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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않는 흐름, 위안류(遠流) 출판사 창립 50주년 🌊

지난 9일 열린 위안류 출판사 창립 50주년 기념행사에는 왕룽원(王榮文, 우2) 사장, 그리고 출판인 덩위전(鄧維楨, 우1)과 잔홍즈(詹宏志, 좌1), 작가 황춘밍(黃春明, 좌2) 등 창립 초기의 파트너들이 대거 참석했다. - 사진: CNA
지난 9일 열린 위안류 출판사 창립 50주년 기념행사에는 왕룽원(王榮文, 우2) 사장, 그리고 출판인 덩위전(鄧維楨, 우1)과 잔홍즈(詹宏志, 좌1), 작가 황춘밍(黃春明, 좌2) 등 창립 초기의 파트너들이 대거 참석했다. - 사진: CNA

타이완 문학의 향기를 담아, 지금 <포르모사 문학관>의 문을 엽니다.


밥 먹을 때 유튜브 영상이나 드라마, 뭐라도 틀어놓고 드시는 분 계신가요? “아무것도 안 보고는 밥이 안 넘어간다!” 하는 것, 요즘 시대에만 가능한 참 행복한 고민이죠. 이렇게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영화는 배급사와 극장을 통해 관객을 만나고, 책은 출판사와 서점을 거쳐 독자에게 다가옵니다. 이런 통로가 없으면, 아무리 좋은 콘텐츠도 우리 눈앞에 나타날 수가 없습니다.

타이완 국가도서관 통계를 보면, 1989년부터 2021년까지 국제표준도서번호(ISBN)를 신청한 출판사가 37,000곳이 넘었는데요. 이 중 실제로 2021년에 책을 낸 출판사는 4,800여 곳, 13% 정도뿐이었습니다. 나머지는 사실상 출판을 멈췄거나 휴업 상태라는 의미죠. 그리고 이 4,800여 곳 가운데, 연간 30종 이하의 책만 내는 소형 출판사가 94%를 차지했지만, 이들이 낸 책의 비중은 전체의 4분의 1밖에 안 되었습니다. 결국 타이완 시장의 대부분은 대형 출판사 100여 곳이 꽉 쥐고 있는 겁니다.

그 대표적인 곳이 바로 ‘위안류(遠流)’ 출판사입니다. 해마다 250~300종의 신간을 꾸준히 내고 있고, 1975년 창립 이후 지금까지 무려 1만 종의 책을 출판했습니다. 특히 올해는 창립 50주년을 맞아 아주 특별한 전시회가 열렸는데요. ‘50장의 사진으로 보는 위안류 50년’이라는 주제로, 지난 9일 저녁 6시부터 11일 밤 8시까지 무려 50시간 동안 이어지는 마라톤 전시입니다. 현장에는 작가와 출판인, 문화계 인사들이 총출동해 말 그대로 타이완 출판계의 잔치판이었죠. 그래서 오늘은 청취자 여러분들과 함께 타이완의 대표 출판사 위안류의 50년 역사, 한번 걸어가보려고 합니다.

