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문학의 향기를 담아, 지금 <포르모사 문학관>의 문을 엽니다.
타이완사람이 왜 사자와 호랑이 좋아할까? 🐯🦁
한국을 대표하는 동물 하면, 역시 호랑이죠. ‘호랑이의 나라’라는 표현이 있을 만큼, 예로부터 호랑이의 용맹함은 한민족을 상징해 왔습니다. 한편, 타이완에는 고유종 사자와 호랑이가 없음에도 곳곳에서 ‘사(獅)’와 ‘호(虎)’자를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요. 도교 사찰에는 신명 ‘호야(虎爺)’가 모셔져 있고, 아이를 잡아먹는 호랑이 귀신 할머니 ‘호고파(虎姑婆)’도 타이완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전통 설화입니다. 또한 신주(新竹), 먀오리(苗栗), 난타우(南投), 자이(嘉義), 핑둥(屏東) 등 여러 지역에 사자 관련 지명이 남아 있습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혹시 <랜드마크 원정대>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텐데요. 하지만 오늘의 주인공은 타이완 중화문화총회(中華文化總會)가 발행하는 잡지 《신활수(FOUNTAIN新活水)》입니다. 사자와 호랑이에 대한 타이완사람들의 애정을 탐구하기 위해 《신활수》는 최신호에서 ‘커다란 고양이’를 주제로 신화, 역사, 원주민 문화, 자연, 신앙, 요리 등 다양한 시선으로 이 미스터리를 풀어내고자 합니다.
‘커다란 고양이’를 주제로 한 《신활수》 50호 - 사진: 중화문화총회 페이스북
타이완 원주민 신화에서 호랑이는 산림의 지배자로, 신통한 힘을 지닌 존재입니다. 한족 문화권에서는 호랑이와 사자가 모두 악운을 물리치는 신성한 상징으로 여겨지며, ‘수호’, ‘힘’, ‘위엄’의 이미지를 갖습니다. 이민사회인 타이완에서는 이런 강인한 존재들이 중요한 문화적 부호로 자리잡아 세대를 거쳐 전승되어 왔습니다.
잡지인의 낭만 💗
이처럼 사소하지만 누구나 한 번쯤 궁금해할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루는 잡지, 바로 《신활수》입니다. 2017년 복간 이후 어느덧 50호를 맞아 최근 특별전을 열고, 지금까지 실린 1,500편의 글에서 문장을 발췌해 독자들과 공유했습니다. 《신활수》 발행인 리오칭(李厚慶) 중화문화총회 비서장은 지난 11월 20일 기자회견에서 “디지털 시대에 잡지를 만드는 일은 어리석어 보일지 모르지만, 제작진의 노력으로 타이완의 온기와 다문화가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있고, 이것이 오히려 낭만적인 일이 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새로운 흐름의 시작, 신활수! 잡지인들의 낭만이 담긴 《신활수》 잡지를 오늘 함께 읽어보겠습니다.

지난 7일까지 열린 《신활수》 특별전시회 현장 - 사진: 중화문화총회 페이스북
중화문화총회의 탄생✨
가장 먼저 《신활수》를 발행하는 기관 ‘중화문화총회(약칭 문총)’부터 알아보겠습니다. 이름 그대로 중화문화의 부흥을 목표로 출발한 조직인데요. 민주화 이후 타이완 본토의식이 강화되면서 타이완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문화외교를 수행하는 사단법인으로 성격이 바뀌었습니다. 문총 회장은 관례적으로 총통이 겸임해 왔는데, 현재 회장은 라이칭더(賴清德) 총통, 부회장은 샤오메이친(蕭美琴) 부총통과 작가이자 언론인인 장춘난(江春男)입니다.

