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실제 당일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한 주 타이완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이슈를 과학 기자의 시각으로 들여다보고 정리해 알려드리는 Rti 한국어방송의 금요일 프로그램 포르모사링크입니다. 안녕하세요 포르모사링크 진행자 손전홍(sch@rti.org.tw)입니다.
일부일처제(一夫一妻制)로 죽을 때까지 절개를 지키는 동물, 늑대!
늑대는 매우 사회적인 동물입니다.
무리 내에서는 일반적으로 우두머리 수컷과
암컷만 쌍을 이루어 번식하고 일생을 함께합니다.
우두머리 수컷은 일부일처를 고집하고
상대가 죽을 경우에만 새로운 짝을 찾고요.
늑대는 보통 무리를 지어 다닙니다.
늑대 무리의 크기는 사냥감의 크기와 관련이 있습니다.
때로는 3~4가족이 함께 무리를 이뤄
40마리가 넘는 경우도 있죠.
이런 대가족은 대형의 사냥감을 추적하고 제압하는 데 유리합니다.
간혹 무리를 짓지 않고 홀로 다니는 늑대도 있습니다.
이를 ‘외로운 늑대(Lone Wolf)’라고 표현하는데요.
무리에서 이탈한 늑대는 단독 사냥을 하는 등
생활이 고달프기 때문에 무리에 속한 늑대보다 공격적인데…
때문에 혼자 살고, 혼자 일하기를 선호하는 성향을 가진 사람을
‘외로운 늑대’에 비유합니다.
본인이 스스로 집단과 어울리지 못하거나 좋아하지 않는
고립형·은둔형이 외로운 늑대가 될 확률이 높습니다.
외로운 늑대들의 크고 작은 테러가
지구촌의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외로운 늑대형 범죄는 주로 사회에 대한 불만이 쌓여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합니다.
뚜렷한 동기 없이 즉흥적으로 저지르는 묻지 마 범죄와 달리
외로운 늑대형 범죄는 사회 분노를 표출하면서
사전에 준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타이완도 예외는 아닙니다.
‘묻지 마 살인’의 범인이 외로운 늑대형인 경우가 있으니깐요.
연말과 크리스마스 성탄절을 앞둔
타이완 현지 시간 지난 12월 19일(금),
수도 타이베이 지하철역인 MRT타이베이역(捷運台北車站, MRT Taipei Main Station)과
MRT 중산(中山)역 인근 백화점에서 벌어진 칼부림 사건도 그렇습니다.
흉기 난동의 범인 27세 남성 장원(張文)은
19일 오후 3시 40분부터 6시 50분까지
3시간 넘게 장소를 옮겨가며
방화를 저지르고 시민을 무차별 공격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50대 남성 1명과 30대 남성 2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다쳤습니다.
피해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속수무책으로 변을 당했죠.
범인 장원도 경찰의 추격을 받다
백화점 6층 옥상에서 뛰어내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습니다.
범인 장원이 사망한 만큼
아직 자세한 범행동기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이제까지 나온 조사 결과를 보면,
공범은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았고,
경찰은 이번 사건이 장원이
홀로 벌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경찰은 또 장원 사건이 지난 2014년 5월
타이베이 지하철 MRT 객차 내에서 불특정인을 상대로
91초간 흉기를 휘둘러 22명을 다치게 하고,
4명을 살해 한 묻지마 살인 사건의
범인 정제(鄭捷)와 유사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정제는 재판 후 사형을 선고 받았고,
중화민국 법무부는 마잉주(馬英九) 전 총통의 임기를 불과 열흘 남겨둔
2016년 5월 10일, 정제의 사형을 집행했습니다.
사형 집행은 마취 후 총살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어쨌든 타이베이시경찰국(台北市警察局)은
이번에 타이베이시에서 발생한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의
범행 동기와 계획범죄 여부 등을 철저히 밝히기 위해
전담수사팀(專案小組)을 꾸렸고,
전담수사팀은 장원의 컴퓨터와 태블릿PC, 클라우드 데이터에서
이른바 ‘살인계획서’를 발견했습니다.
특히 노트북에는 장원이 ‘정제 사건’ 관련 정보를
광범위하게 검색한 것으로도 조사됐는데…
이번 사건이 11년 전 정제 사건을
모방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에요.
때문에 경찰은 장원과 정제 모두
외로운 늑대로 치밀한 계획을 세웠고,
“장원은 정제를 동경하는 자”이며,
범행 동기는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이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장원의 부모는 경찰 참고인 조사에서
“최근 2년간 아들을 만나거나 연락한 적이 없다”라고 진술했습니다.
부모는 “아들 근황을 전혀 몰랐다”라며
“아들이 왜 이런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는지 전혀 짐작하지 못하겠다”라고 밝혔고,
가오슝에 거주 중인 장원의 친형 역시
“교류가 거의 없었다”라고 말했죠.
