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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품’이라 불린 몸, 글쓰기로 자유를 찾다! 천쓰홍(陳思宏) 《아홉 번째 몸》💕

지난 6월 한국에서 출판된 타이완 작가 천쓰홍의 자전적 에세이집 《아홉 번째 몸》 - 사진: 교보문고
지난 6월 한국에서 출판된 타이완 작가 천쓰홍의 자전적 에세이집 《아홉 번째 몸》 - 사진: 교보문고

타이완 문학의 향기를 담아, 지금 <포르모사 문학관>의 문을 엽니다.


화제가 된 국어 교과서 수록작 🔥

최근 타이완 SNS에서 국어 교과서에 실린 에세이 한 편을 둘러싼 논의가 활발히 이어지고 있는데요. 사춘기 소년이 학교 수영 수업에서 몸 노출에 대한 불안에서 시작해, 성장 과정에서 여러 경험을 겪으며 점차 자신의 몸을 받아들이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유머러스하면서도 솔직한 문장으로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신체에 대한 콤플렉스를 담아낸 작품이죠.

그런데 이 글에 남성의 성기를 뜻하는 ‘雞雞’라는 표현이 등장하면서 논란이 일었습니다. 한국어로 치면 아이들이 흔히 쓰는 ‘고추’와 비슷한 느낌인데요.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이러한 표현이 담긴 글을 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고등학생도 자신의 몸에 대해 고민하고 탐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화제의 중심에 선 작품은 타이완 작가 천쓰홍(陳思宏)이 2016년 ‘자유부간(自由副刊, 자유시보 문화면)’에 발표한 에시이 〈수영복(泳褲)〉입니다. 이후 2018년 에세이집 《아홉 번째 몸(第九個身體)》에 수록되어 정식으로 출간되었는데요. 마침 이 에세이집이 지난 6월 한국에서도 출판되었고, 오늘 방송과 함께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타이완 국어 교과서에 실린 에세이 〈수영복〉이 수록된 《아홉 번째 몸》 - 사진: 구가(九歌)출판사

그럼 이제 천쓰홍 작가의 자전적 에세이 〈수영복〉을 함께 펼쳐볼까요?


물속에 몸을 숨기던 소년 🫧

천쓰홍은 〈수영복〉에서 수영의 경험을 통해 자신의 몸과 공존하는 법을 찾아가는 과정을 기록했습니다. 중학교 때 처음 수영을 배울 당시, 수업을 앞두고 몸매가 예뻐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에 많이 불안해했습니다. 수영장에 들어간 후에도 물속에 몸을 숨기려고 했죠.  

중학교 졸업 후 미국의 여름 캠프에 참가했을 때는 처음으로 호수에서 수영을 하다가 물에 빠지는 일을 겪었습니다. 당시 당황한 그는 자신을 구하러 온 코치의 성기를 실수로 잡게 되었고, 큰 수치심을 느꼈다고 합니다. 이 경험 때문에 수영을 거부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대학교에 들어가서도 수영 수업은 필수과목이었습니다. 다행히 이번에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는데요. 그의 전공인 영문학과에는 여학생이 대부분이었고, 일곱 명의 누나와 함께 자란 그에게는 무척 편안한 환경이었죠. 덕분에 남의 시선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비교적 편안하게 수영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수영 수업에서 자신의 몸이 예뻐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해 많이 불안해한 소년 - 사진: AI 생선


‘비치 바디’를 가지려면 그냥 바닷가에 가세요! 🏊

이어 독일로 이주한 후 현지인들에게 이런 질문을 자주 받았다고 합니다. “타이완은 섬이니까 다들 수영 잘하겠죠?” 그런데 물귀신 같은 민속신앙과 곳곳의 바위 해안 때문에, 과거 타이완 사회에는 수영을 즐기는 문화가 그리 강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설령 기본적인 수영 기술을 익혔지만, 독일 사람들이 즐겨 찾는 천연 호수에서 수영하는 것을 여전히 두려워했습니다. 그리고 그 두려움의 이유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몸을 편안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죠.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독일의 나체주의 문화인 ‘FKK(Freikörperkultur)’를 시도해 봤습니다. 백사장에서 나체로 일광욕을 즐기는 것부터, 남녀를 가리지 않고 다 같이 사우나를 하는 것까지 직접 경험했는데요. 이처럼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독일의 문화를 접하면서 조금씩 자신의 몸과 화해하고 자유로움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좋은 몸매를 가져야만 바닷가에 갈 수 있다는 강박에서도 해방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인터넷에서 유행했던 한 이미지를 소개했는데요. “비치 바디를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How to have a beach body?) 첫 번째, 몸이 있으면 됩니다(Have a body.). 두 번째, 바닷가에 가세요(Go to the beach.)” 수영을 하려면 그저 있는 그대로 물에 들어가면 된다는 거죠.

