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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들의 여름방학 ‘귀신의 달’ 👻
내일은 음력 7월 15일 중원절입니다. 타이완에서 ‘귀신의 달’이라 부르는 음력 7월도 벌써 절반이 지났네요. 귀신들에게 이 한 달은 여름방학처럼 잠시 인간세계에 와서 푸짐한 제사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시기입니다. 때문에 중원절이 되면 타이완의 사찰마다 성대한 제사인 ‘푸두(普渡)’를 열어, 귀신들에게 큰 잔치를 베풉니다. 또 귀신들과 무사히 보내기 위해 바닷가에 가지 않거나, 밤에 휘바람을 불지 않는 등 다양한 금기도 지켜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통 귀신의 달 동안 사찰에서 신이 관할지역을 순찰하는 ‘요경(繞境)’ 행사를 열지 않습니다. 괜히 귀신들의 휴가를 방해하지 않기 위한 배려로 볼 수 있죠. 하지만 신주(新竹)의 ‘도성황묘(都城隍廟)’는 오히려 귀신의 문이 열리는 날부터 닫히는 날까지 성대한 ‘성황제(城隍祭)’를 여는데요. 신이 직접 지역을 순찰하며 주민들의 평안을 살피는 한편, 억울함을 호소하는 귀신들의 사정을 살피고 자비를 베푸는 거죠.
신주 도성황묘의 요경 행사 - 사진: 도성황묘 홈페이지
올해 성화제는 지난 12일부터 오는 29일까지 이어집니다. 전통의례와 지역관광을 결합한다는 점이 특징인데요. 특히 지난 주말에 열린 ‘성황 카니발’에서는 신주 시내의 랜드마크 옛 성문 네 곳을 연결한 도보 코스가 마련되었습니다. 시민들은 걸으면서 신주의 역사와 문화를 알아보는 동시, 체험 활동을 통해 평안과 복을 기원하기도 했습니다.
그럼 오늘은 신주의 도성황묘와 함께, 매년 귀신의 달에 열리는 성황제 현장으로 떠나보겠습니다!
신주 도성황묘 - 사진: 신주시관광국
경찰+판사+지자체장=성황 신앙 👮
타이완 민간신앙 하면, 바다의 수호신 마주여신(媽祖)이 가장 먼저 떠오르죠. 그런데 ‘성황’ 역시 매우 보편적인 신앙입니다. ‘성황’이란 원래 성벽과 성벽을 둘러싼 해자를 뜻하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한 지역을 수호하는 신의 직함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마주여신처럼 특정한 한 역사인물을 가리키는 것 대신, 지역마다 숭배대상이 다르며 대부분 ‘성화야(城隍爺)’라 불립니다.
성황은 지역의 안녕과 질서를 수호하고 주민들의 분쟁을 해결하는 한편, 사람들이 살아생전 행한 선행과 악행을 기록해 저승에서 재판을 담당한다고 여겨집니다. 한마디로 경찰과 판사, 지자체장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죠. 그래서 실제 지자체장이 취임할 때 지역의 성황묘를 찾아가 순조로운 시정을 기원하는 전통도 있습니다.
그리고 사찰의 관할범위에 따라 ‘도성황(都城隍)’, ‘부성황(府城隍)’, ‘주성황(州城隍)’, ‘현성황(縣城隍)’ 등으로 구분되기도 하는데, 신주 성황묘는 가장 높은 등급인 ‘도성황’에 속해 있습니다. 17세기 초로 거슬로 올라가면, 한족 이주민이 늘어나면서 타이완 중부의 다자계(大甲溪) 이북 지역에 단수이청(淡水廳)이 신설되었고, 관청은 지금의 신주에 설치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지역 수호신을 모시는 성황묘도 1748년 신주에 세워졌죠. 처음에는 가장 낮은 현성황이었지만, 1891년 재난을 막기 위한 제사를 올리는 장소로 선정되면서 도성황으로 승격되었습니다. 이와 함께 신주 성황야는 청나라 조정으로부터 ‘위령공(威靈公)’이라는 봉호도 받게 되었습니다.

청나라 조정으로부터 ‘위령공(威靈公)’이라는 봉호를 받게 된 신주 성황야 - 사진: 안우산
신주 성황묘에 크게 기여한 정씨 가문, 그리고 입구 신수 돌사자 🦁
지금까지 신주 성황묘는 총 7차례 수리보수를 거쳤는데, 이 과정에서 신주의 명문가인 정(鄭)씨 가문이 크게 기여했습니다. 청나라 시대 타이완인 최초로 과거시험에서 ‘진사(進士)’에 급제한 정융시(鄭用錫)도 정씨 가문 출신입니다. 때문에 매년 중원절 성화제 기간에는 성화야가 지역을 순찰하는 중 정씨 가문의 사당을 방문하는 전통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신주 성황묘의 또 다른 특징을 꼽자면, 가장 먼저는 사찰 입구에 자리한 한 쌍의 돌사자인데요. 돌사자는 타이완 사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호신으로, 사찰을 지키고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는 역할을 합니다. 보통 왼쪽에는 수사자, 오른쪽은 암사자가 배치됩니다. 신주 성황묘의 돌사자는 청록색 돌로 조각되어 있고, 위엄 있으면서도 어딘가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눈길을 끄는데, 실제로 1993년 중화우정이 발행한 특별우표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신주 도성황묘 입구의 돌사자 - 사진: 타이완종교백경
청나라 광서제와 선통제의 어필 🫅
또 사찰에 보존되어 있는 청나라 광서제가 하사한 편액과 선통제의 어필 역시 중요한 문화재입니다. 우선 1887년 신주 지역에 가뭄이 들어 지방관리가 성황묘에서 기우제를 올렸는데, 이후 비가 내리자 광서제가 성황묘에 ‘금문보장(金門保障)’이라 쓴 편액을 하사했습니다. ‘금문보장’이란 성황묘가 나라의 평안을 보장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청나라 광서제가 하사한 ‘금문보장(金門保障)’ 편액 (복제품) - 사진: 타이완종교백경
다음으로 선통제의 어필은 신주 출신의 만주국 외교장관 셰제스(謝介石)가 선통제에게 청원해 하사받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바로 현재 사찰 정전 양쪽에 걸려 있는 ‘정직(正直)’과 ‘총명(聰明)’편액입니다. 다만 광서제와 선통제가 하사한 편액들은 훼손되거나 소실되어, 지금은 복제품만 남아 있습니다.

