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곳곳에 랜드마크를 찾아 현지인만 아는 이야기를 알려드리는 <랜드마크 원정대> 시간입니다. 이제부터 가이드북을 버리세요! <랜드마크 원정대>를 따라 타이완 여행을 즐깁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랜드마크 원정대>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2024 갑진년 새해가 시작되면서 어디로 떠나면 좋을까요? 작년은 제 고향 타이난(台南)부터, 타이완 북부, 중부 장화(彰化)까지 한 바퀴를 돌아봤는데, 이번주부터는 중부지역의 마지막 행정구역 윈린으로 떠납니다! 윈린하면 아마 청취자 여러분도 많이 익숙하실 텐데요. 바로 저희 RTI 한국어방송의 황금막내 진옥순 아나운서님이 명절 때마다 항상 가는 곳입니다. 그리고 윈린에는 RTI 지국이 있다는 점도 잘 알고 계시죠. 신베이 단수이(淡水) 지국 외에 윈린 커우후(口湖)와 바오중(褒忠)에도 RTI 지국이 있습니다.
RTI 지국이 소재한 곳을 소개하기 전에 우선 윈린에 대해 알아보도록 합시다. 장화 시리즈에서 제가 장화와 윈린의 경계선이자 타이완 가장 긴 하천인 줘수이강(濁水溪)을 언급했는데, 2000년 총통 선거 전후, 타이완 언론들이 줘수이강을 기준으로 그 이북은 국민당을 지지하는 파란색 진영, 그 이남은 민진당을 지지하는 초록색 진영으로 나눴습니다. 이로 인해 강 이남에 있는 윈린을 남부지역으로 잘 못 기억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또한 윈린하면 타이완의 대표 놀이공원 ‘졘후산(劍湖山)’을 절대 빼놓을 수 없는데요. 한국에는 에버랜드와 롯데월드가 있다면, 타이완에는 ‘369’가 있습니다. 타이완 3대 놀이공원인 369는 윈린 졘후산(검호산), 신주(新竹) 류푸춘(六福村, 육복촌), 난터우(南投) 쥬쭈문화촌(九族文化村, 구족문화촌)이며 타이완 초중학교 졸업여행의 필수코스입니다. 남부 학생은 대부분 북부에 있는 류푸촌에 가는 반면에 북부 학생은 대부분 중부에 있는 졘후산이나 쥬쭈문화촌에 갑니다. 제 중학교 졸업여행은 류푸촌에 갔었고, 타이난에서 비교적 가까운 졘후산은 오히려 고등학교 때 윈린 출신 친구 집에 놀러가는 김에 처음 가봤습니다.
드넓은 평원에 있는 윈린현은 땅이 평평하고 기후가 따뜻해 타이완의 ‘농업 수도’라고 불릴 만큼 농업을 위주로 발전해왔습니다. 유자, 파파야, 수박, 귤, 토마토, 감자, 고구마, 땅콩, 벌꿀, 참기름, 간장, 쌀, 마늘, 당근, 틸라피아, 굴 등 품질이 우수 농수산물로 이름이 알려집니다. 또한 졘후산에 위치한 구컹(古坑)은 일본 식민지 시대부터 커피를 재배하기 시작해 ‘타이완 커피의 고향’이라고 칭송받고 있습니다.
타이완 서부 다른 도시에 비해 윈린의 상공업 규모가 비교적 작은데, 특히 1970-80년대부터 상공업이 빠르게 발전되면서 많은 윈린 사람들이 좋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도시로 이주하기 시작해 청장년층의 급격한 유출은 윈린의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되었습니다. 1973년 석유 위기가 발생한 후 TSMC 외에 타이완의 또 다른 호국신산인 ‘포모사 플라스틱(台塑, Formosa Plastic)’이 원료 공급을 확보하기 위해 타이완에서 정유공장을 세우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환경오염 우려 등 문제로 이란, 타오위안, 쟈이 등 지방정부로부터 잇달아 거절당했습니다. 이 중 이란 지역에서 대규모의 반대운동이 벌어졌는데 당시 이란현 현장을 맡은 천딩난(陳定南) 전 법무부장이 티비방송에서 '경영의 신' 왕융칭(王永慶) 포모사 플라스틱 화장과 열변을 토한 바 있습니다.
포모사 플라스틱이 곳곳에서 퇴짜를 맞고 있는 가운데, 윈린 정치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으며, 1991년 정유공장(第六套輕油裂解廠)은 윈린 마이랴오(麥寮)에서 짓기로 확정되었습니다. 그 후 윈린은 농업도시라는 수식어 외에, 타이완에서 규모가 가장 큰 석유화학단지의 소재지가 되었습니다. 현재 해당 정유공장은 연간 생산액 2조 뉴타이완달러(한화 약 85조 원, 2024/1/3 기준)로 타이완 연간 GDP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경제적 기여가 큰 만큼 대가도 큰 겁니다. 공장으로 인한 환경오염, 주민건강 문제, 산업안전 등 논란이 파생되어 현지 환경에 많은 부정적 영향을 가져왔습니다.
