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희지, 소동파 작품에도 착자(錯字-오자誤字)
-2026.08.29.(토) -국립고궁박물원 제대로 알기-
황제나 높은 벼슬아치들, 또는 역사에 이름을 남긴 대문호나 서예가들도 글을 잘못 쓸 때가 있을 것이다. 관청에서 공문에 잘못 쓴 글, 즉 오자(誤字)를 발견하면 편집과 교정 과정에서 수정하거나 다시 쓰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황제가 쓴 글에 ‘오자’가 나오면 어떻게 할까? 문관들이 나서서 ‘마마~ 잘못 쓰셨습니다’라고 했을까? 그리고천하 3대 행서(行書)라고 하면 ‘난정서/제질문고/황주한식첩’이다. 그런데 천하의 1위, 서성(書聖)으로 추앙 받는 동진시대 서예가 왕희지(王羲之, 303-361년), 2위의 당나라 안진경(顏真卿, 709-785년), 3위의 송나라 소동파(소식-蘇軾, 1037-1101년) 작품에도 착오된 글자, 즉 오자가 있고, 그걸 수정한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또한 청나라 성세 ‘강희ㆍ옹정ㆍ건륭’ 시대에 한문을 가장 잘 익혔고 학식도 깊은 황제는 ‘강희제’이다. 그런데 신하가 올린 상소문을 보고 강희제가 거기에 붉은 잉크로 답을 쓴 것(요즘 말로 한다면 ‘회장님 결제를 받는 과정) 중에도 틀린 글이 있다. 이런 건, 후대에 교정하거나 정정하지는 못할 듯싶다.
세상에 그 누구도 완벽할 수는 없다. 성인이나 현자라고 해도 평생 단 한 번의 실수, 어쩌다 잘못을 할 수는 있을 것이고, 범위를 좁혀 글을 쓰는 문학가나 서예가들도 그 과정에서 한 획 또는 한 글자를 잘못 쓰는 실수를 범할 가능성은 있다. 그래서 아무리 서예의 성인, 서성이라 불리는 고대 서예가, 또는 각 시대별로 한 시대를 풍미하며 동시대와 후대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쳤던 서예계의 대가들 역시, 글씨를 쓰는 과정에서 오자가 나오거나, 문장 중에 글자가 누락하거나, 문장 글자의 순서가 앞뒤로 바뀌는 등의 착오가 발생하거나, 잘못 쓴 글자 등이 생기는 경우는 존재한다. 사람인데 그럴 수도 있겠지. 필자가 머리와 마음으로는 오늘의 원고를 이렇게 써내려 가야지,,, 하면서도 ‘이상하게’도 오타가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여기에서 ‘이상하다’고 표현한 것은 필자 자신은 전혀 그렇게 쓴 게 아니라고 ‘확신’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근400년 전의 강희제, 550여 년 전의 문징명(文徵明), 800년 전의 조맹부(趙孟頫), 990년 전의 소동파, 1,300년 전의 안진경, 1,700년 전의 왕희지,,,,, 역사 속에 이름을 남긴 인물들 모두 작품 속에 오자가 있다.
그 옛날 사람들의 것이 틀렸는지, 어떻게 아느냐? 증거는 있나? 이렇게 질문하실 수도 있는데, 확실하게 다 있다.
국립고궁박물원 남부분원(이하 약칭 ‘고궁 남원’)에서 지금 진행 중이 서예 특전이 있다. 바로 틀린 글자라는 뜻의 고궁 소장 서예 관련 작품 속 ‘착자(錯字)’를 찾아내 전시한 ‘착자서예전’이다.

이번 특전에 대해 지난 5월 중순, 국립고궁박물원(이하 약칭 ‘고궁’) 샤오중황(蕭宗煌) 원장의 주재로 열린 올(2026) 상반기 고궁 기자간담회 때 들었다. 고궁 개원 100주년 일련의 특별전시에 이어 매우 기대했던 2026년의 몇 가지 특전 중의 하나가 바로 ‘착자서예전’이다.
