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사 기밀 유출 사건에 대한 생각
-2025.08.09.-주간시사-
예전에도 ‘회벽기죄(懷璧其罪)’라는 성어를 방송에서 언급한 적이 있다. 품을/회懷, 둥근 옥/벽璧, 그/기其, 허물/죄罪, 이렇게 4글자는 보이는 그대로 ‘품고 있는 옥이 곧 그 죄이다’라는 말이다. 어떻게 보든 억울한 상황이라는 걸 충분히 알 수 있다. <춘추좌씨전ㆍ환공10년>에 주나라의 숙어에 ‘필부무죄, 회벽기죄’라는 말을 언급하였는데, 그게 바로 타인이 보물을 가지고 있어서 거기에 시기를 하며 그걸 죄로 몰아 모함한다는 성어로 쓰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기 출범 전부터 타이완의 ‘호국신산’으로 불리는 파운드리 업체 TSMC사가 무사할지, 아니면 우리를 살리는 공신이 될지 모르지만 여하튼 고민하는 쪽이 훨씬 더 많았고 지금도 그러하다.
뉴스에서도 여러 차례 보도를 했듯이 타이완 TSMC는 4년 전에 이미 미국에 650억불 규모 투자를 추진하였고, 올해 3월 백악관에서 트럼프가 직접 TSMC사는 미국에 1천억 달러를 추가 투자한다고 선언했다. 당시 이 소식에 놀랐고, 그러다가 타이완의 TSMC가 미국의 ASMC가 되어버리지 않겠는냐하는 걱정이 제일 컸다. 항간에서는 베이징에게 빼앗기는 것보다 미국으로 가는 게 더 낫다는 설까지도 돌았다. 다만 필자는 그게 무슨 이론인지 스스로 납득하는 걸 거부하였다.
최근 상업기밀 누설 사건이 터졌다. TSMC의 현ㆍ전 직원이 외국 기업에 2나노미터 제조공정 기밀을 빼돌렸다는 것이다. 다들 애국자가 못되어도 이렇게까지 매국을 할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재물에 눈이 어두워 양심과 직업 도덕도 버린 사람이 확실히 존재한 걸 보았다. 현재 비록 조사 중에 있지만 일본 측에서 관련 직원을 이미 징계했다며 타이완 측에 수사에 협력하겠다고 발표했다. 이건 또 무슨 뜻일까? 타이완의 상업 기밀 유출 대상이 일본이라는 것이고, 그 기업은 또 일본의 민관 협력이며 정부에서 반도체 산업 부활을 위해 힘쓰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사건이 단순하지 않을 것이란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미국이 인텔사를 위시해 일본과의 협력을 제안했던 게 생각나서 그렇다.
작년(2024)과 올해 미중경쟁 및 타이완의 과학기술정책, 반도체산업과 관련해 국제관계학회 과학기술 및 국제관계위원회 소집인(위원장) 우링샹(烏凌翔) 박사를 몇 번 취재한 바 있는데, 이제야 그가 왜 그렇게 일본의 국책 반도체 산업 라피더스(Rapidus)사를 긴밀히 관찰해야 한다고 말한 걸 선견지명의 지혜라는 걸 확인했다.
겨우 3년 전의 일이다. 2022년 일본의 반도체 제조업체 라피더스가 성립되면서 2나노미터 칩 제조를 목표로 하였고, 올해(2025) 4월에는 시험 생산을 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져 주목을 끌었다. 이건 올초의 산업 소식이었다. 당시 라피더스의 2나노미터 반도체 칩의 시험 생산이라는 시간표가 나온 것에, 우링샹 박사는 앞으로 일본 라피더스는 TSMC의 경쟁자가 될 것이 분명하므로 지금이라도 (반년 전에 발표한 의견) 일본 라피더스가 친구인지 적인지를 제대로 확정해야 할 것이라는 경고를 한 바 있다.
뜬금없이 아무나 잡고 친구냐 적이냐를 따지는 건 아니다. 라피더스가 막강한 적이 될 수 있는 여건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지금 반도체산업에 정부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민간은 물론 정부 차원에서도 일본 반도체 부활에 대한 결심이 강력하게 드러나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게다가 20세기 90년대에 플라자협의에 발이 묶이며 메모리칩의 제조를 포기하였지만, 그렇다고 로직칩 제조에도 뛰어들지 않았었다. 그런데 일본은 반도체칩을 제조할 수 있는 설비와 재료를 가지고 있고, 여전히 글로벌 반도체 하위산업 방면에서 선도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어서, 일본이 만약 반도체 제조의 황금시대로 다시 돌아가려고 결심했다면 이를 지원해줄 수 있는 조건은 이미 다 갖춰진 상태이다.
이 외에 TSMC사의 반도체칩 제조 공정이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월등히 높다보니 고객들의 입장에서는, 특히 미국의 입장에서는 TSMC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무슨 수라도 쓸 것이다. 지금 웨이퍼 위탁생산만 봐도 세계 시장의 근 70%를 점유하고 있으니 TSMC사가 표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타이완이 지정학적으로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라고 4년여(2021년4월) 전에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커버 스토리로 전하였을 때, 이미 타이완의 반도체 제조의 장점과 더불어 공급망 재편의 정책이 전개되는 시점이었다.
처음부터 타이완의 TSMC를 도와준 외국은 미국이고, 기업은 IBM 등이 있었다. 일본도 우리를 도왔었다. 하지만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난 후, 그들은 지역 안전이나 산업 공급망 또는 기타 어떠한 연유에서든 타이완의 우위를 약화시키려는 듯하다. 아마도 그들은 TSMC사를 그들의 가정된 경쟁 대상, 가상적으로 보고 있지 않을까? 최근 타이완의 언론들은 미국 상호관세와 반도체 정책 및 일본의 반도체 부활과 관련하여 누가 빼앗고 누가 훔쳤다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는 것도 관세이든 투자이든 기밀유출이든, 이 모든 게 어느 정도 회의적이어서 그렇게 형용했다고 본다.
앞으로 미국의 상호관세 20%, 그것도 기존에 관세에서 20%를 더한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접하고, TSMC사 전ㆍ현 직원의 기밀 유출 사건이 일본은 물론 미국과도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는 걸 상상해 보면 타이완의 호국신산 또는 수많은 반도체 클러스터 회사들 모두 ‘회벽기죄’를 맞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白兆美
-원고 보도: 백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