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문학의 향기를 담아, 지금 <포르모사 문학관>의 문을 엽니다.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주빈국으로 참여한 타이완 테마관, 그 감동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타이완 문학이 또 한 번 해외 무대에서 꽃을 피웠습니다. 바로 지난 19일 막을 내린 2025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입니다! 이번 타이완 테마관은 ‘신령과 요괴’를 주제로 6명의 타이완 작가를 전 세계 출판인과 독자들에게 소개했는데요. 신화와 종교 같은 초자연적인 세계관을 담은 작품들로 타이완 문학의 다원성을 보여줬습니다.

타이완관을 찾은 독일 독자들 - 사진: CNA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은 어떤 자리냐면, 한 마디로 500년 이상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 최대의 도서전입니다. 15세기, 금속 활자 인쇄술이 독일 마인츠에서 발명되면서 인근 프랑크푸르트는 자연스럽게 책 거래의 중심지로 떠올랐습니다. 당시 상인들은 봄과 가을마다 북마켓을 열고, 이탈리아·프랑스·네덜란드에서 온 출판상들과 책을 사고팔았죠. 이후 전쟁과 경쟁으로 한때 선두적 자리를 잃었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인 1949년, 현대식 도서전 형태로 재탄생했습니다.
오늘날 도서전에서 흔히 보는 ‘주빈국 제도’, 바로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시작된 시스템입니다. 매년 한 나라를 선정해 그 나라의 문학을 내세우는 장을 마련해주는 건데요. 덕분에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들도 ‘문화외교’의 무대에 당당히 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각국 테마관도 같은 맥락에서 생겨난 거죠.
올해로 77회를 맞은 이 도서전은 필리핀을 주빈국으로 했습니다. 섬으로 이루어진 지리적 특성에서 비롯된 문화 다양성과 독립정신을 강조했습니다. 같은 동아시아에 속한 타이완도 신화적 상상력으로 섬나라의 매력을 알렸습니다. 그럼 오늘은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속 타이완관으로 함께 떠나보겠습니다!
타이완 문학 in 독일 🇩🇪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은 원래 기업 대 기업 B2B 중심의 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처음으로 일반 독자를 위한 판매가 허용되었습니다. 덕분에 타이완 테마관에서도 독일어로 번역된 타이완 문학을 판매하고 작가 사인회도 열렸죠. 여기에는 현재 독일에 거주 중인 천스홍(陳思宏), 범죄소설의 라이징 스타 샤오웨이쉬안(蕭瑋萱), 판타지와 보이즈러브(BL, Boys’ Love) 장르로 유명한 스우(蒔舞), 그리고 2025년 금만장(金漫獎) 신인상 수상자 샤오나오나오(小峱峱) 작가까지! 이 외에 타이완어 소설가 후창숭(胡長松)과 시인 우화이천(吳懷晨)도 도서전에 동참했습니다.

도서전 현장에서 판매된 타이완 문학 - 사진: CNA
그런데 독일 출판 시장은 굉장히 자국 중심적인데요. 독일도서거래협회 통계에 따르면, 신간의 85%가 독일 작가의 책이고, 번역 작품은 15%에 불과합니다. 그중 70%는 영어권 작품, 아시아권은 3%도 채 안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타이완 문학이 독일에서 진열되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사건인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타이완 문학의 도약을 돕고 있는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홍콩 무협소설의 전설 진융(金庸)과 중국 SF소설 《삼체(三體)》의 독일어 번역을 맡은 카린 베츠(Karin Betz) 번역가입니다. 최근 작업 중심을 중국 문학에서 타이완 문학으로 옮겨가고 있는 그는 중앙사와의 인터뷰에서 “번역은 단순한 언어의 전환이 아니라, 독자가 다른 문화를 이해하도록 안내하는 가이드”라며, “타이완은 다른 중화권과는 전혀 다른 매력이 있다”고 말해습니다. 이런 협력은 타이완 작가들이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죠.