윈린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가진 후 RTI 지국이 있는 커우후와 바오중으로 갑시다! 우선 바닷가에 있는 커우후는 어업이 발달하며 숭어알을 소금에 절인 후 말린 ‘우위즈(烏魚子)’로 유명합니다. 우위즈는 원래 일본에서 숭어, 삼치, 고등어 등의 생선알을 이용해 생산된 것인데, 일본어로는 가라스미(カラスミ)입니다. 야생 숭어는 매년 11월부터 1월까지 해류를 타고 타이완 서남부 해안에 와서 알을 낳습니다. 따라서 타이완에서 겨울은 신선한 우위즈를 먹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시절이고 설날에는 꼭 우위즈를 먹어야 한 해를 보냈다는 실감이 납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어민의 기술이 향상되면서 양식 숭어로 만든 우위즈는 야생 우위즈에 못지않는 풍미가 있고 점차 주류가 되고 있습니다.
어업뿐만 아니라 지리적 풍경도 커우후의 큰 특색인데요. 커우후에 속한 연안사주인 ‘우산사주(外傘頂洲, 와이싼딩저우)’는 타이완섬에서 가장 서쪽에 있는 지역으로 모양이 마치 우산처럼 생겼다 하여 우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우산사주는 줘수이강의 토사가 충적되어 만들어진 것으로 약 1,000여 헥타르에 달하는 면적에 전성기에는 주민 천여 명이 있었습니다. 계절풍과 해류로 해마다 남쪽으로 이동하고 있고 현재 대부분은 쟈이(嘉義) 둥스(東石) 외해에 위치하고 있어 ‘움직이는 국토’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최근 모래를 막는 사방댐, 정유공장 간척지로 인한 해류방향 변화 등 이유로 빠른 속도로 축소되고 있어 현재는 주민이 없습니다. 전문가들이 2028년 ‘움직이는 국토’는 ‘사라진 국토’가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우산사주 - 사진: 구글맵 캡처 / 자막: 안우산
마지막으로 바오중으로 갑시다. 윈린 중서부에 있는 바오중은 윈린에서 면적이 가장 작고 인구가 가장 적은 향진(鄉鎮)입니다. 청나라 시대에 타이완 3대 민중봉기의 하나인 린솽원 사건(林爽文事件)이 발생했을 때, 바오중 주민들이 린솽원 일행을 물리치는 데 협조해서 정부로부터 충의를 표창한다는 뜻의 ‘포장충의(褒獎忠義)’라는 이름을 하사받았습니다. 그 후 포장충의를 줄여서 ‘포충(바오중)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비록 현재 바오중은 인구가 12,000명에 불과하지만 이곳은 타이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여가수, ‘영원한 가희’ 덩리쥔(鄧麗君, 등려군)의 고향입니다. 중화권 가요계의 불멸의 신화로 남겨진 덩리쥔은 타이완 대중음악의 선구자로 중화권뿐만 아니라 동남아, 일본, 심지어 미국과 캐나다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중국에 가서 노래를 선보인 적이 없지만 “덩샤오핑을 사랑하지 않고 덩리쥔만 사랑한다「不愛老鄧(鄧小平),愛小鄧(鄧麗君)」”, “낮에는 덩샤오핑, 밤에는 덩리쥔「白天聽老鄧,晚上聽小鄧」”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중국에서 유명했습니다. 지난 2021년 12월 31일 중국 장쑤위성TV가 연말 콘서트에서 AI기술로 덩리쥔이 노래를 하는 모습을 구현해 중국 가수와 듀엣곡을 선보였는데, 프로그램이 방송되자 타이완 네티즌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습니다. 덩리쥔은 “내가 중국에서 노래를 부르는 날은 바로 삼민주의가 중국 본토에서 시행되는 날”이라고 말한 바 있고 중국 공연을 여러 번 거절했기 때문입니다. 이 방송은 고인을 존중하지 않는 무례한 행동으로 여겨집니다.

바오중에 있는 덩리쥔 옛집, 현 덩리쥔기념문화단지 - 사진: 위키백과
‘애국가수’라 불리는 덩리쥔은 생전에 군대에서 아름다운 목소리로 중화민국 국군을 많이 격려했고 64사건 학생을 지지하는 시위에도 참여했습니다. 1995년 천식 발작으로 세상을 떠났고 정부는 그의 관 위에 국기를 덮어 ‘국장’으로 장례식을 치렀습니다. 이는 타이완 가요계에서 전례가 없는 것입니다.
윈린 시리즈 첫번째 시간은 덩리쥔의 목소리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덩리쥔의 노래 ‘첨밀밀(甜蜜蜜)’를 띄워드리겠습니다. 오늘 <랜드마크 원정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臺灣烏金,農業部。
2. 郭志榮,「即將消失的外傘頂」,漂浪島嶼。
3. 趙芷菱,「臺灣人物誌 一代歌后鄧麗君 永遠傳唱的音符」,新紀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