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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난궁 능소보전 화재... 🔥
타이베이의 마오쿵(貓空) 케이블카를 타 보신 적이 있다면, 케이블카가 지나가는 사찰 ‘즈난궁(指南宮)’이 기억에 남으실 텐데요. 13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즈난궁은 도교 신 여동빈(呂洞賓)을 모시며, 참배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영험한 사찰입니다.
그런데 지난 24일 밤,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옥황상제를 모시는 즈난궁의 ‘능소보전(凌霄寶殿)’에서 화재가 발생한 건데요. 접근하기 어려운 산간지역에 위치한 탓에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소방관 177명이 출동해 약 3시간 만에 불길을 잡았습니다. 원래 금빛 찬란했던 목조 건축이 하루아침에 검게 그을린 채 처참한 모습을 드러냈는데요. 특히 1층은 거의 전소되었고, 2층과 3층도 약 3분의 1이 소실되었습니다. 화재 원인은 노후한 전기 설비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화재를 겪은 즈난궁 능소보전 - 사진: CNA
이에 장완안(蔣萬安) 타이베이시장은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인명 피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며, “피해 복구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즈난궁이 위치한 무자(木柵) 지역 출신의 타이베이시의원 먀오보야(苗博雅)도 “올해는 능소보전이 낙성한 지 60주년이 되는 해”라며, “신이 인간에게 이런 시련을 내린 것은 우리가 한마음으로 어려움을 헤쳐 나가라는 뜻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습니다.
유교·불교·도교 삼교합일 🙏
즈난궁은 타이베이 남동쪽 즈난산에 위치해 있으며, 해발 285m에 자리해 타이베이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주로 도교 신들을 모시고 있지만, 유교·불교·도교를 아우르는 ‘삼교합일(三教合流)’의 이념을 바탕으로 다양한 신들을 함께 모시고 있습니다. 특히 악연을 끊고, 사업운과 재물운을 기원하며, 인생의 길을 찾는 데 영험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럼 오늘은 타이베이의 중요한 신앙의 중심, 즈난궁으로 함께 떠나볼까요?
지남침처럼 길을 밝혀주는 사찰 🧭
즈난궁의 한자어는 ‘지남궁’으로, 방향을 알려주는 지남침이 떠오르죠. 사실 이 이름에는 신도들을 이끌기 위해 지남침처럼 길을 밝혀준다는 뜻이 담겨 있고요. 주요 신 여동빈이 하늘의 남궁(南宮)에 머문다는 의미도 함께 담겨 있습니다. 사찰이 자리한 즈난산 역시 즈난궁에서 이름을 따온 겁니다.
해발 285m에 자리한 즈난궁 - 사진: 타이베이시관광국
도교 신 팔선 중 한 명인 여동빈 🧚
그렇다면 여동빈은 누구일까요? 그는 중국 당나라의 선비로, 집안 배경도 좋고 학식도 뛰어났지만 출세길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도사 중리취안(鍾離權)을 만나 부귀영화와 패가망신을 모두 겪는 꿈을 꾸게 되었는데요. 이 꿈을 계기로 인생의 무상함을 깨닫고 출세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이후 중리취안이 내린 10가지 시험, 이른바 ‘십시(十試)’를 통과해 정식으로 도를 닦기 시작했죠. 결국 신이 되어 세상을 구제하면서 도교의 팔선(八仙) 중 한 명으로 숭배되어 왔습니다.
여동빈은 도술이 뛰어났을 뿐만 아니라,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구하는 데 힘써 신도들의 깊은 존경을 받았습니다. 이와 관련된 수많은 민간 설화가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는데, 그만큼 다양한 모습으로 숭배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의술의 신, 무신, 시험의 신, 재물의 신, 이발사의 신, 문방구의 신, 기루의 신, 그리고 악연을 끊어주는 신 등으로 여겨집니다. 즈난궁에서 오랫동안 향불이 이어져 온 것도 여동빈의 이러한 이미지 덕분이죠.
즈난궁에서 모셔지는 여동빈 - 사진: 즈난궁 홈페이지
여동빈에 대한 신앙이 이미 중국에서 깊이 뿌리내린 만큼, 청나라 시대 중국 이주민과 함께 타이완에 전해졌습니다. 1882년 청나라 관리 왕빈린(王斌林)이 타이완에 부임하면서 지금 즈난궁에 모셔진 여동빈 신상을 가져왔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멍자(艋舺) 일대 사찰에 모셔졌다가, 무자 지역에 전염병이 발생하면서 지금의 즈난궁으로 옮겨졌습니다. 당시 일부 신도들이 여동빈의 가호로 병이 나았다고 여겨 땅을 기부하는 등 즈난궁 건립에 적극 협조했고, 덕분에 즈난궁은 1890년 세워졌습니다.