타이완 문학의 독일어 번역에 힘쓰고 있는 카린 베츠(Karin Betz) 번역가 - 사진: CNA
프랑크푸르트에서 만난 타이완의 여섯 작가 ✨
그렇다면 이번 도서전에 참여한 6명의 작가와 만화가는 어떤 인물일까요? 지금부터 한 분씩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작가①🌟 천스홍
먼저, 과거 방송에서 여러 차례 소개해 드렸던 천스홍(陳思宏) 작가는 현재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중견 소설가인데요. 그의 작품은 성별, 생과 죽음, 고향과 타향 등의 주제에 초점을 맞추며, 화려하고 짙은 필치가 특징입니다. 특히 귀신 같은 초자연적인 존재를 활용해 현실의 황당무계함을 묘사하는 데 능합니다. 한국에서도 출간된 《귀신들의 땅(鬼地方)》과 《67번째 천산갑(第六十七隻穿山甲)》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죠.
작가②🌟 샤오웨이쉬안
다음은 예전에도 소개해 드렸던 샤오웨이쉬안 작가입니다. 그는 데뷔작 《괴물이 되기 전에(成為怪物以前)》로 문단을 놀라게 했는데요. 이 작품은 독일 유명 소설 《향수》의 타이완판으로 평가되며, 후각으로 범죄자를 추적하고 진상을 밝히는 미스터리 소설입니다. 요괴 같은 역할은 등장하지 않지만, 정상인과 살인할 수 있는 ‘괴물’의 경계를 탐구하고 인간성의 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또한 독일 대표 출판사 주어캄프(Suhrkamp)에서 출판된 첫 번째 타이완 서적으로, 현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이를 지켜본 천스홍 작가는 “아주 고무적인 시작”이라고 평가했죠. 참고로 번역자는 앞서 소개해 드린 카린 베츠입니다.
이어 향기가 가득한 노래, 순수메이(孫淑媚)의 ‘향수맛(香水)’을 함께 들어보시죠.
작가③🌟 후창숭
방금 들려드린 노래는 중국어가 아니라 타이완어 노래입니다. 타이완어는 많은 타이완사람들의 모국어로, 한때 중국어를 추진하는 ‘국어운동’ 때문에 금지되었지만, 1980년대 이후에는 부흥운동을 통해 체계적으로 보존되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음악, 문학, 연극, 드라마 등 다양한 형식의 타이완어 작품이 풍부하게 만들어졌죠. 이 중 후창숭(胡長松) 작가는 사실적인 기법으로 찬란한 글을 쓰는 타이완어 작가로 평가받고 있는데요. 타이완이 큰 외교적 어려움에 직면했던 1970년대에 태어난 그는 중국대륙이 아닌 타이완 중점의 ‘해양 역사관’을 견지하며, 우화 같은 형식으로 2·28사건 등 중요한 역사적 사건을 묘사해 왔습니다.
작가④🌟 우화이천
또 시인 우화이천(吳懷晨)은 신화를 바탕으로 태고의 타이완을 상상합니다. 원주민 핑푸족(平埔族) 출신 할머니로부터 자연 신화를 많이 들었다고 하는데요. 작년에 발표된 최신작 《신적의 섬(神熵之島)》에는 72편의 시가 수록되어 타이완의 산, 숲, 동물, 사냥꾼, 신령을 묘사하며 타이완의 운명을 담아냈습니다. 책 제목의 ‘신적’은 신이 사라지고 통제할 수 없는 혼란만 남은 현대 사회를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산업화와 자본주의가 종교신앙을 대신해 태고의 질서를 파괴한 현실을 표현하죠. 이 개념은 물리학의 엔트로피(entropy, 한자로 열기 ‘熵적’자)와 프랑스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Claude Lévi-Strauss)의 사상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작가⑤🌟 스우
비교적 읽기 쉬운 ‘라이트 소설’과 만화 분야에서도 판타지적인 작품들이 많습니다. 스우(蒔舞) 작가는 신괴한 소재와 ‘남자와 남자 간의 사랑(BL)을 접목시켜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특히 2020년 출판된 《퇴마자(巫者)》는 독일, 태국, 미국, 이탈리아, 베트남, 일본, 한국 등으로 판권이 팔릴 정도로 사랑받았습니다. 라이트 소설이 전통 문학에서 배제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존재하지만, 그 문화적 영향력만으로도 충분히 타이완 문학이라고 할 수 있죠.
작가⑥🌟 샤오나오나오
마지막으로 만화가 샤오나오나오(小峱峱, ㄋㄠˊ 성조 2성)입니다. 이름부터 아주 특이한데요. ‘쫄보’를 의미하는 중국어 ‘샤오나오나오(小孬孬, ㄋㄠ 성조 1성)’에서 비롯된 필명입니다. 자조적인 이름이지만, 그의 작품에서는 오히려 짙은 항쟁의식이 느껴집니다. 특히 타이완 민간전설을 바탕으로 한 시대 만화 《수냥(守娘)》은 전통 예고에 맞서는 여성 이야기를 다루며, 비판의 힘이 강합니다. 이번 타이완관 주제와도 아주 잘 맞는 작품이죠. 이 작품에 대해서는 다음주 방송에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林尚縈,「台作家法蘭克福書展簽售 德譯本牽起台德情感連結」,中央社。
2. 林尚縈,「法蘭克福書展台灣館開幕 神靈鬼怪引國際讀者共鳴」,中央社。
3. 陳思宏,《鬼地方》。
4. 陳思宏,《第六十七隻穿山甲》。
5. 蕭瑋萱,《成為怪物以前》。
6. 胡長松,《槍聲》。
7. 吳懷晨,《神熵之島》。
8. 蒔舞,《巫者》。
9. 小峱峱,《守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