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문학의 향기를 담아, 지금 <포르모사 문학관>의 문을 엽니다.
인공지능 폭발의 해 💥
2025년을 대표하는 키워드 하나를 꼽자면, 타이완 경제에 큰 힘이 되고 있는 ‘인공지능 AI’를 절대 빼놓을 수 없죠. 지난 한 해 동안 AI 호황에 힘입어 타이완 증시는 무려 25.7% 성장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지난 5일에는 가권지수가 처음으로 3만 포인트를 넘어섰습니다. 또 국가통신전파위원회(NCC) 조사에 따르면, 2025년 기준 AI를 사용해 본 적이 있는 타이완사람의 비율이 56%에 달하며, 특히 교통 응용과 정보 분석 분야에서 활용도가 가장 높다고 합니다.
이만큼 인공지능이 우리 일상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는 것은 베스트셀러 흐름에서도 확실히 느껴지는데요. 타이완 최대 서점 ‘청핀(誠品)’과 최대 온라인 서점 ‘보커라이(博客來)’가 최근 발표한 2025년 도서 트렌드 보고서를 보면, 신간 1위는 놀랍게도 같은 책입니다. 바로 TSMC 창업자 모리스 창(張忠謀)의 자서전이죠. 여기에 청핀서점 신간 톱10에는 엔비디아 젠슨 황 CEO의 전기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 조합은 사람들이 성공한 인물들의 비결을 엿보고 싶어하는 마음을 잘 보여주는 결과라고 할 수 있겠죠.

엔비디아 젠슨 황 CEO의 전기 - 사진: 보커라이
이 밖에도 어떤 작품들이 양대 서점 베스트셀러 톱10에 올랐을까요? 오늘은 2025년 타이완 독자들이 선호한 책들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2025년 베스트셀러 키워드 ‘미래에 대한 불안과 불확실성’ 🤯
가장 먼저, 양대 서점 톱10에 동시에 이름이 오른 책들부터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모리스 창의 자서전에 이어, 번역서 3권, 타이완 에세이집 1권이 함께 올랐습니다. 스마트폰 중독이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룬 조너선 하이트(Jonathan Haidt)의 《불안 세대(The Anxious Generation)》, 존재의 의미를 찾아가는 존 스트레레키(John Strelecky)의 자기계발서 《세상 끝의 카페(The Cafe on the Edge of the World)》, 일본 소설의 거장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최신작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街とその不確かな壁)》, 그리고 타이완의 중견작가 허우원융(侯文詠)의 에세이집 《내가 바라는 어른이 되는 것(變成自己想望的大人)》입니다.
▲관련 프로그램:
“성공 말고, 재미있게 살고 싶어요!” 의사 작가 허우원융(侯文詠)의 선택
이 작품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정리하자면, ‘미래에 대한 불안과 불확실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2025년은 타이완에 큰 경제적 성장과 비전을 안겨준 해였지만, 한편으로는 끝없이 이어지는 전쟁과 지정학적 긴장,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 AI라는 미지의 영역 같은 외부 변수들이 존재하죠. 내부적으로도 심각한 여야 대립, 불균형한 산업 발전, 소득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집값 등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계속 쌓이고 있습니다.
기존의 질서가 흔들리는 시대에 사람들은 바깥세상에서 명쾌한 답을 찾기보다 오히려 자기 내면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불안 세대》는 디지털 환경이 만들어낸 불안을 짚어내고, 《내가 바라는 어른이 되는 것》은 사회가 규정한 ‘성공의 어른’의 이미지에 질문을 던집니다. 또 《세상 끝의 카페》와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은 개인의 질문에서 출발해 상징의 세계 속에서 삶의 방향을 찾으려 하죠. 모리스 창의 삶 역시 이전 세대의 성공 공식을 그대로 따르기보나는 완전히 새로운 길을 개척해온 과정이었습니다. 이제는 ‘누구처럼 살아라’가 아니라, 자신의 목소리를 귀 기울이며 정체성을 정의하려는 세대인 거죠.