독특한 건축미로 자랑하는 지난궁 5대 보전 ✨
설립 초기에는 작고 소박한 건축이었지만, 신도들의 기부로 점차 지금 웅장한 모습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여동빈을 모시는 ‘순양보전(純陽寶殿)’을 비롯해,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능소보전’, 석가모니와 관세음보살 등 불교 신을 모시는 ‘대웅보전(大雄寶殿)’, 공자와 맹자 등 유학자를 모시는 ‘대성전(大成殿)’, 그리고 지장왕보살을 모시는 ‘지장왕보전(地藏王寶殿)’ 등 5곳의 보전이 있습니다.
이 중 6층짜리의 능소보전은 즈난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으며, 타이완 최초로 현대식 건축 자재를 사용해 지은 옥황상제 보전입니다. 가장 위쪽 지붕은 전통적인 민난(閩南)식 양식으로 꾸며졌으며, 용과 봉황이 날아오르는 모습을 조각해 웅장한 기세를 자랑합니다. 또 구름무늬를 새겨 넣고 주요 부분에는 금빛을 입혀, 멀리서 보면 은은하게 빛나는 모습을 연출합니다. 보전 안에는 옥황상제를 비롯한 도교 주요 신들을 모시고 있으며, 신의 위계에 따라 각 층에 체계적으로 봉안되어 있습니다.
능소보전의 원래 모습 - 사진: 타이베이시관광국
종교적·문화적·건축적 가치가 높은 능소보전이 이번 화재로 큰 피해를 입으면서 즈난궁에도 큰 타격이 되었는데요. 이어서 기원의 뜻을 담은 노래, 라이밍웨이(賴銘偉)의 ‘만년의 향불(萬年香火)’을 함께 들어보시죠!
종교 지도자들이 인정한 ‘천하제일영산’ ⛰️
즈난궁의 아이콘을 꼽자면, 역시 순양보전 안에 걸려 있는 ‘천하제일영산(天下第一靈山)’ 편액입니다. 시간을 1991년으로 거슬로 올라가면, 당시 즈난궁의 가오중신(高忠信) 주임위원이 타이완 중국종교도협회 이사장으로 추천되었을 때, 불교·도교·기독교·천주교·이슬람교 등 여러 종교의 지도자들을 초청해 즈난궁에서 모임을 가졌는데요. 지도자들은 즈난궁의 아름다운 경관에 감탄해 이 편액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순양보전 안에 걸려 있는 ‘천하제일영산(天下第一靈山)’ 편액 - 사진: 타이베이시관광국
커플들이 가면 안되는 파국 사찰❓
그런데 영험한 사찰로 추앙받는 즈난궁에는 또 하나의 유명한 전설이 있습니다. 바로 커플이 함께 가면 헤어진다는 이야기인데요. 이는 여동빈이 같은 팔선 중 한 명인 하선고(何仙姑)를 사랑했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한 데서 나온다고 합니다. 자신이 사랑에 실패한 것처럼 다른 커플들의 인연도 끊으려 한다는 거죠.
하지만 즈난궁 측은 이러한 전설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일본 식민지 시대의 가요에도 젊은 남녀가 함께 즈난궁을 찾아 참배하는 내용이 있다면서, 오히려 과거 보수적인 사회에서 자녀들의 연애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이야기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사실 산에 있는 즈난궁은 경치도 아름답고 시야도 탁 트여 있어 가볍게 등산하기에 좋은 곳입니다. 케이블카를 타면 동물원과 마오쿵까지 한 번에 둘러볼 수 있어 데이트 장소로도 안성맞춤이죠. 이러한 전설을 깨기 위해 즈난궁 측에서는 커플 열쇠고리와 연인 포토존 등 다양한 시설도 마련했습니다. 전설에 너무 신경 쓰지 않으신다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방문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타이베이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즈난궁의 풍경 - 사진: 타이베이시관광국
정치인들도 눈여겨보는 중교장소 👀
한편, 타이완 지방선거를 앞두고, 라이칭더(賴清德) 총통도 지난 7월 2일 민진당 타이베이시장 후보 선보양(沈伯洋)과 함께 즈난궁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신도가 많은 만큼, 즈난궁은 정당을 막론하고 정치인들이 오랫동안 자주 찾는 사찰로 유명한데요. 과거 차이잉원(蔡英文), 마잉주(馬英九), 천수이볜(陳水扁) 전 총통도 방문한 바 있습니다.
지난 7월 2일 라이칭더(우2) 총통이 민진당 타이베이시장 후보 선보양(우1)과 함께 즈난궁 행사에 참석했다. - 사진: Rti
종교신앙은 타이완의 중요한 문화 중 하나로,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즈난궁 능소보전의 복원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바라면서 오늘 방송을 마치겠습니다.
오늘 <랜드마크 원정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楊淑閔,「北市文山指南宮火警消防搶救 蔣萬安:煙霧可能影響新店與中和」,CNA。
2. 台北指南宮。
3. 台北指南宮,台灣宗教百景。
4. 林子薰,「情侶去指南宮會分手?研究中心曝呂洞賓百年冤屈:實為『情人聖地』」,三立新聞。
5. 「歷任總統必訪指南宮 搶攻基層聲勢起手式」,華視新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