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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인간의 만남, 핑동(屏東) 라이이(來義) 파이완족 ‘Maljeveq’ 대축제 🎉

남자가 좋아하는 여자에게 정작을 선물하고 사랑을 고백하는 전통을 보유한 핑둥 라이이향 - 사진: CNA
남자가 좋아하는 여자에게 정작을 선물하고 사랑을 고백하는 전통을 보유한 핑둥 라이이향 - 사진: CNA

타이완 곳곳에 랜드마크를 찾아 현지인만 아는 이야기를 알려드리는 <랜드마크 원정대> 시간입니다. 이제부터 가이드북을 버리세요! <랜드마크 원정대>를 따라 타이완 여행을 즐깁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랜드마크 원정대>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할 때 떠오르는 아이템은 뭐가 있나요? 초콜릿, 꽃, 반지… 너무 흔하죠. 혹시 장작으로 사랑을 전한다면 상상이 되시나요?

타이완 최남단 핑동(屏東)의 원주민 파이완족(排灣族) 문화에는 남자가 여자에게 장작을 선물하는 전통이 있습니다. 옛날에는 가스와 전기가 없어 밥을 지으려면 장작이 꼭 필요했죠. 그래서 청년들은 사랑하는 여자에게 장작을 선물하며, “이 장작을 직접 패고 진 나는 너를 지킬 힘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세상은 많이 편리해졌지만, 이 특별한 문화는 지금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핑동 라이이향(來義鄉)에서 ‘사랑의 장작 축제’가 열렸는데, 파이완족 청년들이 무거운 장작을 어깨에 메고 마음 속 고백을 전했습니다. 파이완족의 발렌타인데이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장작에도 다양한 의미가 있는데, 5미터는 “당신이 궁금해요.”, 10미터는 “나와 결혼해 주세요.” 그리고 100개의 가는 장작을 묶어 선물하는 것은 귀족이나 마을 지도자의 딸에게만 바치는 최고의 사랑입니다.

장작으로 사랑을 표하는 라이이향의 특별한 전통 - 사진: CNA

한때 정부의 탄압으로 사라질 뻔했던 이 문화는 2000년대에 들어 다시 살아났습니다. 파이완족에게 사랑은 곧 책임입니다. 남자는 무거운 장작처럼 온 가족의 생계를 짊어지고, 여자는 그 장작으로 집안의 밥을 지어야 합니다. 요즘 기준으로는 조금 묵직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토록 진지한 사랑은 참 멋지지 않아요? 오늘은 사랑의 장작 문화가 뿌리 깊은 핑동 라이이향으로 함께 떠너봅니다!


파이완족 문화가 뿌리 깊은 곳 🌳

핑동 한가운데, 중앙산맥 서쪽에 자리한 라이이향은 지형이 험준합니다. 경제적으로 망고, 토란, 좁쌀 등 농작물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최근 같은 태풍철이면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또한 예로부터 파이완족의 터전으로, 핑동 다른 원주민 마을보다 더 많은 전통 문화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특히 파이완족은 계급 제도가 뚜렷하고 종교의식이 생활 속에 깊이 스며들고 있어 마을 곳곳에서 전통의 흔적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손에 새기는 문신은 매우 중요한 전통인데, 핑동 전역에서 손 문진을 가진 사람의 3분의 2가 라이이향에 거주할 정도입니다. 파이완족어 사용 비율 역시 높은 편입니다.

라이이향 파이완족의 전통의상 - 사진: 라이이향공소

파이완족의 문화를 깊이 이해하려면, 현지의 원주민박물관이 좋은 시작입니다. 이곳은 5년마다 열리는 파이완족의 큰 제사 ‘Maljeveq’를 주제로, 제사의 의미와 과정을 소개합니다. 제사에서 쓰이는 의상, 조각, 직조 등 공예품도 함께 전시되어 있죠. 이 제사는 타이완 원주민이 속한 ‘남도어족(오스트로네시아족)’ 문화권에서 가장 성대한 의식 중 하나로, 라이이향 파이완족의 대축제입니다.


대축제 Maljeveq의 전설 🧚‍♀️

제사의 기원은 신과 인간 사이의 약속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한 여신이 실수로 인간세계로 떨어져 한 파이완족 남자에게 발견되었습니다. 여신은 남자에게 좁쌀 줄기를 태워 하늘로 보내 달라고 부탁했고, 남자는 그래로 했습니다. 결국 여신은 남자를 하늘로 데려가 여러 전통 의례를 가르쳤는데, 이 중 하나는 바로 이 제사죠. 이후 남자는 여신과 하늘에서 결혼해 다섯 딸과 한 아들을 낳았고, 이 자녀들은 훗날 인간세계로 내려와 최초의 무당이 되어 전통을 이어갔습니다.