높은 수준의 예술품들을 많이 소장하고 있는 고궁에서 틀린 글을 주제로 서예전을 한다고 하니 지난 2018년4월1일부터 9월25일까지 국립고궁박물원 북부원구(이하 약칭 ‘고궁 북원’)에서 진행했던 ‘위호물(偽好物)’ 특전이 떠올랐다. 틀린 글자-‘착자(錯字)’와 달리 거짓/위, 좋을/호, 훌륭할/호, 물건/물의 ‘위호물’은 작품 자체는 매우 훌륭한데 작가는 그 작품 속 서명이나 낙관의 주인공이 아닌 것들이다. 그렇다고 이른바 ‘별로’인 작품은 아니다. 직설적으로 말해 ‘위작’이지만 ‘매우 훌륭한 작품’이다. 지금 업계에서 말하는 육안으로는 구별하기 어려운 그런 A급 가품과 유사한 작품들이다. 특전 자체가 정말 멋지고 재밌었다.
이번의 ‘착자서예전’ 역시 큐레이터가 왜 ‘틀린 글씨’를 주제로 하였을지, 그리고 고궁 소장품 가운데에서도 어떠한 작품을 선택할 것인지도 참으로 궁금했다.
고궁 남원의 특전 ‘착자서예전’ 큐레이터 왕졘위(王健宇) 연구원은 미술사와 서예를 전공했다. 그는 사회대중들은 ‘서예’ 감상에 있어서 그저 ‘오~ 예쁘네/ 잘 썼다..’ 이렇게 한 마디를 하며 작품이 있는 진열장을 지나쳐버리는 걸 목격하며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서예’는 일반 관람객에게 있어서 그림이나 기물과는 달리 형이상적인 거라서 이해가 어려워 접근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그러나 자신도 초등학교에서 대학원 논문에 이르기까지 글을 잘못 써서 선생님에게서 꾸짖음을 듣고, 여러 번 고쳐 쓰던 기억이 아직도 기억난다고 한다. 그래서 개인의 경험과 관람객이 서예 작품과 더 가까워지는 테마를 구상했다고 한다.
필자는 인터뷰에서 그럼 작품 선택에 있어서 어렵지는 않았는지에 대해서 질문했다. 대답은 의외였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다음주 2부에서…)
앞서 ‘서성’ 왕희지도 글을 잘못 쓸 때가 있다고 했는데, 일본 헤이안 시대 불교 및 한문학과 서예 등을 폭넓게 익힌 유명한 승려 ‘홍법대사’가 있다. 일본 숙어에는 구카이(空海, 774-835년, 홍법대사-弘法大師)조차 오자를 쓴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한국에도 혹시 조선시대 ‘추사’ 김정희의 서예 작품에도 ‘오자’가 있을까?
근 2천 년 이래, 지금 남겨진 작품 중에 ‘오자’를 쓴 사람이 문학가이든 서예가이든, 글이 틀린 걸 간과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보다 오히려 “여하튼 한 가지 확실한 건, 오자가 있어서 그 작품은 그 작가가 실제로 쓴 것이고, 그가 실제로 글을 썼다는 흔적이며 증거가 되었다”고 본다.
20세 타이완 저명 문인 작가, 서예가 타이징눙(臺靜農, 1902~1990) 선생은 생전에 “오자가 있어야 진품이다”라는 말을 한 바 있다. 서예나 문장 속에서 나온 오자나 오류는 오히려 글을 쓸 때, 그 순간의 생각과 리듬, 감정을 더욱 생생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왕희지, 소동파 작품에도 착자(錯字-오자誤字)- 고궁 남원의 서예 특별전시에 관한 큐레이터와의 인터뷰는 다음주 9월5일(토) 2부 순서에서 전한다. -白兆美 취재,원고,사진: 백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