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공기가 볼을 스치고, 하늘에서는 금방이라도 눈이 내릴 듯한 겨울이 찾아왔습니다. 겨울이 되면 사람의 마음은 조금 느려지고, 조용한 음악과 따뜻한 이야기를 더 찾게 되죠. 오늘은 이 겨울과 놀라울 만큼 잘 어울리는 아티스트, 타이완의 싱어송라이터 쉬저페이(許哲珮, Peggy Hsu)를 소개합니다.
❄️ 겨울을 사랑하는 뮤지션
쉬저페이를 이해하려면 한 가지를 꼭 알아야 합니다. 그녀는 겨울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몸에는 작은 눈송이 문신이 새겨져 있고, 노래에는 <독일에 눈이 내려(德國下雪了)>, <눈(雪)>, <눈사람(雪人)> 등 겨울을 닮은 곡들이 가득합니다. 2018년에는 직접 <눈사람 뮤직(雪人音樂)>이라는 음악 브랜드를 만들기도 했죠. 그녀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들 대부분은 겨울을 추운 계절로 기억하지만, 나에게 겨울은 ‘믿음이 돌아오는 계절’이다.” 이 말에는 그녀만의 깊고 개인적인 이유가 숨어 있습니다.
🌨️ 쉬저페이와 겨울, 그 특별한 연결
어느 날, 창작의 막다른 길에 몰린 쉬저페이는 자신의 무의식을 탐색하기 위해 최면 세션을 받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아주 낯선 전생의 기억과 마주하게 됩니다.
겨울, 눈이 소복하게 쌓인 숲. 그 속에서 9살짜리 남자아이가 누나와 함께 걷고 있습니다. 그 아이는 사슴 젖을 마시며 살아가는 가난한 삶을 살고 있지만, 표정은 놀라울 만큼 행복합니다. 왜 그럴까요? 그 아이는 이렇게 말합니다. “겨울만 되면... 먼 곳에서 일하시는 아버지가 돌아와요.” 이 기억은 현실의 쉬저페이와는 무관하지만, 겨울을 사랑하는 이유를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겨울은 그녀에게 누군가 돌아오는 계절, 믿음이 다시 피어나는 시간인 셈입니다.
☃️ 앨범 [눈사람(雪人)]의 탄생
2009년, 쉬저페이는 자신의 네 번째 앨범이자 겨울 세계관의 결정체인 [눈사람(雪人)]을 발표했습니다. 이 앨범은 봄·여름을 주제로 한 [아름다운(美好的)]에 이어, 가을과 겨울을 표현한 작품으로 선보인 것입니다. [아름다운]이 “행복은 사실 가까이에 있다”는 밝고 따뜻한 메시지를 담았다면, [눈사람]은 조용한 슬픔과 미묘한 그리움, 말하지 못한 감정들을 섬세하게 포착합니다. 겨울 특유의 고요함과 차가움 속의 따뜻함, 눈이 주는 몽환적 느낌이 앨범 전체를 감싸고 있습니다.
수록곡 <벚꽃 눈(櫻花雪)>은 독일 영화 <벚꽃이 필 무렵(Cherry Blossoms)>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잠시 피었다 사라지는 벚꽃 아래에서, 가장 사랑했지만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사람을 떠올리는 마음과 그 순간의 감정을 쉬저페이는 음악 속에 고스란히 담아냈습니다. 편곡은 영화 음악처럼 서정적이면서도 장대한 사운드로 곡을 채색해, 듣는 이로 하여금 한 편의 장면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쉬저페이는 평소의 천진하고 맑은 음색을 잠시 내려놓고, 차분하면서도 우아하게 노래합니다. 눈을 감으면, 온 하늘에 흩날리는 하얀 벚꽃 눈송이가 눈앞 가득 펼쳐지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 쉬저페이의 음악적 정체성
쉬저페이는 데뷔 이래 동화, 마술, 몽환, 겨울 같은 감성으로 기억되는 아티스트입니다. 현실의 슬픔을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고, 눈, 숲, 아이, 동화 속 생명체 같은 상징을 활용해 부드럽고 은유적으로 감정을 표현합니다. 팬들은 그녀를 “창작 요정”, “겨울의 음악 정령”, “동화 음악가”라고 부릅니다. 화려함보다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독립적 세계관을 구축해온 것이 그녀의 특징입니다.
