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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버지는 타이완 5대 명문가 출신!? 히토토 집안의 판도라 상자 📦︎

최근 첫 소설 《푸른 꽃(青色之花)》을 발표한 타이완-일본 혼혈 작가 히토토 타에(一青妙) - 사진: CNA
최근 첫 소설 《푸른 꽃(青色之花)》을 발표한 타이완-일본 혼혈 작가 히토토 타에(一青妙) - 사진: CNA

타이완 문학의 향기를 담아, 지금 <포르모사 문학관>의 문을 엽니다.


지금 듣고 계시는 곡은 일본 가수 히토토 요(一青窈, 1976~)가 부르는 타이완어 명곡 ‘망춘풍(望春風)’입니다. 


타이완-일본 혼혈 히토토 자매 👭🏻

타이완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히토토 요는 유치원까지 타이완에서 지냈습니다. 비록 타이완 국적은 없지만, 맥주 광고에서 ‘망춘풍’을 커버했고, 또 허우샤오셴(侯孝賢) 감독의 영화 《카페 뤼미에르(珈琲時光)》 주인공으로 출연해 타이완에서 큰 인기와 인지도를 얻었습니다.  

허우샤오셴(侯孝賢) 감독의 영화 《카페 뤼미에르(珈琲時光)》 주인공으로 출연한 히토토 요(우) - 사진: 아마존

최근 첫 소설을 발표한 친언니 히토토 타에(一青妙, 1970~)도 타이완과 깊은 인연을 가지고 있습니다. 11살까지 타이완에서 살던 타에는 외국인이라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을 정도로 유창한 타이완식 중국어를 구사할 수 있습니다. 치과의사와 배우 등 다양한 일을 병행해왔고, 40대에 들어서는 가족 이야기를 우연히 접한 뒤 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했습니다. 여러 자서전적인 에세이를 출간한 후, 허구 소설을 통해 타이완과 일본 간 복잡한 역사를 풀어내고자 합니다.

사실 두 자매의 이름 한자는 일본에서 흔하지 않고, 일본 이름 외에도 아버지의 성을 따른 ‘옌먀오(顏妙)’와 ‘옌야오(顏窈)’라는 중국어 이름이 있습니다. 그래서 어릴 적부터 정체성 혼란을 겪기도 했는데요. 타이완과 일본을 오가며 수많은 궁금증을 품었지만,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그 물음들은 쉽게 풀리지 않았죠. 타에가 2009년 첫 작품 《나의 박스(我的箱子)》를 출간해야 두 자매의 인생에는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과연 박스 속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요? 오늘은 히토토 자매의 이야기를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가족 이야기를 담은 히토토 타에의 데뷔작《나의 박스(我的箱子)》 - 사진: 청핀서점


16살 차이 연상연하 부부 👩‍❤️‍👨

일본 식민지를 겪은 타이완에서는 이렇게 타이완과 일본이 얽힌 가정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두 자매의 가정은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특별했는데요. 그들의 아버지 옌후이민(顏惠民, 1928~1985)은 타이완 5대 명문가의 하나인 ‘지룽 옌가(基隆顏家 안씨 집안)’ 출신이었기 때문입니다. 집안의 장손으로서 옌후이민은 상속자의 교육을 받으며 10살 때 일본 유학길에 올랐습니다. 1947년 타이완에 돌아와 대학 공부를 이어가던 중, 그의 아버지와 삼촌이 2·28사건에 연류되면서 감옥살이를 할 뻔했습니다. 결국 무사히 석방되었지만 긴장한 정치 상황 속에서 일본으로 밀항하게 되었고, 바로 그때 아내 히토토 카즈에(一青和枝)를 만났죠.


타이완 5대 명문가 중 하나인 '지룽 옌가'의 옌후이민(顏惠民) - 사진: 롄진(聯經) 출판사

▲관련 프로그램:
[타이완 5대 가문] 타이중 명문가 ‘우펑 린가(霧峰林家)’

두 사람의 만남은 정말 드라마틱합니다. 옌후이민은 16살 연하의 카즈에를 보고 첫눈에 반했고, 평범한 외모에도 뛰어난 일본어 실력과 성숙한 모습으로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결혼 후에는 타이완으로 돌아와 집안 사업을 이어받아 관리했고, 두 딸을 낳았습니다. 1982년 온 가족이 일본으로 이사했지만, 안타깝게도 옌후이민과 카즈에는 각각 1985년, 1992년 병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옌후이민의 말년은 행복하지 못했습니다. 마지막 몇 년 동안은 늘 자신을 깜깜한 방에 틀어박혀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두 자매에게 아버지는 늘 부재한 존재로 남았습니다. 특히 언니 타에는 어릴 적부터 가족 이야기가 ‘판도라의 상자’처럼 느껴지고, 감히 건드리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러다 옛집을 정리하던 중, 옷장에서 어머니가 남긴 붉은 박스를 발견하고 비로소 자신이 어디서 오는지 탐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박스에는 두 자매의 탯줄, 부모의 옛날 사진과 일기, 가족 간 주고받은 편지, 그리고 어머니의 레시피 노트가 고스란히 보관되어 있었습니다. 이제 판도라의 상자가 드디어 열렸습니다.


