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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주 타이완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이슈를 과학 기자의 시각으로 들여다보고 정리해 알려드리는 Rti 한국어방송의 금요일 프로그램 포르모사링크입니다. 안녕하세요 포르모사링크 진행자 손전홍(sch@rti.org.tw)입니다.
세계는 지금 반도체 기술을 둘러싸고 화포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특히 경쟁 과정에서 기술 유출 문제 또한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최근 TSMC가 자사의 20년 베테랑이자
핵심 임원이었던 뤄웨이런 (羅唯仁) 전 수석부사장을 상대로
법적 대응의 칼을 빼 들었습니다.
TSMC는 퇴직 직후 경쟁사인 미국 인텔(Intel)의 고위 임원으로 이직한
뤄웨이런 전 수석부사장이 TSMC의 차세대 초미세 공정의 미래인 2㎚(나노미터·10억분의 1m),
A16(1.6나노급)과 A14(1.4나노급) 등 최첨단 반도체 공정 기술과 관련된
영업비밀을 유출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타이완 지혜재산 및 상업법원(智慧財產及商業法院)에 소장을 제출했습니다.
이번 소송은 단순한 인력 유출을 넘어,
글로벌 파운드리 패권 경쟁의 최전선인 타이완과 미국의
'반도체 핵심 기술 보안 전쟁'이 법정 공방으로 비화했음을 의미합니다.
포르모사링크 오늘 키워드는 ‘TSMC, 인텔 이직 전 임원 상대 소송’입니다.
국가대항전 되는 파운드리 시장…타이완 ‘TSMC’, 미국 ‘인텔’
파운드리 경쟁의 핵심은 수율입니다.
수율은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 중 시장에 당장 판매할 수 있는 제품 비율을 말하는데…
즉, 수율이 높아질수록 이들 고객사가 맡길 물량을 감당할 여력도 좋아진다는 거에요.
2나노 공정은 기존 3나노보다 기술 수준이 급격히 높아져
수율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중요합니다.
통상 수율이 60%를 넘으면 대량 양산이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 받습니다.
TSMC는 이미 2나노 공정에서 80%에 달하는 수율을 보고했고,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수율 80%에 이른 TSMC의 경우,
반도체 10개를 만들면 8개 제품을 고객사에 팔 수 있다는 건데…
엔비디아, AMD같은 주요 팹리스 기업들이 이미 TSMC의 2나노 고객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퀄컴(Qualcomm), 미디어텍(MediaTek,聯發科技) 또한 고객으로 합류했어요.
타이완을 대표하는 반도체산업 조사·분석 기관이자 미디어인
디지타임스는 지난 24일(월) “TSMC 첨단 반도체 패키징에 과도한 주문이 몰리면서
인텔의 패키징 기술이 고객사들에 잠재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특히 맞춤형 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를 담당하는 기업들이
패키징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현재 TSMC와 협력업체의 패키징 설비는
가동률을 최대치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디지타임스는 업계에서 입수한 정보를 인용해
미디어텍과 마벨 등 주요 고객사가
TSMC에서 제조한 반도체 패키징을
인텔에 맡기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디지타임스는 “인텔의 패키징 기술은 비용 효율성이 높고 성능도 준수하다”며
“성능이 비교적 낮은 반도체 제품군에 효과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TSMC 파운드리와 인텔의 반도체 패키징 기술을 결합하려면
어느 정도 노력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를 불가능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고객사들이 이러한 형태의 협력을 통해
TSMC의 첨단 반도체 패키징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안정적 공급망을 구축하며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미국 인텔(Intel)이 ‘공급 부족’과
'고품질의 난제'를 해결할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최근 인텔의 행보 중 가장 주목해야 할 사건은
단연 세계 최초로 2나노 공정이 적용된 파운드리 공장의 완전 가동을 시작한 건데…
경영난을 겪던 인텔이 TSMC와 삼성전자 보다
한 발짝 빠르게 2나노 경쟁의 포문을 열면서 반도체 업계는 긴장하고 있습니다.
