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궁100+, 꼭 봐야할 특전 잇따라
-2025.10.18.-고궁박물원 제대로 알기-
(사진 17점 수록)
베이징에서의 개원을 말하면 10월10일 이미 100주년을 맞았고, 타이베이에서의 재개원으로 말한다면 오는 11월12일 한 갑자 생일을 맞는 국립고궁박물원, 매년 시월을 전후하여 평소에 보기 힘든 걸작들이 쏟아져 나온다. 고대 유물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때를 놓치지 않고 특전 기간 여러 번 관람하러 타이베이 와이솽시 소재 국립고궁박물원을 찾게 된다. 필자도 그중의 한 사람이다.
지난 목요일(10/16) 오후 국립고궁박물원(이하 약칭 ‘고궁’)은 개원 100주년을 경축하기 위한 일련의 특전 가운데 3가지 대형 기획전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고궁 샤오중황(蕭宗煌) 원장, 황융타이(黃永泰) 부원장, 위페이진(余佩瑾) 부원장, 왕야오펑(王耀鋒) 주임비서가 함께 특전을 위해 유물 선택과 연구에 애써준 서예, 회화, 문헌, 희귀 도서, 도자기, 청동기, 옥기 등 부문의 전문가들이 나와, 큐레이팅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를 발표하며 기자들을 위해 그들의 전문 분야 유물 한, 두 점을 직접 전시실에서 설명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날 모든 전시 공간은 고궁 특전을 보기 위한 관람객들로 붐볐는데, 내국인 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 관광객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고, 또 한 가지 흥미로운 건 중국인 유학생인지, 아니면 대륙이 아닌 다른 국가에 거주하지만 고궁 특전을 보기 위하여 타이베이를 방문한 젊은 중국인들이 눈에 띄었고, 그들은 큐레이터의 설명을 지나가다 들으며 질문도 하며 좀더 깊이있는 관람을 하는 모습이었다. 이럴 땐 정치 스탠스, 언어나 국적을 논할 필요가 전혀 없다. 문화 유산에 대한 애착, 흔하지 않은 특전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 열정적인 면을 보여준 게 인상적이었다.
3대 특전 발표 기자회견에서 샤오중황 고궁 원장은 미술사 연구 전문가이기도 한 위페이진 부원장이 언급했던 특전 키워드를 인용하였다. 즉 ‘다양하고 풍부한 전시품을 전부 감상하기에는 눈이 모자라다고 느낄 정도의 축제와도 같고/ 문화유산을 통해 고궁이 발전해온 이야기를 전하며/ 국제 협력 기획전을 통해 국제와의 대화하는 능력을 보여준다’는 감탄과 기쁨이 어우러진 말로 고궁 성립 100주년 경축 전시의 비전을 그려냈고, 유물 스스로 고궁의 성장, 고궁의 발전과 거듭난 고궁을 대변하였다. 이날 고궁 100주년 특별전시가 예전의 것과 무엇이 다른가를 보여줬다.
영광스럽고 빛나는 시월, 올해 10월 고궁 개원 기념 대형 전시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벽송(皕宋)’ 특전은 2백을 의미하는 ‘벽’과 송나라를 지칭하는 ‘송’의 두 글자를 특전의 주제로 사용했다. 여기에서 ‘2백-벽’은 고궁 개원 100년에 이어 다음의 100년을 기약한다는 의미도 담겨져 있다. 이 전시는 그 어느 나라의 그 어느 대형 박물관에 가도 찾아볼 수 없는 고궁이 소장한 송나라 시대에 간행한 도서들이 전시되어 있다. 송나라는 북송과 남송으로 나뉘어지며 총 319년 동안 중국을 통치하였는데, 역사적으로 문화를 가장 존중하고 문인에 대한 대우가 가장 좋았던 시대였다. 중국미술사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송나라의 서예와 회화, 도자기에 심취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생각될 정도로 작품 하나 하나 고귀하고 우아하다는 표현은 기본이지만, 이보다 그저 마음을 움직이는 품위있는 걸작들이라 소개하고 싶다.
고궁100+ 특전, ‘천년 신우(千年神遇)’는 북송시대 대문호, 4대 서예가, ‘동파육’을 비롯한 음식 조리법에 대한 조예도 깊은 소식(소동파)을 중심으로 천 년 이래 전해 내려온 ‘서원아집(西園雅集)’ 테마 전시이다. 이 특전에서는 북송시대 문인들이 교우하며 주고받은 친필 서신과 그림 등 진귀한 작품들을 선보이는데, 마치 타이베이 고궁에 송나라 문화모임이 재현하는 듯하다.
