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문학의 향기를 담아, 지금 <포르모사 문학관>의 문을 엽니다.
‘네가 듣는 걸 보다’ 만화x음악 프로젝트 🎵
지금 듣고 계신 노래는 타이완 싱어송라이터 정이농(鄭宜農)의 ‘너는 진짜 몰라(你是真的不懂)’입니다. 웹툰 플랫폼 ‘모조인(MOJOIN)’의 인기 프로젝트 ‘네가 듣는 걸 보다(看你聽的)’를 위해 만들어진 곡인데요. 프로젝트명 그대로 만화와 음악을 결합한 기획입니다.
2023년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처음에 기존 노래를 만화로 재해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요. 올해부터는 한 가지 콘셉트를 정해 오리지널 만화와 소설을 먼저 만들고, 또 그 작품을 바탕으로 노래를 제작합니다. 가수가 작품을 보고, 안에 담긴 감정을 음악으로 옮기는 거죠.
이번 프로젝트의 주제는 ‘Z세대의 연애관’입니다. 추상적인 개념을 노래로 풀어내는 데 능한 정이농, 그리고 래퍼 워너슬립(wannasleep)이 함께했는데요. 정이농은 만화가 홈(HOM)과 소설가 루차오(鹿潮)의 작품, 워너슬립은 만화가 이라이(Eil)와 달곰(月亮熊)의 작업과 어울리는 곡을 선보였습니다.
이처럼 이야기를 중심에 두고 형식을 넘나드는 작품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요즘입니다. 지금 젊은 세대의 사랑과 같이,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관계들이 오히려 ‘표준값’이 되어가는 느낌이죠.
타이완 만화대상 2026 금만장 🏆
올해 타이완 만화대상 ‘금만장(金漫獎)’의 수상작들을 봐도 이런 흐름이 잘 드러나는데요. 인간의 장기, 신체, 의식, 감정을 파고드는 SF장르부터, 무협세계와 타임슬립의 이야기, 미국 실리콘밸리를 무대로 한 작품, 동물을 의인화한 우화, 사이버펑크와 고고학을 융합한 판타지, 세계 종말 속 좀비물까지… 장르도 소재도, 듣기만 해도 눈이 바빠질 정도입니다. 참고로 방금 소개해 드린 ‘네가 듣는 걸 보다’ 2024 프로젝트는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융합 응용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지난주 타이완 문학대상 ‘금전장(金典獎)’에 이어, 오늘은 2025 금만장을 통해 지금 타이완 만화가 어디까지 확장되고 있는지 천천히 살펴보겠습니다!
출품작 30% 성장! ✨
2010년부터 개최되어 온 금만장은 타이완에서 가장 권위있는 만화상입니다. 해마다 ‘특별공로상’, ‘신인상’, ‘편집상’, ‘융합 응용상’, ‘올해의 만화상’, ‘대상’까지, 총 6개 부문에서 수상작을 선정하는데요. 올해에는 총 224편의 작품이 지원했고, 작년보다 약 30%나 늘어난 숫자로 타이완 만화계가 얼마나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죠. 이 가운데 본선에 오른 24편 중 9편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습니다.
지난 23일 시상식에는 줘룽타이(卓榮泰) 행정원장이 참석해 베테랑 편집자 황젠허(黃健和)에게 특별공로상을 시상했습니다. 줘 원장은 축사에서 ‘올해의 만화상’ 후보에 오른 난난르(南南日)의 《산골의 요리사(Mararum:山間料理人)》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는데요. 이 작품의 주인공은 타이완 원주민 아메이족(阿美族) 출신의 요리사입니다. 아메이족 요리에서 자주 쓰이는 식재료 중 ‘황등심(黃藤心)’이라는 식물이 있는데, 따올 때마다 가시에 손이 콕콕 찔리고, 또 이로 끓인 국물은 쓴맛이 강하다고 합니다.
줘 원장은 이 대목을 가져와, “입법원에서 질의를 받을 때마다 나 역시 만신창이가 된 기분이고, 집에 돌아가서는 늘 쓴 오이탕을 마신다”고 말했습니다. 타이완에는 “쓴맛을 견뎌야 비로소 큰 사람이 된다(吃得苦中苦,方為人上人)”라는 속담이 있는데, 힘든 시련을 ‘쓴맛’으로 표현한 거죠. 올해 초에는 정부 총예산 심의를 둘러싸고 여야 간 대립이 특히 치열했는데, 그 과정에서 문화 예산이 크게 삭감되면서 문화계의 비판도 거셌습니다. 여러 차례의 질의와 협의 끝에 문화부 예산은 지난 5월 초 전부 동결이 해제되었습니다. 그래서 줘 원장은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이 만화를 빌려 솔직하게 털어놓은 거죠. 그는 또한 최근 타이완 사회에서 일어난 여러 사건들을 언급하면서 “이런 일들이 앞으로 만화라는 형식으로 통해 기록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습니다.