인텔은 (지난달 10월 9일 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에 있는 팹52 공장을 완전 가동해
신형 CPU인 팬서 레이크와 제온 6+ 생산을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전 세계 유일하게 18A 즉 1.8나노미터 공정이 적용된 프로세서입니다.
현재 TSMC와 삼성전자가 양산 중인 3나노보다 앞선 기술로
2나노 고지를 먼저 밟은 겁니다.
이번 발표는 최첨단 칩 수요를 따라잡지 못해 쇠락을 이어가던 인텔이
다시 파운드리 산업 중심에 서는 신호탄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하지만 TSMC에서 최첨단 공정 기술 관련 연구개발을 담당했던
뤄웨이런 (羅唯仁) 전 수석부사장이
퇴직 직후 바로 인텔에 합류하면서
영업기밀을 유출한 혐의를 받자…
유출된 최첨단 공정 기술이
인텔의 2나노 공정 대량양산 기간 단축에
악용되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습니다.
인텔 간 뤄웨이런 전 부사장 소송 관련 TSMC 공식 성명 발표
TSMC는 지난 25일(화) 공식 성명을 통해
뤄웨이런 전 수석부사장을 상대로
지혜재산 및 상업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습니다.
TSMC는 뤄 전 수석부사장이 회사와 맺은
▲고용 계약
▲경업 금지 약정(동종업계 이직 금지 조항, 禁止競業條款, noncompete agreements)
▲영업비밀법 등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뤄웨이런은
TSMC에 합류하기 전 인텔에서 근무를 했었습니다.
인텔에서 연구개발과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 공장 운영 등을 담당했던
뤄 전 수석부사장은 2004년 7월 TSMC에 입사해
2014년 수석부사장(Senior VP , 資深副總經理)에 올랐어요.
TSMC에서 21년간 근무하면서 연구와 기술 개발을 총괄하며,
인공지능(AI) 가속기용 칩을 포함해
최첨단 칩의 대량 생산을 가능케 한 핵심 인물로 활동했습니다.
때문에 지난 7월 27일 공식 퇴직한 뤄 전 수석부사장이
불과 3개월 만에 과거에 몸담았던 인텔로 돌아갔다는 소식은
업계를 넘어 타이완 사회를 놀라게 했습니다.
어쨌든 TSMC가 제기한 소송의 핵심은 뤄웨이런의 이직 시점과
그 과정에서의 '기망 행위'와 '기밀 탐지'입니다.
TSMC 공식 성명에 드러난 뤄웨이런의 퇴사 과정은
섬뜩할 정도로 계획적이고 치밀했습니다.
TSMC 법무부 총책임자인 팡수화(方淑華) 법무실장은
뤄웨이런의 퇴직 닷새 전인 지난 7월 22일 퇴직 면담을 진행했습니다.
뤄웨이런은 재직 중 기밀 유지 협약(NDA)과
경업 금지 약정에 모두 서명한 상태였는데...
팡수화 법무실장은 이 자리에서 경업 금지 의무를 재차 고지하고
기밀 유지 관련 서약의 중요성을 상기시켰습니다.
특히 팡수화 법무실장으로부터 퇴직 후 거취에 대한 질문을 받고 뤄웨이런은
"학술기관(academic institution)으로 갈 계획"이라고만 답했습니다.
인텔 재입사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죠.
하지만 뤄웨이런은 퇴사 직후
지난달 말 10월 말 인텔의 집행 부사장(EVP) 명함을 팠으니…
"학교로 가서 후학을 양성하겠다"던 뤄웨이런의 말은 거짓이었습니다.
때문에 TSMC는 뤄웨이런이 재직 기간 서명한 기밀 유지 서약과
경업금지 약정을 모두 어겼다고 보고 있습니다.
TSMC는 공식 성명에서
"뤄웨이런이 회사의 영업비밀과 기밀 정보를
인텔에서 사용하거나 유출하고
고지(告知)하거나 전달하고
또한 이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해
계약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한
법적 조치를 취하게 됐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TSMC가 이번 사건을 단순 이직이 아닌
치밀하게 계획된 기술 탈취로 보는 결정적 근거는
뤄웨이런의 퇴직 전 묘한 행적에 있습니다.
