년 영화 속편 개봉을 앞두고 마련된 부스는 타이완 민간신앙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부적을 활용해, 신비로운 유령 세계를 선보였습니다.
2026 타이완문화박람회에서의 <또또와 유령친구들> 부스 - 사진: 페이스북@魔法阿媽
1999년에 개봉한 <또또와 유령친구들>은 지금까지도 많은 타이완 사람들의 추억 속에 남아 있는 작품인데요. 주인공 또또는 여름방학을 맞아 시골에 있는 외할머니 집에서 지내게 됩니다. 그런데 귀신을 좇는 도사인 외할머니는 좀처럼 마음이 맞지 않았죠. 어는 날 또또는 뜻하지 않게 봉인되어 있던 악귀를 풀어주고 맙니다. 악귀와 맞서 외할머니를 구하는 모험에서 외할머니와 조금씩 가까워지고, 세상에 대해서도 한 뼘 더 알아가게 됩니다.
2026 금만장 특별공로상 수상자 🏆
그리고 이 영화 제작에 참여한 만화가 마이런제(麥人杰)가 최근 타이완의 만화대상 ‘금만장(金漫獎)’ 특별공로상을 수상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는데요. 마이런제는 영화의 캐릭터 설정과 콘티, 애니메이션 제작, 대본 수정 등을 맡아 작품의 판타지적인 분위기를 확립했습니다. 특히 중국어 제목인 ‘마법 할머니’도 마이런제가 지었다고 합니다.
40년 넘게 만화와 애니에이션, 다자인 분야에서 활동해 온 마이런제는 타이완 만화의 전성기를 이끈 작가 중 한 명입니다. 유쾌한 청춘 소년만화부터 성적 묘사와 폭력을 담은 성인만화까지, 장르를 뛰어넘은 독특한 작품 세계를 선보이며 많은 후배 만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줬는데요. 이번 금만장 심사단 역시 그를 “타이완 만화를 국제무대로 이끈 작가”로 평가했습니다.
그럼 오늘은 2026 금만장 특별공로상 수상자, 만화가 마이런제에 대해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웃음 뒤에 감춰진 투병 이야기 🛏️
‘마이 아저씨’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마이런제는 평소에도 유머러스한 모습으로 유명한데요. 이미 60세를 넘겼지만, 여전히 순수한 적자지심으로 만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특히 까만 모자에 길게 묶은 흰 머리카락은 세련되면서도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이번 수상 소식을 받고 SNS에 “처음엔 사기인 줄 알았는데, 확인해 보니 상금도 있네”라는 흥미로운 포스팅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역시 마이런제답죠.
그런데 그의 어린 시절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인 아버지와 타이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3살 때 아버지가 연락이 끊긴 후, 어머니의 보살핌 속에서 타이중에서 성장했습니다. 집 근처 사찰이 많은 덕분에 일찍부터 타이완의 전통신앙을 접했는데요. 이러한 경험은 훗날 그의 창작 세계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앞서 소개해 드린 <또또와 유령친구들> 역시 이러한 경험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평안했던 삶은 어느 순간 예상하지 못한 아픔으로 크게 흔들리게 되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몸이 계속 아팠던 그는 무려 8년 동안 100명이 넘는 의사의 진료를 받은 끝에, ‘청년형 강직성 척추염’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 질병은 만성 질환의 하나로 허리 통증과 관절 염증을 일으키는데, 완치가 불가능해 평생 통증과 함께 살아가야 합니다. 이로 인해 마이런제와 어머니는 오랫동안 우울한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만화가 마이런제 - 사진: 문화부 제공
아픔도 만화로 승화한 ‘마이 아저씨’ 🖌️
다행히 그림 그리기가 돌파구가 되어줬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은 통증에서 잠지 벗어나 오롯이 그림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죠. 동시에 류싱친(劉興欽), 예홍자(葉宏甲) 같은 타이완 1세대 만화가들의 작품과 일본의 거장 데즈카 오사무의 만화를 보며 힘을 얻었고요. 어느 순간부터는 그림으로 먹고살고 싶다는 꿈도 품게 되었다고 합니다.
1984년, 당시 대표적인 타이완 만화대회였던 ‘전국만화대격돌장(全國漫畫大擂台)’에서 작품 〈천문(天問)〉으로 우승을 차지한 그는 이듬해 만화지 《환락만화(歡樂漫畫半月刊)》를 통해 정식 데뷔했습니다. 1989년에는 또 다른 만화지 《요일만화(星期漫畫)》에서 첫 장편만화를 연재하기 시작했는데, 바로 초능력을 가진 소년이 악마와 맞서는 이야기 《천재 슈퍼맨 장난꾸러기(天才超人頑皮鬼)》입니다. 이 작품은 2018년 다시 출판되기도 했습니다.