‘서원아집’은 소식(1037-1101년), 황정견(1045-1105년), 이공린(1049-1106), 미불(1052-1108), 왕선(약1048-1104년) 등 천재적인 문학가이자 예술가들이 북송시대 수도 변경(오늘날의 개봉)에 소재한 부마 왕선의 저택 내의 서원(西園)에서 모임을 가졌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한 그림이다. 우아하며 품위 있는 모임이라 이를 ‘아집雅集’이라 부르게 된 것이다. 그림 ‘서원아집’은 이공린이 그렸다고 전해졌다. 두루마리 표구를 한 작품에 소동파는 붓을 들고 글을 쓰고 있고, 이공린은 그림을 그리고 있으며, 진원경은 악기 완(阮)을 연주하고 있고, 미불은 바위에 글을 쓰고 있다. 미불은 특히 ‘돌’을 사랑하여 각종 돌을 수집한 서예가로 알려져 있다. 그림에는 스님도 모임에 참여한 게 보인다. 원통대사(1016-1082년)는 ‘무생론’을 논하는 모습으로 들어가 있다. (사진)
소동파가 당파 싸움으로 인해 여러 차례 좌천되었던 바 있는데, 나중엔 평생 관직에 복귀할 수 없다는 공고문까지 나왔을 정도이고 이들의 자녀 대대손손 누구든 관직에 오를 수 없도록 규정하였다. 여기에 ‘자치통감’의 저자 사마광(1019-1086년), 소동파의 스승 역할을 했던 구양수(1007-1072년)와 함께 소동파의 이름이 ‘원우당적비(元祐黨籍碑)’에 새겨져 있는 탁본(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이 원우당적비에 당쟁에서 밀려난 수많은 관원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데, 당시 조정의 2인자 재상 채경이 직접 쓴 ‘블랙 리스트’라고 할 수 있다. 이 탁본 하나로 북송 말기의 정치를 감지할 수 있다. 부연 설명을 하자면 원우당적비는 속칭 운우당인비라고도 하며, 총 309명의 구당 관원들의 이름이 올라와 있고, 이 ‘블랙리스트’의 주역들은 투옥되거나 좌천되었다.
‘천년 신우(千年神遇)’ 특전에는 필자를 너무 설레게 한 작품들이 많다. 이중에 소동파가 지은 ‘전적벽부’를 직접 쓴 서예 작품에서부터 역시 송나라 4대 서예가 황정견의 ‘자서 송풍각 시’, 4대 서예가 미불의 ‘촉소첩’ 등 명작 중의 명작이자 국보 유물들은 언제 봐도 감정이 북받쳐 오른다.
이 외에 꼭 봐야할 작품이 또 하나 있다. 전시 기간은 겨우 40일, 고궁 소장품이 아니라 일본 도쿄 국립박물관에서 차출해온 일본의 국보이자 원래 청나라 궁정에 소장되었던 이공린의 ‘오마도(五馬圖, 사진)’를 추천한다. 천 년 된 작품임에도 그림의 윤곽이나 색채가 보전되어 있고 생동감 넘친다. 필자가 볼 때 북송시대 이공린이 그린 말은 당나라 시대 회화의 대가 한간(韓幹, 약706-783년)의 ‘목마도’의 형상과 유사하다. ‘목마도’를 감상하는 순간, 실제로 존재한 그대로의 모습이었다는 걸 인정하게 된다. 이공린이 그린 다섯 마리의 말, ‘오마도’ 역시 사실화 스타일이지만 문인이 그린 거라는 걸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박물관에 걸려있는 그림이나 서예를 자세히 보면 종이보다 비단과 같은 천에 글을 쓰거나 그림이 그려진 걸 더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종이와 천을 비교할 경우 종이의 내구성이 훨씬 강하다, 비단이나 견의 수명은 500년이라고 한다면 옥판선지, 화선지와 같은 종이의 수명은 1,000년이다. 송나라는 지금으로부터 1천 년 전에 존재했던 왕조이며, 이 시기의 문학과 예술 모두 수천 년 역사에서 으뜸으로 꼽히는 눈부신 발전을 보인 시대였다. 천 년 전의 목판인쇄 도서, 시대 배경과 인품을 작품에 고스란히 담아낸 서예와 회화 작품들은 세월과 천재지변, 화재나 전쟁 등의 시련을 극복하고 지금까지 잘 ‘살아있어 줘서’ 진심 고맙기만 하다.
‘갑자만년(甲子萬年)’ 특전은 글자 그대로 60년을 뜻하는 ‘갑자’와 영원함을 의미하는 ‘만년’이 들어가 있다. 고궁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 또 백년, 만년 영원히 보전하겠다는 염원을 담은 주제이기도 하다. ‘갑자만년’ 특전실의 작품을 하나 하나 감상할 때, 이게 바로 고궁 유물로 스토리 텔링을 하며, 관람객들에게 역사를 형상화하여 이야기를 들려주는 느낌을 받게 된다.
자금성의 황실 소장품이 1925년 고궁박물원이라는 이름으로 사회 대중에게 공개된 지 100년을 맞는 2025년이다. 올해는 또 고궁의 주요 유물이 타이완으로 옮겨져 잘 보관되고 연구하며 국내외 관람객들에게 감동을 준 지 75년이 되었고, 타이베이 와이솽시에 국립고궁박물원 건물을 지어 대외 전시한 지 한 갑자, 60년이 된다. 고궁 소장품은 타이완 사회와 더불어 성장해 왔다. 오늘날의 100년을 기점으로 앞으로의 100년을 기약하는 특전은 오늘 소개하는 3가지 특전에서 그치지 않는다. 설렘과 감동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白兆美 -취재,사진.보도: 백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