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타이완과 중국 사이의 긴장이 다시 높아지고 있습니다. 양안 관계는 늘 불안정했지만, 최근 미중 갈등과 중국의 군사 압박이 이어지면서 “만약 진짜로 전쟁이 일어난다면?”이라는 질문이 점점 현실적인 우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런 불안한 분위기 속에서, 타이완 사회의 불안과 위기감을 정면으로 다룬 한 드라마가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바로 2025년 공개된 타이완 시리즈 <제로 데이 어택>(零日攻擊, Zero Day Attack)입니다.
<제로 데이 어택>은 중국 인민해방군이 타이완에 군사행동을 개시하는 가상의 상황을 전제로, 전면적인 ‘타이완해협 전쟁’이 발발했을 때 타이완 사회가 직면하게 될 혼란과 공포, 그리고 인간의 선택을 그린 작품입니다. 이 드라마는 타이완의 여러 감독들이 참여한 옴니버스 형식으로, 총 10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타이완은 물론 일본과 홍콩의 배우들까지 함께 출연해, 한층 다채로운 시선과 매력을 더하며 국제적인 관심을 모았습니다.
이야기는 타이완 총통 선거 이후 새 정부로의 정권 이양이 진행되던 시점에서 시작됩니다. 취임식을 앞둔 어느 날, 중국 군용기가 타이완 인근 해역에서 격추되면서 사태가 급격히 악화됩니다. 중국은 이를 구실로 타이완 해상 봉쇄를 선언하고, 곧이어 본격적인 상륙 작전을 개시합니다. 섬은 순식간에 혼란에 빠지고, 증시 폭락과 은행 인출 사태가 이어지며 국민들의 불안은 극도로 치닫습니다.
드라마는 단순한 전쟁 액션이 아니라, 정보전과 인지전, 내부 혼란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중국은 친중 언론을 통해 허위 정보를 퍼뜨려 타이완 국민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해커들이 방송 시스템을 해킹해 ‘투항하라’는 선전 영상과 AI로 조작된 타이완 총통의 딥페이크 영상을 유포하며 혼란을 극대화합니다. 동시에 중국 공작원과 내통자들이 감옥의 수감자들을 풀어 폭동을 일으키고, 조직폭력배들과 결합한 무장 세력이 거리를 장악합니다. 이런 혼란 속에서 중국 해병 특수부대가 진먼섬에 상륙하며 전쟁의 서막이 열립니다.
<제로 데이 어택>은 타이완 최초로 ‘타이완해협 전쟁’을 본격적으로 다룬 드라마입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그리고 낸시 펠로시 전 미국 하원의장의 타이완 방문 직후 중국이 이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실시한 대규모 포위 군사훈련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중화민국 문화부와 문화콘텐츠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총제작비 약 2억 3천만 뉴타이완달러(한화 약 107억 원, 2025.10..9.기준)가 투입된 대규모 프로젝트였으며, 실제 타이완 국군이 협조하여 군 장비와 전투 장면을 사실적으로 구현했습니다.
드라마 제목 ‘제로 데이 어택’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거나 패치되지 않은 보안 취약점을 이용한 공격을 말합니다. 개발사가 보안 패치를 준비할 시간이 0일(Zero Day)이라는 의미에서 비롯된 용어로, 취약점이 발견되자마자 공격이 시작되기 때문에 사용자와 기업이 방어할 틈도 없이 피해가 발생할 수있습니다. 제작진은 이 개념을 차용하여 정권교체기라는 국가의 가장 불안정한 시기를 ‘취약점’으로 설정했습니다. 즉, 새 정부가 출범하기 직전 혼란의 틈을 노린 침공 시나리오인 셈입니다.
이 작품의 기획자이자 총괄 프로듀서인 정신메이(鄭心媚)는, 한 언론 고위 관계자로부터 “타이완 일부 언론사의 편집국이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타이완공작판공실의 영향을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듣고 위기감을 느낀 것이 출발점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처음에는 ‘홍색 침투’(紅色滲透)를 다룬 시나리오 <붉은 손가락>(紅手指)으로 시작했으나 제작이 무산되자, 직접 제작자로 나서서 이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제로 데이 어택>은 단순한 전쟁물이 아니라, 정치, 경제, 언론, 사회 전반에 스며든 ‘회색 전술’을 다각도로 보여줍니다. 현실감과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국방 전문가와 정치인을 자문으로 초빙했고, 여성 정치인의 현실을 반영하기 위해 실제 공직자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드라마는 서로 다른 사회계층을 배경으로 한 10개의 이야기를 통해 전개됩니다. 어떤 인물은 전쟁을 피해 떠나려 하고, 또 다른 인물은 끝까지 남아 싸우기로 결심합니다. 에피소드마다 장르와 분위기는 다르지만, 모두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라는 공통된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제작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정치적 논란을 피하기 위해 스태프 절반 이상이 가명을 사용했고, 일부는 중국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라 계악 위반을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제작진은 “이런 작품은 타이완이 아니면 만들 수 없다”며 표현의 자유가 바로 창작의 본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공개 이후 평가는 엇갈렸습니다. 먼저 부정적인 평가부터 살펴보면, 군사 전문가들은 작품의 설정이 지나치게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예를 들어, 국방부 고위 간부가 중국 스파이로 밝혀졌음에도 아무런 조치가 없거나, 경무기로 적군을 격퇴하는 등 비논리적인 장면들이 많다는 겁니다. 또한 배우들의 대사 전달력, 특히 외국 배우들의 억양이 몰입을 방해한다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또 일부에서는 “망국의 불안을 상업적으로 소비했다”거나 “특정 정치세력의 선전물처럼 보인다”며 정치적 편향을 문제 삼았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긍정적인 평가도 적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타이완 드라마로서는 드물게 ‘정치 스릴러’라는 장르를 본격적으로 시도했다는 점에서, 많은 시청자들이 “용기 있는 도전”이라 평가했습니다. 위기 속 인간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냈다는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또한 작품은 단순한 전쟁 공포를 넘어서,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라는 대사를 통해 현재 타이완이 처한 현실을 은유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전쟁은 총탄이 아니라, 정보 조작과 여론전,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이미 시작되었다는 메시지입니다.
일부 평론가들은 “<제로 데이 어택>은 오락성과 경각심을 겸비한 작품”이라며, “타이완 사회가 직면한 위협을 대중적으로 논의하게 만든 계기”라고 평가했습니다. 완벽한 작품은 아닐지라도, ‘전쟁의 그림자 속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강렬하게 남습니다. 그리고 그 불편한 질문이야말로 지금 타이완 사회가 가장 먼저 마주해야 할 현실일지도 모릅니다.
오늘은 타이완 사회의 불안과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한 드라마, <제로 데이 어택>을 소개해드렸습니다. 마지막으로, 드라마의 주제곡 <바람소리와 사람의 그림자>(風聲人影)를 들려드리며 오늘 방송 마무리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연예계 소식의 진옥순이었습니다. 오늘 방송을 청취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