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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정글 속 자연과 지식의 오아시스, 4호공원 & 국립타이완도서관 🏞️

국립타이완도서관에서 보는 4호공원 - 사진: 안우산
국립타이완도서관에서 보는 4호공원 - 사진: 안우산

타이완 곳곳에 랜드마크를 찾아 현지인만 아는 이야기를 알려드리는 <랜드마크 원정대> 시간입니다. 이제부터 가이드북을 버리세요! <랜드마크 원정대>를 따라 타이완 여행을 즐깁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랜드마크 원정대>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지난주 토요일, 8월 23일이었죠. 타이완에서는 참 의미 있는 날이었습니다. 특히 올해는 입법위원 파면 선거가 치러진 날이자, 음력 7월 ‘귀신의 문’이 열린 날이고, 동시에 ‘제2차 타이완해협 위기’로 불리는 ‘진먼 8.23 포격전’ 67주년이 된 날이기도 했습니다. 혹시 저와 서승임 아나운서가 함께 진행했던 특집 방송 ‘신박한 진먼(金門) 여행’을 보신 분 계실까요? 그렇다면 이 전쟁 이야기가 낯설지 않으실 겁니다. 

1958년 중공군이 타이완 외딴섬 진먼을 대규모로 포격하면서 전투가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양안은 홀수 날마다 포격을 주고받은 심리전을 이어갔는데요. 무려 1979년, 미국과 중국이 수교할 때까지 계속되었습니다. 이 전투는 중화민국의 진먼과 마주(馬祖) 통치를 공고히 하는 동시에, 최전방 진먼의 전략적 중요성을 전 세계에 각인시켰습니다.


수도권 8.23 기념공원① 베이안 공원

8.23 포격전을 더 깊이 알고 싶으시다면 직접 진먼을 방문하는 게 가장 좋겠지만, 수도권에서도 관련 랜드마크를 만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장소는 저희 Rti 방송국 바로 옆에 있는 ‘베이안(北安) 공원’인데요. 2016년 9월 3일 군인의 날을 맞아 이곳에 8.23 포격전 기념비가 세워지면서 이름도 ‘8.23 포격전 기념공원’으로 바뀌었습니다. 주변 국민혁명충렬사, 해군사령부, 장징궈(蔣經國) 전 총통의 관저였던 치하이(七海) 문화단지, 그리고 내년에 개관을 앞둔 국가군사박물관까지 함께 둘러보신다면 타이베이 한복판에서 다채로운 국방 교육 코스를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베이안 공원에 있는 8.23 기념비 - 사진: 안우산

수도권 8.23 기념공원② 4호공원

두 번째 랜드마크는 신베이시 중허(中和)에 있는 ‘4호공원’입니다. 이곳 역시 베이안 공원처럼 현지 인사의 노력으로 8.23 포격전 기념공원이 되었는데요. 핵심 인물은 뤼팡옌(呂芳煙) 전 중허시시장입니다. 1958년 진먼에서 군 복무하며 8.23 포격전을 직접 겪은 그는 제대 후 관련 협회를 만들어 참전 병사들의 권익을 위해 힘썼고, 중허시시장으로 취임한 후에는 4호공원에 기념비를 세웠죠. 

4호공원이 위치한 중허와 인근 융허(永和)은 타이완에서 인구 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인데요. 두 지역을 합쳐서 ‘솽허(쌍허, 雙和)’라고 불립니다. 약 14개 축구장 크기의 4호공원은 그래서 더욱 소중한 공간으로, ‘솽허의 폐’라는 별칭을 얻었습니다. 공원에는 8.23 기념비뿐만 아니라, 타이완 최초의 현대식 공공도서관 ‘국립타이완도서관’도 자리하고 있습니다. 주변 먹거리로 유명한 융안(永安)시장과 러화(樂華) 야시장이 더하면, 생활 편의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솽허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곳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그럼 오늘은 4호공원으로 함께 떠나볼까요?


4호공원에 있는 8.23 기념비 - 사진: 안우산


사라진 7개 공원... 그리고 중허에 남은 단 하나 🌳

인구가 많은 도심 한복판에 이렇게 큰 공원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을까요? 그 비밀은 융허의 도시계획에서 비롯됩니다. 1949년 중화민국 정부가 타이완으로 이전되면서 중융허 지역은 중국에서 건너온 많은 외성인(外省人)들의 거주지가 되었습니다. 또 타이베이와 한 디리만 떨어져 있어, 중남부 이민자들에게도 인기 이주지가 되었죠.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자 정부는 영국의 ‘전원도시(Garden City)’ 개념을 본떠 융허에 7개의 공원을 만들기로 했지만, 상황은 예상과 달랐습니다. 3만 명을 기준으로 한 계획에 무려 20만 명이 몰려든 겁니다. 그 결과, 전원은 커녕, 융허는 빈터조차 보기 힘든 혼잡한 지역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렇다면 계획했던 7개의 공원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1호공원은 ‘런아리(仁愛) 공원’으로,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4호공원만 남고, 나머지는 모두 학교와 주택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4호공원은 분명 융허가 아닌 중허에 있죠. 이유는 행정구역 번화 때문입니다. 융허는 원래 중허에 속해 있었는데, 1989년 4호공원이 지어질 당시에는 이미 중허시와 융허시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4호공원은 중허 관할이 되었고, ‘4호공원’, ‘8.23 기념공원’ 외에도 ‘중허공원’이라고 불리게 되었습니다.


