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가족을 위한 기념일이 즐비한 5월입니다. 어제 5월 5일 어린이날에 이어 8일 어버이날, 15일 가정의 날, 21일 부부의 날 등을 앞두고 사랑이 넘치는 한 달입니다. 어린이날은 어린이의 존엄성 확보와 복지 증진을 목표로 각국에서 제정한 기념일로, 날짜가 제각각입니다. 세계 최초로 어린이날을 선포한 나라는 튀르키예인데, 제1차 세계대전에서 부모를 잃은 어린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독립기념일인 4월 23일을 어린이날로 지정했습니다. 또한 유엔(UN)이 제정한 세계 어린이날은 11월 20일, 구 소련에서 비롯된 국제 어린이날은 6월 1일, 타이완의 어린이날은 4월 4일입니다. 타이완 정부가 4월 4일을 어린이날로 정한 이유는 온화한 봄 날씨, 그리고 월과 일이 같은 수로 겹친 날을 길일(吉日)로 여기는 문화 때문이라고 합니다.
어린이날에는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원하는 선물을 받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 부모가 함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아이와 같이 여행가거나 맛있는 저녁을 먹거나 자기 전에 재미있는 그림책을 읽는 것 모두 좋은 코스입니다. 국립타이완교향악단이 어린이날을 맞아 어린이교육복지단체인 신이기금회(信誼基金會)와 함께 지난 4월 4일부터 28일까지 신주(新竹), 타이중(台中), 윈린(雲林), 이란(宜蘭), 화롄(花蓮) 등 5개 도시에서 6차례의 무료 음악회를 열었습니다. 신이기금회가 주최하는 문학상의 수상작 《펭귄 연주회(企鵝演奏會)》와 《붉은 수탉(紅公雞)》을 클래식 음악과 접목해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퍼포먼스를 선보였습니다.
40년 넘게 조기교육과 독서보급에 힘써온 신이기금회는 2014년부터 그림책을 음악, 에니메이션 등 미디어와 결합해 보다 다양한 형식으로 독서교육의 가능성을 모색해 왔습니다. 랴오뤠이원(廖瑞文) 신이기금회 COO는 4월 2일 기자회견에서 “기금회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1만 타이완 가구 중 74%가 아이 만 1세 이전부터 독서를 시작했고, 특히 그림책은 가장 중요한 수단”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펭귄 연주회》의 작가 천옌링(陳彥伶)은 “이 책을 읽을 때 하모니카 소리가 나와야 하는데, 교향악단의 연주를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을 보다 정확하게 아이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신이기금회는 타이완 제지회사 융펑위(永豐餘)의 창업자인 허촨(何傳)과 그의 두 아들이 1971년 빈곤 구제를 목표로 설립한 기구인데, 기금회 명칭 ‘신이(信誼)’는 허촨의 자입니다. 허촨의 아들 허서우촨(何壽川) 전 융펑위 회장 내외가 1977년 조기교육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환기시키도록 교육에 초점을 두어, 타이완 최초의 조기교육 잡지(《學前教育》), 유아도서 전문 출판사, 유아 놀이센터인 ‘친자관(親子館)’, 장난감도서관, 유아문학 등을 내놓았습니다. 올해로 36회째를 맞은 유아문학은 기존의 ‘유아 그림책’ 부문 외에 ‘아동문학’ 부문을 새로 추가해 문학상의 규모를 확대했습니다. 시상식은 지난 20일 무사히 막을 내렸습니다.
