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너와 나는 같은 이야기로 웃고, 시간도 거리도 잊게 돼. 리듬이 너에게 닿게 해줘.” 그룹 마마무 멤버 솔라가 최근 발표한 중국어 싱글 ‘Floating Free’의 가사입니다. 타이완 인디씬을 대표하는 싱어송라이터 9m88과의 듀엣 곡인데요. 시원한 멜로디에 포근한 보컬이 더해져, 지금 같은 여름에 딱 어울리는 노래입니다. 음악이라는 언어를 통해 국경을 넘은 우정은 요즘 타이완과 한국 사이의 활발한 문화 교류와도 닮아 있죠.
돌이켜보면, 2010년대부터 한국에서 타이완 청춘 영화가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타이완을 주제로 한 다양한 콘텐츠가 꾸준히 등장하면서 ‘타이완’은 어느덧 한국인의 핫한 여행지로 떠올랐습니다. 그 중심에는 ‘#대만감성’이라는 키워드가 있죠. 타이베이 101이나 중점기념관 같은 랜드마크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타이완만의 분위기인데요. 레트로 감성이 풍기는 건물들, 알록달록한 간판, 습하고 우중충한 거리, 줄지어 달리는 오토바이들, 그리고 여유로운 라이프 스타일까지. 이처럼 평범한 타이완의 일상이 한국인들에게는 이국적이면서도 묘하게 정겨운 느낌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타이완으로 불어오는 #대만감성 열풍 🌬️
그리고 흥미로운 변화가 하나 더 생겼습니다. 원래는 한국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타이완이었지만, 이제는 타이완인 스스로도 대만감성을 의식하게 되었는데요. 요즘 타이완 SNS에서는 ‘#台灣感性’이 대세입니다. 로컬 요소가 담긴 콘텐츠부터 너무 익숙해서 아무렇지 않게 지나갔던 구석들까지, 모두 이 해시태그와 함께 타이완인의 눈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2025 서울국제도서전의 주빈국으로 초청된 타이완은 역시 ‘대만감성’이라는 주제를 내세우며, 역대 최대 규모의 테마관을 선보였습니다. 지난 18일부터 22일 열린 이 행사에는 타이완 작가 23명, 출판사 85곳이 참여해, 문학으로 만나는 대만감성을 전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타이완관을 직접 찾아 하오밍이(郝明義) 타이베이도서전기금회 회장과 교류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국교는 없지만, 도서전 같은 민간교류가 두 나라의 관계를 이어줄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타이완 테마관을 방문한 문재인 전 대통령 - 사진: Rti
불과 17년 전인 2008년, 타이완은 그해 주빈국이었던 중국의 압박 때문에 ‘중화 타이베이’라는 이름으로 참가하라는 요구를 받았고, 결국 국가주권을 수호하기 위해 불참을 선택했습니다. 따라서 올해처럼 ‘타이완’이라는 이름, 그리고 ‘주빈국’이라는 타이틀로 당당히 참여한 것은 더없이 뜻깊은 순간이라 할 수 있겠죠. 오늘은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빛나는 대만감성 이야기, 여러분들과 함께 나눠보겠습니다!
문학으로 만나는 6가지 #대만감성
타이완에 대한 한국인의 로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타이완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대만감성을 조명하기 위해, 이번 타이완관은 6가지 테마로 나뉘어, 총 60차례의 다양한 행사가 펼쳐졌습니다. 여기에는 MZ세대 신예 작가부터 원로 작가까지 타이완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소개하는 ‘문학 존’, 자유롭고 개방적인 삶의 태도를 담은 ‘라이프 스타일 존’, 그림책과 만화를 통해 시각적으로 풀어낸 ‘이미지 예술 존’, 대자연의 아름다움과 독특한 인문 풍경을 아우른 ‘토지와 여행 존’, 타이완의 맛과 콘텐츠를 보여준 ‘음식과 오락 존’, 그리고 타이완의 현재를 만들어낸 ‘역사 존’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집단적 통일성보다는 개인의 고유함, 그리고 사회의 다원성을 강조합니다. 테마관을 총괄 기획한 하오밍이 회장은 개막식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대만감성은 모든 사람의 독립과 존엄을 믿는 마음입니다.”
도서전 개막식 무대는 타이완의 로컬 감성으로 가득 채워졌습니다. 타이완 밴드 ‘촌사람(裝咖人)’이 전통 악기를 연주해 타이완어 노래들을 선보이며 현장 분위기를 뜨겁게 달구었는데요. 촌사람의 리더이자 보컬 장자샹(張嘉祥)은 고향 자이(嘉義) 민슝(民雄)을 주제로 소설이자 앨범 《밤의 신이 내려온다(夜官巡場)》를 동시에 발표한 문학과 음악을 넘나드는 전방위 아티스트입니다. 이어 최근 타이완 MZ세대 사이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게이 작가 천쓰홍(陳思宏)도 무대에 올라 촌사람과 함께 타이완어 명곡 ‘사랑의 차차(愛情恰恰)’를 열창하며 감성과 해방의 에너지를 한껏 끌어올렸습니다.