4호공원의 아이콘 붉은 벽돌담 - 사진: 안우산

사실 중허와 융허는 오래전부터 생활권을 공유해 ‘중융허(中永和)’ 또는 ‘솽허’라고 묶어 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중허에는 ‘융허로’, 융허에는 ‘중허로’가 있어 헷갈리기 쉽죠. 그 경계에 자리한 4호공원은 행정구역이 어디든 상관없이 현지인들의 중요한 휴식공간이 되었습니다. 이른 아침이면 조깅하는 시민들, 퇴근 시간이면 남녀노소가 의자에 앉아 하루를 마무리하는 평화로운 풍경이 펼쳐집니다.

이어서 공원에서 듣기 좋은 노래, 타이완 인디 밴드 ‘선셋 롤러코스터(落日飛車)’의 신곡 ‘Grow’를 함께 들어보시죠.


타이완 최초의 공공고서관 '국립타이완도서관' 📚︎

도시 속 녹지 역할뿐만 아니라, 4호공원 한가운데 자리한 ‘국립타이완도서관’도 중요한 공간입니다. 현재 타이완에는 3곳의 국립 도서관이 있는데, 이 중 국립타이완도서관은 청나라와 일본 식민지 시기의 자료를 보존하고 있어 ‘타이완학’ 연구의 중심지로 꼽힙니다. 나머지 두 곳은 출판물 수집과 보존에 전념하는 ‘국가도서관(중정기념당 맞은편)’, 그리고 디지털 독서와 지방 도서관 네트워크를 관장하는 ‘국립공공정보도서관(타이중 소재)’입니다.


4호공원에 자리잡은 국립타이완도서관 - 사진: 안우산

국립타이완도서관의 뿌리는 일본 식민지 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처음에는 ‘타이완 총독부 도서관’으로 문을 열었고, 위치는 총독부 옆 건물(현 博愛大樓 박애빌딩, 법무부 염정서 소재)이었습니다. 당시 타이완 전역의 도서관 사업을 주도하며 제2차 세계대전 발발 때까지 20만 권이 넘는 장서를 보유했죠. 전쟁 말기 미군의 폭격을 받기도 했지만, 대피가 잘 이루어져 대부분의 자료는 무사히 보존되어 왔습니다.


옛 타이완 총독부 도서관 - 사진: 안우산

전쟁 후에는 타이완박물관 건물을 빌려 서비스를 이어갔고, 공간 부족으로 여러 차례 이전을 거듭하다가, 2004년 드디어 지금의 중허에 정착했습니다. 오늘날 타이완 최대 규모의 도서관으로 일반 대중은 물론, 아동과 청소년, 노인, 신주민, 장애인까지 폭넓은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특히 지하 1층에는 8.23기념관이 설치되어 있어 역사 교육의 장으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전 방송에서 소개해 드렸던 구 국회건물, 양민산(陽明山)에 있는 중산루(中山樓)도 타이완도서관이 관리하고 있습니다.

▲관련 프로그램:
세계 유일! 유황 분출구 위에 세워진 건축물, 양밍산 ‘중산루(中山樓)’ 🌋


리덩후이 총통 특별전시회 ✨

책만 있는 곳이 아닙니다. 도서관에서는 다양한 전시회와 영화도 즐길 수 있는데요. 지금 6층에서는 리덩후이(李登輝) 전 총통을 기리는 특별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리 전 총통 서거 5주년을 맞아 마련된 이번 전시에서는 AI 기술로 직접 리 전 총통과 대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함께 사진을 찍는 체험도 가능합니다. 지난 7월 30일, 차이잉원(蔡英文) 전 총통이 개막식에 참석해 전시 내용을 직접 체험하기도 했습니다.


국립타이완도서관 6층에서 개최 중인 리덩후이 전 총통 특별전시회 - 사진: 안우산


AI기술로 리덩후이 전 총통과 같이 사진찍기 - 사진: 안우산

격동의 전쟁사를 담은 전시장, 지식을 담은 보물창고, 그리고 시민들의 휴식처까지 4호공원은 중융허 지역에서 그 어떤 공간보다 소중한 곳입니다. 콘크리트 정글 속에서 이렇게 넓은 오아시스를 만날 수 있다는 것, 정말 큰 행복이 아닐까요?

오늘 <랜드마크 원정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北安公園更名八二三砲戰紀念公園 邀您見證歷史」,臺北市政府工務局公園路燈工程管理處。
2. 〈細說永和〉,新北市永和區公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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