2018년 재출판된 《천재 슈퍼맨 장난꾸러기(天才超人頑皮鬼)》- 사진: 청핀서점
이처럼 1980년대부터 차근차근 실력을 쌓은 마이런제는 타이완 민주화와 함께 창작의 역량이 폭발했던 1990년대에 더욱 주목받았습니다. 그럼 이어서 1990년 발표된 노래, 우스카이의 ‘특별한 사랑은 특별한 당시에게(特別的愛給特別的你)’를 함께 들어보시죠!
무협과 성인 코미디의 기발한 만남 ✨
마이런제를 비롯한 여러 만화가들의 노력으로 타이완 만화는 아름다운 꽃이 피었지만, 1992년 타이완 출판사들이 일본 만화의 판권을 사들이면서 일본 만화는 타이완 시장에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마이런제는 기존의 소년만화를 계속 그리는 한편, 새로운 장르인 성인 취향의 만화에도 도전했습니다.
대표적인 작품은 성인 잡지 《플레이보이(Playboy)》의 초청으로 1996년부터 2003년까지 연재한 《압객행(狎客行)》인데요. 무협을 배경으로 한 성인 코미디 만화입니다. 제목의 ‘압객’은 기루를 자주 찾는 성매수자를 뜻하며, 호방하고 의협심이 있는 ‘협객’과 대비됩니다. 마이런제는 익숙한 무협 세계에 성적인 소재를 엉뚱하고 유쾌한 방식으로 풀어냈고, 작품은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이후 《현대 압객행(現代狎客行)》, 《압객행: 구진음경(狎客行:九真陰經)》 등 파생작도 출판되었습니다.
참고로, 《압객행》이 미국에서 출판된 후, 마이런제의 배다른 누나가 우연히 작가 이름을 보게 된 후 출판사에 직접 연락했다고 합니다. 결국 마이런제는 미국에 살고 있던 가족들과 다시 연락이 닿게 된 거죠.
마이런제가 꿈꾸는 타이완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영화 🎬
만화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역시 마이런제에게 중요한 사업입니다. 사실 만화가로 데뷔하기 전부터 그는 당시 아시아 최대 규모의 애니메이션 제작사였던 ‘홍광(宏廣)’에서 일했습니다. 주로 미국 애니메이션의 외주 제작을 맡았는데요. 그곳에서 애니메이션 제작경험을 쌓으면서 언젠가는 타이완만의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을 만들겠다는 꿈을 키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또또와 유령친구들>은 그의 꿈이 현실이 된 순간이라고 할 수 있죠.
그리고 2014년, 그는 새로운 애니메이션 프로젝트 <철의 소년(鐵男孩)>을 시작했습니다. 비록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는 2021년 동명 만화 두 권을 완성해 투자자를 계속 찾고 있습니다.
<철의 소년>은 인간의 노동이 로봇에 대체된 미래 세계를 배경으로 합니다. 뛰어난 로봇 수리 기술을 가진 소년이 로봇 격투 대회에 참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요. AI가 빠르게 발전하고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지금의 사회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라고 합니다. 특히 지금도 컴퓨터 작업보다 손으로 직접 그림을 그리는 마이런제에게는 어쩌면 자신도 이야기 속 한 캐릭터일지도 모릅니다.
타이완만의 스타일을 찾아서… “좋은 것들은 결국 남는다” 💎
사실 타이완 만화에는 오랫동안 이런 비판이 따라다녔습니다. “타이완만의 스타일이 없다.” 이에 대해 마이런제는 “타이완이 오랫동안 다양한 외래문화를 받아들였고, 타이완 만화가 여러 나라의 영향을 받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그 과정에서 조금씩 발전해 나가다 보면, 결국 좋은 것들이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마이런제는 이미 <또또와 유령친구들>로 타이완의 창작 역량을 한 차례 증명했고, 이제는 <철의 소년>을 통해 타이완의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이 세계에 이름을 알릴 날을 꿈꾸고 있습니다. 유머를 잃지 않으면서도, 누구보다 굳건한 ‘철의 정신’으로 자신의 길을 걸어온 마이런제. 지난 40년 동안 타이완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위해 끊임없이 도전해 온 그는 앞으로도 자신의 방식대로, 묵묵하지만 힘차게 한 걸음씩 나아갈 겁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趙靜瑜,「台灣文博會品牌商展落幕 交易金額16.5億元創新高」,中央社。
2. 翁稷安,「跨世紀臺漫 1》麥人杰和臺漫的黃金一代」,OPENBOOK閱讀誌。
3. 劉榮凱,「漫畫鬼才麥人杰》堅持創作理想,彩繪人生」,大家健康雜誌。
4. 陳怡靜,「老男孩也是鐵男孩,只是活在陰溝裡:漫畫家麥人杰與《鐵男孩》裡長不大的老人們」,博客來OKA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