#대만감성으로 한국 독자 매료시키기 👐
타이완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타이완 도서 저작권 수입의 주요 국가별 비율’ 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2022년 12.68%, 2023년 11.54%를 차지해, 모두 중국에 이은 2위였습니다. 타이완 문학이 아직 한국에서 주류로 자리 잡진 않았지만, 일부 한국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이번 도서전에 참여한 타이완 작가 중, 자연생태 문학 대가 우밍이(吳明益)처럼 이미 한국에서 잘 알려진 작가도 있고, 장자샹처럼 이번 도서전을 계기로 한국 문단에 첫발을 내디딘 신세대 작가도 있습니다. 나이와 배경은 제각각이지만, 이들의 작품 속에는 공통적으로 가장 타이완다운 풍경이 짙게 담겨져 있습니다.
보통 해외 시장에 진출하려면, 보편적인 주제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타이완 작가들은 이와는 조금 다른 길을 걷고 있습니다. 타이완 중부 장화(彰化)의 작은 마을 융징(永靖)을 배경으로 한 천쓰홍의 《귀신들의 땅(鬼地方)》도 그렇고, 1992년 철거된 타이베이의 중화상창(中華商場)을 주제로 한 우밍이의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天橋上的魔術師)》도 그렇고, 오리혀 높은 현지성을 가진 이야기로 한국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여한 천쓰홍(우2) 작가 - 사진: 타이베이도서전기금회
#대만감성, 서로 간 이해의 첫 발걸음 👣
우밍이는 18일 열린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타이완은 한때 세계에 의해 포기된 곳이기 때문에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이해를 갈망한다. 한국은 많은 타이완사람들에게 라이벌로 여겨져 왔다. 그 이유는 한국이 타이완사람들이 부러워하고 또 갈망하는 매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내 작품을 통해 타이완을 이해해주는 독자들에게 감사드린다. 그 이해 속에도 내가 한국을 이해하고 싶다는 열망이 담겨져 있다.” 이 고백은 현장을 깊이 울렸습니다.
사실 타이완은 지난 수백 년 동안 여러 정권의 통치를 거쳐왔고, 식민의 역사도 겪었습니다. 근대에 이르러서는 정치적 이유로 오늘날까지도 하나의 독립국가로 완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죠. 늘 국제무대에서 한 걸음 밀려 있어 더더욱 이해받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한 곳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서울국제도서전은 타이완에게 아주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되었습니다. 타이완 이야기가 드디어 한국 독자들의 마음에 닿았다는 것은 이해를 향한 첫걸음이기 때문입니다.
우밍이 작가 강연 현장 - 사진: CNA
#대만감성의 다음 걸음
한편, 이번 도서전에 참여한 타이완 작가에는 서울을 처음 방문한 작가들이 적지 않은데요. 지난해 타이완문학상 금전장(金典獎) 대상을 수상한 핑루(平路)도 한 명입니다. 그는 21일 행사에서 “사람들은 늘 남극이나 이집트처럼 먼 곳으로 떠나고 싶어한다”며 “이번 경험을 통해 타이완인에게 가장 많은 영감을 줄 수 있는 곳은 다름 아닌 한국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언급했습니다.
타이완과 한국은 역사적으로 매우 유사한 나라입니다. 똑같이 일본의 식민지 통치를 받았고, 독재정권을 거쳐 긴 시간 동안 치열하게 싸우며 눈부신 경제 발전과 민주화를 이뤄냈죠. 이제 대만감성은 단순한 인터넷 용어를 넘어 타이완과 한국의 공통된 언어가 되었습니다. 이 열풍이 소소한 낭만에 머무르지 않고, 언젠가는 케이팝처럼 세계로 뻗어나가는 새로운 문화 트렌드가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吳素柔,「參加首爾書展遭中共打壓 謝志偉:沒道理」,中央社。
2. 廖禹揚,「首爾國際書展 文在寅現身台灣館」,中央社。
▲2025 서울국제도서전 참여 타이완 작가 소개:
> 전 Rti 회장이자 소설가 핑루(平路)의 타이완 3부작①
> 집이란 무엇인가… 천쓰홍(陳思宏) 《귀신들의 땅(鬼地方)》
> 양솽즈 《타이완 만유록》, 타이완 최초로 美 내셔널 북 어워드 수상
> 타이완 문학계와 음악계를 휩쓴 소설이자 앨범, 밴드 ‘촌사람’ 보컬 장자샹(張嘉祥) 《야관순듀(夜官巡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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