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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통문화상 수상자, 《한성(漢聲)잡지》 발행인 황융숭(黃永松) 📕

예술문화지 《한성잡지》의 발행인 황융숭(黃永松) - 사진: 중화문화총회
예술문화지 《한성잡지》의 발행인 황융숭(黃永松) - 사진: 중화문화총회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올해로 13회째를 맞은 ‘총통문화상’이 지난 3일 공모를 시작했습니다. 2년마다 수여되는 이 상은 지역희망상, 사회개혁상, 인도주의봉사상, 문화개척상, 문화청년상 5부문으로 나뉘며, 각 분야에서 타이완 문화에 기여한 사람들을 표창합니다. 샤오메이친(蕭美琴) 부총통은 기자회견에서 지난 12년간 61명의 수상자는 모두 자신의 전문 능력으로 타이완 사회에 헌신한 인재이자 타이완 문화계의 튼튼한 기반이라며, 총통문화상을 통해 타이완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부각시키기를 바란다고 언급했습니다.


총통문화상 기자회견에 참석한 샤오메이친(우4) 부총통 - 사진: CNA

역대 수상자를 보면, 과거 방송에서 소개된 타이완 작가 중자오정(鍾肇政), 치방위안(齊邦媛), 황춘밍(黃春明) 등이 수상한 바 있고, 타이완 대표 문화예술지 《한성(漢聲)잡지》의 발행인 황융숭(黃永松)도 지난 2017년 문화개척상을 수상했습니다. 사진과 영화예술에 능한 황융숭은 1971년 지인들과 함께 《한성잡지》를 창간해 중화 문화의 보급에 힘써왔으며, 1979년 타이완 10대 우수 청년상, 1982년 문화부 주최의 출판대상인 금정장(金鼎獎) 등 영예를 얻은 것 외에도 2010년 영국 BBC로부터 ‘전승의 영웅’이라고 평가되었습니다. 지난해 3월 80세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설립한 한성잡지사는 계속해서 타이완 문화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황융숭과 한성잡지사에 대해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관련 프로그램:
타이완 문단에서 가장 순수한 우의… 하카 작가 중리허(鍾理和)와 중자오정(鍾肇政)
타이완 원로 작가이자 대표 번역가 치방위안(齊邦媛), 101세로 별세
[아버지날] 향토문학 대표 작가 황춘밍(黃春明) 작품 속 아버지의 모습은?


문화 청년의 탄생 🧑‍🎨

1943년 하카인 가정에서 태어난 황융숭은 출신 배경이 매우 타이완스럽습니다. 외증조부는 미군의 폭격으로 숨졌으며, 외삼촌은 일본 군인으로서 동남아 전쟁터에 나갔습니다. 어머니의 품에 안긴 그는 제2차 세계대전의 끝을 목격했고 중화민국 시대를 맞이했습니다. 하지만 타이완 ‘현지의식’이 짙은 출신 배경과 달리, 1949년 중화민국 정부와 함께 타이완으로 이주한 외성인(外省人)들과 많이 교류하면서 중국 고향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되어 중화문화를 널리 알리고자 하는 사명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입하 후 훗날 타이완 가장 권위있는 사진가가 된 동창생 장자오탕(張照堂)과 친하게 지내며 예술의 꿈을 품었습니다. 이어 미술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하고 실험적인 예술창작을 탐구해 명실상부한 문화 청년이 되었습니다. 재학 기간에 다양한 예술 전시에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타이완 최초의 다큐멘터리 천야오치(陳耀圻) 감독의 <산(上山)>에도 출연했는데요. 함께 제작에 참여한 절친 장자오탕은 상의를 벗은 황융숭의 뒷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젊은 예술가의 뜨거운 열정을 영원으로 간직했습니다. 졸업 후부터 《한성잡지》창간 이전까지는 지인의 소개로 타이완의 국영 영화사에 입사해 미술감독과 스틸 포토그래퍼로 근무했습니다.


가장 혁신적인 방식으로 중화문화 알리기 🌠

《한성잡지》의 창간은 미국에서 자란 타이완인 우메이윈(吳美雲)의 꿈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오랫동안 외국에서 생활한 우메이윈은 타이완에 대한 외국인의 잘못된 고정관념과 무관심에 실망하면서도 중화문화를 제대로 소개하는 영어책이 없어 답답해했습니다. 따라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지를 만들기로 했죠. 사실 처음에 《한성잡지》는 중국어 잡지가 아닌 영어 잡지였는데, 소리의 울림을 뜻하는 ‘에코(ECHO)’라는 이름으로 출판되었습니다. 1971년 귀국한 우메이윈은 황융숭 등 서른 살도 안 된 문화 청년들과 함께 민속, 예술, 문화를 주제로 한 《에코》를 창간해 중화문화를 영어권으로 알리는 데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이때부터 황융숭의 인생은 《한성잡지》와 하나가 되었습니다.