원래 이 제사는 3년에 한 번 열렸습니다. 그러나 어느 해 준비 과정에서 마을 우두머리 집안의 형제들이 다투다 두 사람 모두 목숨을 잃는 비극이 발생했습니다. 이로 인해 제사는 5년간 중단되었고, 그 사이 마을에는 잇따른 불운이 찾아왔습니다. 무당의 지시에 따라 다시 제사를 올린 후에야 비로소 사태가 가라앉았습니다. 이미 5년이 지났기 때문에 제사의 주기를 3년에서 5년으로 바꾸어 오늘까지 이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제사는 어떻게 진행될까요? 제사가 시작하기 전, 마을 청년들은 대나무로 제사장을 세우고 참여자들의 위치를 배정합니다. 동시에 무당은 점을 쳐서 제사의 날짜를 정하고, 악령을 쫓는 의식을 진행합니다. 제사가 시작되면, 청년들은 화려한 전통의상을 입고 칼을 든 채, 조상의 영혼을 맞이하는 ‘영령식(迎靈式)’에 참여합니다. 사람들은 태운 좁쌀을 둘러싸고 춤을 추며, 연기 방향에 따라 조상에게 올해 사냥의 성과를 보고합니다. 이어서 의식의 하이라이트 ‘공 찌르기(刺球)’가 시작됩니다.

조상의 영혼을 맞이하는 '영령식' - 사진: 타이완종교문화자산

대축제의 하이라이트 '공 찌르기' - 사진: 타이완종교문화자산

이 의식은 운동 경기와 비슷합니다. 각 집안 대표들이 빙 둘러서서 10미터 길이의 대나무 장대를 들고 하늘로 던져진 공을 찌르는데요. 공은 총 16개, 악신에게 바치는 첫 번째 공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좋은 기운을 상징합니다. 3일 후, ‘공 찌르기’ 경기가 다시 열리고, 마을 사람들은 마지막 공을 찌른 사람의 집에 모여 함께 춤을 춥니다. 그 공이 가져올 운세를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하죠. 마지막으로 제사에 쓰인 모든 공을 태양에 바친 후 제사가 마무리됩니다.

공 찌르기에서 사용되는 공 - 사진: 타이완종교문화자산

이어 핑동 파이완족 출신으로 최근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가수 Kivi의 ‘파이완 성가(排灣聖詩)’를 함께 들어보시죠.


대자연으로의 초대 💌

라이이향은 인구가 약 7,500명에 불과하지만 풍부한 역사와 인문 자원을 보유한 파이완족 문화의 핵심 기지입니다. 최근 지역 활성화를 위해 문화 투어가 활발히 추진되고 있는데요. 현지 주민이 직접 안내하는 등산, 하이킹, 계곡 트레킹 코스를 따라 대자연 속으로 떠나고, 또 지역 식재료로 만든 파이완족 ‘사냥꾼 도시락’을 맛볼 수 있습니다. 온라인으로는 지역 주민이 만든 전통 식칼을 구입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원주민 문화와 대자연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여행은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딱 좋은 코스죠.

뿐만 아니라, 현지 정부와 시민단체는 전통 공예 보존을 위해 ‘브랜딩’ 형식으로 주민들을 연결해 라이이향 자체를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공동체 활동은 대대로 전해진 지식을 다음 세대에 온전히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파이완족에게 산림은 대대로 지켜온 신성한 영역이며, 그 책임과 의무는 매우 무겁습니다. 하지만 한족이 타이완에 온 후 법령을 통해 산림을 공공재로 만들면서 갈등의 씨앗이 심어졌죠. 이제는 새로운 형태의 여행으로 한족과 원주민 간의 이해와 화합을 도모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한편, 라이이향의 마을마다 제사 날짜는 다릅니다. 지난해에는 2월과 11월에 각각 제사가 열렸고, 다음 제사는 2029년에 예정되어 있습니다. 파이완족의 대축제를 직접 관람하고 싶다면, 타이완 여행 계획을 미리 세우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랜드마크 원정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黃郁菁,「屏東來義收穫祭 發揚排灣傳統告白方式『送情柴』」,中央社。
2. 「屏東縣排灣族古樓部落Maljeveq(五年祭)」,臺灣宗教文化資產。
3. 地方創生南區輔導中心,「【創夥伴】走!跟著Ari!來義野行走進山林,上一堂學校沒教的臺灣史」,國立中山大學社會實踐發展研究中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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