허서우촨 전 회장의 아내 장싱루(張杏如) 현 신이기금회 회장은 홈페이지 인사말에서 40년 전 대부분 타이완 부모들은 교육이 초등학교에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했고, 서점에 유아도서가 없고, 사범대학에 유아교육전공이 없고, 심지어 관련 법규도 부재했다며, 당시 1살과 3살 아이를 둔 부모로서 조기교육의 중요성을 대중에게 인식시키기로 결심했다고 말했습니다. 0~6세의 영유아가 보다 좋은 환경에서 자라도록 조기교육의 플랫폼을 구축해 타이완 유아 교육의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또한 장 회장은 연합보(聯合報)와의 인터뷰에서 1980년 전후 타이완에서 퀄리티가 낮은 해적판 아동도서만 살 수 있었는데, 정품 도서를 타이완으로 도입하기 위해 직접 뉴욕에 가서 현지 출판사와 상의했으나 당시 ‘해적판 왕국’으로 조롱받은 타이완의 부정적 이미지로 인해 문전박대만 당했다며, 수많은 노력 끝에 마침내 판권을 확보했다고 토로했습니다. 농업사회에서 상공업사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맞벌이가 보편화되면서 많은 부모들이 아이를 직접 돌볼 수 없게 되었는데, 신이기금회는 연령대에 맞는 도서, 장난감, 놀이터 등을 제공함으로써 부모의 부담을 줄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장 회장은 “어른이 먼저 성장해야 아이를 성장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부모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동반자로서 부모와 함께 아이를 키우는 겁니다.
지난 2018년 신이출판사 40주년 및 신이문학상 30주년을 맞아 타이완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그림책 40권을 정선해 타이베이국제도서전을 시작으로 타이완 전역에서 ‘신이 40, 클래식 40’ 전시를 개최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미국 그림책 《아주아주 배고픈 애벌레(The Very Hungry Caterpillar)》와 《엄마, 난 도망갈 거야(The Runaway Bunny)》 외에 타이완 문화가 담긴《엄마, 녹두를 사줘(媽媽買綠豆)》도 아이들의 최애로 꼽힙니다. 타이완 작가 정양칭(曾陽晴)과 완화궈(萬華國)가 공동 창작한 이 작품은 아이가 엄마와 함께 녹두를 사서 더위를 식히는 녹두탕과 녹두빙수를 만들고, 남은 녹두를 심는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부모와 같이 장보는 장면을 묘사하는 동시에 타이완 대표 여름음식, 그리고 타이완인의 공동 추억을 생생하게 그려냈습니다.
조기교육과 독서보급 뿐만 아니라 타이중 출신인 장 회장은 일본 식민지 시대 최대 서점인 중앙서점(中央書局) 재건의 일등 공신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10월 30일 방송된 <랜드마크 원정대> 시간에서 타이중 시내에 있는 중앙서점을 소개해 드린 바 있는데, 1927년 개업한 중앙서점은 식민지 시대에 한(漢)문화 보급을 목표로 한 문화공간으로, 당시 지식인들의 모임 장소였습니다. 그러나 체인 서점의 등장으로 안타깝게 1998년 문을 닫게 되었고, 타이중 둥하이대학교(東海大學) 수뤠이빈(蘇睿弼) 교슈와 타이중 출신 작가 류커샹(劉克襄)의 노력 끝에 중앙서점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결국 융펑위 기룹 산하의 신이기금회와 상선인문기금회가 2016년 건물의 소유권을 받아 100년 이상 역사를 지닌 서점의 복원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사실 중앙서점은 남편이 장 회장에게 보낸 70세 생신선물이었습니다. 본가가 서점 근처에 있는 장 회장은 어릴 적에 서점에서 서적과 문구를 많이 구입했고, 아버지가 중앙서점의 주주로서 서점 설립에 기여하는 등 깊은 인연이 있습니다. 그래서 남편의 지지를 받은 후 서점 복원에 나섰습니다. 5년 간의 작업을 거쳐 중앙서점은 2020년 1월 새로운 모습으로 타이중시민들과 재회했습니다. 신이기금회가 개최하는 다양한 활동도 이곳에서 펼쳐져 낡은 건물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습니다. 장 회장은 타이완 조기교육과 독서보급을 위해 든든한 기초를 다졌을 뿐만 아니라, 현지 랜드마크 보존에도 최선을 다했습니다. 수 십 년 간 교육에 혼신해온 그는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지만 아이의 미래를 위해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겁니다.
엔딩곡으로 타이완 대표 동요 ‘나비’를 띄워드리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趙靜瑜,「國台交與信誼基金會攜手 繪本變成親子音樂會」,CNA。
2. 袁世珮,「優人物/呵護學前教育46年 信誼基金會董事長張杏如:就是做點利他的事」,聯合新聞網。
3. 鄭景雯、陳政偉,「重造中央書局:台中文化地景的重生」,文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