전시회 현장 - 사진: CNA


출판 꿈의 시작 ✨

전시의 첫 번째 사진은 위안류 출판사의 핵심 인물들이 한자리에 모여 찍은 단체사진입니나. 사진 속 배경은 위안류를 포함한 4개 출판사가 공동 운영한 연합 서점의 개막식 현장이었고, 시간은 1975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요. 지금의 위안류 사장 왕룽원(王榮文)이 타이베이 정치대 교육학과 신입생이었던 1957년, 그는 당시 문화 청년들의 아지트였던 ‘원싱서점(文星書店)’에서 샤오멍넝(蕭孟能) 작가의 《출판 원야의 개척(出版原野的開拓)》을 읽고 출판업의 꿈을 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2학년이 되던 해, 그의 인생을 뒤흔들 중요한 만남이 찾아옵니다. 바로 덩웨이전(鄧維楨)이라는 선배였는데요. 그때 덩웨이전은 타이완 교육부가 발행한 잡지의 편집장이었고, 왕룽원의 재능을 한눈에 알아보며 “나중에 제대하면 같이 잡지 하나 만들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이렇게 둘은 함께 《태평양잡지(太平洋雜誌)》를 만들었지만 현실은 잔혹합니다. 몇 달 못 가 잡지는 문을 닫고 말았습니다. 출판의 꿈을 포기하지 못한 이들은 결국 판매에 능한 친구, 선덩언(沈登恩)을 영입해 1974년 ‘위안징(遠景)’ 출판사를 세웠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하셔야 할 점이 있는데요.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위안징’은 ‘위안류’가 아닙니다. 이름이 너무 비슷하죠. 둘 다 지금도 잘 운영되고 있는 출판사지만, 전혀 다른 회사입니다. 세 사람의 성향이 워낙 달랐던 탓에, 함께 위안징을 운영한 기간은 고작 1년 반뿐이었습니다. 그래도 왕룽원은 그 시절을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으로 꼽습니다. 덩웨이전에게서 편집을, 선덩언에게서 판매를 배우면서 말 그대로 “배우고, 만들고, 가르치고” 인생이 꽉 찼던 시기였죠. 그 열정 덕분일까요? 위안징은 창립 첫 해부터 흑자를 냈습니다.


5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왕룽원(앞줄 가운데)과 덩웨이전(앞줄 우2) - 사진: CNA


라이징 스토로 부상한 위안류! 🌠

세 사람의 협력에 마침표를 찍은 것은 ‘어떤 책을 낼 것인가’에 대한 의견 충돌이었습니다. 당시 덩웨이전은 《수능을 거부하는 녀석(拒絕聯考的小子)》이라는 소설을 출판하고자 주장했으나, 판매를 맡고 있던 선덩언은 끝내 반대했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세 사람은 각자의 길을 걷게 되었죠. 선덩언은 위안징에 남아 생의 마지막까지 사장을 맡았고, 덩웨이전은 ‘루차오(鹿橋)’ 출판사, 왕룽원은 ‘위안류’ 출판사를 설립했습니다. 특별전의 첫 번째 사진 속 인물은 바로 이 세 사람, 그리고 왕룽원에게 출판의 꿈을 심어준 책의 저자 샤오멍넝입니다. 이들이 곧 위안류의 출발점이죠.

그렇다면 세 사람의 결별을 가져온 그 문제의 작품, 과연 어떤 책일까요? 한마디로 우샹후이(吳祥輝) 작가의 자전적 소설입니다. 타이완 교육제도에 문제의식을 품은 모범생이 대학 입시를 거부하고 군 입대를 선택하는 이야기인데요. 주인공의 모델은 타이완 최고 명문고 ‘젠궈고등학교(建國高中)’ 출신의 저자 본인입니다. 기존 질서에 맞서는 과감한 선택은 당시 젊은 세대에게 엄청난 울림을 주었고, ‘타이완판 《호밀밭의 파수꾼》’이라 평가되었습니다. 이 소설이 50만 부가 팔리면서 위안류는 단숨에 출판계의 라이징 스타로 떠올랐죠.

위안류를 탄생시킨 책 《수능을 거부하는 녀석》- 사진: 청핌서점

이 기세를 탄 위안류는 곧이어 심리학자 우징지(吳靜吉)의 《심리와 인생(心理與人生)》, 그리고 작가 미미부인(薇薇夫人, 본명 樂茞軍)의 《정감과 인생(情感與人生)》을 출간하며 전국적인 센세이션을 일으켰습니다. 전자는 자기계발부터 연애, 결혼, 성, 아동교육까지 다루는 심리학 입문서고, 후자는 10만 통의 독자 사연을 바탕으로 한 감정 상담 에세이입니다. 아직 ‘심리’라는 단어조차 생소하던 시절, 특히 여성 득자들이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미미부인은 받은 인세를 다시 출판사에 투자해, 작가가 인세로 출판사의 주주가 된 첫 사례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어 《수능을 거부하는 녀석》의 열기 속으로 들어가볼까요? 소설을 원작으로 한 동명영화의 OST, 쉬웨이(徐瑋)의 ‘캠퍼스가 좋아(我愛校園)’를 함께 들어보시죠.