베테랑 편집자 황젠허(우)에게 특별공로상을 시상한 줘룽타이(좌) 행정원장 - 사진: 문화부
리위안(李遠) 문화부 장관도 “창작자는 문화의 핵심이며, 좋은 창작이 있어야 타이완을 세계로 알릴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지금 타이완 만화는 이미 국가급 박물관이 마련되고 총통부 라이팅 쇼의 주제로 활용될 만큼, 타이완 문화의 주력 산업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만화가들의 지속적인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금만장은 수상자들에게 각 60만 뉴타이완달러(한화 약 2,800만 원)의 ‘다음 창작 지원금’을 제공합니다. 정부의 이러한 지원이야말로 창작자들이 기초를 튼튼히 다지고 안정적으로 설 수 있게 해주는 버팀목이죠.

금만장 시상식에 참석한 리위안 문화부 장관 - 사진: 문화부
물론, 창작자만 중요한 게 아닙니다.편집자를 비롯한 출판 관계자들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특별공로상을 수상한 황젠허 편집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만화를 직접 그릴 수 없지만, 만화가의 원고를 운송하는 ‘배달원’, 일상 문제를 해결해주는 ‘보모’ 그리고 창작에 협조하는 ‘코치’라는 세 가지 역할을 오가며, 만화가들과 함께 타이완 만화를 전 세계로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관련 프로그램:
타이완 만화의 숨은 주역… 2025 ‘금만장’ 특별공로상 수상자 황젠허(黃健和)
대상 수상작🏅 란치의 《여명 전의 메아리》
그렇다면 올해 대상작은 어떤 작품일까요? 사회 밑바닥에 있는 타이완 청소년 문제를 다룬 란치(狼七)의 《여명 전의 메아리(黎明前的回聲)》인데요. 집단 따돌림과 마약 등 현실적인 의제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막힘 없는 전개와 정교한 그림으로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최근 몇 년간 같은 이슈가 크게 주목받고 있는 한국에서도 충분히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작품입니다.
란치는 시상식에서 수상 사실을 듣자 놀라움에 표정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미리 소감을 준비하지 못해 잠시 멈추고 생각에 잠겼는데요. 이어 줘 행정원장이 언급한 사회 이슈와 맞물려, 지난달 초 타이완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동부 화롄(花蓮)을 찾아 태풍 피해 복구에 나선 일을 언급했습니다. 그중 한 서점에서 책을 구하는 장면을 찍은 사진을 보고, “국민들의 행동이 단순히 책들을 지켰을 뿐만 아니라, 창작자의 마음까지 구원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고 전했습니다.

금만장 대상 수상자 란치 - 사진: 문화부
창작자들이 마주하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언급했는데요. 앞서 리위안 장관이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눈물을 뱃속으로 삼긴다”고 말했는데, 이에 란치는 “창작자들의 눈물은 뚝뚝 떨어진다”며, “그 무력감이 매우 크다”고 털어놨습니다. 실제로 지금 대부분의 타이완 만화가들은 만화 창작만으로는 생계를 이어가기 어렵고, 거의 모두 다른 일을 병행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란치 역시 어려움에 직면할 때면, 아예 포기하고 길거리 음식 지파이(雞排)나 루웨이(滷味)를 팔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비록 미리 준비하지 못한다고 했지만,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소감을 남겼습는데요. 란치는 프리미엄12 우승 당시 타이완에서 유행했던 말 ‘이길 때만 사랑하지 말고’를 인용하며, “창작자가 상을 받거나 이슈화될 때만 응원하지 말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문화부의 지원 덕분에 《여명 전의 메아리》가 상업 작품으로 독자들과 만날 수 있고, 나아가 상까지 받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리 장관은 이 말을 듣고, 눈시울을 붉혔다고 합니다.
신세대 만화가의 요람 'CCC웹툰' 🧺
실제로 이번 수상작 중에는 타이완문화콘텐츠진흥원 산하 만화 플랫폼 ‘CCC웹툰(CCC追漫台)’의 인큐베이터를 통해 탄생한 작품이 많은데요. 특히 신인상 후보로 오른 라이징 스타 3명도 모두 그렇습니다. 그래서 정부의 지원은 타이완 만화 산업 발전에 필수불가결한 일부라 할 수 있죠. 문화는 한 나라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분야이므로, 정부와 민간 모두의 관심과 응원이 필요합니다.
올해 수상작 대부분은 ‘CCC웹툰’이나 앞서 언급한 ‘모조인’ 플랫폼에서 무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타이완 만화를 응원하고 싶다면, 직접 작품을 읽고 경험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Akito,「MOJOIN 展開「看你聽的」跨領域企劃 攜鄭宜農、wannasleep 譜出全新『暈船戀曲』」,巴哈姆特GNN新聞。
2. 「金漫16故事開始 迎向新一波臺漫黃金時代」,金漫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