신나게 바다로 향하는 소년 - 사진: AI 생선


수치심을 넘어 자신의 몸을 받아들이는 방법 ✨

또 에세이의 마지막에서는 자신이 생각하는 완벽한 바닷가의 하루를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바닷가에는 남자도 여자도 있고, 피부색도, 나이도, 수영복도, 몸매도 제각각이다.
사람들은 편하게 백사장과 바다, 햇살을 즐기며 자신의 몸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남의 몸을 평가하지 않는다."
「沙灘上有男有女,各種膚色,各種年紀,各種泳褲,千百種身材。
大家自在地享受沙灘海水陽光,接受自己的身體,不批判別人的身體。」

사춘기 시절 몸에 대한 열등감부터, 남의 신체를 실수로 만지게 된 수치심, 그리고 몸에 깊이 남은 두려움까지. 애초에 이 작품은 성기에 관한 표현 때문에 화제가 되었지만, 천쓰홍이 말하고자 한 것은 이 상처들을 어떻게 치유하고 어떻게 받아들이는 겁니다. 

실제로 천쓰홍도 페이스북을 통해 이 작품을 두고 “작가와 독자가 신체의 비밀을 공유하고 함께 초조해하는 과정”이라며, “갇혀있는 모든 몸에게 바치는 글”이라고 했습니다. 특히 몸에 대한 경험을 꺼내기 힘든 보수적인 아시아 사회에서, 또 인터넷 콘텐츠의 영향으로 외모 콤플렉스를 겪는 청소년들에게도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어서 천쓰홍이 매우 좋아하는 노래, 장수나(江淑娜)의 ‘9월(九月)’을 함께 들어보시죠. 지나간 세월과 사랑을 담은 곡으로, 쓸쓸한 가을 분위기를 풍깁니다. 자신의 몸과 끊임없이 부딪혀 온 천쓰홍이 매년 9월이면 꼭 듣는 노래라고 합니다.


도망치고 또 도망쳐, 결국 글쓰기로 나를 찾다!  ✍️

〈수영복〉처럼 천쓰홍의 작품에는 개인의 성장 경험과 가족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습니다. 《아홉 번째 몸》이라는 제목에서 ‘아홉 번째’는 그가 아홉째 아이로 태어난 것과 연결되는데요. 남존여비 사상이 강했던 농촌 사회에서 그의 부모는 아들을 낳기 위해 일곱 딸을 먼저 낳았고, 여덟째와 아홉째가 드디어 아들이었습니다. 막내아들인 천쓰홍은 어릴 때부터 가족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지만, 동성애자로서 기존의 사회제도와 부딪히며 많은 상처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공부를 통해 고향을 떠나 융징에서 장화 시내, 타이베이, 미국, 베를린까지 도망쳤습니다. 이 과정에서 글쓰기가 고향이 안겨준 숨 막힘에 맞서는 방식이 되었죠. 그리고 이러한 정체성 때문에 스스로를 ‘불량품’에 비유하면서도, 오히려 이 덕분에 다른 선택을 하고 지금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었다고 합니다. 

《아홉 번째 몸》 에서는 고향이 남긴 상처가 결국 글쓰기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하는데요.

“고향은 사람의 몸에 흔적을 남긴다. 나에게는 졸린 흔적이다. 그것을 풀어내기 위해, 자유를 되찾기 위해,
다시 한 번 도망치기 위해, 설령 고향이 뒤에서 쫓아와도 나는 계속해서 글을 써야 한다.”
「原鄉在每個人身體會留下不同印記,我的是勒痕。
身體有勒痕,為了鬆綁,為了自由,為了再度叛逃,故鄉在後追趕,我必須繼續書寫。」

이처럼 솔직한 글쓰기를 통해 그는 몸에 새겨진 모든 것을 끌어안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몸에 결핍된 것들 역시 조금씩 채워지고 성장해 가는 느낌이라고 합니다.


천쓰홍의 작품 속에 담긴 가족과 고향의 기억 🧑‍🧑‍🧒

그리고 타이완과 한국에서 모두 선풍적인 인기를 끈 그의 소설 《귀신들의 땅(鬼地方)》 역시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담은 작품입니다. 고향인 융징을 배경으로, 일가족의 비밀들을 담긴 소설인데요. 《아홉 번째 몸》과 마찬가지로 개인의 신체적 성장, 성별에 대한 인식, 고향과 타지에서의 삶을 담고 있습니다. 두 작품을 함께 읽어보면 천쓰홍의 작품 세계를 더욱 깊이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관련 프로그램:
집이란 무엇인가… 천쓰홍(陳思宏) 《귀신들의 땅(鬼地方)》

천쓰홍(陳思宏) 대표작 《귀신들의 땅(鬼地方)》동명 연극 첫 공연
2025 서울국제도서전에서 피어난 #대만감성

2025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석한 천쓰홍 작가 - 사진: Rti

〈수영복〉을 둘러싼 논의를 계기로 타이완 사회에서는 국어 교과서에 어떤 작품을 실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시대가 흐르면서 관념도 많이 달라진 만큼, 다음 세대에게 어떤 가치관과 생각을 전해줘야 할지, 우리 모두 고민해 볼 필요가 있겠죠!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陳思宏,《第九個身體》。
2. 陳思宏,《鬼地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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