초창기에는 자금이 없어 우메이원의 집을 잡지사로, 욕실을 필름 현상용의 암실로 쓰였습니다. 미술 편집을 맡은 황융숭은 과거의 미술 훈련과 남다른 예술적 감각을 바탕으로 가장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방식으로 중화 전통 문화를 소개했습니다. 황융숭은 《진주간(今周刊)》과의 인터뷰에서 “《에코》제1호를 제작할 때 철진 장자오탕이 일본에서 프랑스 명감독 장뤽 고다르(Jean-Luc Godard)의 영화 포스터를 가져왔는데, 포스터를 보고 과감한 색채로 표지를 제작하기로 했다”고 언급했습니다. 마법 같은 수법을 통해 언뜻 보기엔 서로 충돌하는 전위예술과 전통문화가 서로 어우러져 새로운 형식이 되었습니다.

또한 타이완에 익숙하지 않았던 우메이윈을 위해 농촌 출신의 황융숭은 마주(媽祖)신앙부터 야구 문화까지 타이완 작고 큰 일들을 하나하나 알려주고 잡지 내용을 풍부하게 했습니다. 중국이 문화대혁명을 겪고 있었던 상황에서 《에코》는 중화권에서 유일하게 영어권을 향한 문화예술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하지만 잡지 운영은 그리 쉽지가 않죠. 비록 하루 14시간씩 몸을 바쳐 일해도 자금이 여전히 모자랐습니다. 다행히 수많은 노력 끝에 타이완의 항공사 중화항공은 승객들이 비행기에서 잡지를 읽을 수 있도록 《에코》를 구독했습니다. 덕분에 잡지 독자가 전 세계로 확장되면서 33개국의 구독자를 끌어모았습니다.


《에코》 제1호 표지 - 사진: 한성잡지사

《에코》의 중국어판 잡지 《한성잡지》를 소개하기에 앞서, 1970년대 타이완 대표 노래 차이친(蔡琴)의 ‘그대의 다정함처럼(恰似你的溫柔)’을 띄워드립니다.


대한지성 🔊

잡지사가 정상 궤도에 오른 후, 중국어판 《한성잡지》가 1978년 발행되었습니다. 영어판이 중화문화를 외국에 널리 알리기 위해서라면, 중국어판은 전통과 현대, 학문과 대중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잡지명 한성은 ‘대한지성(大漢之聲)’에서 따온 것으로, 중화문화의 소리를 의미하고 있습니다. 1987년 양안 간 이산가족 상봉이 개방되면서 편집진은 여러 차례 중국을 방문해 다양한 문화인을 취재했습니다. 이 중 가장 대표적인 내용은 타이완 대부분 한족의 고향인 중국 푸젠과 광둥에 관한 보도입니다.


《한성잡지》 표지들 - 사진: 한성잡지사

이중언어 잡지 외에, 많은 10-80년대생들이 한성잡지사에 대한 추억은 어린이책에서 나오는데요. 어린이 독자를 위해 잡지사는 1984년부터 자연, 지리, 기상, 인체, 동물, 식물, 음식, 교통, 문화, 우주 등을 주제로 한 12권의 아동 지식정보책인 《한성소백과(漢聲小百科)》를 출판했습니다. 이 책은 28차례 재판되며 발행 부수가 25만 부를 넘어 타이완 아동도서 중 가장 많이 팔린 작품의 하나입니다. 지난 2014년 출판 30주년을 맞아 기념 버전이 출판되었고, 타이완 최대 서점인 청핀서점(誠品書店)에서 신간발표회가 열렸습니다. 뿐만 아니라 2년 후 0~5세의 취학 전 아동을 대상으로 《한성 사랑의 소백과(漢聲愛的小小百科)》까지 출판해 또다시 호평을 받았습니다.

한편, 민주화 이후 타이완 본토의식이 대두되면서 전통적인 중화문화를 강조하는 《한성잡지》는 점차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도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황융숭의 눈에는 문화가 문화이고, 시대가 어떻게 변하든 그는 인생의 끝까지 사랑하는 것을 고수했습니다. 《진주간》에 따르면, 이로 인해 2017년 총통문화상의 수상 소식을 듣고 반가움 대신 의아해하는 반응을 보였는데요. 《한성잡지》는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강조하는 타이완 가치와 180도 다르기 때문이죠.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을 때 추천자가 절친 장자오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기쁘게 상을 받았습니다. 《한성잡지》는 한 세대의 공통된 기억일 뿐만 아니라, 타이완 문화의 다원성을 잘 보여주는 좋은 방증이죠.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葉素萍,「總統文化獎徵選 蕭副總統:共同塑造豐富寶島文化」,中央社。
2. 沈玫姿,「大漢天聲——要使大家都要懂得中國的『漢聲雜誌』」,台灣光華雜誌。
3. 陳亭均,「黃永松的《漢聲》人生 用一根線拉動一整片天空」,今周刊。
4. 陳亭聿,「黃永松:漢聲四君子,只剩他一人守著」,新活水雜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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