일본인이 되고 싶은 타이완인과 타이완인이 되고 싶은 일본인... 🇹🇼🇯🇵

어릴 때부터 일본 교육을 받은 옌후이민은 일본에 남다른 애국심을 가지고 있었고, 일본 패배 후에도 중화민국에 대한 감정은 전혀 없었습니다. 대가족의 장손이었지만 가업을 이어가고 싶어하지 않았고, 집에서 정한 상대와 결혼하고 싶어하지도 않았습니다. 결국 일본으로 밀입국하는 것이 그에게 자유를 얻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죠. 그와 카즈에의 결혼 역시 집안의 심각한 반대에 부딪혔는데요. 카즈에는 ‘합격한 옌씨 집안 며느리’가 되기 위해 타이완 요리를 배우는 한편, 딸들과 타이완과의 연결을 강화하고자 했습니다. 옌후이민이 일본인이 되고 싶어하는 타이완인이라면, 카즈에는 타이완인이 되고 싶어하는 일본인이었습니다.

이후 옌후이민이 폐엄에 걸리면서 모든 것이 최악으로 흘렀습니다. 가족들은 그가 극단적 선택을 할까 봐 병세를 숨겼지만, 그는 사실을 알게 되자 방에 갇혀 술만 마셨고, 사실을 숨기는 아내에게도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소통이 끊긴 아버지 때문에 가족 모두는 깊은 침묵에 빠졌죠. 1년 넘는 긴 시간 끝에, 옌후이민은 삶의 마지막에 마침내 양보했습니다. 그는 카즈에에게 “나는 단지 당신 입에서 내가 아프다는 사실을 듣고 싶어서 화가 났을 뿐”이라고 말하며,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습니다. 타에는 어머니의 일기를 통해 부모가 화해한 모습을 보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옌후이민은 일기에 "말할 수 없는 일"이라 쓰고 백색테러의 실상을 기록했다. - 사진: CNA

이어서 히토토 요의 대표곡 ‘산딸나무(ハナミズキ)’를 함께 들어보시죠. 이 노래는 미국 9·11테러 이후 평화를 기원하기 위해 만든 곡으로, 산딸나무가 의미하는 ‘답례’와 ‘감사’를 통해 모든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히 함께하기를 기원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박스가 열리면, 그 다음은? ✨️

어머니가 남긴 박스를 시작으로, 타에는 아버지 가족의 기반인 지우펀(九份) 일대를 여러 차례 방문했습니다. 아버지 가족의 사업이었던 광업을 조사하면서 광물을 채굴하던 터널 안에 들어가 보았는데, 캄캄한 터널이 마치 아버지의 방처럼 느껴졌다고 합니다. 《나의 박스》 출판 다음해에는 어머니의 타이완 요리 레시피를 담은 《일본 엄마의 타이완 요리 이야기(日本媽媽的臺菜物語)》도 출판했습니다. 두 작품은 연극과 영화로 각색되었고, 타에도 연극에서 자신의 역할을 연기했습니다.


《나의 박스》를 원작으로 한 연극 - 사진: 타이중 국가오페라하우스

타이완과의 인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타에는 다섯 차례 타이완 남부 타이난(台南)의 ‘친선대사’로 선정되기도 했는데요. 2013년 타이난 여행에서 깊은 인상을 받은 후, 타이난을 자주 방문하면서 3권의 타이난 기행문을 출판했습니다. 타이난에 반한 이유에 대해서는 “나의 어린 시절 추억인 1970~80년대의 모습을 잘 보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본어로 작성되었지만, 그의 저작은 모두 타이완을 주제로 하고 있죠. 최근 출간된 소설 《푸른 꽃(青色之花)》 역시 타이완과 일본 사이에 갇혀있는 정체성을 이야기합니다.

카즈에의 박스에는 대가족의 비밀도 세상을 흔드는 기밀도 없었습니다. 그저 일반 가정에서 품은 기쁨과 슬픔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을 뿐입니다. 부모가 남긴 글을 통해, 딸은 자난 세월을 이해하고 자신을 찾아갔습니다. 비록 부모와 다시 만날 수는 없지만, 그 이해는 히토토 집안에서 계속 이어지는 원동력이 되었죠.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一青妙,《我的箱子》。
2. 陳琡分,「一青妙:《我的箱子》,父親的人生」,OKAPI。
3. 陳琡分,「一青妙:《日本媽媽的臺菜物語》,為的是讓我們不要忘記臺灣」,OKAPI。
4. 邱祖胤,「一青妙小說「青色之花」 持續完成家族記憶拼圖」,中央社。
5. 新井一二三,「【自由副刊】【名詞的故事】 一青」,自由副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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