지난 9월 중화문화총회 연례총회에 참석한 라이칭더 총통 - 사진: 중화문화총회
그렇다면 왜 ‘부흥운동’이 필요했을까요? 시계를 1960년대로 돌려보면, 당시 중국공산당이 문화대혁명을 일으켜 유교사상을 중심으로 한 중화문화가 큰 타격을 입었는데요. 이에 대응해 장제스 총통은 행정원 산하에 ‘중화문화 부흥운동 추진위원회’를 설립해 반공 이념을 강조하며 부흥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이어 1991년 해당 위원회는 내정부 허가를 통해 사단법인으로 전환되었고, 같은 해 문화잡지 《활수(活水)》 가 창간되었습니다. 이 《활수》 잡지가 바로 지금 《신활수》의 전신이죠.
한 권으로 만나는 타이완의 다양한 얼굴들 📓
《활수》의 역사는 다소 굴곡이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격부간 형태로 발행되며 당시 총통이었던 리덩후이(李登輝)의 문화 일정과 정책을 주로 다뤘습니다. 그러나 리 총통의 퇴임과 함께 발행이 중단되었고, 2005년에야 《신활수》라는 이름으로 재창간되어 격월간 잡지로 타이완의 다양한 문화를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정권교체가 반복되면서 ‘중화문화냐, 타이완 문화냐’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졌고, 결국 2015년에는 또다시 휴간에 들어갔습니다. 2년 후인 2017년, 마침내 지금의 형태로 부활하며 새롭게 출발했습니다.
새로운 시작을 맞은 《신활수》는 스스로를 이렇게 소개합니다. “문화라는 흙을 부드럽게 일구어 종이 위에서 꽃을 피우고, 새 물을 건네어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럭셔리 잡지.”(鬆文化的土,在紙本開花,澆點新活水,一本不會過期的精品雜誌)” 듣기만 해도 굉장히 세련된 소개죠. 과거에는 정부 색채가 강했던 이 잡지는 “생활은 곧 문화”라는 정신을 바탕으로 일상에서 영감을 찾고 섬세한 시각으로 타이완 문화를 재해석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감각적인 젊은 디자인너, 아티스트와 협업해 MZ세대에도 트렌디한 콘텐츠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신활수》의 표지나 웹사이트를 처음 접하면 과감한 디자인에 먼저 감탄하게 됩니다. 마치 명품 편집숍을 보는 듯 정교한 아트워크가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2025년 발행된 잡지들을 보면, 최신호 ‘커다란 고양이’를 비롯해 타이완 중원절 제사인 ‘푸두(普渡)’, 노래 ‘악’과 즐길 ‘락’의 중의성을 활용한 음악 특집, 타이완 대표 화가 천청보(陳澄波), 지역의 매력이 살아 있는 재래시장, 그리고 깊은 역사를 가진 사찰문화까지! 연 6회 발간이라는 적지 않은 주기에도 불구하고, 매호마다 탄탄한 기획과 풍부한 콘텐츠로 타이완의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고 있죠.

명품 편집숍처럼 세련된 《신활수》잡지 - 사진: 신활수 홈페이지 캡처
이어서 《신활수》와 같이 타이완의 이야기를 다룬 노래, 리주신(李竺芯)의 ‘타이완의 여자아이(台灣查某囝)’를 함께 들어보시죠.
부활 50호 특별전시회 🐈
이번 부활 50호를 기념한 특별전에서는 지난 8년간의 다채로운 잡지 표지와 그 뒤에 숨은 편집 이야기는 물론, 만화 코너 원고, 절판된 출판물, 사진 속 타이완, 그리고 잡지에서 엄선한 ‘문장 50선’까지 다양한 전시가 마련되었습니다.
《신활수》는 지금 흔치 않게 고정 만화 코너를 보유한 잡지이기도 합니다. 최신호 만화에서는 고양이와 닮은 ‘석호(石虎)’의 이야기를 다뤘는데요. 석호는 타이완 유일의 고양이과 고유종으로, 멸종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현재 개체 수는 1,000마리도 되지 않으며, 서식지 보호가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근 미래에 멸종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래서 《신활수》는 읽기 쉬운 만화 형식으로, 개발된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석호의 난처한 현실을 섬세하게 그려냈습니다.

타이완 유일의 고양이과 고유종 ‘석호(石虎)’ - 사진: 중화문화총회 페이스북
절판 출판물 코너도 눈길을 끕니다. 편지부 창고를 전시장에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구성으로, 편집진의 지난 노력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절판된 잡지 외에도 편집자가 직접 고친 원고가 함께 전시되어 있었는데요. 황리췬(黃麗群) 총편집장은 기자회견에서 “편집자의 일은 몇 번을 교정하고 몇 번을 읽어도 결국엔 또 다른 오타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만큼 치열한 편집 과정이 있었기에 지금의 높은 퀄리티가 가능했던 거죠.
문화로 세계와 소통하다! 🌠
한편, 잡지 외에도 문총은 다양한 문화 이벤트를 통해 타이완 문화의 매력을 세상에 전하고 있습니다. 과거 방송에서 소개해드린 ‘총통문화상’, 국경일 총통부 라이팅쇼, 총통부 상설전시, 프리미엄12 타이완 대표단 퍼레이드, 나라 요시토모 전시회 등 큰 행사들도 문총이 주최했습니다. 타이완의 문화를 보다 다채롭고 생동감 있게 전달하는 게 문총과 《신활수》의 중요한 임무입니다.
▲관련 프로그램:
‘아시아 피카소의 발굴자’ 허정광(何政廣), 2025 총통문화상 수상!
나라 요시토모가 택한 곳! 흐리고 습한 ‘진과스(金瓜石)’
여러 차례의 개편, 휴간, 복간, 그리고 디지털 시대의 변화까지 거치며 성장해온 《신활수》는 그럼에도 종이 잡지의 아름다움을 지키며 타이완의 이야기를 계속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문총이 주최하는 행사나 《신활수》 관련 소식이 보인다면,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관심을 가져보셔도 좋겠습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王寶兒,「『新活水』復刊邁50期 紀念展雜誌摘句帶回家」,中央社。
2. 「新活水復刊五十期特展」,中華文化總會。
3. 黃麗群,「開場白:我們的貓咪」,新活水雜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