타이완 범죄학 전문가들은 가족들의 진술과
복원한 노트북에서 발견된 살인계획서 등을 토대로
장원의 범행이 혼자 계획하고
사회구성원을 공격하는
전형적인 외로운 늑대의 공격(孤狼式攻擊,lone wolf attack) 범죄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밍촨대학교 범죄예방학과(銘傳大學犯罪防治學系) 왕보치(王伯頎) 부교수는
무차별 흉기 난사범 장원의 배경으로 볼 때,
장원은 평소 사회적 교류나 인적 네트워크가 부족했던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고립된 생활이 장원을 ‘외로운 늑대'형 인격으로 몰아넣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는데… 직접 들어보시죠!
국립중정대학교 범죄예방학과(國立中正大學犯罪防治學系暨研究所) 쉬화푸(許華孚) 교수는
연합보(聯合報)와의 인터뷰에서 장원 사건을
치밀하게 계획된 외로운 늑대 테러로 규정하며 '모방 범죄의 특성을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쉬화푸 교수에 따르면 범인 장원은 과거 정제 사건이 유발한 사회적 공포를 인지하고 있기에,
일부러 기차역이나 지하철 MRT역 등
인파가 많이 몰리는 다중 이용 시설을 범행 장소로 택해
공포를 극대화하려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어떤 말로 변명해도 용서할 수 없는 흉악범죄입니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증오를 내뿜고
흉기를 휘둘러 무고한 인명을 살상했으니 말이죠.
타이베이에서 벌어진 무차별적 흉기 난동 사건으로
범인 장원을 포함한 4명이 숨지고 10명이 넘게 다쳤지만
이 과정에서 타인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쓴 사람들의 영웅적 행동이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아수라장 같은 상황에서도 부상자를 응급조치해 생명을 구하는가 하면
달려들어 범인을 제압하는 등
여러 방식으로 서로 도우며 추가 희생을 막은 영웅들입니다.
범인 장원이 19일 오후 5시 23분쯤 MRT타이베이역 M7 지하거리에서
화염병을 던지고,
시민들에게 칼을 마구잡이로 휘두르고 있을 때
장원에게 달려든 위자창(余家昶) 씨도 이런 영웅 중 한 명입니다.
MRT타이베이역 M7 지하거리에서
검은색 티셔츠에 검은 모자를 쓴 장원이
연막탄과 화염병을 투척하자,
놀란 시민들이 황급히 내달렸고,
이 상황을 발견한 57세 남성 위자창 씨는
용감하게 범인의 앞을 막아 섰습니다.
장원의 계획은 역 곳곳에 화염병을 던지는 것이었지만,
위자창 씨가 장원이 들고 있던 화염병을 맨몸으로 막아선 덕분에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다만 범인 장원은 흥분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대치 상태가 잠시 이어졌습니다.
이때 범인 장원이 칼을 휘둘렀고,
이 과정에서 폐와 심장을 관통 당한 위자창 씨는
타이완대병원(臺大醫院)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목숨을 잃으며
첫 희생자가 됐습니다.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 용감한 시민 위차장씨의 의로운 행동은
시민들에게 큰 감동을 전해줬습니다.
충렬사(忠烈祠)는 한국으로 따지면 호국영정을 모시는 현충원 같은 곳인데요.
장산정(張善政) 타오위안시장은 지난 12월 23일(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고(故) 위자창 선생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고 깊은 애도와 경의를 표하고자,
타오위안시정부는 유가족의 동의를 얻어
고인을 타오위안 충렬사(桃園忠烈祠)로 모시기로 결정했고,
위자창 선생의 충렬사 안치식은
2026년도 충렬사 춘계 제향 기간 중에
정식으로 거행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진 = 장산정 타오위안시장 페이스북 캡처]
장산정 타오위안시장은
“타오위안에 위자창 선생의 호적이 있고,
시는 충렬사의 규정에 따라
고인을 타오위안 충렬사에 안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직접 들어보시죠!
지난 3일(토)이었는데요.
이 시대의 영웅, 용감한 시민
위자창 씨의 의로운 영혼을 떠나 보내는 고별식이 있었습니다.
고별식에는 고인의 용기를 기억하려는 발길이 끊이지 않았는데요.
장완안(蔣萬安) 타이베이시장과
장산정 타오위안시장이 직접 찾아 깊은 애도를 표했습니다.
특히 고인의 관 위에는 타이베이시의 시기(市旗)가 덮였고,
허즈웨이(何志偉) 총통부 부비서장이
직접 중화민국 국기인 청천백일만지홍기를 헌정하며
국가 차원의 최고 경의를 표했습니다.
위자창 씨의 마지막 가는 길은 외롭지 않았습니다.
비록 그는 우리 곁을 떠났지만,
'타인을 위해 나를 잊었던' 그 뜨거운 용기는
우리 가슴 속에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꽃으로 남을 겁니다.
Rti 한국어방송의 금요일 프로그램 포르모사링크, 오늘 준비한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진행에 손전홍이었습니다. 저는 다음주 금요일 이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청취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 참고자료
1월 16일(금) 포르모사링크 삽입곡
[BGM: ① (치아키 편)바흐: 피아노 협주곡 제1번 D단조 BWV1052 중 제3악장 (With Czech Philharmonic Orchestra, Zdenek Macal)(영화 ‘노다메 칸타빌레 최종악장’ 중에서)
②리베라(Libera)-상투스(Sanc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