뤄웨이런은 2024년 3월, 핵심 연구개발, 즉 R&D 부문에서
기업전략발전부로 발령받았는데…
이 부서는 회장과 최고경영자에게 자문하는 참모 조직으로,
R&D부문을 감독할 필요가 없는 자리였어요.
하지만 뤄웨이런은 R&D 데이터에 접근할 권한이 없는 부서로 이동했음에도 불구하고
집요하게 핵심 기술 정보에 접근을 시도했습니다.
뤄웨이런은 자신의 지휘 계통에 속하지 않는
그러니깐 핵심 기술을 다루는 R&D 부문 실무진들을 회의에 소집해
개발 중이거나 향후 로드맵에 포함된
TSMC의 미래 먹거리인 A16과
A14 공정 기술 브리핑을 요구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다만 당시 뤄웨이런의 이러한 접근은 일상적인 일로 여겨졌습니다.
고위 임원이 내부 파일을 요청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분명한 건 뤄웨이런의 인텔 복귀 후
올해 초 10%대였던 인텔의 18A의 수율이
매달 7% 이상 개선되고 있어
기밀 유출 의혹이 커지고 있어요.
인텔 측은 기술 절취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천리우(陳立武) 인텔 CEO는 반도체산업협회 시상식(SIA)에서
"관련 보도는 소문과 억측(rumor and speculation)일 뿐"이라고 일축하면서,
"인텔은 지적재산권을 존중한다"며
뤄웨이런이 TSMC의 기밀 정보를 반입했다는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기업 간 분쟁을 넘어
타이완 정부 차원의 안보 이슈로 확산했습니다.
중화민국 경제부는 TSMC가 뤄웨이런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알려지자
즉각 "기업의 이익 보호를 위한 TSMC의 법적 조치를 존중하며,
산업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면밀히 모니터링 하겠다"고 입장을 냈습니다.
타이완 우수상품상(台灣精品獎,Taiwan EXCELLENCE)은
타이완 산업계의 오스카상이라고 불릴 만큼 권위 있는 상이에요.
경제부가 주관하며, 매년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뛰어난 제품을 엄격하게 선발합니다.
공밍신(龔明鑫) 경제부장은 26일(수) 오전
제34회 타이완 우수상품상 시상식(台灣精品獎頒獎典禮,Taiwan EXCELLENCE AWARDS) 참석 전
언론 합동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이
현재 국가안보와 영업비밀 두 가지 축으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는데
국가안보와 관련된 부분은 이미 고등검찰서가 주도적으로 개입하여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TSMC가 전직 임원 뤄웨이런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법 위반 소송 과정에서
만약 TSMC 측이 정부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경제부는 최선을 다해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뤄웨이런이 실제로 어떤 자료를 가져갔는지에 대해서는
TSMC의 발표가 더욱 정확할 것이라면서 말을 아꼈는데…
공밍신 경제부장의 말 직접 들어보시죠!
일각에서는 뤄웨이런이 해외에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수사 난이도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TSMC가 승소하더라도 인텔 또는 뤄웨이런 개인에게
직접 강제력을 갖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텔이 뤄웨이런을 해고하거나
역할을 제한하도록 강제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건데…
TSMC는 사안의 성격상 추가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뤄웨이런은 지난 10월 말 인텔에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까지 어떠한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Rti 한국어방송의 금요일 프로그램 포르모사링크, 오늘 준비한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진행에 손전홍이었습니다. 저는 다음주 금요일 이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청취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 참고자료
11월 28일(금) 포르모사링크 삽입곡 [BGM: ① 알렉산드로 데스플레 (Alexandre Desplat)- The Imitation Game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 중에서)
②알렉산드로 데스플레 (Alexandre Desplat)- End Of War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 중에서)]
《科技新報》 (2025. 11. 24.) <英特爾EMIB成台積CoWoS替代選項? 傳Marvell、聯發科躍躍欲試〉, https://www.digitimes.com.tw/tech/dt/n/shwnws.asp?id=0000738968_QJML8KYP581BP995R7C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