깊은 데서 멀리 흘러, 썩지 않고 오래 간다💧

위안류, 한자로는 원류, ‘깊은 데서 멀리 흘러, 썩지 않고 오래 간다(淵遠流長,流水不腐)’는 뜻입니다. 이름처럼 위안류는 지금까지 한 번도 흐름이 끊기지 않고 건재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작품들로 탄탄한 기초를 다진 뒤, 위안류는 출판계를 놀라게 하는 새로운 시도들을 이어갔습니다. 먼저 타이완 대표적 여성 작가 산마오(三毛)를 영입해, 아르헨티나 국민 만화 《마팔다(Mafalda)》를 번역 출판했고, 또 향토문학의 거장 황춘밍(黃春明) 작가를 기획자로 세워 타이완 최초로 ‘기획 편집’ 형식으로 책을 만들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기획 편집은 출판사에서 원고를 받아 다듬는 전통적인 방식과 달리, 아이디어 단계부터 구성·제작·출판까지 출판사가 직접 주도하는 제작 시스템입니다. 이 방식으로 탄생한 책이 타이베이시립동물원을 주인공으로 한 《우리의 동물원(我們的動物園)》입니다. 참신한 발상과 강력한 실행력 덕분에, 황룽원은 위안류 창업 4년만인 1979년, 첫 사무실을 마련하며 눈에 띄는 성장을 이뤘습니다.

홍콩 무협소설의 전설 진융(金庸, 금용)과 리덩후이(李登輝) 전 총통의 저작도 위안류에서 출판되었습니다. 왕룽원은 1985년 홍콩에서 유연히 진융을 만나 인연을 맺었고, 그 자리에서 소설 판권을 얻었습니다. 지난해 나온 수정판 세트는 《서검은구록(書劍恩仇錄)》부터 《녹정기(鹿鼎記)》까지 진융의 대표작 12편, 총 36권이 모두 담겼습니다. 진융 팬들에게는 그야말로 소장용 성경 같은 시리즈죠. 또한 리덩후이 전 총통이 시기별로 발표한 글과 연설을 묶어 《리덩후이, 타이완을 어떻게 만들었는가(經營大台灣)》을 출판하기도 했는데요. 리 전 총통의 사상과 리더십을 조명한 이 책은 민간 출판사가 낸 최초의 총통 저작입니다.


지난해 다시 출판된 진융의 대표 무협소설들 - 사진: 위안류 홈페이지


출판업을 보다 재미있게! 🙌

이처럼 다각화된 경영 전략과 혁신적인 마케팅을 통해 위안류는 수많은 작가들을 발굴해냈을 뿐만 아니라, 왕룽원 사장도 2008년 타이완 출판대상 ‘금정장(金鼎獎)’의 특별공로상을 수상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그는 “지금 출판업계가 침체돼 있어 기쁘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솔직히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초심을 잃지 않고 출판을 보다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계속 도전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이렇게 풍성한 콘텐츠를 누릴 수 있는 건, 바로 이 훌령한 출판인들 덕분이죠. 책 한 권 한 권은 작가와 출판사가 피와 땀을 들여 만든 결정체입니다. 앞으로는 작은 감사의 마음을 더해, 꾸준한 독서로 보답해보는 건 어떨까요?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邱祖胤,「遠流50故事展開幕 50張照片見證半世紀出版史」,中央社。
2. 邱祖胤,「幕後英雄1/遠流出版50年 王榮文:信任是出版社最珍貴資產」,中央社。
3. 陳宛茜,「遠流50周年 王榮文因一封信創業沒當過一天員工 詹宏志:浪漫的奇蹟」,聯合報。
4. 張瓊方,「遠流40 王榮文以書影響台灣」,光華雜誌。
5. 〈110年臺灣圖書出版現況及趨勢報告〉,國家圖書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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