타이완 최대 온라인 서점 보커라이의 2025 베스트셀러 - 사진: 보커라이

타이완 최대 서점 청핀의 2025 베스트셀러 - 사진: 청핀
또한 효율과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AI시대에 맞서, 인간의 가치도 큰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래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최근 작품들은 내면 탐구 같이 추상적인 묘사가 더 두드러지고, ‘의미’를 찾는 데 집중하고 있죠. 허우원융 역시 망설임과 모순처럼 인간의 불완전한 면을 조명하며 인간성의 본질을 탐구합니다. 결국 이 베스트셀러들의 공통점은 독자들의 불안을 안고 함께 걸어간다는 데 있습니다. 핵심은 바로 ‘동반’이죠. 어쩌면 이런 콘텐츠야말로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지금 우리가 가장 필요한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이어서 ‘동반’이라는 키워드에 딱 어울리는 곡, 낭랑한 목소리로 사랑받는 타이완 가수 장신저(張信哲)의 ‘동반(陪伴)’ 을 띄워드리면서 2025년 베스트셀러의 분위기를 함께 음미해 보겠습니다.
작가 꿈꾸던 모리스 창 ✍️
다음으로 양대 서점에서 압도적인 톱1을 차지한 책, 전 세계 과학기술 산업의 판도를 바꾼 모리스 창의 자서전을 좀 더 살펴볼까요? 모리스 창은 칩 제조에만 전념하는 ‘파운드리’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척하며, 오늘날 타이완 반도체 산업의 토대를 만든 인물이죠. 그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가 ‘힙한 아이콘’으로 여겨질 만큼, 타이완 젊은 세대에게도 깊은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차이잉원(우) 전 총통이 모리스 창(가운데)에게 '중산훈장'을 수여했다. 사진 왼쪽은 모리스 창 부인 장수펀(張淑芬)이다. - 사진: 총통부
사실 이 위대한 반도체 거장에게도 작가의 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그럼 굶는다”는 한마디에 그 꿈을 접었죠. 그러다 60대 중반에 자서전 출판 제안을 받으면서 다시 펜을 들게 되었습니다. 그는 다른 사람이 대신 써 주는 방식으로는 전기 주인공의 감정과 결을 제대로 전할 수 없다고 생각해, 집필을 직접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1998년, 전쟁을 피해 문학에 심취했던 청춘 시절과 반도체 산업에 발을 들이게 된 전반생을 담은 자서전 1부를 완성했습니다.
그런데 글로벌 반도체 산업을 이끈 후반생을 다룬 2부는 무려 26년이 지난 2024년에야 세상에 나왔는데요. 그는 퇴임 후 7년이라는 시간을 바쳐, TSMC가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으로 도약한 과정을 여실히 기록했습니다. 2부 신간 반표회에서는 93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30분 넘게 연설을 하며, 특유의 유머로 자신의 인생을 돌아봤습니다. 이 자리에 함께한 차이잉원(蔡英文) 전 총통은 “26년 만에 속편을 낸 사례는 거의 없는데, 모리스 창의 자서전은 TSMC의 주식처럼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꾸준히 성정해 온 TSMC 주식과 같이, 타이완의 산업 역시 눈부신 발전을 이어가고 있죠. 모리스 창의 자서전은 단순한 개인사에 넘어 타이완 반도체 산업의 발자취와 한 시대의 흐름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입니다. 그렇기에 2025년 베스트셀로 1위라는 타이틀은 명실상부한 결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베스트셀러에 오른 타이완문학 ✨
한편, 타이완 문학도 정말 다채롭게 꽃을 피웠습니다. 2024년 연말 타이완 작가로서는 최초로 미국 내셔널 북 어워드(National Book Award)를 수상한 양솽즈(楊双子)의 소설 《1938 타이완 여행기(원제: 타이완 만유록, 臺灣漫遊錄)》가 여러 언어로 번역되면서 해외는 물론 타이완 내에서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보커라이가 발표한 2025년 중국어 도서 부문에서는 당당히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습니다. 참고로 한국어판도 지난해 11월 출간되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 번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외에 예전 방송에서 소개해 드렸던 여러 작품들도 중국어 도서 톱50에 들어갔습니다. 성장과 기록의 진실성을 섬세하게 파고든 리자잉(李佳穎)의 소설 《오븐에 들어가기 좋은 날(進烤箱的好日子)》, 판사이자 작가 웅전이(翁禎翊)의 에세이집《어둠 속에서 나를 지켜주는 그대(你在暗中守護我)》, 그리고 강렬한 향토색과 가족 서사를 담아낸 천쓰홍(陳思宏)의 소설 《귀신들의 땅(鬼地方)》 까지, 모두 상당한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관련 프로그램:
천쓰홍(陳思宏) 대표작 《귀신들의 땅(鬼地方)》동명 연극 첫 공연
양솽즈 《타이완 만유록》, 타이완 최초로 美 내셔널 북 어워드 수상
진실의 재현은 불가능하다고? 리자잉(李佳穎) 《오븐에 들어가기 좋은 날》
판사가 된 신세대 작가 웅전이(翁禎翊)
급변한 세계 속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는 독서 🎆
2025년을 돌아보며, 청핀서점은 이렇게 결론을 내렸습니다. "도전에 정면으로 맞서고 새로운 형식과 내용을 선보인 작품들이 눈부신 성과를 거두었다. AI는 위협이자 희망이다. AI를 활용한 책 디자인과 출판, 글쓰기는 타이완 도서 시장에 새로운 기회를 열어줄 수 있다. 급변하고 불확실성이 가득한 지금, ‘독서’는 사람이 내면의 평화를 찾을 수 있는 하나의 좋은 해법이다. 독서가 우리의 일상이 되어, 힘과 깨달음을 가저오기를 기대한다."
희망으로 가득 찬 새해, 독서라는 한 걸음을 함께 걸어가 보시죠!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鍾榮峰,「台股攻上3萬點歷史新高 台積電飆1670元新天價」,中央社。
2. 趙敏雅,「NCC:逾5成民眾用過AI服務 交通應用與資料處理為主」,中央社。
3. 2025誠品年度閱讀報告。
4. 2025博客來年度百大。
5. 張忠謀,「近20年前自傳只出了上冊 張忠謀退休後寫下冊」,遠見。