청나라 선통제의 어필 ‘정직(正直)’ (복제품) - 사진: 국가문화기억뱅크 / 차이이즈(蔡沂孜)
이어서 신주 성황묘에서 제작한 노래, 황즈위(黃子宇)의 ‘성황의 위엄, 온 세상을 비추다(城隍威靈照九州)’를 함께 들어보시죠!
지역 평안을 수호하는 대축제 ‘신주 성황제’ 🧨
지역을 수호하는 사찰인 만큼, 신주 성황묘는 청나라 시대부터 중원절 제사를 열려 왔습니다. 다만 지금의 ‘성황제’라는 명칭이 등장한 것은 2009년 신주시문화재로 등록된 이후입니다.
성황제의 의식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음력 6월 28일에는 성황야의 비서실장이라 할 수 있는 ‘음양사공(陰陽司公)’이 신상이 모셔진 곳에서 나와 성황제의 시작을 알립니다. 이어 7월 1일 귀신의 문이 열린 후, 같은 날 오후에는 신도들이 목에 죄인의 가쇄를 찬 채 행진하는 의례(夯枷解厄)가 진행됩니다. 이는 자신의 잘못을 성황야에게 고하고 참회하며, 액운을 씻어내고 용서를 구하는 의식입니다.
신도들이 목에 죄인의 가쇄를 찬 채 행진하는 의례 - 사진: 페이스북 @新竹都城隍廟
13일에는 성황야의 부하들이 야간 순찰을 벌이며 지역의 상황을 살핀 후, 성황야는 중원절 당일인 15일 순방에 나섭니다. 지역을 순찰하는 동시에 후손이 없어 제사를 받지 못하는 외로운 귀신들을 위로하고 구휼하는데요. 바로 성황제의 핵심인 ‘요경(遶境賑孤)’이죠. 그리고 성화묘 정비에 크게 기여한 정씨 가문에 감사하는 의미에서, 요경 과정에서 정씨 가문의 사당을 찾아가 공양을 받습니다. 요경은 16일에도 계속되며 성황야가 보다 넓은 지역을 순찰합니다.

성황야의 비서실장이라 할 수 있는 ‘음양사공(陰陽司公)’ - 사진: 페이스북 @新竹都城隍廟
19일에는 귀신들에게 음식을 베푸는 푸두 제사가 열리고, 성황야는 20일 사찰로 돌아갑니다. 마지막으로 30일 귀신의 문이 닫히면서 한 달간 이어지는 모든 제례가 마무리됩니다. 이처럼 성황제는 일년 중 신주 성황묘의 최대 행사라 할 수 있죠.
오래된 역사와 맛있는 길거리 음식 😋
신주 성황묘는 타이완에서도 손꼽히는 높은 위계의 성황묘로, 오랜 세월 지역의 안녕을 지켜 왔습니다. 2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성황제 역시 시대 변화에 발맞춰 관광과 결합해 신주를 대표하는 축제로 탈바꿈했죠.
뿐만 아니라, 많은 신도가 찾으면서 사찰 주변에는 신주의 대표적인 먹거리도 자연스럽게 모여들었는데요. 식감이 쫀득한 ‘러우위안(肉圓)’부터 고기완자 ‘공완(貢丸)’, 타이완식 스프링롤 ‘룬빙(潤餅)’까지 성황묘의 역사와 분위기를 느끼면서 다양한 현지 음식도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신주 성황묘 주변의 먹거리 점포들 - 사진: 교통부 관광서
귀신의 달도 이제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는데, 시간을 내어 신주 성황묘에서 오랜 전통과 역사, 그리고 맛있는 현지 음식을 즐겨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랜드마크 원정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新竹都城隍廟.竹塹中元城隍祭〉,臺灣宗教百景。
2. 林嘉柔、高穎婕、史筱薇,「走一趟神鬼小旅行,跌破現代人對傳統祭典的有色眼鏡」,島內散步。
3. 「2026竹塹中元城隍祭正式啟動!高虹安市長邀全民健走訪竹塹四城門 共祈平安」,新竹市政府。
4. 〈歷史沿革〉,新竹都城隍廟。
5. 台灣民俗文化工作室,《竹塹中元城隍祭典文化調查研究及保存維護計畫成果報告書》。
6. 〈新竹都城隍廟的石獅〉,國家文化記憶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