🎈 데뷔곡 <풍선(氣球)>
쉬저페이는 태어난 재능으로 7살 때부터 작곡을 시작했고, 19세에 첫 데뷔곡 <풍선>을 발표했습니다. 데모를 디지털 음악 사이트 “록카 콜라(RockaCola)”에 올려 연간 재생 수 1위를 기록하며 음반사와 계약을 성사시켰습니다.
곡은 후렴구에서 거의 숨을 쉬지 않고 이어지는 멜로디가 특징이며, 피아노 선율과 맑고 투명한 목소리가 아름답게 어우러집니다. 뮤직비디오는 중화권 가수 최초로 아이슬란드에서 촬영되었습니다. 자유와 떠남, 놓아줌의 감정을 섬세하게 담은 곡으로, 지금도 팬들이 그녀를 떠올릴 때 자연스럽게 재생하는 대표곡입니다. 이 곡으로 타이완 최고 권위의 음악 시상식 제13회 금곡장(金曲獎) 신인상 후보에 오르며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 또 다른 정체성 – 최면사
쉬저페이는 단순히 음악가로 활동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그녀에게는 ‘최면사’라는 또 하나의 얼굴이 있습니다. 이 독특한 능력은 그녀의 음악을 단순한 창작의 영역을 넘어, 노래 속에 숨겨진 감정의 깊은 층위까지 탐색하고 듣는 이의 마음을 치유하는 방향으로 확장시킵니다.
녹음 과정에서도 그녀의 역할은 특별합니다. 쉬저페이는 가수가 곡을 더 깊이 이해하고 감정을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도록 돕습니다. 최면 기술과 직관을 활용해, 가수 스스로도 알아차리지 못했던 내면의 감정과 연결되도록 부드럽게 이끌어주는 것이죠. 그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노래를 통해 사람들에게 자신의 안에 있는, 보이지 않는 내면을 보여주고 그 안에서 스스로를 발견하게 하고 싶다.”
🌌 앨범 [실종물의 도시(失物之城, Hypnocity)]
2019년 발표된 9번째 정규 앨범 [실종물의 도시]는 최면사 경험과 음악적 상상력이 결합된 작품으로, ‘잠재의식’과 ‘전생과 현생’을 탐구하는 앨범입니다. 앨범 영어 제목 Hypnocity는 ‘최면적(Hypno)’과 ‘도시(City)’를 결합한 단어입니다. 총 11곡으로 구성되어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을 음악적으로 표현합니다.
<마지막 러브레터(最後的情書)>는 20세기 초 파리에서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 <너 없는 도시에서 보내는 굿나잇(在沒有你的城市晚安)>는 현재의 고독과 상실, <Someone Over the Rainbow>는 미래의 희망과 재회를 전합니다.
현실과 잠재의식을 오가는 스토리텔링과 다채로운 악기 편성을 통해 마치 뮤지컬이나 영화 장면처럼 느껴집니다. 앨범과 대표곡들은 디지털 플랫폼에서 큰 호응을 얻고, 금곡장 6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평단의 인정을 받았습니다.
✨ 마무리
오늘 함께한 쉬저페이의 이야기, 어떠셨나요? 겨울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한 뮤지션의 세계를 들여다보면, 차갑기만 했던 계절이 조금은 다르게 느껴집니다. 눈처럼 고요하고, 숲처럼 깊고, 마음을 다독이는 그녀의 음악이 여러분의 겨울에도 작은 위로가 되어주길 바랍니다.
저는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엔딩곡으로 쉬저페이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